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굳힌 OK저축은행의 ‘청출어람 조련법’

입력 2015.01.13 (21:55) 수정 2015.01.1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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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프로배구 '막내구단' OK저축은행이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1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를 3-0 완승으로 장식, 승점 46점으로 3위 대한항공(37점)을 멀찍이 밀어내고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대한항공이 1경기 적게 치른 상황이기는 하지만, 9점까지 벌어진 차이를 뒤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5위 현대캐피탈(31점)과 벌어진 격차를 떠올리면, 처음 프로배구 무대에 발을 디딘 지난 시즌 6위에 오른 OK저축은행의 첫 포스트시즌이 서서히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강력한 외국인 공격수 로버트랜디 시몬의 활약이 전력 향상의 최대 요인이지만, 지휘봉을 잡은 지 2년차를 맞은 김세진 감독의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현역 시절 삼성화재의 주포로 맹활약하며 최강팀의 공격을 이끌던 김 감독은, 당시 스승이던 신치용 감독에게 배운 용병술을 고스란이 응용해 젊은 선수단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김 감독은 팀이 삼성화재와의 선두 다툼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듯하던 4라운드 초반부터 설령 승리하더라도 선수들을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팀의 주축인 '경기대 삼총사' 송명근·송희채·이민규가 가장 많은 질책을 들었다.

이날 경기를 마친 김 감독은 "삼성화재와의 4라운드 첫 경기 이후 꾸준히 선수들을 혼냈다"면서 "약속된 플레이를 소홀히 하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각자 경기를 할 때마다,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설명했다.

선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이런 질책은 현역 시절 스승인 신치용 감독에게 배운 방법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나도 정수리가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날 김 감독은 오랜만에 선수들을 향해 칭찬을 건넸다.

그는 "경기의 승패를 떠나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약속을 지키며 서로 맞춰가는 플레이를 했다"고 합격점을 줬다.

이어 김 감독은 "삼성화재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가 많지만, 그 팀은 안할 것은 안하며 정석대로 가지 않느냐"며 "정석에는 편법이 없다"고 자신의 지도 철학에 새겨진 '삼성 DNA'를 드러냈다.

그동안 김 감독의 질책을 가장 많이 듣던 세터 이민규의 말에서도 같은 DNA가 슬쩍 드러난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 나는 보기 좋은 배구를 했지만 결국 졌다"면서 "이제는 특정 선수에게 공을 몰아주는 한이 있더라도 지지 않고 이기는 배구를 하고 있으니 옳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레오를 향해 끝없이 토스를 올리는 삼성화재 유광우의 입에서 똑같이 나올 것 같은 말이다.

'삼성화재 스타일'을 받아들여 단단한 조직력을 갖춘 OK저축은행은 포스트시즌을 향해 순항 중이다.

이들의 '청출어람'이 스승격인 삼성화재를 넘어 더 짙은 빛을 내는 '청어람'에 이를지는 남은 시즌을 어떻게 치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물론, 스승이 그랬듯 김세진 감독의 눈도 희망보다는 '최악의 경우'에 향해 있다.

김 감독은 '2위 자리를 굳힌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내 계산법대로 이야기하자면, 남은 13경기를 모두 진다고 가정하면 5위가 된다"면서 "절대 그렇게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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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위 굳힌 OK저축은행의 ‘청출어람 조련법’
    • 입력 2015-01-13 21:55:07
    • 수정2015-01-13 21:57:01
    연합뉴스
남자 프로배구 '막내구단' OK저축은행이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1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를 3-0 완승으로 장식, 승점 46점으로 3위 대한항공(37점)을 멀찍이 밀어내고 2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대한항공이 1경기 적게 치른 상황이기는 하지만, 9점까지 벌어진 차이를 뒤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5위 현대캐피탈(31점)과 벌어진 격차를 떠올리면, 처음 프로배구 무대에 발을 디딘 지난 시즌 6위에 오른 OK저축은행의 첫 포스트시즌이 서서히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강력한 외국인 공격수 로버트랜디 시몬의 활약이 전력 향상의 최대 요인이지만, 지휘봉을 잡은 지 2년차를 맞은 김세진 감독의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현역 시절 삼성화재의 주포로 맹활약하며 최강팀의 공격을 이끌던 김 감독은, 당시 스승이던 신치용 감독에게 배운 용병술을 고스란이 응용해 젊은 선수단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김 감독은 팀이 삼성화재와의 선두 다툼에서 조금씩 밀려나는 듯하던 4라운드 초반부터 설령 승리하더라도 선수들을 향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팀의 주축인 '경기대 삼총사' 송명근·송희채·이민규가 가장 많은 질책을 들었다. 이날 경기를 마친 김 감독은 "삼성화재와의 4라운드 첫 경기 이후 꾸준히 선수들을 혼냈다"면서 "약속된 플레이를 소홀히 하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각자 경기를 할 때마다,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설명했다. 선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이런 질책은 현역 시절 스승인 신치용 감독에게 배운 방법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나도 정수리가 부글부글 끓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날 김 감독은 오랜만에 선수들을 향해 칭찬을 건넸다. 그는 "경기의 승패를 떠나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약속을 지키며 서로 맞춰가는 플레이를 했다"고 합격점을 줬다. 이어 김 감독은 "삼성화재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가 많지만, 그 팀은 안할 것은 안하며 정석대로 가지 않느냐"며 "정석에는 편법이 없다"고 자신의 지도 철학에 새겨진 '삼성 DNA'를 드러냈다. 그동안 김 감독의 질책을 가장 많이 듣던 세터 이민규의 말에서도 같은 DNA가 슬쩍 드러난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 나는 보기 좋은 배구를 했지만 결국 졌다"면서 "이제는 특정 선수에게 공을 몰아주는 한이 있더라도 지지 않고 이기는 배구를 하고 있으니 옳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레오를 향해 끝없이 토스를 올리는 삼성화재 유광우의 입에서 똑같이 나올 것 같은 말이다. '삼성화재 스타일'을 받아들여 단단한 조직력을 갖춘 OK저축은행은 포스트시즌을 향해 순항 중이다. 이들의 '청출어람'이 스승격인 삼성화재를 넘어 더 짙은 빛을 내는 '청어람'에 이를지는 남은 시즌을 어떻게 치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물론, 스승이 그랬듯 김세진 감독의 눈도 희망보다는 '최악의 경우'에 향해 있다. 김 감독은 '2위 자리를 굳힌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내 계산법대로 이야기하자면, 남은 13경기를 모두 진다고 가정하면 5위가 된다"면서 "절대 그렇게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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