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셀프 검사’ 강화로 식품안전 확보될까?

입력 2014.12.2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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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제과는 지난 10월 이른바 ‘식중독균 웨하스’ 사건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당시 진천공장에서 자가품질검사를 벌인 결과 ‘유기농 웨하스’ 제품에서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세균이 검출됐지만 이를 시중에 그대로 유통시켰다.

문제가 된 제품에선 기준치보다 최고 280배나 많은 세균이 검출됐고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크라운제과는 이를 묵인한 채 2009년부터 5년간 총 31억 원어치를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자가품질검사 결과 ‘부적합’으로 판명될 경우 제품 전량을 폐기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해야 한다.

검찰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크라운제과 생산담당이사 신모씨 등 임직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공장장 김모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식중독균 웨하스’ 논란이 식기도 전에 ‘대장균 시리얼’까지 등장했다.

동서식품은 2012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12차례에 걸쳐 충북 진천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된 시리얼 5종에 대한 자가품질검사 결과 대장균군이 검출된 제품 42톤 상당을 재가공해 살균한 뒤 새로운 제품에 섞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서식품은 부적합 제품을 10%씩 공정에 투입하는 수법으로 28억 원어치를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들끓었고, 검찰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이광복 동서식품 대표이사 등 임직원 6명을 재판에 넘겼다.

연이은 사건으로 식품안전에 대한 요구는 커졌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업체의 '자가품질검사 제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자가품질검사'는 식품이나 식품첨가물 제조자가 자신이 생산하는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기준 규격에 적합한 지 여부를 주기적으로 검사하는 제도다. 업체 상황에 따라 자체적으로 검사하거나 외부 식품위생검사 기관에 위탁하게 된다.

두 사건 모두 업체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품질검사에서 하자가 발생했지만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고 해당 제품을 시중에 유통시켰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자가품질검사 결과 ‘부적합’이 나오면 반드시 식약처에 보고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대장균이나 유해물질이 발견되는 등 국민건강에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만 보고했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처벌기준인 현행 과태료 300만 원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다.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도 신설했다.

또한 식품 유형에 따라 1~6개월마다 실시하던 품질 검사를 모든 식품에 대해 매달 실시하게 했다.

이 같은 자가품질검사 강화에 업계는 난색을 표했다. 과도한 규제라는 게 그 이유인데 이를 두고 정부와 업계, 학계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 “안전성 담보에 한계” vs “처벌 강화가 답”

이런 가운데 오늘(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자가품질검사의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정부와 업계, 학계, 소비자단체 대표와 식품안전 전문 변호사 등 7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학계와 업계는 식약처가 마련한 개선안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식약처가 내놓은 자가품질검사 개선방안이 결국 제품 원가 등 비용을 증가시킬 뿐 식품 안전성 확보 효과는 담보하기 힘들다는 게 요지다.

우리나라처럼 곡물자급률이 20%대에 불과한 나라에서 식품 안전성과는 무관한 요인(용량 미달, 영양소 함량 부족 등)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까지 전량 폐기하는 것은 식량 자원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식품 위생과는 무관한 ‘부적합’ 사안일 경우 재가공이나 재포장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부적합 사례가 무분별하게 알려지면 식품산업 전반에 걸쳐 과도한 불신이 퍼질 수 있고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와 업체 부담이 커져 오히려 자정 노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정명섭 교수는 “현행 검사주기에 따르면 자가품질검사 위탁건수는 약 150만 건 수준이지만, 매달 실시할 경우 600만~750만 건으로 4~5배가 증가해 검사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 업체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자가품질검사를 위탁할 경우 한 제품 당 20여만 원의 검사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세업체가 매달 여러 종류의 식품을 검사하려면 상당히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나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업체들은 대부분 자체 자가품질검사 기관을 두고 있다.

정 교수는 “모든 자가품질검사 결과를 식약처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한 의무는 폐지하고 정부가 지정한 유해물질이 검출될 경우에만 보고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대학교 건강기능식품연구센터 박영식 교수는 “우리나라의 식품관리는 어느 선진국 못지않은 세계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서 “일부 기업체의 부도덕한 행위로 업계 모두가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가품질검사에 대한 범위와 ‘위해항목’에 대한 정의가 모호한 부분이 있어 기업이나 공무원의 자율적 판단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며 “이에 대한 정리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안전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스카이법률특허사무소 김태민 변호사는 “대부분의 업체가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정부가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업체관리에 힘을 쏟기 보다는 영세업체들의 설비투자를 보조해주는 쪽이 식품안전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와 소비자단체 측은 규제강화가 답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부회장은 “현행 제도 하에서 잇따른 문제가 발생한 만큼 자기품질검사를 강화하는 것이 맞다. 처벌조항이 강화됐다고는 해도 실제 판결에서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과태료 하한선을 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황 부회장은 다만 “매달 검사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어 유해물질 오염 가능성에 따라 검사항목과 주기를 재조정하고 위생과 무관한 부적합 제품일 경우 재가공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식품정책조정과 홍헌우 과장은 “자가품질검사 제도는 업체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의무다. 현재 과징금이 2억 원 한도인데 이를 10억 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기업과 영세업체 간 과징금 부과 정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과장은 문제로 지적된 자가품질검사에 대한 범위와 모호한 용어에 대해선 “내년에 연구 사업을 통해 전반적으로 개선해나갈 생각”이라면서 “앞으로 업계, 학계와 잘 협의해 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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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산자 ‘셀프 검사’ 강화로 식품안전 확보될까?
    • 입력 2014-12-29 17:26:42
    사회
크라운제과는 지난 10월 이른바 ‘식중독균 웨하스’ 사건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당시 진천공장에서 자가품질검사를 벌인 결과 ‘유기농 웨하스’ 제품에서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세균이 검출됐지만 이를 시중에 그대로 유통시켰다. 문제가 된 제품에선 기준치보다 최고 280배나 많은 세균이 검출됐고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크라운제과는 이를 묵인한 채 2009년부터 5년간 총 31억 원어치를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자가품질검사 결과 ‘부적합’으로 판명될 경우 제품 전량을 폐기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해야 한다. 검찰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크라운제과 생산담당이사 신모씨 등 임직원 3명을 구속 기소하고 공장장 김모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식중독균 웨하스’ 논란이 식기도 전에 ‘대장균 시리얼’까지 등장했다. 동서식품은 2012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12차례에 걸쳐 충북 진천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된 시리얼 5종에 대한 자가품질검사 결과 대장균군이 검출된 제품 42톤 상당을 재가공해 살균한 뒤 새로운 제품에 섞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서식품은 부적합 제품을 10%씩 공정에 투입하는 수법으로 28억 원어치를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들끓었고, 검찰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이광복 동서식품 대표이사 등 임직원 6명을 재판에 넘겼다. 연이은 사건으로 식품안전에 대한 요구는 커졌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업체의 '자가품질검사 제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자가품질검사'는 식품이나 식품첨가물 제조자가 자신이 생산하는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기준 규격에 적합한 지 여부를 주기적으로 검사하는 제도다. 업체 상황에 따라 자체적으로 검사하거나 외부 식품위생검사 기관에 위탁하게 된다. 두 사건 모두 업체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품질검사에서 하자가 발생했지만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고 해당 제품을 시중에 유통시켰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자가품질검사 결과 ‘부적합’이 나오면 반드시 식약처에 보고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대장균이나 유해물질이 발견되는 등 국민건강에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만 보고했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처벌기준인 현행 과태료 300만 원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다. 영업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도 신설했다. 또한 식품 유형에 따라 1~6개월마다 실시하던 품질 검사를 모든 식품에 대해 매달 실시하게 했다. 이 같은 자가품질검사 강화에 업계는 난색을 표했다. 과도한 규제라는 게 그 이유인데 이를 두고 정부와 업계, 학계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 “안전성 담보에 한계” vs “처벌 강화가 답” 이런 가운데 오늘(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자가품질검사의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정부와 업계, 학계, 소비자단체 대표와 식품안전 전문 변호사 등 7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학계와 업계는 식약처가 마련한 개선안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식약처가 내놓은 자가품질검사 개선방안이 결국 제품 원가 등 비용을 증가시킬 뿐 식품 안전성 확보 효과는 담보하기 힘들다는 게 요지다. 우리나라처럼 곡물자급률이 20%대에 불과한 나라에서 식품 안전성과는 무관한 요인(용량 미달, 영양소 함량 부족 등)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까지 전량 폐기하는 것은 식량 자원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식품 위생과는 무관한 ‘부적합’ 사안일 경우 재가공이나 재포장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부적합 사례가 무분별하게 알려지면 식품산업 전반에 걸쳐 과도한 불신이 퍼질 수 있고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와 업체 부담이 커져 오히려 자정 노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정명섭 교수는 “현행 검사주기에 따르면 자가품질검사 위탁건수는 약 150만 건 수준이지만, 매달 실시할 경우 600만~750만 건으로 4~5배가 증가해 검사비용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 업체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자가품질검사를 위탁할 경우 한 제품 당 20여만 원의 검사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세업체가 매달 여러 종류의 식품을 검사하려면 상당히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나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업체들은 대부분 자체 자가품질검사 기관을 두고 있다. 정 교수는 “모든 자가품질검사 결과를 식약처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한 의무는 폐지하고 정부가 지정한 유해물질이 검출될 경우에만 보고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대학교 건강기능식품연구센터 박영식 교수는 “우리나라의 식품관리는 어느 선진국 못지않은 세계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서 “일부 기업체의 부도덕한 행위로 업계 모두가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가품질검사에 대한 범위와 ‘위해항목’에 대한 정의가 모호한 부분이 있어 기업이나 공무원의 자율적 판단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며 “이에 대한 정리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안전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스카이법률특허사무소 김태민 변호사는 “대부분의 업체가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정부가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업체관리에 힘을 쏟기 보다는 영세업체들의 설비투자를 보조해주는 쪽이 식품안전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와 소비자단체 측은 규제강화가 답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부회장은 “현행 제도 하에서 잇따른 문제가 발생한 만큼 자기품질검사를 강화하는 것이 맞다. 처벌조항이 강화됐다고는 해도 실제 판결에서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과태료 하한선을 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황 부회장은 다만 “매달 검사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어 유해물질 오염 가능성에 따라 검사항목과 주기를 재조정하고 위생과 무관한 부적합 제품일 경우 재가공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식품정책조정과 홍헌우 과장은 “자가품질검사 제도는 업체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의무다. 현재 과징금이 2억 원 한도인데 이를 10억 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기업과 영세업체 간 과징금 부과 정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과장은 문제로 지적된 자가품질검사에 대한 범위와 모호한 용어에 대해선 “내년에 연구 사업을 통해 전반적으로 개선해나갈 생각”이라면서 “앞으로 업계, 학계와 잘 협의해 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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