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잇따른 ‘권력형 성추행’…대책은?

입력 2014.12.29 (21:15) 수정 2014.12.2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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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2014년 한해동안 전직 국회의장과 서울대 교수 등 힘있는 남성이 사회적 지위가 약한 여성을 성추행하는 '권력형 성추행' 사건이 잇달았습니다.

이런 파렴치한 성추문 사건, 새해에는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아야 할텐데요, 권력형 성추행의 원인과 대책을 짚어봅니다.

먼저 올해 끊이지 않았던 지도층 인사들의 성추문 사건을 김빛이라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 성추행으로 얼룩진 2014년 ▼

<리포트>

골프장에서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

"손녀 같아서 귀엽다는 표시"였단 해명이 공분을 키웠고 결국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현직 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해 체포됐고,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계약직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가 알려지자, 돌연 사직했습니다.

모두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상대적 약자를 대상으로 저지른 성범죄였습니다.

서울대에서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현직 교수가 성추행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피해를 입었다는 학생이 무려 22명에 달합니다.

<인터뷰> 피해 학생(지난달 10일) :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자기랑 만나자느니 (얘기하고), 포옹을 당한 적이 있어요. 계속 수업을 들어야 하는 입장인데 신고는 할 수 없고."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6대 전문직 종사자' 가운데 지난 5년간 성범죄로 검거된 사람은 모두 2천백여 명으로,연간 4백 명이 넘습니다.

이렇듯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군과 대학, 공공기관 등은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고도 오히려 사건 축소를 시도했다가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피해자 입장에서는 신고통로가 과거보다는 다양화됐고, 스스로의 여성정체감에 대한 신장으로 숨겨졌있던 성범죄가 계속 노출되고 있습니다."

왜곡된 인식과 사회적 분위기 탓에 우리나라의 성범죄 신고율은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 ‘두 얼굴’의 남자들?…이유는? ▼

<기자 멘트>

남부럽지 않은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거머쥔 남성들의 성추행 사건, 왜 이렇게 끊이지 않을까요?

먼저 전근대적인 특권의식을 들 수 있습니다.

윗 사람은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뿌리깊은 의식인데요, 일종의 '완장심리'라고 할 수 있겠죠. 권력만 쥐면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심리입니다.

전 국회의장의 성추행 사건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사회적 책임의식의 부재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지위가 자신이 잘 나서, 노력을 해서 얻은 것이지 사회에서 부여한 것이라는 인식이 없는 겁니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전 국립의료원장이 이런 경우입니다.

권력형 성추행은 중년 이후 성적 매력을 잃은 남성의 열등감을 보상받으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습니다.

권력을 이용해 남성성을 확인하려는 삐뚤어진 행동인 것입니다.

특히 권력을 가진 남성들은 성추행이 불거져도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왜곡된 생각을 갖고 있어 한 두번 성공하면 습관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추행으로 구속된 전직 서울대교수가 이랬습니다.

그럼, 권력형 성추행을 예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세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성추행 제대로 막으려면? ▼

<리포트>

전 직원이 성희롱 예방교육을 수강중입니다.

<녹취> 최행화(성희롱예방교육 전문 강사) : "술은 여자가 따라야 맛이지, 술 좀 따라봐... 다 성희롱입니다."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말과 행동은 하지 말고, 사적인 만남 등 오해받을 상황을 만들지 말라는 게 핵심입니다.

<인터뷰> 전영수(성희롱 예방교육 수강) :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있더라고요.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됐고요."

모든 기업에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한지 15년이 지났지만, 직장 내 성희롱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65%는 고용주나 상사로 조사됐습니다.

성희롱을 범죄로 보는 인식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성추행 문제가 공론화해도 가해자가 권력을 갖고 있어 피해자가 오히려 부서 이동이나 퇴사 등 불이익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녹취> 여성 직장인(음성변조) : "그걸 말한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직장생활 하면서 뭔가 불이익을 당할까봐..."

하지만 성추행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 내 불평등한 관계에서 비롯되므로 조직이 인권 침해의 시각에서 이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 : "사건이 일어나면 제대로 처리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피해자에게는 치유가 될 것이고, 가해행위자는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게 될 것이고 또 주변사람들에게도 굉장히 큰 예방이 될 것입니다."

또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조직 내 해결창구를 상시화하고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요구됩니다.

KBS 뉴스 김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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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29 21:17:35
    • 수정2014-12-29 22: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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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해동안 전직 국회의장과 서울대 교수 등 힘있는 남성이 사회적 지위가 약한 여성을 성추행하는 '권력형 성추행' 사건이 잇달았습니다.

이런 파렴치한 성추문 사건, 새해에는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아야 할텐데요, 권력형 성추행의 원인과 대책을 짚어봅니다.

먼저 올해 끊이지 않았던 지도층 인사들의 성추문 사건을 김빛이라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 성추행으로 얼룩진 2014년 ▼

<리포트>

골프장에서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

"손녀 같아서 귀엽다는 표시"였단 해명이 공분을 키웠고 결국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현직 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해 체포됐고, 국립중앙의료원장은 계약직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가 알려지자, 돌연 사직했습니다.

모두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상대적 약자를 대상으로 저지른 성범죄였습니다.

서울대에서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현직 교수가 성추행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피해를 입었다는 학생이 무려 22명에 달합니다.

<인터뷰> 피해 학생(지난달 10일) :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자기랑 만나자느니 (얘기하고), 포옹을 당한 적이 있어요. 계속 수업을 들어야 하는 입장인데 신고는 할 수 없고."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6대 전문직 종사자' 가운데 지난 5년간 성범죄로 검거된 사람은 모두 2천백여 명으로,연간 4백 명이 넘습니다.

이렇듯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군과 대학, 공공기관 등은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고도 오히려 사건 축소를 시도했다가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피해자 입장에서는 신고통로가 과거보다는 다양화됐고, 스스로의 여성정체감에 대한 신장으로 숨겨졌있던 성범죄가 계속 노출되고 있습니다."

왜곡된 인식과 사회적 분위기 탓에 우리나라의 성범죄 신고율은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 ‘두 얼굴’의 남자들?…이유는? ▼

<기자 멘트>

남부럽지 않은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거머쥔 남성들의 성추행 사건, 왜 이렇게 끊이지 않을까요?

먼저 전근대적인 특권의식을 들 수 있습니다.

윗 사람은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뿌리깊은 의식인데요, 일종의 '완장심리'라고 할 수 있겠죠. 권력만 쥐면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심리입니다.

전 국회의장의 성추행 사건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사회적 책임의식의 부재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지위가 자신이 잘 나서, 노력을 해서 얻은 것이지 사회에서 부여한 것이라는 인식이 없는 겁니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전 국립의료원장이 이런 경우입니다.

권력형 성추행은 중년 이후 성적 매력을 잃은 남성의 열등감을 보상받으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습니다.

권력을 이용해 남성성을 확인하려는 삐뚤어진 행동인 것입니다.

특히 권력을 가진 남성들은 성추행이 불거져도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왜곡된 생각을 갖고 있어 한 두번 성공하면 습관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추행으로 구속된 전직 서울대교수가 이랬습니다.

그럼, 권력형 성추행을 예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세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성추행 제대로 막으려면? ▼

<리포트>

전 직원이 성희롱 예방교육을 수강중입니다.

<녹취> 최행화(성희롱예방교육 전문 강사) : "술은 여자가 따라야 맛이지, 술 좀 따라봐... 다 성희롱입니다."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말과 행동은 하지 말고, 사적인 만남 등 오해받을 상황을 만들지 말라는 게 핵심입니다.

<인터뷰> 전영수(성희롱 예방교육 수강) :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있더라고요.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됐고요."

모든 기업에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한지 15년이 지났지만, 직장 내 성희롱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65%는 고용주나 상사로 조사됐습니다.

성희롱을 범죄로 보는 인식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성추행 문제가 공론화해도 가해자가 권력을 갖고 있어 피해자가 오히려 부서 이동이나 퇴사 등 불이익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녹취> 여성 직장인(음성변조) : "그걸 말한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직장생활 하면서 뭔가 불이익을 당할까봐..."

하지만 성추행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 내 불평등한 관계에서 비롯되므로 조직이 인권 침해의 시각에서 이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 : "사건이 일어나면 제대로 처리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피해자에게는 치유가 될 것이고, 가해행위자는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게 될 것이고 또 주변사람들에게도 굉장히 큰 예방이 될 것입니다."

또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조직 내 해결창구를 상시화하고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요구됩니다.

KBS 뉴스 김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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