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잿더미 된 보금자리’…막막한 의정부 화재 아파트 주민들

입력 2015.01.13 (08:13) 수정 2015.01.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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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여유롭던 주말.

경기도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불로 4명이 숨지고, 12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건물에서, 이렇게 쉽게 불이 확산될 줄은 몰랐다는 주민들.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은 지금 차가운 대피소에서 막막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실의에 빠져 있는 의정부 아파트 화재 현장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시커먼 연기에 휩싸여 버린 10층짜리 아파트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옆 건물과 주택으로까지 옮겨붙었습니다.

현장은 참혹했습니다.

<인터뷰> 유인치 (목격자) : "별안간 '탕탕탕' 소리가 나고 너무 연기가 많으니까 사람들이 3, 4, 5층에서 막 뛰어내리더라고..."

두 시간 만에 진화된 불.

피해는 상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인터뷰> 송원찬(국장/의정부시 주민생활지원) : "인명 피해는 128명이 되었고요. 그중에서 사망이 4명, 입원 환자가 78명, 이재민 접수 인원이 226명 접수가 되었고요."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게 된 주민들.

아파트 인근 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는 현재 40여 명의 주민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녹취> 이재민 (음성변조) : "자는 거, 먹는 거 이게 제일 불편하죠. 옷이 없어요, 옷이."

<녹취> 이재민 (음성변조) : "잠자리가 너무 불편하죠. 추워요, 누워 있으면..."

사라져버린 가재도구며 옷가지.

직장 출근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녹취> 이재민 (음성변조) : "내일은 휴가 냈는데, 언제까지 휴가 낼 수도 없고 얼른 해결이 되어야(죠.)"

차가운 체육관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주민들.

절망스러운 심정으로 화재가 난 집으로 향합니다.

한 피해 주민과 함께, 불에 탄 집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온통 새카맣게 변해버린 보금자리.

참혹한 광경에 집 주인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녹취> 피해 주민 : "다 탔어. 아이 참……."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린 가구며 가전제품.

<인터뷰> 전경렬(피해 주민) : "이게 자개농이고, 여기 농이 있었고 다 없어졌어. 하나도 건진 것도 없어. 나, 운동 다니느라고 자전거 하나 있던 거 그것도 타 버렸어."

중요한 서류와 애지중지 아끼던 수집품까지.

건질 수 있는 게 도무지 보이지를 않습니다.

이 주택은 처음 화재가 난 아파트 바로 옆에 위치한 건물.

처음 집주인은 자신의 집까지 불이 옮겨붙을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전경렬(피해 주민) : "9시 30분에 TV 끄고 밥 먹으려고 보니까 시뻘건 게 보여서 여기를 간 거지. 내가 우리 집에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저 집에 불이 붙은 줄 알고 요기서 호스를 끌고 나간 거예요. 저기서, 저기서 불 끄겠다고..."

한순간에 들이닥친 불로 재산을 몽땅 잃게 된 집주인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뿐입니다.

<인터뷰> 전경렬(피해 주민) : "전 재산, 숟가락 하나 못 건졌어. 이젠 살 길이 참 막막하네. 내가 나이가 젊었어야 일을 하지, 나이 먹어서 이제 받아주지도 않는걸."

사망자들의 사연은 주변을 더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두 달 뒤로 예정됐던 결혼식을 앞두고,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29살 예비 신부.

<녹취> 유가족 (음성변조) : "예단, 이불하고 보낼 것들, 시댁에. 가전제품까지 다 (준비했죠.) 예식장도 다 됐고..."

출퇴근 때문에 얼마 전 이곳으로 이사왔다 변을 당한 26살의 젊은 직장인 여성까지.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유가족은 억장이 무너져 내립니다.

<녹취> 고 한OO씨 친구 (음성변조) : "착하고 뚝심 있고 자기 부모한테 잘 맞춰주고 잘 챙겨주고 그런 여자 친구였죠."

취재팀이 현장을 방문한 어제.

건물 내부에서는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히기 위한, 합동 정밀 감식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이연재(팀장/의정부소방서 광역조사팀) : "(최초 발화지점에서 어떤 식으로 불이 번졌는지?) 지금 계단, 승강기, 통신선이나 전력선 지나가는 방향으로 연소가 확대된 것 같고요. 드라이 피트 타고 번진 것 같아요. 여기까지만 했고요. 내일 또 할 겁니다."

발화 원인과 피해 확산 이유에 대한 정밀 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또 하나의 논란도 일고 있었습니다.

바로 현장에 출동한 소방 헬기가 불을 키웠다는 논란.

<녹취> 이재민 (음성변조) : "헬기가 멀리 떠 있었어요. 헬기가 내려서 사람 구조하려고 내려오니까, 엄청 셌거든요. 검은 연기가 확 나면서 불이 옮겨붙은 거죠. 불이 커진 거죠."

<녹취> 이재민 (음성변조) : "헬기가 빠지지 않고 그 상공 위에서 10여 분 이상 프로펠러를 번갈아 와서 돌린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취재팀은 주민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한 전문가 들의 견해를 들어봤는데요.

<인터뷰> 이용재(교수/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 "그런 부분이 100% 없다고 단정은 못 하겠지만, 헬기가 상당한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혹시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아주 미미할 거라고 판단이 되고요. 옥상에서 인명 구조를 요구하는 다수의 사람이 있었는데 헬기가 만약에 출동을 안 했더라면 그건 더 처참한 인명 피해를 가져왔을 거라는 이야기죠."

화재가 이렇게 급격하게 확산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가깝게 붙어 있는 건물 구조.

그리고 불에 타기 쉬운 외벽 자재 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인터뷰> 이용재(교수/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 "외피 마감 재질이 드라이 피트라는 재질을 썼는데 속에 50m 정도의 스티로폼이 들어가 있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불이 붙으니까 순식간에 상층으로 타고 올라간 것이고 옆 건물로 화재가 전이 된 그런 결과를 가져온 거죠."

피해 주민과 유가족들은 여전히 부실한 안전관리 체계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유가족 : "화재의 원인이 결코 오토바이에 의해서만 일어난 게 아니고 건축법에 실수도 있었다는, 광범위한 사회적 책임 문제도 분명히 있다는 겁니다."

현재 의정부시는 화재 현장을 특별 재난 지구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입니다.

사태 수습과 함께, 이런 끔찍한 화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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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잿더미 된 보금자리’…막막한 의정부 화재 아파트 주민들
    • 입력 2015-01-13 08:14:38
    • 수정2015-01-13 17: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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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여유롭던 주말.

경기도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불로 4명이 숨지고, 12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건물에서, 이렇게 쉽게 불이 확산될 줄은 몰랐다는 주민들.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은 지금 차가운 대피소에서 막막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실의에 빠져 있는 의정부 아파트 화재 현장을 뉴스 따라잡기에서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시커먼 연기에 휩싸여 버린 10층짜리 아파트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옆 건물과 주택으로까지 옮겨붙었습니다.

현장은 참혹했습니다.

<인터뷰> 유인치 (목격자) : "별안간 '탕탕탕' 소리가 나고 너무 연기가 많으니까 사람들이 3, 4, 5층에서 막 뛰어내리더라고..."

두 시간 만에 진화된 불.

피해는 상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인터뷰> 송원찬(국장/의정부시 주민생활지원) : "인명 피해는 128명이 되었고요. 그중에서 사망이 4명, 입원 환자가 78명, 이재민 접수 인원이 226명 접수가 되었고요."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게 된 주민들.

아파트 인근 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는 현재 40여 명의 주민들이 머물고 있습니다.

<녹취> 이재민 (음성변조) : "자는 거, 먹는 거 이게 제일 불편하죠. 옷이 없어요, 옷이."

<녹취> 이재민 (음성변조) : "잠자리가 너무 불편하죠. 추워요, 누워 있으면..."

사라져버린 가재도구며 옷가지.

직장 출근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녹취> 이재민 (음성변조) : "내일은 휴가 냈는데, 언제까지 휴가 낼 수도 없고 얼른 해결이 되어야(죠.)"

차가운 체육관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주민들.

절망스러운 심정으로 화재가 난 집으로 향합니다.

한 피해 주민과 함께, 불에 탄 집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온통 새카맣게 변해버린 보금자리.

참혹한 광경에 집 주인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녹취> 피해 주민 : "다 탔어. 아이 참……."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린 가구며 가전제품.

<인터뷰> 전경렬(피해 주민) : "이게 자개농이고, 여기 농이 있었고 다 없어졌어. 하나도 건진 것도 없어. 나, 운동 다니느라고 자전거 하나 있던 거 그것도 타 버렸어."

중요한 서류와 애지중지 아끼던 수집품까지.

건질 수 있는 게 도무지 보이지를 않습니다.

이 주택은 처음 화재가 난 아파트 바로 옆에 위치한 건물.

처음 집주인은 자신의 집까지 불이 옮겨붙을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전경렬(피해 주민) : "9시 30분에 TV 끄고 밥 먹으려고 보니까 시뻘건 게 보여서 여기를 간 거지. 내가 우리 집에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저 집에 불이 붙은 줄 알고 요기서 호스를 끌고 나간 거예요. 저기서, 저기서 불 끄겠다고..."

한순간에 들이닥친 불로 재산을 몽땅 잃게 된 집주인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뿐입니다.

<인터뷰> 전경렬(피해 주민) : "전 재산, 숟가락 하나 못 건졌어. 이젠 살 길이 참 막막하네. 내가 나이가 젊었어야 일을 하지, 나이 먹어서 이제 받아주지도 않는걸."

사망자들의 사연은 주변을 더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두 달 뒤로 예정됐던 결혼식을 앞두고,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29살 예비 신부.

<녹취> 유가족 (음성변조) : "예단, 이불하고 보낼 것들, 시댁에. 가전제품까지 다 (준비했죠.) 예식장도 다 됐고..."

출퇴근 때문에 얼마 전 이곳으로 이사왔다 변을 당한 26살의 젊은 직장인 여성까지.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유가족은 억장이 무너져 내립니다.

<녹취> 고 한OO씨 친구 (음성변조) : "착하고 뚝심 있고 자기 부모한테 잘 맞춰주고 잘 챙겨주고 그런 여자 친구였죠."

취재팀이 현장을 방문한 어제.

건물 내부에서는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히기 위한, 합동 정밀 감식이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이연재(팀장/의정부소방서 광역조사팀) : "(최초 발화지점에서 어떤 식으로 불이 번졌는지?) 지금 계단, 승강기, 통신선이나 전력선 지나가는 방향으로 연소가 확대된 것 같고요. 드라이 피트 타고 번진 것 같아요. 여기까지만 했고요. 내일 또 할 겁니다."

발화 원인과 피해 확산 이유에 대한 정밀 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또 하나의 논란도 일고 있었습니다.

바로 현장에 출동한 소방 헬기가 불을 키웠다는 논란.

<녹취> 이재민 (음성변조) : "헬기가 멀리 떠 있었어요. 헬기가 내려서 사람 구조하려고 내려오니까, 엄청 셌거든요. 검은 연기가 확 나면서 불이 옮겨붙은 거죠. 불이 커진 거죠."

<녹취> 이재민 (음성변조) : "헬기가 빠지지 않고 그 상공 위에서 10여 분 이상 프로펠러를 번갈아 와서 돌린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취재팀은 주민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한 전문가 들의 견해를 들어봤는데요.

<인터뷰> 이용재(교수/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 "그런 부분이 100% 없다고 단정은 못 하겠지만, 헬기가 상당한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혹시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아주 미미할 거라고 판단이 되고요. 옥상에서 인명 구조를 요구하는 다수의 사람이 있었는데 헬기가 만약에 출동을 안 했더라면 그건 더 처참한 인명 피해를 가져왔을 거라는 이야기죠."

화재가 이렇게 급격하게 확산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가깝게 붙어 있는 건물 구조.

그리고 불에 타기 쉬운 외벽 자재 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인터뷰> 이용재(교수/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 "외피 마감 재질이 드라이 피트라는 재질을 썼는데 속에 50m 정도의 스티로폼이 들어가 있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불이 붙으니까 순식간에 상층으로 타고 올라간 것이고 옆 건물로 화재가 전이 된 그런 결과를 가져온 거죠."

피해 주민과 유가족들은 여전히 부실한 안전관리 체계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유가족 : "화재의 원인이 결코 오토바이에 의해서만 일어난 게 아니고 건축법에 실수도 있었다는, 광범위한 사회적 책임 문제도 분명히 있다는 겁니다."

현재 의정부시는 화재 현장을 특별 재난 지구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입니다.

사태 수습과 함께, 이런 끔찍한 화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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