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화려하지만…‘고객 갑질’에 시달리는 유통업계

입력 2015.01.0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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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조명·인테리어, 90도로 인사하는 웃는 얼굴의 친절한 직원들.'

이것이 대표적 서비스 업종인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의 겉모습이지만, 이런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직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강도 높은 감정 노동과 고객의 이른바 '갑질'은 상상을 초월한다.

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백화점 모녀 갑질'이란 제목의 동영상과 사연에 따르면, 한 백화점 고객 모녀는 지난달 27일 부천현대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아르바이트 주차 도우미 직원의 무릎을 꿇렸다.

이들 모녀가 지하 4층으로 내려가라는 주차 도우미의 안내를 무시하고 횡포를 부렸다는 게 글쓴이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이 파악한 사실 관계는 해당 온라인 글과 많이 달라 아직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고객이 아르바이트 직원을 민 적은 있으나 뺨을 때린 것은 아니다"며 "방향 안내에도 어머니 고객이 '우리 딸이 나오면 차를 빼겠다'고 시간을 지체하자 아르바이트 직원이 차 쪽으로 주먹질하는 시늉을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정이 어떠했든, 백화점 직원의 잘못이 무릎을 꿇릴 정도로 큰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유통업체 종사자들에 대한 고객들의 도 넘은 '홀대'는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한 백화점 직원은 "최근 매장에서 젊은 여성 직원이 어떤 중년 남성 고객을 상대했는데, 이 고객이 '응대가 불친절하다, 나를 만만하게 본다'며 여직원의 얼굴을 때린 경우도 있었다"며 "이 고객은 말리러 뛰어 온 남성 직원까지 폭행하더니, 경찰 신고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싹싹 빌더라"고 전했다.

부천 백화점 사건처럼 고객이 주차 도우미 직원을 호되게 질책해 결국 직원이 스스로 직장을 떠난 사례도 있다.

모 백화점 VIP 고객 주차 담당자(파견직원)가 발렛 스티커와 실제 차량 정보가 달라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해당 고객은 "나를 의심한다"며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이 고객은 쇼핑 이후까지 계속 중간관리자에게 해당 직원의 퇴사를 요구했고, 직원은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사직했다.

또 다른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 직원은 "매장에 매일 스토킹하듯 찾아와 여성 판매사원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성 고객이 있다"며 "뚜렷한 성추행 행동이 없어 제재할 방법이 없지만, 계속 똑같은 장소로 찾아와 사람을 응시하면 정신적으로 정말 괴롭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요즈음은 고객들도 백화점 소속 직원이나 관리자들에게는 그렇게까지 막 하지는 않는데, 대신 상대적으로 약한 협력사원이나 아르바이트 직원을 막 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주차장 사건에서도 해당 직원의 신분이 아르바이트생이라 자기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세계백화점 등 일부 유통업체는 고객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욕설을 하면 경찰에 신고하도록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고객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욕설을 하면 경찰에 바로 신고한다"며 "이 지침을 시행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대부분 고객이 잘못을 시인하고 합의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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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겉은 화려하지만…‘고객 갑질’에 시달리는 유통업계
    • 입력 2015-01-05 19:44:09
    연합뉴스
'화려한 조명·인테리어, 90도로 인사하는 웃는 얼굴의 친절한 직원들.' 이것이 대표적 서비스 업종인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의 겉모습이지만, 이런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직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강도 높은 감정 노동과 고객의 이른바 '갑질'은 상상을 초월한다. 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백화점 모녀 갑질'이란 제목의 동영상과 사연에 따르면, 한 백화점 고객 모녀는 지난달 27일 부천현대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아르바이트 주차 도우미 직원의 무릎을 꿇렸다. 이들 모녀가 지하 4층으로 내려가라는 주차 도우미의 안내를 무시하고 횡포를 부렸다는 게 글쓴이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이 파악한 사실 관계는 해당 온라인 글과 많이 달라 아직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고객이 아르바이트 직원을 민 적은 있으나 뺨을 때린 것은 아니다"며 "방향 안내에도 어머니 고객이 '우리 딸이 나오면 차를 빼겠다'고 시간을 지체하자 아르바이트 직원이 차 쪽으로 주먹질하는 시늉을 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정이 어떠했든, 백화점 직원의 잘못이 무릎을 꿇릴 정도로 큰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유통업체 종사자들에 대한 고객들의 도 넘은 '홀대'는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한 백화점 직원은 "최근 매장에서 젊은 여성 직원이 어떤 중년 남성 고객을 상대했는데, 이 고객이 '응대가 불친절하다, 나를 만만하게 본다'며 여직원의 얼굴을 때린 경우도 있었다"며 "이 고객은 말리러 뛰어 온 남성 직원까지 폭행하더니, 경찰 신고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태도를 바꿔 싹싹 빌더라"고 전했다. 부천 백화점 사건처럼 고객이 주차 도우미 직원을 호되게 질책해 결국 직원이 스스로 직장을 떠난 사례도 있다. 모 백화점 VIP 고객 주차 담당자(파견직원)가 발렛 스티커와 실제 차량 정보가 달라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해당 고객은 "나를 의심한다"며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이 고객은 쇼핑 이후까지 계속 중간관리자에게 해당 직원의 퇴사를 요구했고, 직원은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사직했다. 또 다른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 직원은 "매장에 매일 스토킹하듯 찾아와 여성 판매사원들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성 고객이 있다"며 "뚜렷한 성추행 행동이 없어 제재할 방법이 없지만, 계속 똑같은 장소로 찾아와 사람을 응시하면 정신적으로 정말 괴롭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요즈음은 고객들도 백화점 소속 직원이나 관리자들에게는 그렇게까지 막 하지는 않는데, 대신 상대적으로 약한 협력사원이나 아르바이트 직원을 막 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주차장 사건에서도 해당 직원의 신분이 아르바이트생이라 자기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세계백화점 등 일부 유통업체는 고객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욕설을 하면 경찰에 신고하도록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고객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욕설을 하면 경찰에 바로 신고한다"며 "이 지침을 시행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대부분 고객이 잘못을 시인하고 합의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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