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가 공개정보로…갑오년 경제계 돌아보니

입력 2014.12.2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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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국내 경제계는 세월호 참사 속에,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졌다. 정부는 경기 부양에 안간힘을 쏟았지만,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와중에 중국 등 다섯개 국가와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었고, 논란 속에 담뱃값 2000원 인상이 확정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악화로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세 경영이 가속화했다. 또 연말에는 오너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갑오년 올해 경제계를 달군 뉴스를 정리해 봤다.

◆ 개인정보 다 털렸다…개인정보가 공개정보?



올해 초 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3사에서 1억 건이 넘는 고객정보가 대량 유출됐다. 그야말로 사상 최대의 개인 신용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것. 신용정보업체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한 직원이 이들 카드사에서 전산작업 도중 1억건이 넘는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고객들은 "개인정보가 공개정보가 됐다"며 앞다퉈 카드를 해지하거나 사용을 중지하는 등 이들 카드사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나타냈다. 이들 카드사의 최고경영자는 결국 자리에서 모두 물러나게 됐다.

◆ 이건희 회장 건강악화, 이재용 부회장 전면에?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지난 5월 10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이 회장은 자택 근처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돼 5월 11일 새벽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stent) 시술을 받았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VIP실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7개월 넘게 입원 중이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이 심장 기능을 포함한 신체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해 안정적인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하루 15∼19시간 깨어 있으면서 휠체어 운동을 포함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장기 입원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관심이 쏠렸다. 삼성은 삼성SDS와 제일모직 등을 주식시장에 상장시켰고, 일부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재계와 증권업계에서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가 자리를 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5개국과 FTA 체결 '경제영토 확장'




정부는 지난해 말 호주를 비롯해 올해 캐나다, 중국, 뉴질랜드, 베트남과의 FTA 협상을 잇달아 타결지었다. 뜸했던 자유무역 협상에 속도를 낸 한해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까지, 3대 경제권 모두와 FTA를 체결한 건 칠레에 이어 두번째다.

특히 인구 13억명의 경제대국인 중국과의 FTA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두 나라는 30개월 간의 협상 끝에, FTA를 타결지었다. 품목 수 기준 90% 이상의 관세를 20년 안에 철폐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중 FTA가 발효되면, 5년 후에 0.95∼1.25%, 10년 후에는 2.28∼3.04%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농업 보호 수위는 크게 높였다. 쌀은 FTA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전체 농산물(1161개)중 장기간 관세를 철폐하거나 철폐에서 제외하는 초민감·민감품목 비중은 앞서 체결한 FTA 평균(36.3%)보다 높은 63.4%에 이른다.

아울러 12월 1일부터 원화와 중국 위안화간 직거래 시장이 국내에 개설됐다. 은행들이 국내에서 바로 원화를 위안화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수료와 환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 담뱃값 내년부터 2천원 인상



현재 2500원 수준인 담배 1갑(20개비) 가격이 새해부터 4500원으로 오르게 된다. 담뱃값이 오르는 건 10년 만이다.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부는 건강증진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국민들은 서민증세라며 크게 반발했다. 연말에는 담배를 사두려는 흡연자와 1갑만 판매한다는 편의점 판매원 사이의 고성이 끊이질 않았다. 내년부터 커피전문점을 비롯한 전국 모든 음식점이 금연구역으로 바뀌는 만큼, 흡연자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 '땅콩 리턴' 논란은 진행형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결국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오너 일가인 조현아 전 대한한공 부사장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뒤 비행기를 되돌린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조 전 부사장은 12월 5일 뉴욕 JFK공항에서 견과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비행기를 세우고 사무장을 공항에 내리도록 해 물의를 빚었다.

이 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더욱 확산이 되면서 전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조 전 부사장은 고개를 떨구며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는 한진그룹의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와 이사직에서 물러났고, 학교법인인 정석인하학원의 이사 자리도 내놨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벌 2,3세의 비정상적인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고,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또한번 부각된 사례였다. 대한항공 임원들은 조 전 부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증겨인멸 등을 시도했고, 국토교통부 조사관은 대한항공 임원과 수십차례 연락하면서 '봐주기 조사'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검찰은 국토부와 대한항공의 유착 의혹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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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정보가 공개정보로…갑오년 경제계 돌아보니
    • 입력 2014-12-29 16:38:50
    경제
2014년 국내 경제계는 세월호 참사 속에,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졌다. 정부는 경기 부양에 안간힘을 쏟았지만,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와중에 중국 등 다섯개 국가와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었고, 논란 속에 담뱃값 2000원 인상이 확정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악화로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세 경영이 가속화했다. 또 연말에는 오너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갑오년 올해 경제계를 달군 뉴스를 정리해 봤다. ◆ 개인정보 다 털렸다…개인정보가 공개정보? 올해 초 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3사에서 1억 건이 넘는 고객정보가 대량 유출됐다. 그야말로 사상 최대의 개인 신용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것. 신용정보업체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한 직원이 이들 카드사에서 전산작업 도중 1억건이 넘는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고객들은 "개인정보가 공개정보가 됐다"며 앞다퉈 카드를 해지하거나 사용을 중지하는 등 이들 카드사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나타냈다. 이들 카드사의 최고경영자는 결국 자리에서 모두 물러나게 됐다. ◆ 이건희 회장 건강악화, 이재용 부회장 전면에?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지난 5월 10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이 회장은 자택 근처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돼 5월 11일 새벽 막힌 심혈관을 넓혀주는 심장 스텐트(stent) 시술을 받았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VIP실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7개월 넘게 입원 중이다. 삼성 측은 이 회장이 심장 기능을 포함한 신체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해 안정적인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하루 15∼19시간 깨어 있으면서 휠체어 운동을 포함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장기 입원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관심이 쏠렸다. 삼성은 삼성SDS와 제일모직 등을 주식시장에 상장시켰고, 일부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재계와 증권업계에서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가 자리를 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5개국과 FTA 체결 '경제영토 확장' 정부는 지난해 말 호주를 비롯해 올해 캐나다, 중국, 뉴질랜드, 베트남과의 FTA 협상을 잇달아 타결지었다. 뜸했던 자유무역 협상에 속도를 낸 한해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까지, 3대 경제권 모두와 FTA를 체결한 건 칠레에 이어 두번째다. 특히 인구 13억명의 경제대국인 중국과의 FTA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두 나라는 30개월 간의 협상 끝에, FTA를 타결지었다. 품목 수 기준 90% 이상의 관세를 20년 안에 철폐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중 FTA가 발효되면, 5년 후에 0.95∼1.25%, 10년 후에는 2.28∼3.04%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농업 보호 수위는 크게 높였다. 쌀은 FTA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전체 농산물(1161개)중 장기간 관세를 철폐하거나 철폐에서 제외하는 초민감·민감품목 비중은 앞서 체결한 FTA 평균(36.3%)보다 높은 63.4%에 이른다. 아울러 12월 1일부터 원화와 중국 위안화간 직거래 시장이 국내에 개설됐다. 은행들이 국내에서 바로 원화를 위안화로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수료와 환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 담뱃값 내년부터 2천원 인상 현재 2500원 수준인 담배 1갑(20개비) 가격이 새해부터 4500원으로 오르게 된다. 담뱃값이 오르는 건 10년 만이다.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부는 건강증진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국민들은 서민증세라며 크게 반발했다. 연말에는 담배를 사두려는 흡연자와 1갑만 판매한다는 편의점 판매원 사이의 고성이 끊이질 않았다. 내년부터 커피전문점을 비롯한 전국 모든 음식점이 금연구역으로 바뀌는 만큼, 흡연자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 '땅콩 리턴' 논란은 진행형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결국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오너 일가인 조현아 전 대한한공 부사장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뒤 비행기를 되돌린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조 전 부사장은 12월 5일 뉴욕 JFK공항에서 견과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비행기를 세우고 사무장을 공항에 내리도록 해 물의를 빚었다. 이 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더욱 확산이 되면서 전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조 전 부사장은 고개를 떨구며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는 한진그룹의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와 이사직에서 물러났고, 학교법인인 정석인하학원의 이사 자리도 내놨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벌 2,3세의 비정상적인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고,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또한번 부각된 사례였다. 대한항공 임원들은 조 전 부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증겨인멸 등을 시도했고, 국토교통부 조사관은 대한항공 임원과 수십차례 연락하면서 '봐주기 조사'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검찰은 국토부와 대한항공의 유착 의혹 수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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