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비정규직 해법 ‘제각각’…‘진통’ 예고

입력 2014.12.29 (16:47) 수정 2014.12.2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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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29일 노사정위원회에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보고한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완화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편을 위한 해법을 놓고 정부, 노동계, 경영계의 시각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노·사·정은 기간제·파견(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일반 해고요건 절차와 기준 마련, 파견 업종 확대 여부 등을 놓고 이견이 크다.

노사정위가 내년 3월까지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위해 정부가 제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중심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뜨거운 감자된 '비정규직 계약기간 연장' = 가장 큰 쟁점은 기간제·파견(비정규직) 근로자가 계약직으로 계속 일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하는 문제다.

고용부는 이날 35세 이상 기간제·파견 근로자가 원하면 최장 4년까지 같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보고했다. 비정규직이라도 일하는 것이 해고되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사업주들이 2년이 지난 기간제·파견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법적 규제를 회피하려고 근로자를 직접 채용하지 않고 용역·도급으로 전환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고용부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보다 계약을 종료해서 결과적으로는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는 기간제 근로자나 구직자의 80% 이상이 당사자 합의 시 기간연장 및 이직수당 지급 방안에 찬성한다는 설문결과를 근거로 든다.

본인 신청을 전제로 사용기간을 연장한 이후에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해 이직수당이라는 부담을 부과한 것도 정규직 전환 효과를 높일 것으로 고용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런 정부안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등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며 우려한다.

정규직 신규 채용 일자리는 사라지고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을 늘린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노총은 이날 비정규직 조합원 426명을 상대로 차별실태와 의식조사를 한 결과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가운데 비정규직법상 기간제노동자의 사용기간 연장에 대해 응답자의 약 70%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반대이유로는 '기간제 근로 기간확대 방안은 기업의 정규직 회피수단'이라는 응답이 53%로 가장 높았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상시 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사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유도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불법 사내하도급 근절 ▲사용자들에 대한 지도·감독 강화 등을 제시했다.

경영계는 정부안이 시행되면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퇴직급여 지출이 증가하는 게 불만이다. 3개월만 근무하면 퇴직금을 주도록 한 것이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이직 수당을 지급토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영계는 생명·안전 업무 분야에서의 정규직 채용 의무화나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수습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감액 지급 금지 등이 시행되면 인건비 부담이 증가할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 일반 해고요건 완화 파견 확대 등 논쟁 예고 = 일반 해고요건 완화 등을 둘러싼 힘겨루기도 팽팽하다.

정부와 경영계는 근로계약 해지와 관련한 노사분쟁을 예방하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인력 운영을 위해 고용해지 기준과 절차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것에 앞서 기업의 조직·직무 체계와 임금 체계 등을 재조정해 기업 내부의 고용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기준과 절차를 명확하게 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곧 정규직 해고의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는 근로기준법상 일반해고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저성과 정규직 단계적 일반해고 방안'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시장을 하향 평준화시키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32개로 제한된 파견 허용 대상에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을 추가하려는 방안에 대해서도 입장이 확연히 갈린다.

정부와 경영계는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보다 엄격한 파견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경영계는 현행 파견대상 업무는 법 제정 이후 크게 변화가 없어 급변하는 노동시장의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파견제도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노총은 파견을 활용하는 기업이 파견업체를 통해 언제든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고, 해고 예고절차 같은 사용자 책임은 지지 않아도 돼 현재도 불법 파견이 횡행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파견대상을 늘린다고 해서 고령자의 취업률이 제고될지는 의문이며 오히려 파견법의 마지막 보호지대인 제조업을 흔드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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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사정, 비정규직 해법 ‘제각각’…‘진통’ 예고
    • 입력 2014-12-29 16:47:57
    • 수정2014-12-29 16: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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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29일 노사정위원회에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보고한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완화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편을 위한 해법을 놓고 정부, 노동계, 경영계의 시각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노·사·정은 기간제·파견(비정규직)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일반 해고요건 절차와 기준 마련, 파견 업종 확대 여부 등을 놓고 이견이 크다. 노사정위가 내년 3월까지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위해 정부가 제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중심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뜨거운 감자된 '비정규직 계약기간 연장' = 가장 큰 쟁점은 기간제·파견(비정규직) 근로자가 계약직으로 계속 일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하는 문제다. 고용부는 이날 35세 이상 기간제·파견 근로자가 원하면 최장 4년까지 같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보고했다. 비정규직이라도 일하는 것이 해고되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사업주들이 2년이 지난 기간제·파견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법적 규제를 회피하려고 근로자를 직접 채용하지 않고 용역·도급으로 전환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고용부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보다 계약을 종료해서 결과적으로는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부는 기간제 근로자나 구직자의 80% 이상이 당사자 합의 시 기간연장 및 이직수당 지급 방안에 찬성한다는 설문결과를 근거로 든다. 본인 신청을 전제로 사용기간을 연장한 이후에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해 이직수당이라는 부담을 부과한 것도 정규직 전환 효과를 높일 것으로 고용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런 정부안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등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며 우려한다. 정규직 신규 채용 일자리는 사라지고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을 늘린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노총은 이날 비정규직 조합원 426명을 상대로 차별실태와 의식조사를 한 결과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가운데 비정규직법상 기간제노동자의 사용기간 연장에 대해 응답자의 약 70%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반대이유로는 '기간제 근로 기간확대 방안은 기업의 정규직 회피수단'이라는 응답이 53%로 가장 높았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상시 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사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유도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불법 사내하도급 근절 ▲사용자들에 대한 지도·감독 강화 등을 제시했다. 경영계는 정부안이 시행되면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퇴직급여 지출이 증가하는 게 불만이다. 3개월만 근무하면 퇴직금을 주도록 한 것이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이직 수당을 지급토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영계는 생명·안전 업무 분야에서의 정규직 채용 의무화나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수습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감액 지급 금지 등이 시행되면 인건비 부담이 증가할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 일반 해고요건 완화 파견 확대 등 논쟁 예고 = 일반 해고요건 완화 등을 둘러싼 힘겨루기도 팽팽하다. 정부와 경영계는 근로계약 해지와 관련한 노사분쟁을 예방하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인력 운영을 위해 고용해지 기준과 절차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것에 앞서 기업의 조직·직무 체계와 임금 체계 등을 재조정해 기업 내부의 고용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기준과 절차를 명확하게 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곧 정규직 해고의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는 근로기준법상 일반해고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저성과 정규직 단계적 일반해고 방안'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시장을 하향 평준화시키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32개로 제한된 파견 허용 대상에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을 추가하려는 방안에 대해서도 입장이 확연히 갈린다. 정부와 경영계는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보다 엄격한 파견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경영계는 현행 파견대상 업무는 법 제정 이후 크게 변화가 없어 급변하는 노동시장의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파견제도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노총은 파견을 활용하는 기업이 파견업체를 통해 언제든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고, 해고 예고절차 같은 사용자 책임은 지지 않아도 돼 현재도 불법 파견이 횡행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파견대상을 늘린다고 해서 고령자의 취업률이 제고될지는 의문이며 오히려 파견법의 마지막 보호지대인 제조업을 흔드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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