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5억 쓰면 되고 3억 쓰면 떨어진다”

입력 2015.01.22 (13:31) 수정 2015.01.2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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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킬로그램이 빠졌습니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한, 며칠만에 5킬로그램이 빠지는 게 가능할까?
그것도 환갑을 훌쩍 넘긴 백발의 남성이.



이 남성을 만난 곳은 조합장 선거 입후보 예정자들이 공명선거를 다짐하는 결의대회장이었습니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조합장 선거. 이 때문에 한해도 거르지 않고 재, 보궐 선거가 치러졌는데요.조합장 선거를 위탁관리하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부터는 전국의 농협과 수협, 산립조합장 선거를 같은 날 한 번에 치르기로 했습니다. 관리와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었죠.

취재를 하고 있던 제 눈에,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들의 명단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이 남성이 들어왔습니다.

"입후보 예장자이신가요?"
"......"

쉽게 입을 열지 못하던 이 남성. 출마를 결심한 뒤 지역 여론이 궁금해 몇몇 조합원들을 만나봤는데, 돈을 요구하더라는 겁니다. 이제는 바뀌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자신의 됨됨이가 아닌, 돈을 보고 표를 던지는 일부 조합원들의 모습에 크게 실망을 했다고 합니다. 고민 끝에 '이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금권선거의 유혹을 이겨내기가 쉽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놓습니다. 그 과정에서 몸무게 5 킬로그램이 빠진 거죠.



조합장이 뭐길래, 5억 원을 쓰면 되고, 3억 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5당 3락'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조합장을 했던 사람이나, 출마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항상 같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하는 거죠, 다른 건 없어요."



하지만, 외부에서 보는 시선은 달랐습니다. 조합장은 조합의 대표권과 업무집행권, 직원 임면권 등을 가집니다. 실제로 농산물 유통과 판매, 금융, 농업인 복지와 농기계 사업에 이르기까지 조합장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 드뭅니다. 조합의 규모가 커 상임이사를 둘 경우 금융 등 일부 권한이 분산되기는 하지만, 조합장이 지역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연봉과 그밖의 업무추진비는 논외로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통폐합 등으로 조합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력도 만만치 않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조합장 자리를 자치단체장이 되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겁니다.

물론 조합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조합장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합원이 뽑은 대의원들, 이 대의원들이 선출한 이사들이 조합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도록 제도도 마련돼 있습니다. 하지만, 좁은 지역사회에서 그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취재에 응했던 몇몇 조합원들도 주변 사람들이 자신들이 누구인지 금방 알거라면서 걱정을 했습니다. 아무리 얼굴을 가리고 음성변조를 해도 알 사람은 안다는 겁니다. 이렇게 비판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었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유권자인 조합원이 제대로 된 조합장을 뽑아야 '돈 선거'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습니다. 칼자루는 늘 조합원이 쥐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휘두를 수 있을까요?

오는 3월 11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동시에 치러지는 조합장 선거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 다시보기 <뉴스9> 벌써부터 ‘돈 선거’로 얼룩지는 농협 조합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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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5억 쓰면 되고 3억 쓰면 떨어진다”
    • 입력 2015-01-22 13:31:40
    • 수정2015-01-22 15:35:16
    취재후·사건후
"5킬로그램이 빠졌습니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한, 며칠만에 5킬로그램이 빠지는 게 가능할까?
그것도 환갑을 훌쩍 넘긴 백발의 남성이.



이 남성을 만난 곳은 조합장 선거 입후보 예정자들이 공명선거를 다짐하는 결의대회장이었습니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조합장 선거. 이 때문에 한해도 거르지 않고 재, 보궐 선거가 치러졌는데요.조합장 선거를 위탁관리하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부터는 전국의 농협과 수협, 산립조합장 선거를 같은 날 한 번에 치르기로 했습니다. 관리와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었죠.

취재를 하고 있던 제 눈에,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들의 명단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이 남성이 들어왔습니다.

"입후보 예장자이신가요?"
"......"

쉽게 입을 열지 못하던 이 남성. 출마를 결심한 뒤 지역 여론이 궁금해 몇몇 조합원들을 만나봤는데, 돈을 요구하더라는 겁니다. 이제는 바뀌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자신의 됨됨이가 아닌, 돈을 보고 표를 던지는 일부 조합원들의 모습에 크게 실망을 했다고 합니다. 고민 끝에 '이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금권선거의 유혹을 이겨내기가 쉽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놓습니다. 그 과정에서 몸무게 5 킬로그램이 빠진 거죠.



조합장이 뭐길래, 5억 원을 쓰면 되고, 3억 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5당 3락'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조합장을 했던 사람이나, 출마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항상 같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하는 거죠, 다른 건 없어요."



하지만, 외부에서 보는 시선은 달랐습니다. 조합장은 조합의 대표권과 업무집행권, 직원 임면권 등을 가집니다. 실제로 농산물 유통과 판매, 금융, 농업인 복지와 농기계 사업에 이르기까지 조합장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 드뭅니다. 조합의 규모가 커 상임이사를 둘 경우 금융 등 일부 권한이 분산되기는 하지만, 조합장이 지역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연봉과 그밖의 업무추진비는 논외로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통폐합 등으로 조합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력도 만만치 않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조합장 자리를 자치단체장이 되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겁니다.

물론 조합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조합장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합원이 뽑은 대의원들, 이 대의원들이 선출한 이사들이 조합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도록 제도도 마련돼 있습니다. 하지만, 좁은 지역사회에서 그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취재에 응했던 몇몇 조합원들도 주변 사람들이 자신들이 누구인지 금방 알거라면서 걱정을 했습니다. 아무리 얼굴을 가리고 음성변조를 해도 알 사람은 안다는 겁니다. 이렇게 비판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었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유권자인 조합원이 제대로 된 조합장을 뽑아야 '돈 선거'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습니다. 칼자루는 늘 조합원이 쥐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휘두를 수 있을까요?

오는 3월 11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동시에 치러지는 조합장 선거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 다시보기 <뉴스9> 벌써부터 ‘돈 선거’로 얼룩지는 농협 조합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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