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일확천금, 금괴를 쫓는 경찰들

입력 2015.01.05 (15:2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말이나 되는 이야기입니까?

수천억 비자금으로 조성된 금괴를 싸게 판답니다. 누가 봐도 ‘사기’입니다...아니 설령 ‘금괴’가 있으면 ‘종로 3가 귀금속상가’ 가서 몰래 팔면 되지, 왜 싸게 팝니까?

그런데 이 사람을 사활(?)을 걸고 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 조직에서 나왔다는데, 차량 여러 대에 경찰 첨단장비까지 동원합니다. “금괴를 갖고있는 공급책, 이른바 ‘창’(그들은 이렇게 부릅니다)이 어디 있는지 말하라”는 것입니다. 믿으시겠습니까? 이들 일당에는 알만한 단체 간부도 있고. 심지어 현직 경찰도 있습니다. 이 도무지 이해안되는 사기와 폭행, 납치 스토리...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금괴 브로커 김 모씨. 말 그대로 브로커입니다. 금괴를 갖고 있는 사람과 금괴를 살 사람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2013년 가을, 김 씨는 금괴를 사겠다는 이 모씨 일당을 만납니다. 며칠뒤 그런데 브로커 김 씨는 이 모씨 일당이 현장을 덮쳐 금괴만 가지고 튀는 이른바 “덮치기”조직이라는 것을 확인합니다. 브로커 김씨는 즉시 잠수를 시작합니다. 다급해진 이 모씨 일당은 이때부터 김씨를 추격, 납치하거나 감금하거나 폭행합니다.

2013년 10월 안산의 한 공원에서 납치해서, 충북 영동의 김씨 장인이 오래전에 살던집에 데려가 ‘창’의 소재를 캐묻습니다. 며칠뒤에는 인천의 한 독도관련 단체 사무실로 데려가 폭행합니다(그냥 폭행하는게 아니고 수갑채우고 마구 폭행합니다) 서로 거수경례를 깍듯이 하는 이들 자신들이 검찰과 국정원의 비선조직이라고 김 씨를 협박합니다. 실제 일당 중 박 모씨는 진짜 독도관련단체 인천지역 사무총장입니다 (법원 판결문에 적힌 그의 직업이 그렇습니다)

이후 도피생활 도중 또 2차례나 걸쳐 또 붙잡혀 폭행을 당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현직 경찰이 끼어듭니다. 인천 서부서 김 모 경사입니다. 그는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며 감금과 폭행과정에 적극 개입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입니다. 그의 경찰 신분증 때문에 김씨가 몇차례 112에 신고를 해도 출동한 경찰은 그의 말을 믿고 현장을 철수합니다. 이들이 쥐도새도 모르게 자신의 소재를 파악하고, 국정원을 사칭하고, 심지어 현직 경찰까지 자신의 뒤를 쫓자, 브로커 김씨는 자신이 정부 비밀 사조직에 포위됐다고 믿고 맙니다. 이제 김씨는 경찰 신고도 하지 못하는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지난해 6월 과천에서 또다시 김씨를 납치하려던 일당(당시에는 8명이 출동!)은 납치 장면을 목격한 주변 레스토랑 사장의 신고로 덜미가 잡힙니다. 브로커 김씨는 심지어 달리는 승용차 밖으로 다리를 내놓고 탈출을 시도하기 까지 합니다. 과천경찰서는 지금까지 전현직 경찰을 포함 모두 7명을 구속하고 2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격중입니다. 이제 궁금증은 하나입니다. 그들은 왜 그토록 브로커 김씨를 추적할까? 전현직 경찰들은 뭘 믿고 이 위험한 판에 끼어 들었을까? 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둘러싼 이상한 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4월 모 연맹 총재가 보냈다는 사람들이 브로커 김씨의 장인 장모 목사가 운영하는 경기도 안산의 한 교회를 찾아옵니다. 이들은 “교회 지하에 금괴가 있으니 파게 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합니다. 장목사가 어이없어 거절하자 이들은 현금 3억 원의 헌금을 약속합니다. 그리고 실제 5만원 권으로 3억 원의 헌금이 교회에 도착하고... 이들은 교회 바닥 3군데를 굴착합니다. 나온 것은? 벽돌 몇장이 나왔을 뿐입니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금괴 사기범들이 이번엔 서울 강남경찰서에 붙잡힙니다. 진짜 금괴 5개(시가 2억5천만원 상당)를 이용해 금괴 사기를 치려던 사기꾼들입니다. 이들에게 금을 사겠다는 사람들을 연결해준 전 경기도 의원 최모씨. 그런데 이 최 모씨 역시 김씨의 장인 장목사를 찾아와 “주인이 맡겨둔 금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최 씨는 계속 교회에서 “금괴를 가져가겠다” 버티다, 출동한 동네 지구대에 의해 교회에서 쫓겨납니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 걸까요?

과천경찰서는 이들이 단순 조직으로 배후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전현직 경찰들은 무엇을 믿고 수개월동안 김씨를 추격하고 폭행했을까요? 3억 원을 주고 교회바닥을 판 사람들은 누굴까요? 그리고 김씨는 진짜 수백억대 금괴를 갖고 있을까요...

보도 직후, 브로커 김씨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저를 믿고 금을 거래하겠다는 것입니다. 몇 장의 금괴 사진도 보내왔습니다. 터무니없지만... 이제 금괴를 만나러 갈 시간입니다. 비자금과 금괴, 그리고 추격전과 경찰들. 이 알리바마와 40인의 도적같은 이야기는 일단 여기까지입니다.

☞ 바로가기 [취재파일K]“금괴를 찾아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일확천금, 금괴를 쫓는 경찰들
    • 입력 2015-01-05 15:20:23
    취재후·사건후
말이나 되는 이야기입니까? 수천억 비자금으로 조성된 금괴를 싸게 판답니다. 누가 봐도 ‘사기’입니다...아니 설령 ‘금괴’가 있으면 ‘종로 3가 귀금속상가’ 가서 몰래 팔면 되지, 왜 싸게 팝니까? 그런데 이 사람을 사활(?)을 걸고 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 조직에서 나왔다는데, 차량 여러 대에 경찰 첨단장비까지 동원합니다. “금괴를 갖고있는 공급책, 이른바 ‘창’(그들은 이렇게 부릅니다)이 어디 있는지 말하라”는 것입니다. 믿으시겠습니까? 이들 일당에는 알만한 단체 간부도 있고. 심지어 현직 경찰도 있습니다. 이 도무지 이해안되는 사기와 폭행, 납치 스토리...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금괴 브로커 김 모씨. 말 그대로 브로커입니다. 금괴를 갖고 있는 사람과 금괴를 살 사람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2013년 가을, 김 씨는 금괴를 사겠다는 이 모씨 일당을 만납니다. 며칠뒤 그런데 브로커 김 씨는 이 모씨 일당이 현장을 덮쳐 금괴만 가지고 튀는 이른바 “덮치기”조직이라는 것을 확인합니다. 브로커 김씨는 즉시 잠수를 시작합니다. 다급해진 이 모씨 일당은 이때부터 김씨를 추격, 납치하거나 감금하거나 폭행합니다. 2013년 10월 안산의 한 공원에서 납치해서, 충북 영동의 김씨 장인이 오래전에 살던집에 데려가 ‘창’의 소재를 캐묻습니다. 며칠뒤에는 인천의 한 독도관련 단체 사무실로 데려가 폭행합니다(그냥 폭행하는게 아니고 수갑채우고 마구 폭행합니다) 서로 거수경례를 깍듯이 하는 이들 자신들이 검찰과 국정원의 비선조직이라고 김 씨를 협박합니다. 실제 일당 중 박 모씨는 진짜 독도관련단체 인천지역 사무총장입니다 (법원 판결문에 적힌 그의 직업이 그렇습니다) 이후 도피생활 도중 또 2차례나 걸쳐 또 붙잡혀 폭행을 당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현직 경찰이 끼어듭니다. 인천 서부서 김 모 경사입니다. 그는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며 감금과 폭행과정에 적극 개입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입니다. 그의 경찰 신분증 때문에 김씨가 몇차례 112에 신고를 해도 출동한 경찰은 그의 말을 믿고 현장을 철수합니다. 이들이 쥐도새도 모르게 자신의 소재를 파악하고, 국정원을 사칭하고, 심지어 현직 경찰까지 자신의 뒤를 쫓자, 브로커 김씨는 자신이 정부 비밀 사조직에 포위됐다고 믿고 맙니다. 이제 김씨는 경찰 신고도 하지 못하는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지난해 6월 과천에서 또다시 김씨를 납치하려던 일당(당시에는 8명이 출동!)은 납치 장면을 목격한 주변 레스토랑 사장의 신고로 덜미가 잡힙니다. 브로커 김씨는 심지어 달리는 승용차 밖으로 다리를 내놓고 탈출을 시도하기 까지 합니다. 과천경찰서는 지금까지 전현직 경찰을 포함 모두 7명을 구속하고 2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격중입니다. 이제 궁금증은 하나입니다. 그들은 왜 그토록 브로커 김씨를 추적할까? 전현직 경찰들은 뭘 믿고 이 위험한 판에 끼어 들었을까? 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둘러싼 이상한 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4월 모 연맹 총재가 보냈다는 사람들이 브로커 김씨의 장인 장모 목사가 운영하는 경기도 안산의 한 교회를 찾아옵니다. 이들은 “교회 지하에 금괴가 있으니 파게 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합니다. 장목사가 어이없어 거절하자 이들은 현금 3억 원의 헌금을 약속합니다. 그리고 실제 5만원 권으로 3억 원의 헌금이 교회에 도착하고... 이들은 교회 바닥 3군데를 굴착합니다. 나온 것은? 벽돌 몇장이 나왔을 뿐입니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금괴 사기범들이 이번엔 서울 강남경찰서에 붙잡힙니다. 진짜 금괴 5개(시가 2억5천만원 상당)를 이용해 금괴 사기를 치려던 사기꾼들입니다. 이들에게 금을 사겠다는 사람들을 연결해준 전 경기도 의원 최모씨. 그런데 이 최 모씨 역시 김씨의 장인 장목사를 찾아와 “주인이 맡겨둔 금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최 씨는 계속 교회에서 “금괴를 가져가겠다” 버티다, 출동한 동네 지구대에 의해 교회에서 쫓겨납니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 걸까요? 과천경찰서는 이들이 단순 조직으로 배후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전현직 경찰들은 무엇을 믿고 수개월동안 김씨를 추격하고 폭행했을까요? 3억 원을 주고 교회바닥을 판 사람들은 누굴까요? 그리고 김씨는 진짜 수백억대 금괴를 갖고 있을까요... 보도 직후, 브로커 김씨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저를 믿고 금을 거래하겠다는 것입니다. 몇 장의 금괴 사진도 보내왔습니다. 터무니없지만... 이제 금괴를 만나러 갈 시간입니다. 비자금과 금괴, 그리고 추격전과 경찰들. 이 알리바마와 40인의 도적같은 이야기는 일단 여기까지입니다. ☞ 바로가기 [취재파일K]“금괴를 찾아라”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