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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30년 흡연 폐 ‘충격’, 내 안에 ‘달마티안’ 있다?
입력 2015.01.22 (09:41) 취재후
새해 담뱃값 인상과 맞물려 금연열풍이 거셉니다. 담배 해악은 한두 개가 아니죠. 그런데 담배 나쁜 건 다 알아도 한번 맛 들인 담배는 끊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금연 실패율이 97%라고 하니까 올해 100명이 금연을 시작했다면 내년에 단 3명만 성공한단 이야깁니다. 이 모든 게 니코틴 중독 때문인데요. 중독을 끊기 위해 금연전화상담부터 니코틴 대체재 같은 약물까지 여러 방법들이 동원되는데, 무엇보다 결연한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흡연이 폐암을 25배 더 발생시키고, 만성폐쇄성폐질환을 20배 더 생긴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그냥 단순한 수치로 치부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요. 금연 결심한 분들은 담배 생각이 나도 참아야 합니다. 그런데 말이 쉽지 어렵습니다. 그래서 흡연 경력에 따라 정말 폐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줄 수만 있다면, 담배에 관한 가장 확실한 '팩트'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전 취재를 해보니, 이미 흡연자의 폐암 사진이나 시커먼 사진들은 인터넷에 널렸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해부용으로 징그러운 폐사진만 달랑 보여줍니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오히려 흡연자를 겁주기 위한 모형처럼 보이니 공감이 갈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폐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줄 방법은 무엇일까? 현대 의학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데, 바로 흉강경입니다. 일종의 '폐' 내시경인데요. 겨드랑이 아래 옆구리 쪽에 갈비뼈 사이로 구멍을 뚫어서 위내시경처럼 조명 달린 카메라를 넣는 겁니다. 취재를 하면서 제가 직접 수술방에 있었는데, 카메라를 구멍에 집어넣자마자 바로 폐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굉장했습니다. 고화질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라 그런지 너무 생생했습니다.

아래 보시는 사진들이 KBS가 방송 사상 최초로 공개한 비흡연자와 흡연 15년 차, 30년차의 '폐' 내시경 영상입니다.



비흡연자의 폐는 연분홍 빛깔이 선명하고 생기가 돕니다. 흉벽에도 달라붙지 않고 윤곽도 뚜렷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수술기구가 폐를 헤집는데 저래도 되나 덜컥 겁이 났습니다. 흉부외과 교수 말로는 폐가 마치 물렁물렁한 풍선 같아서 뾰족한 바늘로 찌르지 않는 한 뭉툭한 수술 기구로 이리저리 살펴보는 건 괜찮다고 하더군요. 더 자세히 살펴보니 비흡연자인데도 거뭇거뭇 앙금이 보였습니다. 대기오염 물질이나 미세먼지가 축적된 겁니다.



반면 담배를 하루 한 갑씩 15년간 피워온 사람의 폐는 검은 색 반점이 군데군데 박혀있습니다. 이 검은 색 반점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폐로 흡입된 담배 연기가 표면에 침착된 것으로, 타르를 비롯한 발암물질입니다. 한마디로 담배 연기의 그을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30년 동안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운 사람의 폐는 더 심각했습니다. 폐 전체가 검정 잉크를 뿌려놓은 듯 선명합니다. 폐 표면까지 검은색이 저렇게 새까맣다면 이미 폐 내부 조직은 발암물질로 꽉 찬 상태입니다. 더 놀란 건 이 환자의 경우 이렇게 검게 될 때까지 자각 증상이 전혀 없었고, 나중에 폐 CT 검진에서 폐암이 발견된 겁니다. 방송이 나가기 전에 미리 본 동료 기자는 마치 '달마티안' 한 마리가 있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흡연 기간이 길수록 담배 속에 있는 타르나 중금속, 유기용제 같은 발암 물질 들이 차곡차곡 폐포에 쌓이는 양도 비례한다는 사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건 취재기자인 저도 처음입니다. 방송이 나가고 금연하면 다시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느냐는 질문이 쇄도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한번 검게 된 폐를 연분홍 빛 폐로 되돌리는 건 어렵습니다. 한번 오염된 공기청청기 필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색깔은 완전히 되돌릴 수 없지만, 금연을 3개월 유지하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폐 기능은 30%가 향상됩니다. 최종적으로 10년 이상 금연에 성공하면 폐암 사망률이 흡연자의 절반으로 떨어집니다.

바꿀 수 없는 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아예 담배를 손대지 않거나, 지금이라도 당장 금연을 실천하는 게 자신의 폐를 아끼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바로가기 [뉴스9] 폐 내시경 영상 입수…‘30년 흡연 폐’ 모습 충격
  • [취재후] 30년 흡연 폐 ‘충격’, 내 안에 ‘달마티안’ 있다?
    • 입력 2015-01-22 09:41:23
    취재후
새해 담뱃값 인상과 맞물려 금연열풍이 거셉니다. 담배 해악은 한두 개가 아니죠. 그런데 담배 나쁜 건 다 알아도 한번 맛 들인 담배는 끊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금연 실패율이 97%라고 하니까 올해 100명이 금연을 시작했다면 내년에 단 3명만 성공한단 이야깁니다. 이 모든 게 니코틴 중독 때문인데요. 중독을 끊기 위해 금연전화상담부터 니코틴 대체재 같은 약물까지 여러 방법들이 동원되는데, 무엇보다 결연한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흡연이 폐암을 25배 더 발생시키고, 만성폐쇄성폐질환을 20배 더 생긴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그냥 단순한 수치로 치부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요. 금연 결심한 분들은 담배 생각이 나도 참아야 합니다. 그런데 말이 쉽지 어렵습니다. 그래서 흡연 경력에 따라 정말 폐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줄 수만 있다면, 담배에 관한 가장 확실한 '팩트'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전 취재를 해보니, 이미 흡연자의 폐암 사진이나 시커먼 사진들은 인터넷에 널렸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해부용으로 징그러운 폐사진만 달랑 보여줍니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오히려 흡연자를 겁주기 위한 모형처럼 보이니 공감이 갈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폐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줄 방법은 무엇일까? 현대 의학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데, 바로 흉강경입니다. 일종의 '폐' 내시경인데요. 겨드랑이 아래 옆구리 쪽에 갈비뼈 사이로 구멍을 뚫어서 위내시경처럼 조명 달린 카메라를 넣는 겁니다. 취재를 하면서 제가 직접 수술방에 있었는데, 카메라를 구멍에 집어넣자마자 바로 폐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굉장했습니다. 고화질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라 그런지 너무 생생했습니다.

아래 보시는 사진들이 KBS가 방송 사상 최초로 공개한 비흡연자와 흡연 15년 차, 30년차의 '폐' 내시경 영상입니다.



비흡연자의 폐는 연분홍 빛깔이 선명하고 생기가 돕니다. 흉벽에도 달라붙지 않고 윤곽도 뚜렷합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수술기구가 폐를 헤집는데 저래도 되나 덜컥 겁이 났습니다. 흉부외과 교수 말로는 폐가 마치 물렁물렁한 풍선 같아서 뾰족한 바늘로 찌르지 않는 한 뭉툭한 수술 기구로 이리저리 살펴보는 건 괜찮다고 하더군요. 더 자세히 살펴보니 비흡연자인데도 거뭇거뭇 앙금이 보였습니다. 대기오염 물질이나 미세먼지가 축적된 겁니다.



반면 담배를 하루 한 갑씩 15년간 피워온 사람의 폐는 검은 색 반점이 군데군데 박혀있습니다. 이 검은 색 반점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폐로 흡입된 담배 연기가 표면에 침착된 것으로, 타르를 비롯한 발암물질입니다. 한마디로 담배 연기의 그을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30년 동안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운 사람의 폐는 더 심각했습니다. 폐 전체가 검정 잉크를 뿌려놓은 듯 선명합니다. 폐 표면까지 검은색이 저렇게 새까맣다면 이미 폐 내부 조직은 발암물질로 꽉 찬 상태입니다. 더 놀란 건 이 환자의 경우 이렇게 검게 될 때까지 자각 증상이 전혀 없었고, 나중에 폐 CT 검진에서 폐암이 발견된 겁니다. 방송이 나가기 전에 미리 본 동료 기자는 마치 '달마티안' 한 마리가 있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흡연 기간이 길수록 담배 속에 있는 타르나 중금속, 유기용제 같은 발암 물질 들이 차곡차곡 폐포에 쌓이는 양도 비례한다는 사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건 취재기자인 저도 처음입니다. 방송이 나가고 금연하면 다시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느냐는 질문이 쇄도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한번 검게 된 폐를 연분홍 빛 폐로 되돌리는 건 어렵습니다. 한번 오염된 공기청청기 필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색깔은 완전히 되돌릴 수 없지만, 금연을 3개월 유지하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폐 기능은 30%가 향상됩니다. 최종적으로 10년 이상 금연에 성공하면 폐암 사망률이 흡연자의 절반으로 떨어집니다.

바꿀 수 없는 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아예 담배를 손대지 않거나, 지금이라도 당장 금연을 실천하는 게 자신의 폐를 아끼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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