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슈퍼서브 시험장’ 집단 낙제

입력 2015.01.13 (15:38) 수정 2015.01.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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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등번호는 숫자에 불과하다. 1번과 23번이 모두 똑같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쿠웨이트전을 하루 앞두고 지난 1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주전과 백업요원의 큰 구별을 두지 않고 선수들을 고루 기용해 목표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런 의지의 시험대가 13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15 호주 아시안컵 A조 2차전에서 바로 열렸다.

이날 경기장에는 간판 골잡이 손흥민(레버쿠젠), 처진 스트라이커 구자철(마인츠), 최고의 테크니션 이청용(볼턴), 주전으로 급히 떠오르는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오른쪽 풀백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등 주전 가운데 무려 5명이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손흥민, 구자철, 김진현은 감기 몸살 때문에 숙소에 남아 휴식하기로 했다.

이청용은 다리 부상으로 대회를 일찍 마감해 귀국길에 오르기로 했고 김창수도 부상에서 빨리 회복하기 위해 숙소에 머물기로 했다.

조별리그 첫 판인 오만전에서 선발로 나선 주전 5명이 한꺼번에 빠진 상황이 찾아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들 대신 개막전에 출격하지 못했으나 주전에 가까운 백업요원, 슈퍼서브들을 대거 투입했다.

최전방에는 현재 대표팀에서 A매치 경력이 가장 풍부하고 중동을 상대로 유독 강한 이근호(엘 자이시)를 호출했다.

그는 오만전에서 최전방을 조영철(카타르SC)에게 내줬다.

오른쪽 윙어에는 '카타르 메시'로 불리는 남태희(레퀴야),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K리그의 연속경기 공격포인트 신기록을 보유한 이명주(알아인)가 투입됐다.

왼쪽 윙어로는 손흥민 대신 김민우(사간도스)가 들어갔다.

골키퍼 장갑은 김진현과 박빙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승규(울산 현대)가 꼈다.

오른쪽 풀백 김창수의 공백은 베테랑 차두리(FC서울)가 메웠다.

통상적으로 잘 바뀌지 않는 센터백 듀오도 오만전 김주영(상하이 둥야)-장현수(광저우 푸리) 조에서 장현수-김영권(광저우 헝다) 조로 변모했다.

어떤 선수를 투입하더라도 선수의 색깔만 다를 뿐 같은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지론이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시험장에서는 차두리의 크로스를 남태희가 헤딩해 골을 뽑은 것 외에는 돋보이는 면이 하나도 없었다.

한국은 슈틸리케 감독이 입이 닳도록 외치는 볼 점유율에서 쿠웨이트를 50.8%-49.2%(후반 46.4%-53.6% 패배)로 압도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볼을 너무 자주 잃어버려 위험을 자초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렇게 볼을 잃어버리면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도 상대를 당해낼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태극전사들은 쿠웨이트의 볼을 153차례 빼앗았으나 150차례나 빼앗기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반칙은 21-18로 더 많이 저질렀다.

약체 쿠웨이트를 상대로 골 결정력을 시험할 예정이었으나 11차례 슈팅을 시도해 1골을 뽑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경기 이후로 우리는 더는 우승후보가 아니다"고 실망을 토로했다.

언제 누구를 투입하더라도 안정감을 유지한다는 슈틸리케호의 '슈퍼서브 프로젝트'가 결실을 보려면 아직 먼 길을 더 가야 한다는 현실만 재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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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틸리케호 ‘슈퍼서브 시험장’ 집단 낙제
    • 입력 2015-01-13 15:38:21
    • 수정2015-01-13 20:18:53
    연합뉴스
"나에게 등번호는 숫자에 불과하다. 1번과 23번이 모두 똑같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쿠웨이트전을 하루 앞두고 지난 1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주전과 백업요원의 큰 구별을 두지 않고 선수들을 고루 기용해 목표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런 의지의 시험대가 13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15 호주 아시안컵 A조 2차전에서 바로 열렸다.

이날 경기장에는 간판 골잡이 손흥민(레버쿠젠), 처진 스트라이커 구자철(마인츠), 최고의 테크니션 이청용(볼턴), 주전으로 급히 떠오르는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오른쪽 풀백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등 주전 가운데 무려 5명이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손흥민, 구자철, 김진현은 감기 몸살 때문에 숙소에 남아 휴식하기로 했다.

이청용은 다리 부상으로 대회를 일찍 마감해 귀국길에 오르기로 했고 김창수도 부상에서 빨리 회복하기 위해 숙소에 머물기로 했다.

조별리그 첫 판인 오만전에서 선발로 나선 주전 5명이 한꺼번에 빠진 상황이 찾아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들 대신 개막전에 출격하지 못했으나 주전에 가까운 백업요원, 슈퍼서브들을 대거 투입했다.

최전방에는 현재 대표팀에서 A매치 경력이 가장 풍부하고 중동을 상대로 유독 강한 이근호(엘 자이시)를 호출했다.

그는 오만전에서 최전방을 조영철(카타르SC)에게 내줬다.

오른쪽 윙어에는 '카타르 메시'로 불리는 남태희(레퀴야),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K리그의 연속경기 공격포인트 신기록을 보유한 이명주(알아인)가 투입됐다.

왼쪽 윙어로는 손흥민 대신 김민우(사간도스)가 들어갔다.

골키퍼 장갑은 김진현과 박빙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승규(울산 현대)가 꼈다.

오른쪽 풀백 김창수의 공백은 베테랑 차두리(FC서울)가 메웠다.

통상적으로 잘 바뀌지 않는 센터백 듀오도 오만전 김주영(상하이 둥야)-장현수(광저우 푸리) 조에서 장현수-김영권(광저우 헝다) 조로 변모했다.

어떤 선수를 투입하더라도 선수의 색깔만 다를 뿐 같은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지론이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시험장에서는 차두리의 크로스를 남태희가 헤딩해 골을 뽑은 것 외에는 돋보이는 면이 하나도 없었다.

한국은 슈틸리케 감독이 입이 닳도록 외치는 볼 점유율에서 쿠웨이트를 50.8%-49.2%(후반 46.4%-53.6% 패배)로 압도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볼을 너무 자주 잃어버려 위험을 자초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렇게 볼을 잃어버리면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도 상대를 당해낼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태극전사들은 쿠웨이트의 볼을 153차례 빼앗았으나 150차례나 빼앗기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반칙은 21-18로 더 많이 저질렀다.

약체 쿠웨이트를 상대로 골 결정력을 시험할 예정이었으나 11차례 슈팅을 시도해 1골을 뽑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경기 이후로 우리는 더는 우승후보가 아니다"고 실망을 토로했다.

언제 누구를 투입하더라도 안정감을 유지한다는 슈틸리케호의 '슈퍼서브 프로젝트'가 결실을 보려면 아직 먼 길을 더 가야 한다는 현실만 재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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