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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LG 감독, 10년만 캠프 지휘 모습은?
입력 2015.01.22 (13:36) 수정 2015.01.22 (14:27) 연합뉴스
재작년까지 프로야구판 바깥에 있던 야인(野人) 중 김성근 감독(현 한화 이글스 감독)과 더불어 가장 사령탑 하마평에 오른 인물을 꼽으면 양상문(54) 현 LG 트윈스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작년 LG 트윈스 감독으로 10년 만에 사령탑에 복귀할 때까지 감독 최종 후보에 오른 것만 5차례. 매번 좌절했지만 양 감독은 언젠가 돌아올 찬스를 잡고자 야구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프로야구 선수 최초로 석사 학위를 딴 양 감독의 이름 앞에는 늘 '학구파'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현역 시절 두뇌파 투수로 이름을 날린 그는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에서 투수코치로서 오랜 기간 선수를 지도했고, 2004∼2005년 롯데 감독을 지냈다.

이후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한국프로야구와 미국프로야구를 중계하며 시야를 넓힌 그는 지난해 시즌 초반 김기태 전 감독(현 KIA 타이거즈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공석이 된 LG 트윈스의 사령탑을 맡았다.

야구 이력보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LG 선수단을 21일(현지시간) 만나 소개되지 않은 양 감독 얘기를 들었다.

◇ 반바지, 슬리퍼에 후줄근한 셔츠

한 선수는 작년 양 감독이 부임하고 나서 처음으로 열린 선수단 첫 미팅을 또렷이 기억했다.

그는 "보통 정장 또는 유니폼을 정식으로 차려입는 여타 감독님과 달리 양 감독님은 동네 아저씨 복장으로 오셨다. 집에서나 입는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었고, 셔츠는 후줄근했다"고 돌아봤다.

시즌 초반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하위권을 밑돌던 선수들에게 양 감독은 딱 한마디 했다. "그냥 하던 대로 하라". 그것뿐이었다.

선수들이 느낄 부담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특별한 주문이 없었다.

시즌 중간에는 "플레이하고 나서 내 얼굴 보지 마라"는 한 마디를 더 붙였다. 화났을 때나 좋을 때나 인상이 그대로니 신경 쓰지 말고 자신 있게 야구를 하라는 뜻에서다.

가진 것 이상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한 LG는 초반의 열세를 뒤집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라 대반전을 이뤘다.

◇ 해설위원 시절 버스로 통근…활동비 털어 현장 직원 밥 대접

양 감독은 2002∼2003년, 2007∼2008년 두 차례나 트윈스 투수코치를 역임했다.

그를 잘 아는 LG의 한 코치는 "야인으로 계실 때 감독님께서 주로 버스로 통근했다"며 "한사코 자동차로 모셔다 드린다고 해도 한 두 번 탈까 늘 대중교통을 활용했다"고 했다.

LG 감독이 돼 구단으로부터 승용차를 지급받기 전까지 양 감독은 버스나 택시로 돌아다녔다.

그렇게 검소하게 살지만, 돈이 생기면 선수들보다 대우가 열악한 현장 직원과 선수들의 밥을 사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코치 활동비가 나오면 볼 받아 주고 장비 챙기는 구단의 현장 직원들에게 썼다. 투수, 내야수, 외야수, 포수로 나눌 때 가장 많은 인원을 거느린 투수코치로서 밥값도 적지 않게 나갔다.

오랜 기간 양 감독을 본 LG의 한 선수는 "한결같은 분"이라고 했다.

◇ "나이를 먹었다…그만큼 포용력이 생겼잖아"

스프링캠프에서 10년 만에 팀을 지휘하는 양 감독은 "그때보다 나이를 먹었다"는 말로 달라진 내면을 압축했다.

물리적으로 당시보다 늙었지만, 야인으로 살면서 관점이 넓어져 포용력이 좀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는 "혈기왕성했던 10년 전 롯데에서는 감독이 되자마자 고참부터 정리하려했지만 지금은 고참과 신예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데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참을 아우르겠지만 젊은 유망주에게도 똑같이 기회를 줘 살아남는 이를 주전으로 쓰겠다고 선언했다"고 했다.

좀처럼 속내를 내보이지 않던 양 감독은 팀을 위해 최근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봉 계약을 못 해 스프링캠프에 늦게 합류한 마무리투수 봉중근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20일에는 직접 공항에 나가 애리조나에 온 그를 포옹으로 환영했다.

봉중근은 진정성 담긴 양 감독의 메시지를 받고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지난해와 같은 액수에 흔쾌히 도장을 찍고 비행기를 탔다고 했다.

투수들의 훈련을 이끌어 갈 구심점인 봉중근이 없어 마음이 무거웠던 양 감독은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지금도 영어 라디오 방송을 듣는 등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한다는 양 감독. 성실한 자세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쌍둥이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 양상문 LG 감독, 10년만 캠프 지휘 모습은?
    • 입력 2015-01-22 13:36:19
    • 수정2015-01-22 14:27:21
    연합뉴스
재작년까지 프로야구판 바깥에 있던 야인(野人) 중 김성근 감독(현 한화 이글스 감독)과 더불어 가장 사령탑 하마평에 오른 인물을 꼽으면 양상문(54) 현 LG 트윈스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작년 LG 트윈스 감독으로 10년 만에 사령탑에 복귀할 때까지 감독 최종 후보에 오른 것만 5차례. 매번 좌절했지만 양 감독은 언젠가 돌아올 찬스를 잡고자 야구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프로야구 선수 최초로 석사 학위를 딴 양 감독의 이름 앞에는 늘 '학구파'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현역 시절 두뇌파 투수로 이름을 날린 그는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에서 투수코치로서 오랜 기간 선수를 지도했고, 2004∼2005년 롯데 감독을 지냈다.

이후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한국프로야구와 미국프로야구를 중계하며 시야를 넓힌 그는 지난해 시즌 초반 김기태 전 감독(현 KIA 타이거즈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공석이 된 LG 트윈스의 사령탑을 맡았다.

야구 이력보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스타디움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LG 선수단을 21일(현지시간) 만나 소개되지 않은 양 감독 얘기를 들었다.

◇ 반바지, 슬리퍼에 후줄근한 셔츠

한 선수는 작년 양 감독이 부임하고 나서 처음으로 열린 선수단 첫 미팅을 또렷이 기억했다.

그는 "보통 정장 또는 유니폼을 정식으로 차려입는 여타 감독님과 달리 양 감독님은 동네 아저씨 복장으로 오셨다. 집에서나 입는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었고, 셔츠는 후줄근했다"고 돌아봤다.

시즌 초반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하위권을 밑돌던 선수들에게 양 감독은 딱 한마디 했다. "그냥 하던 대로 하라". 그것뿐이었다.

선수들이 느낄 부담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특별한 주문이 없었다.

시즌 중간에는 "플레이하고 나서 내 얼굴 보지 마라"는 한 마디를 더 붙였다. 화났을 때나 좋을 때나 인상이 그대로니 신경 쓰지 말고 자신 있게 야구를 하라는 뜻에서다.

가진 것 이상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한 LG는 초반의 열세를 뒤집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라 대반전을 이뤘다.

◇ 해설위원 시절 버스로 통근…활동비 털어 현장 직원 밥 대접

양 감독은 2002∼2003년, 2007∼2008년 두 차례나 트윈스 투수코치를 역임했다.

그를 잘 아는 LG의 한 코치는 "야인으로 계실 때 감독님께서 주로 버스로 통근했다"며 "한사코 자동차로 모셔다 드린다고 해도 한 두 번 탈까 늘 대중교통을 활용했다"고 했다.

LG 감독이 돼 구단으로부터 승용차를 지급받기 전까지 양 감독은 버스나 택시로 돌아다녔다.

그렇게 검소하게 살지만, 돈이 생기면 선수들보다 대우가 열악한 현장 직원과 선수들의 밥을 사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코치 활동비가 나오면 볼 받아 주고 장비 챙기는 구단의 현장 직원들에게 썼다. 투수, 내야수, 외야수, 포수로 나눌 때 가장 많은 인원을 거느린 투수코치로서 밥값도 적지 않게 나갔다.

오랜 기간 양 감독을 본 LG의 한 선수는 "한결같은 분"이라고 했다.

◇ "나이를 먹었다…그만큼 포용력이 생겼잖아"

스프링캠프에서 10년 만에 팀을 지휘하는 양 감독은 "그때보다 나이를 먹었다"는 말로 달라진 내면을 압축했다.

물리적으로 당시보다 늙었지만, 야인으로 살면서 관점이 넓어져 포용력이 좀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는 "혈기왕성했던 10년 전 롯데에서는 감독이 되자마자 고참부터 정리하려했지만 지금은 고참과 신예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데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참을 아우르겠지만 젊은 유망주에게도 똑같이 기회를 줘 살아남는 이를 주전으로 쓰겠다고 선언했다"고 했다.

좀처럼 속내를 내보이지 않던 양 감독은 팀을 위해 최근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봉 계약을 못 해 스프링캠프에 늦게 합류한 마무리투수 봉중근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20일에는 직접 공항에 나가 애리조나에 온 그를 포옹으로 환영했다.

봉중근은 진정성 담긴 양 감독의 메시지를 받고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지난해와 같은 액수에 흔쾌히 도장을 찍고 비행기를 탔다고 했다.

투수들의 훈련을 이끌어 갈 구심점인 봉중근이 없어 마음이 무거웠던 양 감독은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지금도 영어 라디오 방송을 듣는 등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한다는 양 감독. 성실한 자세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쌍둥이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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