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산업계 저수익 구조 고착화 우려 확대

입력 2015.01.07 (10:38) 수정 2015.01.0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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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하락이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에 호재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정유, 석유화학, 신재생에너지 등 산업에는 치명적인 악재가 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의 정유부문 적자는 작년 3분기까지 9천711억원이었으나 4분기중 유가폭락으로 적자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SK이노베이션은 4분기에만 7천억원 이상의 재고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서도 연초부터 두바이유 가격이 40달러대로 내려앉는 등 국제유가의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이들 정유사의 1분기 적자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은 2013년 2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이번 유가하락은 저수익 구조의 고착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그간 정유업은 국가 에너지산업의 중요성,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사업안정성, 과점적 경쟁구조로 인해 산업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으나 수출비중이 늘면서 글로벌 경기변동에 민감한 사업구조로 바뀐 상태다.

특히 유가하락은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 직접적인 인하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매출액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며 정유사들의 투자여력 감소로 경쟁력 약화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정유사들은 의무적으로 원유 재고를 40일간 비축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원유가격이 10달러 하락하면 국내 정유사는 연간 1천억원 이상의 재고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로 돼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유가가 하락세면 재고손실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유가하락세만 멈춰도 재고손실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고 이후엔 정제마진만 크게 악화되지 않으면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을텐데 유가 바닥이 어딘지를 모를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나프타와 에틸렌을 기본 원료로 하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도 점차 유가하락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주요 수출 대상인 중국의 경기가 둔화한데다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고전했던 석유화학 업체들에겐 합성수지 기초원료인 프로필렌 가격이 지난달 42% 떨어지는 등 석유제품 가격도 본격 하락하기 시작했다.

석유화학업체로선 통상 유가가 떨어지면 나프타 가격도 동반 하락하기 때문에 원료가 부담이 낮아지게 되지만 석유화학 제품 판매가도 함께 하락하기 때문에 수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유가하락세가 지속되면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하락을 기대하는 수요층들이 구매를 늦추기 때문에 재고누적 부담을 안는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보면 고유가일 때 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적이 더 좋았다"며 "유가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전방산업의 경기가 좋다는 근거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저유가로 매력을 잃게 된 신재생에너지 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고유가 시대에 대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업체마다 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보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성장에 따른 전력수요 둔화로 사업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렵게 된 민간 발전사업자들도 유가하락이 반갑지 않다.

유가하락은 또 해상유전 개발을 위한 해양플랜트 발주를 위축시켜 조선업계의 실적에도 영향을 준다. 그간 지속적인 유가하락과 예상을 뛰어넘는 과도한 개발비용으로 이미 해양플랜트 부문의 발주는 주춤해 있거나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계에 대한 영향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로도 장기적인 저물가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역오일쇼크'의 부정적 여파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현재 유가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유가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정유, 석유화학, 조선업종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유가하락이 생산단가를 낮추고 실질소득을 올리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려면 올 하반기 이후 유가변동성이 잦아드는 시점이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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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 하락…산업계 저수익 구조 고착화 우려 확대
    • 입력 2015-01-07 10:38:44
    • 수정2015-01-07 19:03:04
    연합뉴스
유가하락이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에 호재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정유, 석유화학, 신재생에너지 등 산업에는 치명적인 악재가 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의 정유부문 적자는 작년 3분기까지 9천711억원이었으나 4분기중 유가폭락으로 적자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SK이노베이션은 4분기에만 7천억원 이상의 재고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서도 연초부터 두바이유 가격이 40달러대로 내려앉는 등 국제유가의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이들 정유사의 1분기 적자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은 2013년 2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이번 유가하락은 저수익 구조의 고착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그간 정유업은 국가 에너지산업의 중요성,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사업안정성, 과점적 경쟁구조로 인해 산업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으나 수출비중이 늘면서 글로벌 경기변동에 민감한 사업구조로 바뀐 상태다.

특히 유가하락은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 직접적인 인하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매출액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연결되며 정유사들의 투자여력 감소로 경쟁력 약화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정유사들은 의무적으로 원유 재고를 40일간 비축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원유가격이 10달러 하락하면 국내 정유사는 연간 1천억원 이상의 재고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로 돼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유가가 하락세면 재고손실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유가하락세만 멈춰도 재고손실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고 이후엔 정제마진만 크게 악화되지 않으면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을텐데 유가 바닥이 어딘지를 모를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나프타와 에틸렌을 기본 원료로 하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도 점차 유가하락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주요 수출 대상인 중국의 경기가 둔화한데다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고전했던 석유화학 업체들에겐 합성수지 기초원료인 프로필렌 가격이 지난달 42% 떨어지는 등 석유제품 가격도 본격 하락하기 시작했다.

석유화학업체로선 통상 유가가 떨어지면 나프타 가격도 동반 하락하기 때문에 원료가 부담이 낮아지게 되지만 석유화학 제품 판매가도 함께 하락하기 때문에 수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유가하락세가 지속되면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하락을 기대하는 수요층들이 구매를 늦추기 때문에 재고누적 부담을 안는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보면 고유가일 때 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적이 더 좋았다"며 "유가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전방산업의 경기가 좋다는 근거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저유가로 매력을 잃게 된 신재생에너지 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고유가 시대에 대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업체마다 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보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성장에 따른 전력수요 둔화로 사업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렵게 된 민간 발전사업자들도 유가하락이 반갑지 않다.

유가하락은 또 해상유전 개발을 위한 해양플랜트 발주를 위축시켜 조선업계의 실적에도 영향을 준다. 그간 지속적인 유가하락과 예상을 뛰어넘는 과도한 개발비용으로 이미 해양플랜트 부문의 발주는 주춤해 있거나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계에 대한 영향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로도 장기적인 저물가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역오일쇼크'의 부정적 여파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현재 유가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유가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정유, 석유화학, 조선업종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유가하락이 생산단가를 낮추고 실질소득을 올리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려면 올 하반기 이후 유가변동성이 잦아드는 시점이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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