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무원 사기 범죄로 피해…지자체도 배상 책임”

입력 2014.12.29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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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업무와 관련된 내용으로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공무원이 소속된 지방자치단체도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2부(김대웅 부장판사)는 예천군청 공무원이었던 A씨의 사기범죄 피해자 3명이 예천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예천군청 종합민원과에서 지적(地籍) 관련 업무를 담당한 7급 공무원 A씨는 주식투자로 손실을 보게 되자 2008년 10월부터 3년 동안 지인과 친인척들에게 "예천군 소유 하천 부지가 4대강 개발로 편입되니 이를 불하받도록 해주겠다"고 거짓말을 해 18명으로부터 47억여원을 받아챙겼다.

결국 사기임이 탄로 나 A씨는 2012년 9월 직위해제됐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피해자들이 A씨와 예천군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는데, 1심은 A씨의 배상 책임만 인정하고 예천군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 일부는 토지 매수신청서를 작성하지도 않았고 불하 관련 서류 등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예천군에 이와 관련한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A씨의 행위가 적법한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과실을 지적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사기 행각이 외관상 직무와 관련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소속 지자체의 배상 책임도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실질적으로 직무행위가 아니더라도 외관을 객관적으로 관찰해 직무 행위로 보일 때 그 행위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피해자들이 공유지 불하대금 명목으로 돈을 송금한 계좌는 실제 예천군이 민원발급 수수료 수입금 관리 계좌로 사용하던 것이고, 원고들이 A씨에게 군유지 불하에 관한 권한이 없음을 알지 못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들이 관계 법령에 따른 적법한 공유지 불하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예천군의 책임을 손해액의 5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예천군은 A씨와 함께 원고 3명에게 각각 1억원, 1억7천350만원, 2천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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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공무원 사기 범죄로 피해…지자체도 배상 책임”
    • 입력 2014-12-29 05:49:51
    연합뉴스
공무원이 업무와 관련된 내용으로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 공무원이 소속된 지방자치단체도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2부(김대웅 부장판사)는 예천군청 공무원이었던 A씨의 사기범죄 피해자 3명이 예천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예천군청 종합민원과에서 지적(地籍) 관련 업무를 담당한 7급 공무원 A씨는 주식투자로 손실을 보게 되자 2008년 10월부터 3년 동안 지인과 친인척들에게 "예천군 소유 하천 부지가 4대강 개발로 편입되니 이를 불하받도록 해주겠다"고 거짓말을 해 18명으로부터 47억여원을 받아챙겼다. 결국 사기임이 탄로 나 A씨는 2012년 9월 직위해제됐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피해자들이 A씨와 예천군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는데, 1심은 A씨의 배상 책임만 인정하고 예천군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 일부는 토지 매수신청서를 작성하지도 않았고 불하 관련 서류 등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예천군에 이와 관련한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A씨의 행위가 적법한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과실을 지적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사기 행각이 외관상 직무와 관련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소속 지자체의 배상 책임도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실질적으로 직무행위가 아니더라도 외관을 객관적으로 관찰해 직무 행위로 보일 때 그 행위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피해자들이 공유지 불하대금 명목으로 돈을 송금한 계좌는 실제 예천군이 민원발급 수수료 수입금 관리 계좌로 사용하던 것이고, 원고들이 A씨에게 군유지 불하에 관한 권한이 없음을 알지 못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들이 관계 법령에 따른 적법한 공유지 불하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예천군의 책임을 손해액의 5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예천군은 A씨와 함께 원고 3명에게 각각 1억원, 1억7천350만원, 2천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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