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운전대만 잡으면 ‘욱’…3초의 여유

입력 2014.12.2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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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분노는 어느 정도까지는 이성에 귀를 열어주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분노는 사람 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달려 나가서는 명령을 잘못 이행하는 성급한 노예들처럼 비뚤어지게 나아가고 만다."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승용차의 창문을 열고 서로 핏대를 세운다. 차를 세우고 당장이라도 내릴 기세로 소리를 지른다. 운전을 하다가 누군가 끼어들기라도 하면 머리가 쭈뼛할 정도로 화가 난다. 평소엔 괜찮다가도 운전대만 잡으면 욱하는 성질이 튀어나온다. 공격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면서 혈액을 타고 온 몸을 긴장시킨다. 운전대만 잡으면 분노조절이 되지 않아 다른 운전자를 위협하고 난폭 행동을 하는 것을 ‘로드 레이지(Road Rage)'라고 한다. 도심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얼마 전 끼어들기에 실패한 30대 남성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상대 차량을 삼단봉으로 마구 내려친 이른바 ‘삼단봉 사건’이 발생했다.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가 난 남성 운전자는 상대 차량을 가로 막고 차에서 내렸다. 그의 손엔 삼단봉이 들려 있었다. 이 운전자는 상대방에게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상대 차량 운전자가 놀란 나머지 가만히 있자 이 남성은 삼단봉으로 차량 유리창을 마구 내리쳐 박살을 냈다.



홧김에 그랬다는 이 30대 남성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고속도로에서 차선변경으로 시비가 붙어 고의로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연쇄 충돌로 사람이 사망하는가 하면 주행시비 끝에 신혼부부를 공기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차는 내 의지에 따라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내 몸을 내 맘대로 움직이듯 말이다. 그래서 내 차가 가는 길이 방해 받으면 자유의지가 간섭받은 것처럼 느낀다.

우리는 개인의 사적 공간을 침범하는 행위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차는 매우 사적인 공간이다. 차 안에선 좋아하는 음악을 맘껏 듣고 거리낌 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화장을 고친다.

운전자는 자신의 차량이 주행하는 도로 앞 공간도 사적인 공간으로 인식한다. 때문에 동의 없이 누군가가 들어오면 자신의 영역이 침범 받은 것처럼 느낀다. 상대방을 침입자로 간주해 본능적인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문제는 분노를 쏟아내느냐 마느냐다. 화가 나도 3초 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참으면 분노는 가라앉기 마련이다.

하지만, 3초의 여유를 갖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도 도심 곳곳에서 화가 난 운전자들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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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운전대만 잡으면 ‘욱’…3초의 여유
    • 입력 2014-12-29 16:20:55
    취재후·사건후
"사실 분노는 어느 정도까지는 이성에 귀를 열어주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분노는 사람 말을 끝까지 듣기도 전에 달려 나가서는 명령을 잘못 이행하는 성급한 노예들처럼 비뚤어지게 나아가고 만다."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승용차의 창문을 열고 서로 핏대를 세운다. 차를 세우고 당장이라도 내릴 기세로 소리를 지른다. 운전을 하다가 누군가 끼어들기라도 하면 머리가 쭈뼛할 정도로 화가 난다. 평소엔 괜찮다가도 운전대만 잡으면 욱하는 성질이 튀어나온다. 공격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면서 혈액을 타고 온 몸을 긴장시킨다. 운전대만 잡으면 분노조절이 되지 않아 다른 운전자를 위협하고 난폭 행동을 하는 것을 ‘로드 레이지(Road Rage)'라고 한다. 도심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얼마 전 끼어들기에 실패한 30대 남성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상대 차량을 삼단봉으로 마구 내려친 이른바 ‘삼단봉 사건’이 발생했다.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가 난 남성 운전자는 상대 차량을 가로 막고 차에서 내렸다. 그의 손엔 삼단봉이 들려 있었다. 이 운전자는 상대방에게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상대 차량 운전자가 놀란 나머지 가만히 있자 이 남성은 삼단봉으로 차량 유리창을 마구 내리쳐 박살을 냈다. 홧김에 그랬다는 이 30대 남성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고속도로에서 차선변경으로 시비가 붙어 고의로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연쇄 충돌로 사람이 사망하는가 하면 주행시비 끝에 신혼부부를 공기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차는 내 의지에 따라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내 몸을 내 맘대로 움직이듯 말이다. 그래서 내 차가 가는 길이 방해 받으면 자유의지가 간섭받은 것처럼 느낀다. 우리는 개인의 사적 공간을 침범하는 행위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차는 매우 사적인 공간이다. 차 안에선 좋아하는 음악을 맘껏 듣고 거리낌 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화장을 고친다. 운전자는 자신의 차량이 주행하는 도로 앞 공간도 사적인 공간으로 인식한다. 때문에 동의 없이 누군가가 들어오면 자신의 영역이 침범 받은 것처럼 느낀다. 상대방을 침입자로 간주해 본능적인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문제는 분노를 쏟아내느냐 마느냐다. 화가 나도 3초 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참으면 분노는 가라앉기 마련이다. 하지만, 3초의 여유를 갖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도 도심 곳곳에서 화가 난 운전자들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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