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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과거사’ 일본 팔 비트나?…‘아베 방미’ 지렛대
입력 2015.01.07 (05:51) 수정 2015.01.07 (19:33) 연합뉴스
과거사 문제를 놓고 일본 아베(安倍) 정권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연초부터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올해 2차대전 종전 70주년이라는 연대기적 의미를 살려 일본으로부터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죄를 끌어내고 이를 한·일 관계개선의 계기로 삼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복수의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6일(이하 현지시간) "오바마 행정부가 올해를 한·일 관계의 중요한 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동원 가능한 외교적 자산과 수단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아베 신조 총리가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에서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고노(下野) 담화를 계승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이 그 일환이라는 게 이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지난달 10일(현지시간) 한·일 관계 개선이 내년도 미국의 우선순위(high priority) 정책이라며 미국이 모종의 역할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현 시점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대일 외교의 지렛대로 삼고 있는 것은 오는 4∼5월 아베 총리의 방미 행사다.

양국 모두 "확정된 바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무선에서 비공식 협의가 상당 수준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2월 이후 2년여 만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그의 이번 방미는 미·일 관계의 중요한 이정표를 남길 외교이벤트로 평가된다.

안보 면에서는 집단자위권 행사를 키워드로 군사동맹 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반영할 미·일 상호방위지침 개정을, 경제면에서는 역내 경제통합의 중심축이 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마무리 짓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다.

지난달 총선 압승으로 국내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다진 아베 총리로서는 이번 방미에서 미·일 동맹의 격상과 경제협력의 질적 제고를 토대로 '보통국가로서의 일본'을 인정받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바로 아베 총리의 이 같은 입장을 '고리'로 활용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태도변화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특히 초점은 오는 8월로 예상되는 종전 70주년 기념담화에서 아베 총리가 과거사 반성과 관련한 내용을 담도록 하는데 맞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사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한일관계가 근원적으로 악화되면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운용에 커다란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상황인식에 터잡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아베 총리가 계속 과거사 문제를 외면하고 수정주의적 태도로 일관할 경우 한국과의 관계개선이 물 건너가고, 이는 중국을 견제하고 역내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수단인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틀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과거사 문제를 고리로 한국과 미·일 동맹의 '틈새'를 벌리면서 미국이 주도해온 역내 안보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워싱턴 조야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적 측면에서는 TPP 협상에서 일본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국가안보 전략의 측면에서는 동아시아에서 패권질서와 영향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의 태도변화를 압박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대일압박이 일정한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베 정권으로서는 한국 등 주변국과 계속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외교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데다 현실적으로 방미를 희망하는 입장에서 '호스트 국가'인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아베 총리가 5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에 전쟁에 대한 반성을 담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흐름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일본 외교 당국은 2013년 2월 아베 총리의 방미가 그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 방미를 '근사하고 화려하게' 만들어야 할 처지임은 물론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현시점에서 일본에 레버리지(지렛대)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과 관련해 다양한 국제적 이벤트가 예정된 점도 아베 총리에게 심리적 압박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아베 총리가 종전 기념담화에서 밝힐 반성에 과연 어느 정도 진정성을 담아낼 것인가이다.

만일 반성의 수위가 '사죄'에 미치지 못한 채 어정쩡한 수준이라면 한국 등 주변국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 워싱턴에서도 나오고 있다.

외교전문지인 '더 디플로매트'(The Diplomat)는 6일 '사죄 없는 회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전쟁에 대한 일본의 회한(remorse)을 포함하는 담화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회한은 단순히 국제적 분쟁이 일어난데 대한 유감을 뜻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일제의 잔학성을 구체적으로 시정하는 사죄(apology)가 한국과 중국 정부에 훨씬 더 강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어 "한국과 중국의 관찰자들은 일본 극우세력의 성명에서 나타난 문제가 일본이 전쟁범죄에 대해 솔직하게 사죄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진정성 있는 조치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의 반성이 이를 반영하는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일본을 압박하도록 대미 외교에 더 큰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외교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일본군 위안부 등 아시아 주변국을 상대로 저질러진 전쟁범죄의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아닌데다 워싱턴 내의 일본계 또는 친일 이익단체들의 영향력이 큰 탓에 '적당한 수준'의 담화내용을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외교소식통은 "전체적인 미국 국방예산 삭감 흐름 속에서 일본에 대한 역내 안보의존도가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종전 담화에 적당한 수준에서 반성하는 내용이 담기면 그것을 인정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토대로 한국이 관계 개선에 응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올 하반기로 예상해볼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와도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더욱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미국 ‘과거사’ 일본 팔 비트나?…‘아베 방미’ 지렛대
    • 입력 2015-01-07 05:51:49
    • 수정2015-01-07 19:33:04
    연합뉴스
과거사 문제를 놓고 일본 아베(安倍) 정권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연초부터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올해 2차대전 종전 70주년이라는 연대기적 의미를 살려 일본으로부터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죄를 끌어내고 이를 한·일 관계개선의 계기로 삼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복수의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6일(이하 현지시간) "오바마 행정부가 올해를 한·일 관계의 중요한 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동원 가능한 외교적 자산과 수단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아베 신조 총리가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에서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고노(下野) 담화를 계승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이 그 일환이라는 게 이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지난달 10일(현지시간) 한·일 관계 개선이 내년도 미국의 우선순위(high priority) 정책이라며 미국이 모종의 역할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현 시점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대일 외교의 지렛대로 삼고 있는 것은 오는 4∼5월 아베 총리의 방미 행사다.

양국 모두 "확정된 바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무선에서 비공식 협의가 상당 수준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2월 이후 2년여 만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그의 이번 방미는 미·일 관계의 중요한 이정표를 남길 외교이벤트로 평가된다.

안보 면에서는 집단자위권 행사를 키워드로 군사동맹 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반영할 미·일 상호방위지침 개정을, 경제면에서는 역내 경제통합의 중심축이 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마무리 짓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다.

지난달 총선 압승으로 국내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다진 아베 총리로서는 이번 방미에서 미·일 동맹의 격상과 경제협력의 질적 제고를 토대로 '보통국가로서의 일본'을 인정받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바로 아베 총리의 이 같은 입장을 '고리'로 활용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태도변화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특히 초점은 오는 8월로 예상되는 종전 70주년 기념담화에서 아베 총리가 과거사 반성과 관련한 내용을 담도록 하는데 맞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사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한일관계가 근원적으로 악화되면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운용에 커다란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상황인식에 터잡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아베 총리가 계속 과거사 문제를 외면하고 수정주의적 태도로 일관할 경우 한국과의 관계개선이 물 건너가고, 이는 중국을 견제하고 역내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수단인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틀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과거사 문제를 고리로 한국과 미·일 동맹의 '틈새'를 벌리면서 미국이 주도해온 역내 안보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워싱턴 조야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적 측면에서는 TPP 협상에서 일본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국가안보 전략의 측면에서는 동아시아에서 패권질서와 영향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의 태도변화를 압박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대일압박이 일정한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베 정권으로서는 한국 등 주변국과 계속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외교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데다 현실적으로 방미를 희망하는 입장에서 '호스트 국가'인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아베 총리가 5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에 전쟁에 대한 반성을 담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흐름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일본 외교 당국은 2013년 2월 아베 총리의 방미가 그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 방미를 '근사하고 화려하게' 만들어야 할 처지임은 물론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현시점에서 일본에 레버리지(지렛대)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과 관련해 다양한 국제적 이벤트가 예정된 점도 아베 총리에게 심리적 압박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아베 총리가 종전 기념담화에서 밝힐 반성에 과연 어느 정도 진정성을 담아낼 것인가이다.

만일 반성의 수위가 '사죄'에 미치지 못한 채 어정쩡한 수준이라면 한국 등 주변국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 워싱턴에서도 나오고 있다.

외교전문지인 '더 디플로매트'(The Diplomat)는 6일 '사죄 없는 회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베 총리가 전쟁에 대한 일본의 회한(remorse)을 포함하는 담화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회한은 단순히 국제적 분쟁이 일어난데 대한 유감을 뜻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일제의 잔학성을 구체적으로 시정하는 사죄(apology)가 한국과 중국 정부에 훨씬 더 강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어 "한국과 중국의 관찰자들은 일본 극우세력의 성명에서 나타난 문제가 일본이 전쟁범죄에 대해 솔직하게 사죄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진정성 있는 조치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의 반성이 이를 반영하는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일본을 압박하도록 대미 외교에 더 큰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외교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일본군 위안부 등 아시아 주변국을 상대로 저질러진 전쟁범죄의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아닌데다 워싱턴 내의 일본계 또는 친일 이익단체들의 영향력이 큰 탓에 '적당한 수준'의 담화내용을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외교소식통은 "전체적인 미국 국방예산 삭감 흐름 속에서 일본에 대한 역내 안보의존도가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종전 담화에 적당한 수준에서 반성하는 내용이 담기면 그것을 인정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토대로 한국이 관계 개선에 응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올 하반기로 예상해볼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와도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더욱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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