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비싼 주식에 액면분할 ‘강추’…효과 있을까?

입력 2015.01.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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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증시 활성화를 위해 '액면분할' 카드를 꺼내 들고 적극적으로 상장사들을 유인하고 있다.

액면 분할로 주가가 싸지고 물량이 늘면 개인 투자나 증시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대형주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상장사들 사이에선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 나왔지만 거래소의 강력한 권유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이에 따라 얼마나 많은 상장사가 액면분할에 참여할지 주목된다.

거래소는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간담회를 열어 주가가 비싸거나 유통물량이 적은 상장사 38곳의 공시 책임자를 불러 액면분할을 권했다.

액면분할에 대한 거래소의 의지는 강했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이 이 자리에 참석한 일부 대형 상장사 임원에게 액면분할 여부를 물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저(低)유동성 종목에 대해선 관리종목 지정기준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액면가는 정관과 주권에 표시한 1주당 금액을 말한다. 국내 상장 주식은 100원, 200원, 500원, 1천원, 2천500원, 5천원 등의 액면가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한다.

액면가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가격(시가)과는 다른 것으로, 최근에는 연말 배당 등을 결정할 때 쓰일 뿐 주식투자자들에겐 큰 의미는 없다. 미국에선 액면가가 없는 주식이 대부분이다.

일단, 액면가를 쪼개면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고 주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개인 등 투자자들이 접근하기가 비교적 수월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거래를 늘리고 주가 관리를 하려는 상장사가 액면분할 등을 추진한다.

예를 들어 액면가 5천원, 발행주식수 1억주, 주가 10만원인 상장사가 액면가를 500원으로 분할(10분의 1)하면 1억주이던 발행주식수는 10억주로 늘고 주가는 10만원에서 1만원으로 낮아진다. 다만, 액면분할을 한다고 해서 자본금과 기업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미국의 다우존스지수 상장사들도 주가가 100달러에 근접하면 주식분할을 한다. 다우지수 구성 종목의 평균주가는 10만3천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개종목 30만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애플도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주식분할을 해 시가총액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가주가 액면분할을 하면 개인 고객의 접근성이 강해지는 효과가 있다"며 "삼성전자 주식이 1만원대로 낮아지면 지금보다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률 동부증권 기업분석2팀장은 "단주거래가 허용된 것처럼 액면분할은 적은 돈으로 양질의 주식을 사려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미에서 긍정적"이라며 "유동성이나 거래가 부족한 상장사도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액면분할 후 개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우량 주식이 주가 상승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투기성 단기 매매에 노출돼 변동성만 커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연구원은 "주가 1만원짜리 주식 10주를 사는 것이나 10만원짜리 한 주를 사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며 "투자자들이 활발하게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이나, 지수 영향력이 큰 대형주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우려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권 팀장도 "우량 주식에 대해선 장기 보유가 시장으로서도 긍정적"이라며 "주가가 낮다고 아무나 다 넘보는 주식이 된다면 투기성 단기투자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만 하나대투 수석연구위원은 "주가가 높아서 주식을 못 사는 투자자가 얼마나 많은지 의문"이라며 "투자를 유도하려면 거래세를 깎아주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다수의 상장사는 액면분할에 대해 '검토' 수준의 의견을 내비쳤다. 당장 시행하겠다는 곳은 없었고 원론적인 수준의 반응이 많았다.

물론 거래소의 제도 개선에 따라 유동성 부족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것을 피하려면 액면분할 등의 유동성 개선 방안을 고민할 필요성이 커지긴 했다.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액면분할을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검토해왔으나, 기업 가치에 실질적으로 계수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에 따른) 심리적인 효과가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느냐에 대해선 검토할 부분이 있다"며 "액면분할에 대해 내부적으로 결정을 내릴 단계는 아니고 검토만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신희철 아모레퍼시픽 상무는 "1년 새 주가 상승이 급격하게 이뤄졌고 액면분할에 심각하게 고민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거래 활성화 제도 변화를 고려해 다각적으로 검토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거래소가 상장사들을 불러 액면분할을 요구하는 이런 움직임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한 상장사 관계자는 다소 당혹감을 드러내면서 "조찬 간담회여서 편안하게 아침을 먹을 것으로 생각하고 참석했다"며 액면분할 추진 여부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액면분할 기대감으로 삼성전자와 아모레퍼시픽,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의 고가주들이 동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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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래소, 비싼 주식에 액면분할 ‘강추’…효과 있을까?
    • 입력 2015-01-20 17:08:48
    연합뉴스
한국거래소가 증시 활성화를 위해 '액면분할' 카드를 꺼내 들고 적극적으로 상장사들을 유인하고 있다. 액면 분할로 주가가 싸지고 물량이 늘면 개인 투자나 증시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대형주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상장사들 사이에선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 나왔지만 거래소의 강력한 권유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이에 따라 얼마나 많은 상장사가 액면분할에 참여할지 주목된다. 거래소는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간담회를 열어 주가가 비싸거나 유통물량이 적은 상장사 38곳의 공시 책임자를 불러 액면분할을 권했다. 액면분할에 대한 거래소의 의지는 강했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이 이 자리에 참석한 일부 대형 상장사 임원에게 액면분할 여부를 물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저(低)유동성 종목에 대해선 관리종목 지정기준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액면가는 정관과 주권에 표시한 1주당 금액을 말한다. 국내 상장 주식은 100원, 200원, 500원, 1천원, 2천500원, 5천원 등의 액면가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한다. 액면가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가격(시가)과는 다른 것으로, 최근에는 연말 배당 등을 결정할 때 쓰일 뿐 주식투자자들에겐 큰 의미는 없다. 미국에선 액면가가 없는 주식이 대부분이다. 일단, 액면가를 쪼개면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고 주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개인 등 투자자들이 접근하기가 비교적 수월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거래를 늘리고 주가 관리를 하려는 상장사가 액면분할 등을 추진한다. 예를 들어 액면가 5천원, 발행주식수 1억주, 주가 10만원인 상장사가 액면가를 500원으로 분할(10분의 1)하면 1억주이던 발행주식수는 10억주로 늘고 주가는 10만원에서 1만원으로 낮아진다. 다만, 액면분할을 한다고 해서 자본금과 기업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미국의 다우존스지수 상장사들도 주가가 100달러에 근접하면 주식분할을 한다. 다우지수 구성 종목의 평균주가는 10만3천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0개종목 30만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애플도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주식분할을 해 시가총액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가주가 액면분할을 하면 개인 고객의 접근성이 강해지는 효과가 있다"며 "삼성전자 주식이 1만원대로 낮아지면 지금보다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률 동부증권 기업분석2팀장은 "단주거래가 허용된 것처럼 액면분할은 적은 돈으로 양질의 주식을 사려는 개인투자자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미에서 긍정적"이라며 "유동성이나 거래가 부족한 상장사도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액면분할 후 개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우량 주식이 주가 상승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투기성 단기 매매에 노출돼 변동성만 커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연구원은 "주가 1만원짜리 주식 10주를 사는 것이나 10만원짜리 한 주를 사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며 "투자자들이 활발하게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이나, 지수 영향력이 큰 대형주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우려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권 팀장도 "우량 주식에 대해선 장기 보유가 시장으로서도 긍정적"이라며 "주가가 낮다고 아무나 다 넘보는 주식이 된다면 투기성 단기투자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만 하나대투 수석연구위원은 "주가가 높아서 주식을 못 사는 투자자가 얼마나 많은지 의문"이라며 "투자를 유도하려면 거래세를 깎아주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다수의 상장사는 액면분할에 대해 '검토' 수준의 의견을 내비쳤다. 당장 시행하겠다는 곳은 없었고 원론적인 수준의 반응이 많았다. 물론 거래소의 제도 개선에 따라 유동성 부족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것을 피하려면 액면분할 등의 유동성 개선 방안을 고민할 필요성이 커지긴 했다.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액면분할을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검토해왔으나, 기업 가치에 실질적으로 계수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에 따른) 심리적인 효과가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느냐에 대해선 검토할 부분이 있다"며 "액면분할에 대해 내부적으로 결정을 내릴 단계는 아니고 검토만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신희철 아모레퍼시픽 상무는 "1년 새 주가 상승이 급격하게 이뤄졌고 액면분할에 심각하게 고민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거래 활성화 제도 변화를 고려해 다각적으로 검토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거래소가 상장사들을 불러 액면분할을 요구하는 이런 움직임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한 상장사 관계자는 다소 당혹감을 드러내면서 "조찬 간담회여서 편안하게 아침을 먹을 것으로 생각하고 참석했다"며 액면분할 추진 여부에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액면분할 기대감으로 삼성전자와 아모레퍼시픽,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의 고가주들이 동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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