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만 했을 뿐인데…’ 사기에 무방비 노출 장애인들

입력 2014.12.29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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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에 사는 2급 지적장애인 A(23·여)씨는 지난 8월 지인과 함께 휴대전화 매장에 갔다가 자신이 쓰지도 않는 휴대전화 요금을 내게 됐다.

매장에서 지인이 서명하라고 해서 믿고 이름을 썼을 뿐인데 요금이 A씨 앞으로 청구된 것이다.

제주에 사는 지적장애 3급 B씨(21)는 10월 대출금 일부를 주겠다는 직장 동료의 말에 넘어가 자신 명의로 대출 계약서를 작성해 대부업체에 보냈다.

하지만 동료는 B씨 명의로 빌린 돈을 전부 가지고 도망가버렸고 빚은 고스란히 B씨가 떠안게 됐다.

명의도용 등 사기 피해를 보는 지적 장애인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29일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 30일까지 장애인의 재산권 침해 상담 건수는 554건을 기록했다.

이 중 장애인이 명의도용 등 사기를 당해 상담을 하러 온 경우는 359건, 절취 및 갈취 피해 상담은 188건이었다.

특히 사기 피해 상담은 작년 한해(318건)보다 12.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판단력이 떨어지는 지적장애인의 등을 치는 사기가 최근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작년과 올해 총 6천396건의 장애인 인권침해 상담 중 지적장애인이 상담한 비율은 35.8%(2천287건)로 가장 높았다.

2011년에 시행된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전체 장애인 중 지적장애인 비율이 5.9%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지적장애인의 경제 활동이 꾸준히 늘어나 사기 범죄에 노출될 위험은 계속 커지고 있는데도 이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마땅찮다는 것이다.

지적장애인들은 돈의 액수 등에 대한 개념이 다른 사람들보다 체계화돼 있지 않아 항상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의사표현이 가능해 충분히 혼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2, 3급 지적장애인들이 사회에 많이 진출하면서 이들이 명의도용을 비롯한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장애인이 가입 서류 등에 서명할 때 이후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옆에서 설명해 줄 사람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이를 악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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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명만 했을 뿐인데…’ 사기에 무방비 노출 장애인들
    • 입력 2014-12-29 05:49:51
    연합뉴스
광주광역시에 사는 2급 지적장애인 A(23·여)씨는 지난 8월 지인과 함께 휴대전화 매장에 갔다가 자신이 쓰지도 않는 휴대전화 요금을 내게 됐다. 매장에서 지인이 서명하라고 해서 믿고 이름을 썼을 뿐인데 요금이 A씨 앞으로 청구된 것이다. 제주에 사는 지적장애 3급 B씨(21)는 10월 대출금 일부를 주겠다는 직장 동료의 말에 넘어가 자신 명의로 대출 계약서를 작성해 대부업체에 보냈다. 하지만 동료는 B씨 명의로 빌린 돈을 전부 가지고 도망가버렸고 빚은 고스란히 B씨가 떠안게 됐다. 명의도용 등 사기 피해를 보는 지적 장애인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29일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 30일까지 장애인의 재산권 침해 상담 건수는 554건을 기록했다. 이 중 장애인이 명의도용 등 사기를 당해 상담을 하러 온 경우는 359건, 절취 및 갈취 피해 상담은 188건이었다. 특히 사기 피해 상담은 작년 한해(318건)보다 12.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판단력이 떨어지는 지적장애인의 등을 치는 사기가 최근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작년과 올해 총 6천396건의 장애인 인권침해 상담 중 지적장애인이 상담한 비율은 35.8%(2천287건)로 가장 높았다. 2011년에 시행된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전체 장애인 중 지적장애인 비율이 5.9%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지적장애인의 경제 활동이 꾸준히 늘어나 사기 범죄에 노출될 위험은 계속 커지고 있는데도 이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마땅찮다는 것이다. 지적장애인들은 돈의 액수 등에 대한 개념이 다른 사람들보다 체계화돼 있지 않아 항상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의사표현이 가능해 충분히 혼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2, 3급 지적장애인들이 사회에 많이 진출하면서 이들이 명의도용을 비롯한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장애인이 가입 서류 등에 서명할 때 이후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옆에서 설명해 줄 사람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이를 악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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