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주택가 ‘인왕산 유기견’…불안한 주민들

입력 2015.01.06 (08:13) 수정 2015.01.0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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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어제 낮, 뉴스따라잡기 취재팀이 서울 인왕산 중턱에서 촬영한 백구의 모습입니다.

주인에게 버려진 개들이 이렇게 야생에 적응해, 산속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게 확인이 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개들이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늦은 시간 무리를 지어 주택가를 활보하고, 심지어 다른 동물을 공격하는 일까지 잇따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인왕산의 유기견들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2일 새벽, 서울 인왕산 근처에 있는 한 다세대 주택입니다.

지하 주차장으로 커다란 개 4마리가 거침없이 뛰어 들어오더니, 무언가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나타난 검은색 고양이 한 마리.

개들을 보자마자 사력을 다해 도망쳐보지만, 네 마리의 개를 피하기는 역부족입니다.

결국 개들에게 둘러 싸인채 무참히 공격을 받습니다.

한참을 물어뜯던 개들은 결국 힘이 빠진 고양이를 입에 물고는 유유히 사라집니다.

<녹취> 당시 목격자 : "자고 있는데 밖에서 비명이 나오고, 소리 때문에 밖으로 뛰쳐나왔거든요. 나오는데 진돗개같이 생긴 하얀 백구가 고양이를 물고 가는 장면을 본 거예요."

간밤, 주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개들.

개들이 공격한 건 주민들이 돌보는 길고양이였습니다.

<인터뷰> 김보림(주민) : "이 동네 길고양이들을 저희가 돌보거든요. 그래서 겨울에는 항상 얘들이 여기서 자요. 여기 보면 박스가 있어요."

문제는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인터뷰> 김보림(주민) : "2014년 5월부터 출몰을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물어 죽인 장소가 공원 입구거든요. 보시면 여기 죽어서 쓰러져 있었어요."

김 씨의 눈으로 확인된 고양이 습격 사례만 십여 차례.

혹시나 개들이 사람까지 공격하지 않을까 불안감이 컸습니다.

<인터뷰> 김보림(주민) : "다 물어서 죽였는데, 제가 돌보는 길고양이들이 20여 마리 남짓 돼요. 지금은 10마리가 채 안 돼요. 다 물어 죽인 거예요."

실제 개들이 지하 주차장에서 고양이를 공격한 날.

새벽을 넘어, 아침 시간은 물론, 17시간이 지난 늦은 밤 시간까지.

주택가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게들의 모습이 CCTV에 나타납니다.

게다가 이 개들은 무리를 지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

<인터뷰> 이웅종(소장/O 애견훈련소 행동교정전문가) : "지금 이 아이들 행동 패턴을 보시게 되면 정확합니다. 자기 역할 분담이 정확하게 돼 있어요. 직접 리더가 돼서 조절을 하거든요. 지금 이 구조 자체가 사냥 한두 번, 한두 마리 잡아본 솜씨가 아니고 여러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터득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주민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커 보였습니다.

<녹취> 주민 (음성변조) : "진짜 골목에서 개 한 마리 마주치면, 더군다나 이렇게 줄이 안 묶여있는 개는 진짜 무서워요. 만약에 밤에 혼자 마주 쳐봐요."

<인터뷰> 김보림(주민) : "여기는 어린이집도 있거든요. 어린 아들한테도 위협을 가할 수 있고 문제가 좀 심각하죠."

그렇다면, 수시로 나타나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이 개들의 정체는 뭘까?

<녹취> 구청관계자 (음성변조) : "그게 인왕산에, 서울시 얘기로는 은평 뉴타운 할 때 이사 가면서 주민들이 버리고 간 애들인데 작은 애들은 거의 살아남지 못하고, 보면 덩치들이 있잖아요. 게네들이 거기 올라가서 (생활하는 거예요.)"

주인에게서 버림받은 유기견들이 산에서 집단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얘기.

취재팀은 실제 개들의 모습을 찾아 인왕산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녹취> 주민 (음성변조) : "유기견들이 항상 이 길을 통해서 내려오고 사라질 때도 항상 이 길을 통해서 사라지는 거예요."

인왕산을 찾는 등산객들 사이에서, 유기견은 이미 잘 알려진 존재.

<녹취> 등산객 (음성변조) : "겁난다고. 사람이 별로 없을 때 우리 둘이 내려오다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나 생각하면서 왔어요, 그렇지 않아도……."

산에서 개를 목격한 등산객들은 개들이 사람들이 산에 두고 간 음식 등을 먹으며,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 한 암자에서 촬영된 CCTV에는 누군가 제를 지내기 위해 놓고 간 과일과 고기를 물고 가는 장면이 촬영돼 있었습니다.

취재팀이 유기견 들의 흔적을 찾아 인왕산을 오르내린지 사흘째.

드디어 산 중턱에서, 백구의 모습이 카메라 앞에 나타납니다.

어디서 구했는지, 간식을 입에 물고 있는 백구.

배가 부른지, 낮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취재팀이 조금씩 다가가자 멈칫 경계하더니, 이내 멀리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이웅종(소장/O 애견훈련소 행동교정전문가) : "지금 이 개는 살아남는 방법을 이미 터득을 한 거 같아요. 그리고 주변에서 자기가 음식물을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낸 거거든요."

전문가 들은 이 개들이 주인의 품을 떠나 산속에서 오래 생활을 하면서, 야생의 본능이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인터뷰> 이웅종(소장/O 애견훈련소 행동교정전문가) : "지금 (고양이를) 잡아서 먹지는 않고 죽여만 놓는 것은 개들이 전형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냥 습성이거든요. 사람 손을 아무리 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들이 기본적인 게 야생 습성이 있거든요."

문제는 야생의 습성이 강해진 개들이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

<인터뷰> 이웅종(소장/O 애견훈련소 행동교정전문가) : "지금 현재 사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도망을 가는데 순간적으로, 예를 들어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개들은 행동이 또 달라질 수가 있어요. 그때는 또 반사 행동을 통해서 물려고 할 수가 있거든요."

불안한 주민들은 벌써 1년 가까이,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자리걸음입니다.

<녹취> 구청 관계자 (음성변조) : "(위탁) 업체에서도 계속 나가셔서 노력은 하시는데 워낙 애들이 날래고 죽여서 잡아야 하는 동물도 아니고 무조건 생포를 해야 하는 거라서 조금 어려움이 있죠."

취재가 시작된 지난 주말, 동물구조 협회는 유기견을 생포하기 위한 포획틀을 산 중턱에 설치했습니다.

<인터뷰> 라해용(팀장/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 "개들이 주로 중간 지점 쪽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사람 산책로를 피해서 다니거든요. 그래서 이 옆으로 해서 먹이로 유인해서 생포하려고 합니다."

사람 들로부터 차갑게 버림받은 유기견.

오갈 데 없는 유기견들이 다시 돌아와 사람 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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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주택가 ‘인왕산 유기견’…불안한 주민들
    • 입력 2015-01-06 08:14:42
    • 수정2015-01-06 09: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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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어제 낮, 뉴스따라잡기 취재팀이 서울 인왕산 중턱에서 촬영한 백구의 모습입니다.

주인에게 버려진 개들이 이렇게 야생에 적응해, 산속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게 확인이 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개들이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늦은 시간 무리를 지어 주택가를 활보하고, 심지어 다른 동물을 공격하는 일까지 잇따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인왕산의 유기견들을 따라가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2일 새벽, 서울 인왕산 근처에 있는 한 다세대 주택입니다.

지하 주차장으로 커다란 개 4마리가 거침없이 뛰어 들어오더니, 무언가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나타난 검은색 고양이 한 마리.

개들을 보자마자 사력을 다해 도망쳐보지만, 네 마리의 개를 피하기는 역부족입니다.

결국 개들에게 둘러 싸인채 무참히 공격을 받습니다.

한참을 물어뜯던 개들은 결국 힘이 빠진 고양이를 입에 물고는 유유히 사라집니다.

<녹취> 당시 목격자 : "자고 있는데 밖에서 비명이 나오고, 소리 때문에 밖으로 뛰쳐나왔거든요. 나오는데 진돗개같이 생긴 하얀 백구가 고양이를 물고 가는 장면을 본 거예요."

간밤, 주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개들.

개들이 공격한 건 주민들이 돌보는 길고양이였습니다.

<인터뷰> 김보림(주민) : "이 동네 길고양이들을 저희가 돌보거든요. 그래서 겨울에는 항상 얘들이 여기서 자요. 여기 보면 박스가 있어요."

문제는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인터뷰> 김보림(주민) : "2014년 5월부터 출몰을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물어 죽인 장소가 공원 입구거든요. 보시면 여기 죽어서 쓰러져 있었어요."

김 씨의 눈으로 확인된 고양이 습격 사례만 십여 차례.

혹시나 개들이 사람까지 공격하지 않을까 불안감이 컸습니다.

<인터뷰> 김보림(주민) : "다 물어서 죽였는데, 제가 돌보는 길고양이들이 20여 마리 남짓 돼요. 지금은 10마리가 채 안 돼요. 다 물어 죽인 거예요."

실제 개들이 지하 주차장에서 고양이를 공격한 날.

새벽을 넘어, 아침 시간은 물론, 17시간이 지난 늦은 밤 시간까지.

주택가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게들의 모습이 CCTV에 나타납니다.

게다가 이 개들은 무리를 지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

<인터뷰> 이웅종(소장/O 애견훈련소 행동교정전문가) : "지금 이 아이들 행동 패턴을 보시게 되면 정확합니다. 자기 역할 분담이 정확하게 돼 있어요. 직접 리더가 돼서 조절을 하거든요. 지금 이 구조 자체가 사냥 한두 번, 한두 마리 잡아본 솜씨가 아니고 여러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터득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주민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커 보였습니다.

<녹취> 주민 (음성변조) : "진짜 골목에서 개 한 마리 마주치면, 더군다나 이렇게 줄이 안 묶여있는 개는 진짜 무서워요. 만약에 밤에 혼자 마주 쳐봐요."

<인터뷰> 김보림(주민) : "여기는 어린이집도 있거든요. 어린 아들한테도 위협을 가할 수 있고 문제가 좀 심각하죠."

그렇다면, 수시로 나타나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이 개들의 정체는 뭘까?

<녹취> 구청관계자 (음성변조) : "그게 인왕산에, 서울시 얘기로는 은평 뉴타운 할 때 이사 가면서 주민들이 버리고 간 애들인데 작은 애들은 거의 살아남지 못하고, 보면 덩치들이 있잖아요. 게네들이 거기 올라가서 (생활하는 거예요.)"

주인에게서 버림받은 유기견들이 산에서 집단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얘기.

취재팀은 실제 개들의 모습을 찾아 인왕산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녹취> 주민 (음성변조) : "유기견들이 항상 이 길을 통해서 내려오고 사라질 때도 항상 이 길을 통해서 사라지는 거예요."

인왕산을 찾는 등산객들 사이에서, 유기견은 이미 잘 알려진 존재.

<녹취> 등산객 (음성변조) : "겁난다고. 사람이 별로 없을 때 우리 둘이 내려오다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나 생각하면서 왔어요, 그렇지 않아도……."

산에서 개를 목격한 등산객들은 개들이 사람들이 산에 두고 간 음식 등을 먹으며,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 한 암자에서 촬영된 CCTV에는 누군가 제를 지내기 위해 놓고 간 과일과 고기를 물고 가는 장면이 촬영돼 있었습니다.

취재팀이 유기견 들의 흔적을 찾아 인왕산을 오르내린지 사흘째.

드디어 산 중턱에서, 백구의 모습이 카메라 앞에 나타납니다.

어디서 구했는지, 간식을 입에 물고 있는 백구.

배가 부른지, 낮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취재팀이 조금씩 다가가자 멈칫 경계하더니, 이내 멀리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이웅종(소장/O 애견훈련소 행동교정전문가) : "지금 이 개는 살아남는 방법을 이미 터득을 한 거 같아요. 그리고 주변에서 자기가 음식물을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낸 거거든요."

전문가 들은 이 개들이 주인의 품을 떠나 산속에서 오래 생활을 하면서, 야생의 본능이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인터뷰> 이웅종(소장/O 애견훈련소 행동교정전문가) : "지금 (고양이를) 잡아서 먹지는 않고 죽여만 놓는 것은 개들이 전형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냥 습성이거든요. 사람 손을 아무리 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들이 기본적인 게 야생 습성이 있거든요."

문제는 야생의 습성이 강해진 개들이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

<인터뷰> 이웅종(소장/O 애견훈련소 행동교정전문가) : "지금 현재 사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도망을 가는데 순간적으로, 예를 들어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개들은 행동이 또 달라질 수가 있어요. 그때는 또 반사 행동을 통해서 물려고 할 수가 있거든요."

불안한 주민들은 벌써 1년 가까이,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자리걸음입니다.

<녹취> 구청 관계자 (음성변조) : "(위탁) 업체에서도 계속 나가셔서 노력은 하시는데 워낙 애들이 날래고 죽여서 잡아야 하는 동물도 아니고 무조건 생포를 해야 하는 거라서 조금 어려움이 있죠."

취재가 시작된 지난 주말, 동물구조 협회는 유기견을 생포하기 위한 포획틀을 산 중턱에 설치했습니다.

<인터뷰> 라해용(팀장/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 "개들이 주로 중간 지점 쪽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사람 산책로를 피해서 다니거든요. 그래서 이 옆으로 해서 먹이로 유인해서 생포하려고 합니다."

사람 들로부터 차갑게 버림받은 유기견.

오갈 데 없는 유기견들이 다시 돌아와 사람 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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