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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성장 엔진…내수에 이어 수출까지 불안
입력 2015.01.05 (06:18) 수정 2015.01.05 (08:38)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수출을 통해 실제로 손에 쥔 돈이 2년 연속 줄어든 것은 원화 강세와 대(對) 중국 수출 둔화 등 때문이다.

무엇보다 원·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이 컸다. 같은 규모의 달러를 수출로 벌어도 한국 돈으로는 예전만 못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채산성은 떨어졌다.

구조적으로는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가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중국의 석유·화학·철강 기업이 단가 인하에 나서면서 한국의 경쟁 업체들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기술력을 높인 중국기업들은 가공·중계무역에서 챙겨가는 몫도 늘렸다.

올해 수출 전망도 밝은 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환율 대응에, 중장기적으로는 중국과 차별화된 수출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수출물가 떨어졌는데…중국기업 턱밑까지 추격

5일 한국은행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한국 경제가 작년 1∼9월 상품 수출(명목 기준)로 벌어들인 돈은 493조8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512조3천100억원)보다 3.8% 줄었다.

명목 기준 상품 수출은 2013년에도 전년 대비로 0.4% 감소했다. 작년 4분기에 큰 반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수출금액이 2년 연속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원화 강세를 꼽을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작년 8월 이후 상승세를 타기는 했지만 7월까지만 해도 거침없는 하락으로 '1달러=900원대, 100엔=900원대' 시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작년 1∼11월 수출물가는 계약통화 기준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4% 하락했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6.1%나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이다. 수출물가가 떨어지면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줄어든다.

기술력을 높인 중국기업들이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인 석유·화학·철강에 이어 전기전자(IT)까지 파고든 것도 수출 감소의 요인이다.

신승관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이 석유·화학·철강제품 생산을 확대하면서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며 "이에 한국 제품의 수출가격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고부가가치 생산 형태로 산업 구조를 옮겨가는 과정에서 대중 수출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공무역 수출도 둔화하고 있다.

가공무역은 국내기업이 해외 가공업체에 원재료·중간재 등을 제공하고 가공품을 국내로 반입하거나 해외에서 판매하는 거래를 뜻한다.

중국에서는 주로 디스플레이패널·반도체 등이 가공무역 형태로 생산됐는데, 중국 현지 업체가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등 가공무역에서 챙겨가는 몫이 늘어난 것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업체들의 기술력이 우리 수출 제품을 따라잡는 속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빨라졌다"며 "최근 들어서는 스마트폰 등 첨단제품에서 기술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환율 안정·경제 구조개혁으로 수출 둔화 막아야"

수출 감소는 기업들의 매출액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한은이 국내 기업 49만2천288개사를 전수조사한 '2013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2013년 한국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1%로, 사상 최저치였다.

수출 대기업 위주로 매출액 증가율이 크게 떨어졌다.

2010년까지만 해도 연간 15.3%였던 매출액 증가율은 2011년 12.2%, 2012년 5.1%로 3년 연속 떨어졌다.

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작년에도 위축됐을 가능성이 크다.

상장기업과 주요 비상장기업 위주로 조사한 한은의 '상장기업 경영분석'을 보면, 작년 3분기 국내 기업 매출액은 2개 분기 연속으로 줄었다.

원화 강세와 스마트폰 판매 부진,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화학업종 부진이 기업 매출액에 타격을 줬다.

내수가 시원찮은 가운데 경제의 버팀목이 돼온 수출이 감소하면 경제 성장, 일자리,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출 전망도 밝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만 회복세를 보일 뿐 유럽과 중국경제는 부진한데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신흥국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이후 엔화 약세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졌다.

일본 기업들이 지금까지는 수출 단가를 낮추지 않고 수익성을 제고하는 데 집중했지만, 앞으로 수출단가를 내리기 시작하면 한국 수출에 본격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된 올해 원·달러 환율이 작년보다 상승(원화 약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수출 둔화를 막으려면 단기적으로는 통화정책으로 환율 하락을 방어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을 통해 중국과 차별화된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술 혁신과 고급화로 수출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신승관 실장도 "한국의 전통 주력산업인 조선·철강·석유·화학업종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중국의 시장 잠식에 대비하려면 기술력을 높여 중국업체보다 앞서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출 증가율을 단시일 내 올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내수에서 성장 활력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근태 연구위원은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구조개혁에 좀 더 박차를 가해 내수산업 육성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흔들리는 성장 엔진…내수에 이어 수출까지 불안
    • 입력 2015-01-05 06:18:14
    • 수정2015-01-05 08:38:46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수출을 통해 실제로 손에 쥔 돈이 2년 연속 줄어든 것은 원화 강세와 대(對) 중국 수출 둔화 등 때문이다.

무엇보다 원·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이 컸다. 같은 규모의 달러를 수출로 벌어도 한국 돈으로는 예전만 못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채산성은 떨어졌다.

구조적으로는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가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중국의 석유·화학·철강 기업이 단가 인하에 나서면서 한국의 경쟁 업체들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기술력을 높인 중국기업들은 가공·중계무역에서 챙겨가는 몫도 늘렸다.

올해 수출 전망도 밝은 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환율 대응에, 중장기적으로는 중국과 차별화된 수출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수출물가 떨어졌는데…중국기업 턱밑까지 추격

5일 한국은행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한국 경제가 작년 1∼9월 상품 수출(명목 기준)로 벌어들인 돈은 493조8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512조3천100억원)보다 3.8% 줄었다.

명목 기준 상품 수출은 2013년에도 전년 대비로 0.4% 감소했다. 작년 4분기에 큰 반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수출금액이 2년 연속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원화 강세를 꼽을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작년 8월 이후 상승세를 타기는 했지만 7월까지만 해도 거침없는 하락으로 '1달러=900원대, 100엔=900원대' 시대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작년 1∼11월 수출물가는 계약통화 기준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4% 하락했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6.1%나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이다. 수출물가가 떨어지면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줄어든다.

기술력을 높인 중국기업들이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인 석유·화학·철강에 이어 전기전자(IT)까지 파고든 것도 수출 감소의 요인이다.

신승관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이 석유·화학·철강제품 생산을 확대하면서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며 "이에 한국 제품의 수출가격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고부가가치 생산 형태로 산업 구조를 옮겨가는 과정에서 대중 수출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공무역 수출도 둔화하고 있다.

가공무역은 국내기업이 해외 가공업체에 원재료·중간재 등을 제공하고 가공품을 국내로 반입하거나 해외에서 판매하는 거래를 뜻한다.

중국에서는 주로 디스플레이패널·반도체 등이 가공무역 형태로 생산됐는데, 중국 현지 업체가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등 가공무역에서 챙겨가는 몫이 늘어난 것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업체들의 기술력이 우리 수출 제품을 따라잡는 속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빨라졌다"며 "최근 들어서는 스마트폰 등 첨단제품에서 기술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환율 안정·경제 구조개혁으로 수출 둔화 막아야"

수출 감소는 기업들의 매출액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한은이 국내 기업 49만2천288개사를 전수조사한 '2013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2013년 한국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1%로, 사상 최저치였다.

수출 대기업 위주로 매출액 증가율이 크게 떨어졌다.

2010년까지만 해도 연간 15.3%였던 매출액 증가율은 2011년 12.2%, 2012년 5.1%로 3년 연속 떨어졌다.

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작년에도 위축됐을 가능성이 크다.

상장기업과 주요 비상장기업 위주로 조사한 한은의 '상장기업 경영분석'을 보면, 작년 3분기 국내 기업 매출액은 2개 분기 연속으로 줄었다.

원화 강세와 스마트폰 판매 부진,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화학업종 부진이 기업 매출액에 타격을 줬다.

내수가 시원찮은 가운데 경제의 버팀목이 돼온 수출이 감소하면 경제 성장, 일자리,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출 전망도 밝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만 회복세를 보일 뿐 유럽과 중국경제는 부진한데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신흥국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이후 엔화 약세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졌다.

일본 기업들이 지금까지는 수출 단가를 낮추지 않고 수익성을 제고하는 데 집중했지만, 앞으로 수출단가를 내리기 시작하면 한국 수출에 본격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된 올해 원·달러 환율이 작년보다 상승(원화 약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수출 둔화를 막으려면 단기적으로는 통화정책으로 환율 하락을 방어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을 통해 중국과 차별화된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술 혁신과 고급화로 수출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신승관 실장도 "한국의 전통 주력산업인 조선·철강·석유·화학업종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중국의 시장 잠식에 대비하려면 기술력을 높여 중국업체보다 앞서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출 증가율을 단시일 내 올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내수에서 성장 활력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근태 연구위원은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구조개혁에 좀 더 박차를 가해 내수산업 육성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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