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미라클 여행기’, 소통 걱정하는 마음 모인 영화”
입력 2015.01.07 (15:53) 수정 2015.01.07 (15:58) 연합뉴스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 사회의 소통을 걱정하는데 그런 마음이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마음을 모은 선장 역할을 한 거고요."

다큐멘터리 영화 '미라클 여행기'의 허철 감독은 최근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영화 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라클 여행기'는 '강정 책마을 10만대권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 백수의 시선을 통해 해군 기지 건설 문제로 수년째 갈등을 빚는 제주 강정 마을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대학 졸업한 지 4년 된 백수 '최미라'는 답답해하던 차에 바람을 쐴 겸 우연히 알게 된 프로젝트에 참여해 제주로 향한다.

태어나서 처음 제주를 방문한 그는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과 함께 강정마을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현장을 목도하게 된다.

허 감독은 지금 한국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답답함에서 이 영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대화하면 될 것 같은데 왜 대화를 안 할까 하는 데서 시작했죠. 서로 반목하고 벽에 갇혀 싸우는데만 연연할까 하는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영화의 출발점이기도 한 '강정 책마을 10만대권 프로젝트'는 지난 2013년 3월 작가 260명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해군기지 문제로 갈등과 상처가 깊어진 강정마을에 책 10만권을 보내 동네를 '평화 책마을'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자발적인 시민운동으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책 3만5천권을 싣고 2013년 10월 시민 400여명이 강정마을을 찾았고, 미라도 이중 하나다.

허 감독은 주최 측으로부터 배에서 스마트폰으로 다큐 영상이나 사진을 찍는 강의를 해달라는 재능 기부 제안을 받고 이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고 한다.

"해군 기지를 만드는 곳에 책을 가져간다는데 호기심이 생겼죠. 책으로 뭘 할 수 있을지, 어떤 마음으로 책을 가져갈지, 책을 받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지 궁금했어요. 저도 주인공 미라처럼 강정마을에 처음 가본 거였거든요.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해 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죠."

영화와 직접적으로 상관은 없지만 미라와 일행은 청해진 운수의 배를 타고 제주로 간다.

작년 4월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바로 그 '세월호'다.

"편집을 마무리할 때쯤 세월호 사고가 터졌어요. 누가 '우리 배가 침몰했대요'라고 문자를 보내서 처음에는 장난 문자인 줄 알았죠."

허 감독은 "이 영화를 찍으러 갈 때는 세월호가 평화를 이뤘으면 하는 5천명의 마음을 모은 '희망의 배'였는데 그런 배가 '불행의 배'가 됐구나 하는 생각에 섬뜩할 정도였다"고 했다.

영화에는 "최고의 마을이라고 일강정이라고 불렸던"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건설 때문에 부모·형제, 이웃사촌 간에 서로 등을 돌리고 살 정도로 상처투성이가 된 아픈 현실이 담겼다.

극중 "내 앞길 챙기기도 벅찬" 미라는 3박4일간 강정마을에 머물며 주민을 만나 얘기를 듣고, 같이 간 시민과 함께 '도서관'을 만들며 조금씩 마음의 변화를 겪는다.

영화 제목인 '미라클 여행기'는 강정마을에 평화라는 기적(미라클)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여행이자 미라가 성장하는(클) 여행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영화 끝 자락에 미라는 "관상학과 인문학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한 할아버지에게 소라껍데기에 심어진 선인장을 선물로 받는다.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할아버지다.

바다에서 온 소라껍데기와 사막에서 온 선인장.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존재의 공존은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소통의 중요성을 함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날 간담회에 선인장을 가져 온 허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관객 스스로 '우리 왜 이럴까' 질문을 던지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다름을 인정하고 (남의 얘기를) 들으려고 하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투자사나 기업의 지원 없이 감독과 배우, 스태프의 재능 기부로 이뤄졌으며, 영화 배급과 마케팅도 대중의 도움을 십시일반 모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완성됐다.

주연을 맡은 배우 최미라는 연출부 스태프 출신이다.

"영화 시작점부터 끝점까지 많은 분의 소박하고 진실한 마음이 들어간 영화입니다. 그 마음이 통했으면 좋겠습니다."

1월 15일 개봉. 전체 관람가. 84분.
  • “‘미라클 여행기’, 소통 걱정하는 마음 모인 영화”
    • 입력 2015-01-07 15:53:15
    • 수정2015-01-07 15:58:15
    연합뉴스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 사회의 소통을 걱정하는데 그런 마음이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마음을 모은 선장 역할을 한 거고요."

다큐멘터리 영화 '미라클 여행기'의 허철 감독은 최근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영화 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라클 여행기'는 '강정 책마을 10만대권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 백수의 시선을 통해 해군 기지 건설 문제로 수년째 갈등을 빚는 제주 강정 마을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대학 졸업한 지 4년 된 백수 '최미라'는 답답해하던 차에 바람을 쐴 겸 우연히 알게 된 프로젝트에 참여해 제주로 향한다.

태어나서 처음 제주를 방문한 그는 아름다운 제주의 풍광과 함께 강정마을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현장을 목도하게 된다.

허 감독은 지금 한국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답답함에서 이 영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대화하면 될 것 같은데 왜 대화를 안 할까 하는 데서 시작했죠. 서로 반목하고 벽에 갇혀 싸우는데만 연연할까 하는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영화의 출발점이기도 한 '강정 책마을 10만대권 프로젝트'는 지난 2013년 3월 작가 260명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해군기지 문제로 갈등과 상처가 깊어진 강정마을에 책 10만권을 보내 동네를 '평화 책마을'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자발적인 시민운동으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책 3만5천권을 싣고 2013년 10월 시민 400여명이 강정마을을 찾았고, 미라도 이중 하나다.

허 감독은 주최 측으로부터 배에서 스마트폰으로 다큐 영상이나 사진을 찍는 강의를 해달라는 재능 기부 제안을 받고 이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고 한다.

"해군 기지를 만드는 곳에 책을 가져간다는데 호기심이 생겼죠. 책으로 뭘 할 수 있을지, 어떤 마음으로 책을 가져갈지, 책을 받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지 궁금했어요. 저도 주인공 미라처럼 강정마을에 처음 가본 거였거든요.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해 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죠."

영화와 직접적으로 상관은 없지만 미라와 일행은 청해진 운수의 배를 타고 제주로 간다.

작년 4월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바로 그 '세월호'다.

"편집을 마무리할 때쯤 세월호 사고가 터졌어요. 누가 '우리 배가 침몰했대요'라고 문자를 보내서 처음에는 장난 문자인 줄 알았죠."

허 감독은 "이 영화를 찍으러 갈 때는 세월호가 평화를 이뤘으면 하는 5천명의 마음을 모은 '희망의 배'였는데 그런 배가 '불행의 배'가 됐구나 하는 생각에 섬뜩할 정도였다"고 했다.

영화에는 "최고의 마을이라고 일강정이라고 불렸던"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건설 때문에 부모·형제, 이웃사촌 간에 서로 등을 돌리고 살 정도로 상처투성이가 된 아픈 현실이 담겼다.

극중 "내 앞길 챙기기도 벅찬" 미라는 3박4일간 강정마을에 머물며 주민을 만나 얘기를 듣고, 같이 간 시민과 함께 '도서관'을 만들며 조금씩 마음의 변화를 겪는다.

영화 제목인 '미라클 여행기'는 강정마을에 평화라는 기적(미라클)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여행이자 미라가 성장하는(클) 여행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영화 끝 자락에 미라는 "관상학과 인문학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한 할아버지에게 소라껍데기에 심어진 선인장을 선물로 받는다.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할아버지다.

바다에서 온 소라껍데기와 사막에서 온 선인장.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존재의 공존은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소통의 중요성을 함축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날 간담회에 선인장을 가져 온 허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관객 스스로 '우리 왜 이럴까' 질문을 던지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다름을 인정하고 (남의 얘기를) 들으려고 하는 사회가 빨리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투자사나 기업의 지원 없이 감독과 배우, 스태프의 재능 기부로 이뤄졌으며, 영화 배급과 마케팅도 대중의 도움을 십시일반 모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완성됐다.

주연을 맡은 배우 최미라는 연출부 스태프 출신이다.

"영화 시작점부터 끝점까지 많은 분의 소박하고 진실한 마음이 들어간 영화입니다. 그 마음이 통했으면 좋겠습니다."

1월 15일 개봉. 전체 관람가. 84분.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