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피겨 여왕의 유산…‘김연아 키즈’의 도전

입력 2015.01.10 (15:31) 수정 2015.01.10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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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의 유산…평창 향한 새출발

벌써 1년…한국 피겨의 현실은?

1년전 고양어울림누리에서 열린 종합선수권. 노란색 옷을 입은 김연아의 연기에 기립박수가 쏟아졌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소치 올림픽 출정식을 겸한 김연아의 마지막 국내무대,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연아, 그 빈자리는 아직도 커보입니다. 박소연과 김진서, 이준형이 국제무대를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지만, 세계최정상급 선수들과는 아직도 거리가 있어보였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더 많았지만, 이번 종합선수권을 계기로 그래도 한국 피겨는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습니다.

#1. 두터운 선수층.. 상향평준화된 기량

종합선수권에 참가한 선수들의 대부분은 김연아가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알리는 모습을 보고 피겨를 시작한 김연아 키즈가 대부분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중학교 1학년생 안소현을 비롯해 어린 선수들의 급성장이 두드러졌습니다. 큰 대회에서도 떨지 않는 강심장, 한층 안정적인 점프 등 과거 국내대회에 참가했던 선배들보다 훨씬 앞선 기량을 보여줬습니다. 두터운 선수층이 형성되면서, 경쟁관계가 생기고, 이런 경쟁 관계속에서 더 열심히 훈련한 선수들이 꽃을 피우는 거겠죠.

경기를 지켜보던 기자들 사이에서 끊임없는 감탄이 터져나왔습니다. “요즘 애들 왜이렇게 잘해?” 물론 여자 선수들의 경우 어렸을 때는 몸이 가볍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체형이 변하면 부상이 찾아오기 때문에 지금 기량으로 쉽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도전을 이어가는 선수가 많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에 더 기대를 거는 거죠.

시상식에 참가한 김연아도(이제 더 이상 선수가 아닌데 기자인 저도 10여년 동안 김연아 선수로 불러서 김연아씨라는 호칭이 아직은 어색합니다만) 장내 인터뷰에서 어린 선수들이 잘 자라줘서 너무너무 고맙고, 국제대회 나가도 다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피겨 관계자 한분은 지금 우리 선수들이 이 기량 그대로 성장한다면 러시아의 어린 선수들과 경쟁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2. 높아진 인기…즐거운 시상식

종합선수권은 평일에 열렸음에도 꽤 많은 팬들이 경기를 보기위해 목동 아이스링크를 찾았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시상소식이 알려진 마지막날을 빼더라도, 제 예상보다 많은 팬들이 링크에서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김연아 선수 때문에 피겨를 좋아하게 된 후, 어린 선수들에 대한 애착이 생긴 거겠죠.

시상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상대에 올라서기 전 각기 기술들을 하나씩 보여주는데, 2위를 한 선수도.. 3위를 한 선수도.. 자신의 성적에 실망하기보다는 팬들과 호흡하는 것을 즐기며 그 순간을 즐겼습니다.



종합선수권에 ‘국내 최고 권위의’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팬들은 물론 기자들도 국내 대회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연아가 출전하지 않았던 피겨 랭킹대회, 종합선수권을 많이 찾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이후 피겨에 대한 지식이 쌓이고 관심이 늘면서 국내대회도 세분화해서 생각하기 시작한 거죠.

#3. 평창 전종목 프로젝트의 시작

이번 대회는 지난 2003년 동계체전이후 처음으로 남녀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스팀이 한자리에 모이는 의미있는 대회로 기록됐습니다. 11년만에 부활한 페어팀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길러낸 스토이어 코치의 지도아래 빠르게 기술을 습득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국내선수들로만 구성된 아이스댄스팀이 탄생해, 레베카 김-키릴 미노프조와 경쟁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ISU에서 동계올림픽 개최국에 피겨 자동출전을 허용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꾸면서 오는 4월 IOC의 승인만을 남겨주고 있는 상태인만큼, 우리 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 기술 기본점만 충족하면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페어 2팀 가운데 한팀인 최휘-루이스 마넬라조가 마넬라의 부상으로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전진을 이룬 건 분명합니다. 남녀 싱글 말고도 페어나 아이스댄스,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니까요.

김연아 은퇴 이후 처음 열린 피겨 종합선수권은 그대로 한국 피겨에 희망을 남기고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평창 올림픽까지 단 3년. 김연아의 응원속에 김연아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한국 피겨의 도전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바로가기 [뉴스9] ‘김연아 유산’ 놀라운 성장…평창 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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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피겨 여왕의 유산…‘김연아 키즈’의 도전
    • 입력 2015-01-10 15:31:30
    • 수정2015-01-10 22:34:24
    취재후·사건후
피겨 여왕의 유산…평창 향한 새출발

벌써 1년…한국 피겨의 현실은?

1년전 고양어울림누리에서 열린 종합선수권. 노란색 옷을 입은 김연아의 연기에 기립박수가 쏟아졌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소치 올림픽 출정식을 겸한 김연아의 마지막 국내무대,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연아, 그 빈자리는 아직도 커보입니다. 박소연과 김진서, 이준형이 국제무대를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지만, 세계최정상급 선수들과는 아직도 거리가 있어보였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더 많았지만, 이번 종합선수권을 계기로 그래도 한국 피겨는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습니다.

#1. 두터운 선수층.. 상향평준화된 기량

종합선수권에 참가한 선수들의 대부분은 김연아가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알리는 모습을 보고 피겨를 시작한 김연아 키즈가 대부분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중학교 1학년생 안소현을 비롯해 어린 선수들의 급성장이 두드러졌습니다. 큰 대회에서도 떨지 않는 강심장, 한층 안정적인 점프 등 과거 국내대회에 참가했던 선배들보다 훨씬 앞선 기량을 보여줬습니다. 두터운 선수층이 형성되면서, 경쟁관계가 생기고, 이런 경쟁 관계속에서 더 열심히 훈련한 선수들이 꽃을 피우는 거겠죠.

경기를 지켜보던 기자들 사이에서 끊임없는 감탄이 터져나왔습니다. “요즘 애들 왜이렇게 잘해?” 물론 여자 선수들의 경우 어렸을 때는 몸이 가볍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체형이 변하면 부상이 찾아오기 때문에 지금 기량으로 쉽게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도전을 이어가는 선수가 많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에 더 기대를 거는 거죠.

시상식에 참가한 김연아도(이제 더 이상 선수가 아닌데 기자인 저도 10여년 동안 김연아 선수로 불러서 김연아씨라는 호칭이 아직은 어색합니다만) 장내 인터뷰에서 어린 선수들이 잘 자라줘서 너무너무 고맙고, 국제대회 나가도 다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피겨 관계자 한분은 지금 우리 선수들이 이 기량 그대로 성장한다면 러시아의 어린 선수들과 경쟁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2. 높아진 인기…즐거운 시상식

종합선수권은 평일에 열렸음에도 꽤 많은 팬들이 경기를 보기위해 목동 아이스링크를 찾았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시상소식이 알려진 마지막날을 빼더라도, 제 예상보다 많은 팬들이 링크에서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김연아 선수 때문에 피겨를 좋아하게 된 후, 어린 선수들에 대한 애착이 생긴 거겠죠.

시상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상대에 올라서기 전 각기 기술들을 하나씩 보여주는데, 2위를 한 선수도.. 3위를 한 선수도.. 자신의 성적에 실망하기보다는 팬들과 호흡하는 것을 즐기며 그 순간을 즐겼습니다.



종합선수권에 ‘국내 최고 권위의’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팬들은 물론 기자들도 국내 대회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연아가 출전하지 않았던 피겨 랭킹대회, 종합선수권을 많이 찾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이후 피겨에 대한 지식이 쌓이고 관심이 늘면서 국내대회도 세분화해서 생각하기 시작한 거죠.

#3. 평창 전종목 프로젝트의 시작

이번 대회는 지난 2003년 동계체전이후 처음으로 남녀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스팀이 한자리에 모이는 의미있는 대회로 기록됐습니다. 11년만에 부활한 페어팀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길러낸 스토이어 코치의 지도아래 빠르게 기술을 습득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국내선수들로만 구성된 아이스댄스팀이 탄생해, 레베카 김-키릴 미노프조와 경쟁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ISU에서 동계올림픽 개최국에 피겨 자동출전을 허용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꾸면서 오는 4월 IOC의 승인만을 남겨주고 있는 상태인만큼, 우리 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 기술 기본점만 충족하면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페어 2팀 가운데 한팀인 최휘-루이스 마넬라조가 마넬라의 부상으로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전진을 이룬 건 분명합니다. 남녀 싱글 말고도 페어나 아이스댄스,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니까요.

김연아 은퇴 이후 처음 열린 피겨 종합선수권은 그대로 한국 피겨에 희망을 남기고 막을 내렸습니다. 이제 평창 올림픽까지 단 3년. 김연아의 응원속에 김연아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한국 피겨의 도전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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