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이석기 사건 판결의 의미

입력 2015.01.23 (07:36) 수정 2015.01.2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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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일상 해설위원]

"내란을 선동한 혐의는 인정되지만 그 일을 구체화하는 내란 음모로 보기는 어렵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지 1년 5개월 만에 나온 사법부의 최종 판결 요지입니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듯이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렸던 이 사건은 대법관 사이에서도 의견도 많이 갈린 채 내란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된 셈입니다.

이 판결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내란 음모죄에 대한 법리를 구체적으로 세울 사실상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재판부는 형법상 내란음모죄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내란을 사전 모의하거나 준비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인정했습니다. 지하혁명 조직 RO에 대해서도 지난해 연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정에서 RO를 내란 관련 회합 조직이라고 본 헌법재판소 보다 훨씬 엄격한 해석으로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들은 전쟁이 발발할 것을 예상하고 참석자들에게 남한 혁명을 책임지는 세력으로서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 구체적 실행 행위를 촉구했다며 형법상 내란선동 혐의와 국가보안법 위반 등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내란 음모가 무죄라고 해서 내란선동 등 다른 혐의의 유죄 판결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공적 정당의 모임에서 내란 선동죄를 저지른 것만 해도 대한민국의 존립과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중대하고 급박한 해악을 끼치는 것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는 선고 이유를 잘 새겨야 합니다.

재판부의 판결을 모두가 존중해야 하며 앞으로 정당이나 사회단체 활동에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진보적 사회 활동과 휴전 중인 남북이 대치한 상태에서의 체제전복을 위한 활동은 구분돼야 합니다. 또한 이번 판결 결과를 이념이 다른 집단을 배척하는 도구로 삼아서도 안 될 것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번 결정이 갈등과 반목의 확산을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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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일상 해설위원]

"내란을 선동한 혐의는 인정되지만 그 일을 구체화하는 내란 음모로 보기는 어렵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지 1년 5개월 만에 나온 사법부의 최종 판결 요지입니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듯이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렸던 이 사건은 대법관 사이에서도 의견도 많이 갈린 채 내란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된 셈입니다.

이 판결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내란 음모죄에 대한 법리를 구체적으로 세울 사실상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재판부는 형법상 내란음모죄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내란을 사전 모의하거나 준비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인정했습니다. 지하혁명 조직 RO에 대해서도 지난해 연말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정에서 RO를 내란 관련 회합 조직이라고 본 헌법재판소 보다 훨씬 엄격한 해석으로 실체가 없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들은 전쟁이 발발할 것을 예상하고 참석자들에게 남한 혁명을 책임지는 세력으로서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 구체적 실행 행위를 촉구했다며 형법상 내란선동 혐의와 국가보안법 위반 등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내란 음모가 무죄라고 해서 내란선동 등 다른 혐의의 유죄 판결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공적 정당의 모임에서 내란 선동죄를 저지른 것만 해도 대한민국의 존립과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중대하고 급박한 해악을 끼치는 것이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는 선고 이유를 잘 새겨야 합니다.

재판부의 판결을 모두가 존중해야 하며 앞으로 정당이나 사회단체 활동에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진보적 사회 활동과 휴전 중인 남북이 대치한 상태에서의 체제전복을 위한 활동은 구분돼야 합니다. 또한 이번 판결 결과를 이념이 다른 집단을 배척하는 도구로 삼아서도 안 될 것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번 결정이 갈등과 반목의 확산을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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