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전자담배 폭발…체계적 관리 ‘시급’

입력 2015.01.0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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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진

경북 경산에 거주하는 50대 최 모 씨는 최근 자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이틀 전 구입한 전자담배를 충전하던 도중 배터리가 폭발한 것이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붙었고 배터리 파편이 방안 사방으로 튀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깬 최 씨는 불붙은 전자담배를 서둘러 껐다. 불에 탄 배터리는 새까맣게 재가 됐고 책상 주변엔 검은 그을음이 가득했다.

다행히 최 씨가 누워있던 곳과는 거리가 있어 다치진 않았지만, 당시 집안에 사람이 없었다면 큰 화재로 번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

최 씨는 “새해에 큰마음 먹고 금연 좀 해보려고 전자담배를 샀는데, 이런 일을 당해 너무 황당하다”면서 “전자담배는 겁나서 못 쓰겠고, 다른 방법으로 금연을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현장 사진

◇ 안전 보증 안 된 불량제품, 인터넷서 활개 

최 씨는 문제의 전자담배를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전자담배 입문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 브랜드 ‘J’사의 제품이다.

그렇다보니 공식 쇼핑몰 외에도 오픈 마켓이나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 광범위하게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중에는 해당 제품을 본 따 만든 중국산 저가 모조품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비자들이 육안으로 모조품과 정품을 구별하기 힘들다보니 판매된 제품에 대한 불만은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한 제조사가 김포세관, 인천세관과 협력해 일제 단속을 벌이고 특허청 산하 특별사법경찰대도 모조품 유통업체 적발에 나섰지만 단속에는 한계가 있는 분위기다.

제조사 관계자는 “판매점 중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저가형 배터리를 몰래 조립해 판매하거나 아예 모조품을 만들어 파는 경우도 있다”면서 “사내 법무팀에서 모조품 판매업체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모두 적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불량 전자담배는 비단 한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모조품이나 불량제품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판매·유통 창구가 워낙 많다보니 속속들이 단속할 수 없어 오프라인 매장이나 공인된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불법 유통되는 제품을 구입한 경우 제품 불량이나 배터리 폭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사후 서비스(AS)도 받을 수 없다.

정부가 허위·과장 광고 제품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불법유통이나 모조품에 대한 단속까지는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마나 최 씨가 이용한 쇼핑몰은 제조사와 정식 계약을 맺은 업체여서 새 제품 교환과 함께 소정의 피해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배터리 폭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전자담배 배터리 폭발사고 매년 발생 

전자담배가 폭발한 피해사례는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용자의 팔이나 얼굴이 다치는 경우도 뒤따랐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전자담배 관련 피해구제 사례는 2010년을 기점으로 매년 10여 건이 접수되고 있다.

충전 중 배터리가 폭발했다는 사례가 구토·두통 등의 부작용을 호소한 경우와 함께 가장 많았다. 제품불량이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한 피해 사례도 꾸준히 접수됐다.

소비자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자담배의 폭발 사고는 대부분 배터리 충전 과정에서 발생했는데, 배터리·충전기가 불량하거나 과전압이 흘러 폭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담배 배터리를 포함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휴대용 충전지는 대부분 리튬이온 전지다.

작은 크기에 많은 전기를 담을 수 있어 효율이 좋지만 드물게 폭발의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트북과 휴대전화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국가기술표준원의 김종오 연구관은 “전용 충전기를 사용하지 않거나 불량 배터리인 경우, 외부 충격에 의해 배터리가 손상됐을 경우에도 과전압이 흘러 폭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배터리나 충전기 내부에는 과전압이 흐르면 이를 차단하는 보호회로가 내장돼 있어 실제로 폭발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출처를 알 수 없는 저가제품에는 보호회로가 없는 경우가 많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이명훈 선임연구원은 “불량제품이나 저가제품에는 보호회로가 없는 경우가 많아 너무 저가인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충전기와 배터리는 정품을 쓰되 반드시 전압·전류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가 완충되면 충전기를 분리해 과충전을 방지하고 인화물질이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충전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한 안전관리를 통과한 제품에는 KC마크와 인증번호가 표기돼있기 때문에 구매 시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자담배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는 해외에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영국의 한 선술집에서 충전 중이던 전자담배가 폭발해 여종업원 옷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세계 각지에서 폭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 ‘사각지대’에 놓인 전자담배 유통관리 시스템 

금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자담배를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유통 관리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12월) 1일~22일 전자담배 판매량은 2013년 같은 기간의 17배에 달했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방침이 발표된 지난해 9월 이후 증가세가 가속화한 것이다.

하지만 전자담배 기기에 대한 관리 규정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현재 액상에 니코틴이 함유된 전자담배는 ‘담배사업법’에 의해 기획재정부가 관리한다.
니코틴이 포함되지 않은 전자담배는 ‘약사법’에 의해 ‘전자식흡연욕구저하제’로 분류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외품으로 관리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 휴대용 배터리와 직류전원장치(충전기)를 안전관리대상 전기용품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전자담배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대상이 아니다.

최 씨의 경우처럼 배터리 폭발 같은 전기적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은 물론 관할기관도 없는 셈이다.

때문에 전자담배를 안전관리 대상 전기용품으로 분류해 별도의 안전기준을 제정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전자담배를 수입·판매할 수 있는 현행 규정도 손 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담배 제조와 판매, 유통이 기획재정부 소관이지만 전자담배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고 제품 부위에 따라 여러 유관부처가 나눠 관리하는 만큼 종합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어느 때보다 전자담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진 만큼 이 참에 강력한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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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다가 전자담배 폭발…체계적 관리 ‘시급’
    • 입력 2015-01-07 11:46:17
    사회
▲현장 사진 경북 경산에 거주하는 50대 최 모 씨는 최근 자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이틀 전 구입한 전자담배를 충전하던 도중 배터리가 폭발한 것이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붙었고 배터리 파편이 방안 사방으로 튀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깬 최 씨는 불붙은 전자담배를 서둘러 껐다. 불에 탄 배터리는 새까맣게 재가 됐고 책상 주변엔 검은 그을음이 가득했다. 다행히 최 씨가 누워있던 곳과는 거리가 있어 다치진 않았지만, 당시 집안에 사람이 없었다면 큰 화재로 번질 수 있었던 상황이다. 최 씨는 “새해에 큰마음 먹고 금연 좀 해보려고 전자담배를 샀는데, 이런 일을 당해 너무 황당하다”면서 “전자담배는 겁나서 못 쓰겠고, 다른 방법으로 금연을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현장 사진 ◇ 안전 보증 안 된 불량제품, 인터넷서 활개  최 씨는 문제의 전자담배를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전자담배 입문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 브랜드 ‘J’사의 제품이다. 그렇다보니 공식 쇼핑몰 외에도 오픈 마켓이나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 광범위하게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중에는 해당 제품을 본 따 만든 중국산 저가 모조품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비자들이 육안으로 모조품과 정품을 구별하기 힘들다보니 판매된 제품에 대한 불만은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한 제조사가 김포세관, 인천세관과 협력해 일제 단속을 벌이고 특허청 산하 특별사법경찰대도 모조품 유통업체 적발에 나섰지만 단속에는 한계가 있는 분위기다. 제조사 관계자는 “판매점 중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저가형 배터리를 몰래 조립해 판매하거나 아예 모조품을 만들어 파는 경우도 있다”면서 “사내 법무팀에서 모조품 판매업체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모두 적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불량 전자담배는 비단 한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모조품이나 불량제품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판매·유통 창구가 워낙 많다보니 속속들이 단속할 수 없어 오프라인 매장이나 공인된 사이트에서 구매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불법 유통되는 제품을 구입한 경우 제품 불량이나 배터리 폭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사후 서비스(AS)도 받을 수 없다. 정부가 허위·과장 광고 제품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불법유통이나 모조품에 대한 단속까지는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마나 최 씨가 이용한 쇼핑몰은 제조사와 정식 계약을 맺은 업체여서 새 제품 교환과 함께 소정의 피해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배터리 폭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전자담배 배터리 폭발사고 매년 발생  전자담배가 폭발한 피해사례는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용자의 팔이나 얼굴이 다치는 경우도 뒤따랐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전자담배 관련 피해구제 사례는 2010년을 기점으로 매년 10여 건이 접수되고 있다. 충전 중 배터리가 폭발했다는 사례가 구토·두통 등의 부작용을 호소한 경우와 함께 가장 많았다. 제품불량이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한 피해 사례도 꾸준히 접수됐다. 소비자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자담배의 폭발 사고는 대부분 배터리 충전 과정에서 발생했는데, 배터리·충전기가 불량하거나 과전압이 흘러 폭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담배 배터리를 포함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휴대용 충전지는 대부분 리튬이온 전지다. 작은 크기에 많은 전기를 담을 수 있어 효율이 좋지만 드물게 폭발의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트북과 휴대전화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국가기술표준원의 김종오 연구관은 “전용 충전기를 사용하지 않거나 불량 배터리인 경우, 외부 충격에 의해 배터리가 손상됐을 경우에도 과전압이 흘러 폭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배터리나 충전기 내부에는 과전압이 흐르면 이를 차단하는 보호회로가 내장돼 있어 실제로 폭발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출처를 알 수 없는 저가제품에는 보호회로가 없는 경우가 많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이명훈 선임연구원은 “불량제품이나 저가제품에는 보호회로가 없는 경우가 많아 너무 저가인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충전기와 배터리는 정품을 쓰되 반드시 전압·전류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가 완충되면 충전기를 분리해 과충전을 방지하고 인화물질이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충전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한 안전관리를 통과한 제품에는 KC마크와 인증번호가 표기돼있기 때문에 구매 시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자담배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는 해외에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영국의 한 선술집에서 충전 중이던 전자담배가 폭발해 여종업원 옷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세계 각지에서 폭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 ‘사각지대’에 놓인 전자담배 유통관리 시스템  금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자담배를 찾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유통 관리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12월) 1일~22일 전자담배 판매량은 2013년 같은 기간의 17배에 달했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방침이 발표된 지난해 9월 이후 증가세가 가속화한 것이다. 하지만 전자담배 기기에 대한 관리 규정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현재 액상에 니코틴이 함유된 전자담배는 ‘담배사업법’에 의해 기획재정부가 관리한다. 니코틴이 포함되지 않은 전자담배는 ‘약사법’에 의해 ‘전자식흡연욕구저하제’로 분류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외품으로 관리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 휴대용 배터리와 직류전원장치(충전기)를 안전관리대상 전기용품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전자담배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대상이 아니다. 최 씨의 경우처럼 배터리 폭발 같은 전기적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은 물론 관할기관도 없는 셈이다. 때문에 전자담배를 안전관리 대상 전기용품으로 분류해 별도의 안전기준을 제정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전자담배를 수입·판매할 수 있는 현행 규정도 손 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담배 제조와 판매, 유통이 기획재정부 소관이지만 전자담배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고 제품 부위에 따라 여러 유관부처가 나눠 관리하는 만큼 종합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어느 때보다 전자담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진 만큼 이 참에 강력한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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