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조민호 일본 열성팬 “국적 상관없죠”

입력 2015.01.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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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할 때까지 응원할 거예요."

한국의 대명 상무와 일본의 오지 이글스의 2014-2015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정규시즌 경기가 열린 지난 12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츠키사무 아레나.

상무 벤치 쪽 관중석의 벽면에는 상무의 주장 조민호(28)를 응원하는 작은 걸개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걸려 있었다. 걸개에는 조민호의 사진과 그의 영문 이름, 그가 속한 상무 불사조의 마크가 담겼다.

이 걸개를 만든 주인공은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 오오테 메구미(43·회사원) 씨. 2011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아시아리그 경기를 우연히 보러 간 그는 몸을 사리지 않고 빙판을 누비는 한라의 에이스 공격수 조민호의 플레이에 매료됐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날카로운 패스, 슈팅 결정력에다 힘도 넘쳤어요. 한국 아이스하키 선수 중에 저런 선수가 있구나 싶어 놀랐죠."

그때부터 팬이 된 그는 조민호가 2013년 입대한 이후에도 상무가 경기하는 곳이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갔다.

남편도 그의 열성에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직장 여성이지만, 상무의 경기가 겹치면 휴가를 내서라도 찾아갔다. 한국 원정 응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제작한 걸개만 봐도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 걸개 가운데에 박힌 상무 불사조 마크는 그가 사진을 확대한 뒤 가위로 정성스럽게 오려내 만든 것이다.

상무 경기에 동행한 친구도 어느새 한국 선수들의 팬이 됐다. 조민호 걸개 옆에 나란히 걸린 신형윤을 응원하는 걸개는 그의 친구가 만들었다.

그는 "매력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라면 국적은 상관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12년 1월 8일 안양 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오지 이글스와의 아시아리그 경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조민호는 퍽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 스케이트날에 손목을 긁혔다. 조민호가 쓰러진 주변이 온통 붉게 물들 정도로 많은 피가 쏟아져 나온 큰 부상이었다.

메구미 씨는 당시 일본 선수가 웃고 있었다며 그 선수를 아직도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상무의 주장 조민호는 평창 동계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따낸 한국 아이스하키의 대들보다. 한·일·중·러 9개 팀이 참가하는 올 시즌 아시아리그에서 현재 도움 부문 2위(33개)이고 한국 선수 중 1위다.

메구미 씨는 "한국 아이스하키는 조민호처럼 일본 선수보다 뛰어난 선수가 많아서 디펜스와 골리만 강화하면 일본보다 강한 팀이 될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조민호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뛰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는 그는 다음 달 11일 한국의 목동링크에서 열리는 상무와 닛코 아이스벅스의 경기도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조민호 선수의 에너지 넘치고 파워 있는 플레이를 하는 보면 나쁜 생각이나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날 조민호가 경기를 끝내고 링크에서 빠져나오자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이스하키가 비인기 종목인 한국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따뜻하고 한결같은 응원에 조민호도 웃으며 스틱을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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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무 조민호 일본 열성팬 “국적 상관없죠”
    • 입력 2015-01-13 08:50:41
    연합뉴스
"은퇴할 때까지 응원할 거예요." 한국의 대명 상무와 일본의 오지 이글스의 2014-2015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정규시즌 경기가 열린 지난 12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츠키사무 아레나. 상무 벤치 쪽 관중석의 벽면에는 상무의 주장 조민호(28)를 응원하는 작은 걸개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걸려 있었다. 걸개에는 조민호의 사진과 그의 영문 이름, 그가 속한 상무 불사조의 마크가 담겼다. 이 걸개를 만든 주인공은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 오오테 메구미(43·회사원) 씨. 2011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아시아리그 경기를 우연히 보러 간 그는 몸을 사리지 않고 빙판을 누비는 한라의 에이스 공격수 조민호의 플레이에 매료됐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날카로운 패스, 슈팅 결정력에다 힘도 넘쳤어요. 한국 아이스하키 선수 중에 저런 선수가 있구나 싶어 놀랐죠." 그때부터 팬이 된 그는 조민호가 2013년 입대한 이후에도 상무가 경기하는 곳이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갔다. 남편도 그의 열성에는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직장 여성이지만, 상무의 경기가 겹치면 휴가를 내서라도 찾아갔다. 한국 원정 응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제작한 걸개만 봐도 열정을 짐작할 수 있다. 걸개 가운데에 박힌 상무 불사조 마크는 그가 사진을 확대한 뒤 가위로 정성스럽게 오려내 만든 것이다. 상무 경기에 동행한 친구도 어느새 한국 선수들의 팬이 됐다. 조민호 걸개 옆에 나란히 걸린 신형윤을 응원하는 걸개는 그의 친구가 만들었다. 그는 "매력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라면 국적은 상관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12년 1월 8일 안양 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오지 이글스와의 아시아리그 경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조민호는 퍽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 스케이트날에 손목을 긁혔다. 조민호가 쓰러진 주변이 온통 붉게 물들 정도로 많은 피가 쏟아져 나온 큰 부상이었다. 메구미 씨는 당시 일본 선수가 웃고 있었다며 그 선수를 아직도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상무의 주장 조민호는 평창 동계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따낸 한국 아이스하키의 대들보다. 한·일·중·러 9개 팀이 참가하는 올 시즌 아시아리그에서 현재 도움 부문 2위(33개)이고 한국 선수 중 1위다. 메구미 씨는 "한국 아이스하키는 조민호처럼 일본 선수보다 뛰어난 선수가 많아서 디펜스와 골리만 강화하면 일본보다 강한 팀이 될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조민호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뛰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는 그는 다음 달 11일 한국의 목동링크에서 열리는 상무와 닛코 아이스벅스의 경기도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조민호 선수의 에너지 넘치고 파워 있는 플레이를 하는 보면 나쁜 생각이나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날 조민호가 경기를 끝내고 링크에서 빠져나오자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이스하키가 비인기 종목인 한국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따뜻하고 한결같은 응원에 조민호도 웃으며 스틱을 들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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