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장날 휴장한 모란시장…탄식과 불만

입력 2014.12.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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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규모의 5일장인 성남 모란민속시장이 50년 만에 처음으로 장날인 29일 휴장하자 시장 곳곳에서 탄식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란 민속시장상인회는 최근 시장에서 고병원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견되자 수도권 등지로 확산을 막고자 전날 오후 늦게 '29일 휴장'을 결정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전날 산지에서 미리 신선식품을 떼 놓은 상인들은 이날 손해를 보며 다른 시장 상인들에게 물건을 넘겨 처분해야 했다.

모란 민속시장 주변 골목에서 방앗간과 떡집, 기름집 등 상설점포를 운영하는 상가 상인들은 장이 안 서 손님이 뚝 끊기는 바람에 매출이 평소 장날의 20∼30%에 그쳐 울상을 지었다.

휴장 사실을 모르고 시장에 나왔다가 아쉬움 속에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영업을 하는지를 묻는 문의 전화가 이른 아침부터 모란 민속시장상인회 사무실로 빗발쳤다.

모란 민속시장은 4·9일이 낀 날 열리는 전통민속장을 일컫는다.

민속시장상인회(정회원 950여명과 시장 인근 골목노점상 포함해 1천500여명), 모란가축상인회(100여명), 시장주변 상가점포 상인들이 시장을 찾는 손님을 맞는다.

이날 휴장에 동참해 장사를 접은 상인들은 장날에만 노점을 펴는 민속시장상인회 상인들과 가축을 파는 모란가축상인회 상인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상가 상인들 입장에선 불만이 새어 나왔다.

유점수(61) 모란민속시장상인회장은 "하루 손해를 보더라도 장터 곳곳을 철저히 소독방역한 다음 내년 1월 첫 장을 여는 게 도리인 것 같고 마음도 편할 것 같아 자발적으로 휴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인회원 상당수가 고령이고 연락처 바뀐 분들도 많다 보니 휴장 공지가 제때 전달되지 않아 물건을 미리 떼 놓은 상인들은 큰 손해를 봤다"며 안타까워했다.

전날 오후 강원 속초에서 차량 두 대 분량의 오징어를 사서 이날 새벽 모란시장으로 들어와 좌판을 깔려던 한 상인은 휴장 소식을 뒤늦게 듣고 운전대를 서울 송파구 가락동시장으로 돌려 헐값에 물건을 처분하기도 했다.

경북 상주에서 트럭 한 대 분량의 곶감을 산 상인 등 이날 열리는 장에 팔려고 미리 신선식품을 사놓은 상인들은 부랴부랴 이를 처분하느라 애를 먹었다.

장터 옆 골목에서 30년 넘게 기름집을 운영해 온 김모씨는 "장날이면 점심때 전에 시장 골목마다 손님들로 가득 찼는데 오늘은 취재 온 기자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이해하지만 막상 손님이 없어 썰렁한 시장 모습을 보니 5일장 상인회의 휴장 결정이 너무 과했던 건 아닌지 화도 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러네요"라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일부 손님들은 휴장 사실을 모르고 시장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안양에서 온 임모(64)씨는 "시장 구경하고 식사도 할 겸 해서 일찍 나섰는데 헛걸음만 했다"며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데 오늘은 휴장 날이네"라며 헛웃음을 지으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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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 만에 장날 휴장한 모란시장…탄식과 불만
    • 입력 2014-12-29 16:33:45
    연합뉴스
전국 최대 규모의 5일장인 성남 모란민속시장이 50년 만에 처음으로 장날인 29일 휴장하자 시장 곳곳에서 탄식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란 민속시장상인회는 최근 시장에서 고병원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견되자 수도권 등지로 확산을 막고자 전날 오후 늦게 '29일 휴장'을 결정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전날 산지에서 미리 신선식품을 떼 놓은 상인들은 이날 손해를 보며 다른 시장 상인들에게 물건을 넘겨 처분해야 했다. 모란 민속시장 주변 골목에서 방앗간과 떡집, 기름집 등 상설점포를 운영하는 상가 상인들은 장이 안 서 손님이 뚝 끊기는 바람에 매출이 평소 장날의 20∼30%에 그쳐 울상을 지었다. 휴장 사실을 모르고 시장에 나왔다가 아쉬움 속에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영업을 하는지를 묻는 문의 전화가 이른 아침부터 모란 민속시장상인회 사무실로 빗발쳤다. 모란 민속시장은 4·9일이 낀 날 열리는 전통민속장을 일컫는다. 민속시장상인회(정회원 950여명과 시장 인근 골목노점상 포함해 1천500여명), 모란가축상인회(100여명), 시장주변 상가점포 상인들이 시장을 찾는 손님을 맞는다. 이날 휴장에 동참해 장사를 접은 상인들은 장날에만 노점을 펴는 민속시장상인회 상인들과 가축을 파는 모란가축상인회 상인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상가 상인들 입장에선 불만이 새어 나왔다. 유점수(61) 모란민속시장상인회장은 "하루 손해를 보더라도 장터 곳곳을 철저히 소독방역한 다음 내년 1월 첫 장을 여는 게 도리인 것 같고 마음도 편할 것 같아 자발적으로 휴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인회원 상당수가 고령이고 연락처 바뀐 분들도 많다 보니 휴장 공지가 제때 전달되지 않아 물건을 미리 떼 놓은 상인들은 큰 손해를 봤다"며 안타까워했다. 전날 오후 강원 속초에서 차량 두 대 분량의 오징어를 사서 이날 새벽 모란시장으로 들어와 좌판을 깔려던 한 상인은 휴장 소식을 뒤늦게 듣고 운전대를 서울 송파구 가락동시장으로 돌려 헐값에 물건을 처분하기도 했다. 경북 상주에서 트럭 한 대 분량의 곶감을 산 상인 등 이날 열리는 장에 팔려고 미리 신선식품을 사놓은 상인들은 부랴부랴 이를 처분하느라 애를 먹었다. 장터 옆 골목에서 30년 넘게 기름집을 운영해 온 김모씨는 "장날이면 점심때 전에 시장 골목마다 손님들로 가득 찼는데 오늘은 취재 온 기자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이해하지만 막상 손님이 없어 썰렁한 시장 모습을 보니 5일장 상인회의 휴장 결정이 너무 과했던 건 아닌지 화도 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러네요"라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일부 손님들은 휴장 사실을 모르고 시장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안양에서 온 임모(64)씨는 "시장 구경하고 식사도 할 겸 해서 일찍 나섰는데 헛걸음만 했다"며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데 오늘은 휴장 날이네"라며 헛웃음을 지으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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