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기업형 임대, 임차인 주거 안정성 높일 것”

입력 2015.01.13 (10:13) 수정 2015.01.1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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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업형 주택임대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내 임대산업을 한 차원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임차인(세입자) 입장에선 임차료 급등이나 잦은 이사에 대한 걱정 없이 좀 더 안정적으로 오래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따라 '뉴 스테이' 임대주택이 공급되려면 3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당장 발등의 불인 전세난 완화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이번 조치가 전세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데에도 의견이 일치했다.

세제 감면에서부터 택지 제공, 건축 규제 완화, 자금 지원에 이르기까지 각종 혜택이 기업형 임대사업자에 집중돼 대기업에 대한 특혜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 방향성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선 "국내 주택임대차 시장의 주요 문제점 중 하나가 임대인(집 주인)이 개인이다 보니 개인 사정에 따라 계약이 좌우되면서 주거 안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임대차 시장이 기업 중심이 되면 임차인은 주거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 문제는 임대료 상승과 잦은 이주인데 정부가 건설업자를 지원하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게 돼 임대료나 주거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그동안 저소득층 위주에서 중산층으로 정부 주거대책의 수혜 대상이 확대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주현 단국대 교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중산층에게 새로운 형태의 월세 주택이 정착돼 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의 양적 확대에 도움이 될 테고 기존의 원룸형 외에도, 2∼3인용, 4인용의 중형 임대주택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당장의 현안인 전셋값 급등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봄철 전세 시장이 발등의 불인데 그 파고를 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허윤경 연구위원도 "이번 대책에 따라 임대사업을 육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으로 전세 가격의 상승이나 전세의 월세 전환 등 현안에 대한 대응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치가 전세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란 데에도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문제는 월세의 경우 지금도 물건이 넘쳐나는 상황이란 점이다.

함영진 센터장은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가면 전세가 아닌 월세 시장으로 가게 되고 월세로의 전환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기업형 임대사업이라면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형태로 가야 하고 그러면 배당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안정적 현금 흐름이 발생해야 한다"며 "보증금 규모가 작고 월세 비중이 큰 형태의 임대사업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시장에서 이를 자연스러운 변화로 수용할지 여부다.

함영진 센터장은 "중산층을 겨냥한다고 하는데 중산층이 원하는 것은 전세"라며 "처음엔 보증금 비율을 높이고 월세는 줄여서 시장의 수용성을 높이는, 즉 거부감을 줄이는 방안을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전문위원도 "중산층은 어느 정도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에게 월세를 살라고 하면 싫어할 테고 보증금을 늘려서 반전세 형태로 해야 초창기에 정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세제·금융·택지 공급상 혜택을 주면서도 공공성을 담보할 장치는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센터장은 "초기 임대료 규제도 없어 임차료 인상률과 임대 기간을 제외하곤 규제를 다 풀어준 거나 다름없다"며 "그렇다면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등 특정 계층에게 일정 부분을 할당해 공공성도 확보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매매 시장을 활성화시켜 전세난을 해결한다며 '빚을 내 집을 사라'고 권하던 정부가 이번에는 '집 사지 말고 월세로 옮겨라'라고 하는 셈이란 지적도 있다. 갈팡질팡한다는 것이다.

넘쳐나는 월세 공급이 더 늘어 과잉공급이 발생하면서 적체 현상이 생길 소지도 있다.

세제 감면, 택지 제공, 자금 지원 등 각종 지원의 타깃이 건설사에 집중돼 있다 보니 대기업 특혜성 정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건설사에 임대주택용 부지로 공급하는 것이나 취득세·재산세·소득세·법인세 등의 감면 폭을 확대하는 조치 등이 이에 해당된다.

중산층을 위한 월세 100만원짜리 집을 짓는 데 주택기금을 지원해주는 게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조주현 교수는 "비제도권 개인 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 사업을 기업형으로 조직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비즈니스가 되면 많은 돈이 몰려서 임대주택 재고를 확보할 수 있다"며 "그러나 영세한 수많은 매입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은 많이 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인 단위에서 이뤄지던 계약과 임대주택 관리·보수 등의 업무가 기업화되면 임대료 징수나 유지보수 등에서 표준적인 관행이 정착되고 임대산업이 선진화·사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윤경 연구위원도 "현재 임대시장은 개인에 의한 임대사업이 주를 이루는 형태인 만큼 추가적인 대책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는 또 공급자 지원책은 많이 담겼지만 수요자인 세입자 지원책은 담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형태의 임대주택일 뿐 "8년 동안 장기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 외엔 (수요자 입장에서) 특별한 점이 없다"(박원갑 전문위원)는 지적도 나온다.

빚더미에 올라 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LH가 지금도 부채에 시달리는데 택지를 할인해서 팔면 그 부담을 또 LH가 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이 지은 임대주택이 의무임대기간 뒤 팔리지 않을 때 이를 LH가 사준다는 '매입 확약' 조치도 LH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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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13 10:13:03
    • 수정2015-01-13 16:49:55
    연합뉴스
정부의 '기업형 주택임대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내 임대산업을 한 차원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임차인(세입자) 입장에선 임차료 급등이나 잦은 이사에 대한 걱정 없이 좀 더 안정적으로 오래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따라 '뉴 스테이' 임대주택이 공급되려면 3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당장 발등의 불인 전세난 완화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이번 조치가 전세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데에도 의견이 일치했다.

세제 감면에서부터 택지 제공, 건축 규제 완화, 자금 지원에 이르기까지 각종 혜택이 기업형 임대사업자에 집중돼 대기업에 대한 특혜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 방향성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선 "국내 주택임대차 시장의 주요 문제점 중 하나가 임대인(집 주인)이 개인이다 보니 개인 사정에 따라 계약이 좌우되면서 주거 안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임대차 시장이 기업 중심이 되면 임차인은 주거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 문제는 임대료 상승과 잦은 이주인데 정부가 건설업자를 지원하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게 돼 임대료나 주거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그동안 저소득층 위주에서 중산층으로 정부 주거대책의 수혜 대상이 확대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주현 단국대 교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중산층에게 새로운 형태의 월세 주택이 정착돼 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적으로 임대주택의 양적 확대에 도움이 될 테고 기존의 원룸형 외에도, 2∼3인용, 4인용의 중형 임대주택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당장의 현안인 전셋값 급등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봄철 전세 시장이 발등의 불인데 그 파고를 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허윤경 연구위원도 "이번 대책에 따라 임대사업을 육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으로 전세 가격의 상승이나 전세의 월세 전환 등 현안에 대한 대응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치가 전세의 월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란 데에도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문제는 월세의 경우 지금도 물건이 넘쳐나는 상황이란 점이다.

함영진 센터장은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가면 전세가 아닌 월세 시장으로 가게 되고 월세로의 전환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기업형 임대사업이라면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형태로 가야 하고 그러면 배당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안정적 현금 흐름이 발생해야 한다"며 "보증금 규모가 작고 월세 비중이 큰 형태의 임대사업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시장에서 이를 자연스러운 변화로 수용할지 여부다.

함영진 센터장은 "중산층을 겨냥한다고 하는데 중산층이 원하는 것은 전세"라며 "처음엔 보증금 비율을 높이고 월세는 줄여서 시장의 수용성을 높이는, 즉 거부감을 줄이는 방안을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전문위원도 "중산층은 어느 정도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에게 월세를 살라고 하면 싫어할 테고 보증금을 늘려서 반전세 형태로 해야 초창기에 정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세제·금융·택지 공급상 혜택을 주면서도 공공성을 담보할 장치는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센터장은 "초기 임대료 규제도 없어 임차료 인상률과 임대 기간을 제외하곤 규제를 다 풀어준 거나 다름없다"며 "그렇다면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등 특정 계층에게 일정 부분을 할당해 공공성도 확보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매매 시장을 활성화시켜 전세난을 해결한다며 '빚을 내 집을 사라'고 권하던 정부가 이번에는 '집 사지 말고 월세로 옮겨라'라고 하는 셈이란 지적도 있다. 갈팡질팡한다는 것이다.

넘쳐나는 월세 공급이 더 늘어 과잉공급이 발생하면서 적체 현상이 생길 소지도 있다.

세제 감면, 택지 제공, 자금 지원 등 각종 지원의 타깃이 건설사에 집중돼 있다 보니 대기업 특혜성 정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건설사에 임대주택용 부지로 공급하는 것이나 취득세·재산세·소득세·법인세 등의 감면 폭을 확대하는 조치 등이 이에 해당된다.

중산층을 위한 월세 100만원짜리 집을 짓는 데 주택기금을 지원해주는 게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냐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조주현 교수는 "비제도권 개인 임대사업자의 임대주택 사업을 기업형으로 조직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비즈니스가 되면 많은 돈이 몰려서 임대주택 재고를 확보할 수 있다"며 "그러나 영세한 수많은 매입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은 많이 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인 단위에서 이뤄지던 계약과 임대주택 관리·보수 등의 업무가 기업화되면 임대료 징수나 유지보수 등에서 표준적인 관행이 정착되고 임대산업이 선진화·사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윤경 연구위원도 "현재 임대시장은 개인에 의한 임대사업이 주를 이루는 형태인 만큼 추가적인 대책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는 또 공급자 지원책은 많이 담겼지만 수요자인 세입자 지원책은 담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형태의 임대주택일 뿐 "8년 동안 장기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 외엔 (수요자 입장에서) 특별한 점이 없다"(박원갑 전문위원)는 지적도 나온다.

빚더미에 올라 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LH가 지금도 부채에 시달리는데 택지를 할인해서 팔면 그 부담을 또 LH가 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이 지은 임대주택이 의무임대기간 뒤 팔리지 않을 때 이를 LH가 사준다는 '매입 확약' 조치도 LH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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