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미래 30년] 교사용 지도서, 더 교묘한 ‘역사 왜곡’

입력 2015.01.14 (21:21) 수정 2015.01.14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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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광복 70주년인 올해 일본에게는 패전 70년이 됩니다.

다가올 30년은 올바른 역사의 토대 위에 바로 선 한일관계 정립이 중요하지만, 일본은 과거사를 지우기 위한 역사 왜곡에 몰두하고 있는데요.

일본의 교사용 지도서에서 드러나는 역사 왜곡의 실태와 배경을 진희정, 옥유정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새로운 왜곡, 교사용 지도서 왜곡▼

<리포트>

일본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우익 역사 교과서의 교사용 지도서입니다.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조선의 식민지화를 주도했던 이토 히로부미가 한복을 입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며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인에 대해 강한 친근감과 경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가르치게 돼 있습니다.

'일본과 조선이 병합했다'는 문장만 담긴 교과서와는 달리, 식민 지배 당시 출간된 백과사전에 적힌 대로 일본과 한국은 '식민 지배' 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가 '통합'했다고 설명하도록 합니다.

통합 이후, 조선이 선진화됐다는 내용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인터뷰> 도히 마사나오(우익 교과서 수업 교사) : "이대로 가르친다면 학생들이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를 지켰다고 배우게 됩니다."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 열도'를 외세에 맞서 지켜내자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도록 하는 지도서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근우(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 : "(교사용 지도서는) 국가나 교육부의 제재를 받는 게 아니니까 극우들이 쓰고 싶은 내용을 마음대로 써서 교과서가 아니라 교사를 통해서 자기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걸 전달하려고 하는..."

일본 중학교에서 사용되는 우익 교과서는 전체의 3.8% 정도지만 10년 전보다 10배 가까이나 늘었습니다.

▼끊임없는 역사 왜곡, 배후는?▼

<기자 멘트>

우익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의 제작 선봉에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새역모'가 있습니다.

'혼다'와 '올림푸스' 등 일본 대기업부터 대학 교수와 공무원들까지 재정적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정계와도 긴밀한 관계입니다.

'새역모' 회원 상당수가, 800만 명이 회원인 거대 우익 단체 '일본회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의 3차 내각 각료 19명 가운데 17명이 회원인 데다, 일본 교육의 총책임자인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이 임원을 맡고 있습니다.

'일본회의' 지난 2006년 교육기본법을 개정하게 해 학생들의 그릇된 역사 인식을 심었고, 최근에는 교과서 검정 기준의 하나로, 인근 국가와의 우호 관계를 생각하도록 한 '근린제국조항'도 삭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올해 일본 초등학교에선 새 검정 교과서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중학교에선 새로운 교과서가 채택될 예정이어서, 또 한 번 식민 지배와 전쟁의 책임을 흐리는 역사 교육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베 내각의 집권이 장기화하면서 역사 왜곡이 더욱 노골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옥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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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 70년, 미래 30년] 교사용 지도서, 더 교묘한 ‘역사 왜곡’
    • 입력 2015-01-14 21:23:11
    • 수정2015-01-14 21:32:54
    뉴스 9
<앵커 멘트>

광복 70주년인 올해 일본에게는 패전 70년이 됩니다.

다가올 30년은 올바른 역사의 토대 위에 바로 선 한일관계 정립이 중요하지만, 일본은 과거사를 지우기 위한 역사 왜곡에 몰두하고 있는데요.

일본의 교사용 지도서에서 드러나는 역사 왜곡의 실태와 배경을 진희정, 옥유정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새로운 왜곡, 교사용 지도서 왜곡▼

<리포트>

일본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우익 역사 교과서의 교사용 지도서입니다.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조선의 식민지화를 주도했던 이토 히로부미가 한복을 입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며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인에 대해 강한 친근감과 경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가르치게 돼 있습니다.

'일본과 조선이 병합했다'는 문장만 담긴 교과서와는 달리, 식민 지배 당시 출간된 백과사전에 적힌 대로 일본과 한국은 '식민 지배' 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가 '통합'했다고 설명하도록 합니다.

통합 이후, 조선이 선진화됐다는 내용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인터뷰> 도히 마사나오(우익 교과서 수업 교사) : "이대로 가르친다면 학생들이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를 지켰다고 배우게 됩니다."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 열도'를 외세에 맞서 지켜내자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도록 하는 지도서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근우(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 : "(교사용 지도서는) 국가나 교육부의 제재를 받는 게 아니니까 극우들이 쓰고 싶은 내용을 마음대로 써서 교과서가 아니라 교사를 통해서 자기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걸 전달하려고 하는..."

일본 중학교에서 사용되는 우익 교과서는 전체의 3.8% 정도지만 10년 전보다 10배 가까이나 늘었습니다.

▼끊임없는 역사 왜곡, 배후는?▼

<기자 멘트>

우익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의 제작 선봉에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새역모'가 있습니다.

'혼다'와 '올림푸스' 등 일본 대기업부터 대학 교수와 공무원들까지 재정적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정계와도 긴밀한 관계입니다.

'새역모' 회원 상당수가, 800만 명이 회원인 거대 우익 단체 '일본회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의 3차 내각 각료 19명 가운데 17명이 회원인 데다, 일본 교육의 총책임자인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이 임원을 맡고 있습니다.

'일본회의' 지난 2006년 교육기본법을 개정하게 해 학생들의 그릇된 역사 인식을 심었고, 최근에는 교과서 검정 기준의 하나로, 인근 국가와의 우호 관계를 생각하도록 한 '근린제국조항'도 삭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올해 일본 초등학교에선 새 검정 교과서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중학교에선 새로운 교과서가 채택될 예정이어서, 또 한 번 식민 지배와 전쟁의 책임을 흐리는 역사 교육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베 내각의 집권이 장기화하면서 역사 왜곡이 더욱 노골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옥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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