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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보관함에 넣어라”…5,770만 원 빼간 보이스피싱
입력 2015.01.07 (13:20)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오전 10시께 전직 교사 A(72)씨는 한 통의 낯선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경찰청 소속'이라고 소개한 수화기 너머의 남성은 "당신의 개인정보가 도용돼 수사 중에 있는데,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이 모두 인출될 수 있다"며 "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해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넣어두면 금융감독원 직원이 직접 돈을 꺼내 안전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잠시 후 실제로 금융감독원 소속이라는 사람이 다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와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돈을 넣으라고 친절히 안내했다.

A씨는 불안한 마음에 은행으로 가 적금을 깨 마련한 현금 3천만원을 오전 10시 40분께 서울 중랑구 지하철 7호선 중화역 물품보관함에 넣었다. 그리고 약 30분 뒤 마이너스 통장으로 인출한 2천770만원을 다시 물품보관함에 넣었다.

처음 전화를 받은 지 불과 1시간여 만에 마이너스 통장으로 빚까지 내 가며 5천770만원이라는 거액을 물품보관함에 맡긴 것이다.

그러나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이라는 이들은 중국에서 콜센터를 운영하는 보이스피싱 일당이었다.

A씨는 이들과 계속 전화 통화를 하며 돈을 넣은 물품보관함 번호와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 일당은 오전 11시 40분께 이 돈을 꺼내 서울 관악구에서 기다리던 송금책에게 전달했다.

뒤늦게 사기임을 깨닫고 112에 신고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찰을 사칭하며 내 개인정보가 도용돼 수사 중이라고 하고, 잠시 후 금감원이라며 확인 전화까지 하는 바람에 깜빡 속았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로 하여금 지정된 대포 통장에 돈을 입금시키는 수법은 종종 있었지만, 피해자의 손으로 직접 현금을 지하철 보관함에 넣게 만들어 이를 빼 가는 '신종 수법'은 드문 경우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 같은 수법으로 5천77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 총책 조모(46)씨와 지하철 보관함에서 현금을 꺼낸 인출책 윤모(48)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조선족인 조씨와 윤씨는 취업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뒤 범행 건당 각각 100만원과 2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중국 현지 총책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송금책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물품보관함에서 돈을 찾을 때 모자 달린 점퍼, 모자, 마스크까지 준비해 눈만 내놓은 채 얼굴을 가리는 한편,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면서 이동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경찰을 전했다.

경찰은 "대포 통장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계좌 하나를 구하는 데 70여만원이 들기 때문에 발각될 우려도 적고 비용도 들지 않는 지하철 물품보관함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송금책 등 공범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전했다.
  • “물품 보관함에 넣어라”…5,770만 원 빼간 보이스피싱
    • 입력 2015-01-07 13:20:28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오전 10시께 전직 교사 A(72)씨는 한 통의 낯선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경찰청 소속'이라고 소개한 수화기 너머의 남성은 "당신의 개인정보가 도용돼 수사 중에 있는데,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이 모두 인출될 수 있다"며 "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해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넣어두면 금융감독원 직원이 직접 돈을 꺼내 안전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잠시 후 실제로 금융감독원 소속이라는 사람이 다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와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돈을 넣으라고 친절히 안내했다.

A씨는 불안한 마음에 은행으로 가 적금을 깨 마련한 현금 3천만원을 오전 10시 40분께 서울 중랑구 지하철 7호선 중화역 물품보관함에 넣었다. 그리고 약 30분 뒤 마이너스 통장으로 인출한 2천770만원을 다시 물품보관함에 넣었다.

처음 전화를 받은 지 불과 1시간여 만에 마이너스 통장으로 빚까지 내 가며 5천770만원이라는 거액을 물품보관함에 맡긴 것이다.

그러나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이라는 이들은 중국에서 콜센터를 운영하는 보이스피싱 일당이었다.

A씨는 이들과 계속 전화 통화를 하며 돈을 넣은 물품보관함 번호와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 일당은 오전 11시 40분께 이 돈을 꺼내 서울 관악구에서 기다리던 송금책에게 전달했다.

뒤늦게 사기임을 깨닫고 112에 신고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찰을 사칭하며 내 개인정보가 도용돼 수사 중이라고 하고, 잠시 후 금감원이라며 확인 전화까지 하는 바람에 깜빡 속았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로 하여금 지정된 대포 통장에 돈을 입금시키는 수법은 종종 있었지만, 피해자의 손으로 직접 현금을 지하철 보관함에 넣게 만들어 이를 빼 가는 '신종 수법'은 드문 경우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 같은 수법으로 5천77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국내 총책 조모(46)씨와 지하철 보관함에서 현금을 꺼낸 인출책 윤모(48)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조선족인 조씨와 윤씨는 취업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뒤 범행 건당 각각 100만원과 2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중국 현지 총책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송금책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물품보관함에서 돈을 찾을 때 모자 달린 점퍼, 모자, 마스크까지 준비해 눈만 내놓은 채 얼굴을 가리는 한편,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면서 이동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경찰을 전했다.

경찰은 "대포 통장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계좌 하나를 구하는 데 70여만원이 들기 때문에 발각될 우려도 적고 비용도 들지 않는 지하철 물품보관함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송금책 등 공범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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