제1차 대전중 크리스마스 휴전 묘사한 편지 공개

입력 2014.12.24 (16: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꼭 100년 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과 독일군이 대치하고 있던 서부전선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아 양쪽이 잠시 휴전에 들어갔던 정경을 묘사한 편지의 복사본이 23일(현지시간) 공개됐다.

편지는 영국군 앨프리드 더건 차터 소위가 서부 전선의 차가운 참호 안에서 어머니에게 쓴 것이다. 영국 국영우체국 로열메일은 이번에 유족의 허가를 받아 1차대전 기념우표세트를 발행하면서 공개했다.

차터 소위는 "참호에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얼음이 얼 정도로 추운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날씨지만 모닥불이 타고 있고 짚이 많아 포근한 기분입니다"라고 먼저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오늘 특이한 일을 목격했습니다. 아침 10시께 참호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먼저 한 독일 병사가 손을 흔들더니 2명이 참호 밖으로 나와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우리는 사격을 하려는 찰나 그들이 총기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우리 측에서 한 병사가 그들을 맞으러 갔습니다. 그리고 2분 만에 양측에서 병사들과 장교들이 몰려나와 어울리면서 악수를 하고 서로 성탄을 축하했습니다"라고 썼다.

차터 소위는 이어 양측의 중간지점에 있던 전사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합동 장례식도 치렀다며 담배, 자필서명을 교환하고 사진을 함께 찍기도 했다고 당시의 정경을 묘사했다.

"이번 휴전이 얼마나 오래 계속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독일 병사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어떻게 나왔나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최소 새해에도 또 휴전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5일은 전혀 총성이 없는 가운데 지나갔으며 다음 날도 먼 곳에서 포성이 들렸으나 정식 절차 없이 이뤄진 크리스마스 휴전은 계속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차터 소위가 기대했던 새해 휴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차터는 3개월 후 중상을 입었으나 생명은 건졌다. 그는 입대하기 전부터 교제해 온 애인과 1926년 결혼했으며 1974년 사망했다.

영국 언론은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전하면서 크리스마스 휴전 중에 양측 병사들이 어울리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싣기도 했다.

한편 CNN은 제1차 세계대전 크리스마스 휴전기간에 영국군과 독일군이 축구경기를 했다는 유명한 일화에 대해서는 믿을 만한 사료가 발견되지 않아 후대에 가공된 이야기일 수 있다는 지적이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흘러나온다고 소개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제1차 대전중 크리스마스 휴전 묘사한 편지 공개
    • 입력 2014-12-24 16:27:04
    연합뉴스
꼭 100년 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과 독일군이 대치하고 있던 서부전선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아 양쪽이 잠시 휴전에 들어갔던 정경을 묘사한 편지의 복사본이 23일(현지시간) 공개됐다. 편지는 영국군 앨프리드 더건 차터 소위가 서부 전선의 차가운 참호 안에서 어머니에게 쓴 것이다. 영국 국영우체국 로열메일은 이번에 유족의 허가를 받아 1차대전 기념우표세트를 발행하면서 공개했다. 차터 소위는 "참호에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얼음이 얼 정도로 추운 전형적인 크리스마스 날씨지만 모닥불이 타고 있고 짚이 많아 포근한 기분입니다"라고 먼저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오늘 특이한 일을 목격했습니다. 아침 10시께 참호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먼저 한 독일 병사가 손을 흔들더니 2명이 참호 밖으로 나와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우리는 사격을 하려는 찰나 그들이 총기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우리 측에서 한 병사가 그들을 맞으러 갔습니다. 그리고 2분 만에 양측에서 병사들과 장교들이 몰려나와 어울리면서 악수를 하고 서로 성탄을 축하했습니다"라고 썼다. 차터 소위는 이어 양측의 중간지점에 있던 전사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합동 장례식도 치렀다며 담배, 자필서명을 교환하고 사진을 함께 찍기도 했다고 당시의 정경을 묘사했다. "이번 휴전이 얼마나 오래 계속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독일 병사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어떻게 나왔나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최소 새해에도 또 휴전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5일은 전혀 총성이 없는 가운데 지나갔으며 다음 날도 먼 곳에서 포성이 들렸으나 정식 절차 없이 이뤄진 크리스마스 휴전은 계속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차터 소위가 기대했던 새해 휴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차터는 3개월 후 중상을 입었으나 생명은 건졌다. 그는 입대하기 전부터 교제해 온 애인과 1926년 결혼했으며 1974년 사망했다. 영국 언론은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전하면서 크리스마스 휴전 중에 양측 병사들이 어울리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싣기도 했다. 한편 CNN은 제1차 세계대전 크리스마스 휴전기간에 영국군과 독일군이 축구경기를 했다는 유명한 일화에 대해서는 믿을 만한 사료가 발견되지 않아 후대에 가공된 이야기일 수 있다는 지적이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흘러나온다고 소개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