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사선 넘나든 잠수사들, 해 바뀌니 자비 치료하라구요?

입력 2015.01.11 (07:01) 수정 2015.01.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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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광주광역시의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잠수사 김모 씨를 만났습니다. 김 씨는 20년 넘게 산업 잠수를 해 온 '베테랑'입니다. 체격도 건장했습니다. 그런 그가 병원을 찾게 된 것은 '세월호 참사'의 후유증 때문입니다.

김 씨는 지난해 5월부터 2달 동안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바다에 뛰어들었고, 때때로 시신을 직접 수습하기도 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온지 반 년. 김 씨는 매달 한 두 차례씩 병원을 찾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물 치료도 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불면증과 우울증 때문입니다. 오른쪽 어깨는 잠수병의 일종인 '골괴사' 판정을 받아 수술이 필요합니다. 치료 기간이 얼마나 걸릴 지는 모릅니다.


대학병원 정신의학과에서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고 있는 한 잠수사.

김 씨 뿐 아니라 당시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잠수사 상당수가 비슷한 상황입니다. 이들을 위해 정부는 사고 직후 '세월호 피해자 의료 지원 지침'을 만들어 치료비를 지원해왔습니다. 문제는 치료 기한을 지난해 말까지로 규정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해가 바뀌자마자 잠수사들은 치료비 부담을 떠안게 됐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김 씨도 당일 병원 진료비로 3만 천 원을 내야했습니다. 김 씨는 "치료 기간을 정해놓고 그때까지 완치하라는 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전문의에게 확인해봤습니다. 치료 기간을 정해놓고 치료를 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 였습니다. 특히 외상후스트레스는 수 십년에 걸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골괴사나 폐기능 저하 등 잠수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증상이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치료 기한을 정한 이유가 다소 황당합니다. 보건복지부는 피해자 지원 등을 다룬 세월호 특별법이 12월까지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시행이 늦어지면서 공백기가 생겼다는 겁니다. 뒤늦게 잠수사들의 치료비 지원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심의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참사 이후 210일 동안 295명의 희생자를 수습한 잠수사들.

세월호 수중 수색은 295번째 희생자를 수습한 것을 마지막으로 지난해 11월 11일 종료됐습니다. 210일동안 잠수사들은 수심 37m 아래로 가라앉은 세월호 선체에 들어가 손으로 더듬어가며 시신을 발견해 수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 잠수사 2명이 숨지고, 93명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사선을 넘나들며 일했던 잠수사들은 이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수색 작업이 끝나고 나니 (정부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는 잠수사들의 목소리에서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짐작하게 합니다.

☞바로가기 [뉴스9] “후유증 남았는데…” 세월호 잠수사 치료 지원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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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사선 넘나든 잠수사들, 해 바뀌니 자비 치료하라구요?
    • 입력 2015-01-11 07:01:37
    • 수정2015-01-11 11:10:54
    취재후·사건후

지난 6일, 광주광역시의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잠수사 김모 씨를 만났습니다. 김 씨는 20년 넘게 산업 잠수를 해 온 '베테랑'입니다. 체격도 건장했습니다. 그런 그가 병원을 찾게 된 것은 '세월호 참사'의 후유증 때문입니다.

김 씨는 지난해 5월부터 2달 동안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바다에 뛰어들었고, 때때로 시신을 직접 수습하기도 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온지 반 년. 김 씨는 매달 한 두 차례씩 병원을 찾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물 치료도 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불면증과 우울증 때문입니다. 오른쪽 어깨는 잠수병의 일종인 '골괴사' 판정을 받아 수술이 필요합니다. 치료 기간이 얼마나 걸릴 지는 모릅니다.


대학병원 정신의학과에서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고 있는 한 잠수사.

김 씨 뿐 아니라 당시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잠수사 상당수가 비슷한 상황입니다. 이들을 위해 정부는 사고 직후 '세월호 피해자 의료 지원 지침'을 만들어 치료비를 지원해왔습니다. 문제는 치료 기한을 지난해 말까지로 규정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해가 바뀌자마자 잠수사들은 치료비 부담을 떠안게 됐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김 씨도 당일 병원 진료비로 3만 천 원을 내야했습니다. 김 씨는 "치료 기간을 정해놓고 그때까지 완치하라는 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전문의에게 확인해봤습니다. 치료 기간을 정해놓고 치료를 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 였습니다. 특히 외상후스트레스는 수 십년에 걸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골괴사나 폐기능 저하 등 잠수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증상이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치료 기한을 정한 이유가 다소 황당합니다. 보건복지부는 피해자 지원 등을 다룬 세월호 특별법이 12월까지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시행이 늦어지면서 공백기가 생겼다는 겁니다. 뒤늦게 잠수사들의 치료비 지원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심의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참사 이후 210일 동안 295명의 희생자를 수습한 잠수사들.

세월호 수중 수색은 295번째 희생자를 수습한 것을 마지막으로 지난해 11월 11일 종료됐습니다. 210일동안 잠수사들은 수심 37m 아래로 가라앉은 세월호 선체에 들어가 손으로 더듬어가며 시신을 발견해 수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간 잠수사 2명이 숨지고, 93명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사선을 넘나들며 일했던 잠수사들은 이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수색 작업이 끝나고 나니 (정부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는 잠수사들의 목소리에서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짐작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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