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Check!] 오늘도 잘 버텼나요? 시련 속에서 배우는 인생 철학
입력 2015.01.25 (08:04)
수정 2015.01.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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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날들에 필요한 말들』_앤 라모트 지음, 한유주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오늘도 잘 버텼나요?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에게 가장 현실적인 인사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일상을 굳이 좋은 날과 나쁜 날로 양분해보면, 어떤 날이 더 많을까? 가령 좋은 날이 많다고 해서 더 행복한 인생일까. 저자는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음 단단히 먹으라’며 조금 색다른 위로를 전한다.
인생은 ‘더 나빠질 날의 연속’일지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계획한 일은 틀어졌으며, 노력했지만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이렇게 종종 길을 잃어버릴 때,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온 것일까. 이 고통의 의미는 무엇일까. 결국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거나 시간이 약이니 곧 무뎌질 것이라는 위로는 진실이 아니다.
시련 속에서 우리가 기대할 것은 결과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 아닌,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저자는 혼돈 속에서도 결국 삶을 지탱해 줄 인생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통스러운 현실이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하더라도 고통은 그 자체로 아프고 힘들다. 총기 사고로 자녀를 잃은 부모는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을 겪는다. 가끔은 억지로라도 잊어보려 애쓸 것이다.
저자의 해법은 정 반대다. 고통의 끝에 다다랐을 때야 비로소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우리는 갖은 고생을 다 해가며 비좁은 터널을 간신히 통과하지만, 결국은 반대편 끝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완전히 지쳤지만 다르게 변화한 모습으로.”
삶은 금새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 상실과 파괴 속에 존재하는 인생의 깊은 맛을 안내한다.
▶ 『기억의 집』_토니 주트 지음, 배현 옮김, 열린책들 펴냄
“신체의 감옥에 갇힌 채 오로지 내 생각을 동반자 삼아 나머지 밤 시간을 보낸다.”
『포스트워 1945~2005』,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역사학자 저자 토니 주트(1948~2010)의 유고집이다. 저자는 2008년 근위축성 측색경화증, 즉 루게릭병 판정을 받는다. 그의 몸은 서서히 마비되기 시작했고, 이내 의료장비의 도움 없이는 숨조차 쉴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주트는 자신의 병에 대해 “한 주가 지날 때마다 6인치씩 면적이 줄어드는 감방”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또렷한 정신으로 점차 마비되는 자신의 몸을 지켜봐야 했다. 저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생각에 기대 현실의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주트는 밤새 머릿속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그리곤 스스로 ‘기억의 집’이라 말하는 일종의 저장 장치에 구석구석 보관해 둔다. 날이 밝으면 주트는 지인에게 ‘기억의 집’에 쌓아둔 이야기를 전해주고 기록으로 남겼다.
각각의 글은 저자의 삶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의 런던 거리부터 21세기 뉴욕의 주방을 오가며 과거의 경험과 추억을 떠올린다. 주트는 병상에 누워서도 역사학자로서의 시선과 분석을 놓치지 않는다. 런던의 버스 노선에 대한 기억은 시민 의식과 도시 계획에 대한 이야기로, 청년 시절 돈을 벌기 위해 했던 육체노동은 노동의 의미를 설파하며 실업자들을 부도덕한 사람들로 몰아세운 세태에 대한 풍자로 진화한다.
그의 글에는 자신의 병을 힘겨워하면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놓지 않는 저자의 심상이 느껴진다. 간혹 “차디찬 강철 갑옷에 갇히는 일에 장점 따위는 없다. 상실은 상실일 뿐, 아무리 좋은 이름으로 부른다 한들 마찬가지”라고 낙심하지만, “고통을 겪을 바에는 머릿속이 충만한 편이 낫다”는 위로를 전한다.
침상에 누운 주트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것들을 보고 있었다. 그가 밤새 ‘기억의 집’에 쌓아둔 보물들이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아름답게 다가온다.
▶ 『예술 수업』_오종우 지음, 어크로스 펴냄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를 만난 한 남성이 거칠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왜 그림을 사실적으로 그리지 않는 거요?”
질문을 받은 피카소는 잠시 생각을 한 후 그에게 되물었다.
“사실적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 건지요?”
그 남성은 자신의 지갑에서 아내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이런 것이 사실적입니다.”
사진을 받아 든 피카소는 이리저리 살펴본 후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아내는 매우 납작하군요.”
이 이야기는 미술사학자인 에른스트 곰브리치가 쓴 『서양미술사』에 소개된 피카소와 관련된 일화다. 사실, 피카소의 그림을 보며 “저 정도는 그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근대 화가들의 작품 중 가장 만만해 보일 수도 있다.
여기서 어린 피카소의 작품을 살펴보자. 그가 열다섯 살에 그린 <첫 영성체>는 여느 화가의 정물화처럼 사물을 정확히 묘사했다. 피카소는 무엇이 사물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는 대상의 진실을 그리고자, 차차 사물을 해체하고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을 표현하려 했다. 대상을 무조건 기괴하게 비튼다고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연, 예술은 무엇일까? 예술가들은 어떻게 보고 듣고 생각하는지 근본적인 궁금증이 생긴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은 누구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보고 창조해 내는 능력은 선택받은 몇 명의 전유물이 아니던가.
저자는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예술을 소개한다. 진정한 창의성은 전문성과 애정에서 비롯된다는 기본도 놓치지 않는다. 또 새로운 생각이 탄생하는 과정, 예술 작품 속에서 봐야 할 가치에 대한 소개를 통해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거장의 미술작품과 도스토옙스키와 안톤 체호프의 소설, 베토벤의 교향곡과 피아졸라의 탱고를 만날 수 있다.
▶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_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엮고 옮김, 김영사 펴냄
작가가 쓰는 서평은 어떨까.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한평생 남의 글 읽기에 열정을 쏟았다. 20세기가 사랑한 작가 헤르만 헤세 얘기다.
자타공인 애서가 헤르만 헤세는 ‘창조적 작가’뿐 아니라 ‘문필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동료작가들은 헤세의 서평을 받기 위해 기다렸고, 그는 생전에 3000여 개의 서평과 에세이를 남겼다. 책에서는 그중 73편을 엄선해 소개한다.
J.D. 샐린저, 카프카, 도스토옙스키, 조너선 스위프트 등 당시 헤세가 추천한 작가의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세계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것이 많다.
헤세는 작가에 대한 칭찬과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카프카의 『소송』에 대해 “경이롭고, 마음을 흥분시키는, 그야말로 기쁨을 주는 작품”이라며 “카프카의 독특하고 환상적인 작품에서 구원의 빛이 나온다”고 극찬한다.
또, 함께 늙어가는 당대의 작가에 대한 아쉬움도 진하게 묻어난다. 크누트 함순의 『시대의 자식들』 서평에서는 "함순이 늙을 리가 없다. 그가 실수로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거나 맞아 죽거나 물에 빠져 죽거나 술판을 벌이다가 죽을 수는 있다. 하지만 숲에 앉아 이제 자기는 끝났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고백하는 것, 옛날 내가 숭배하고 사랑하던 이 작가에게 그런 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의 관심은 동양의 철학에까지 닿았다. 공자의 『대화』를 읽은 헤세는 “이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낯선 공기를 숨 쉬는 듯한 느낌을 거듭 받는다”면서도 “대화록을 읽으며 보낸 나날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전한다.
헤르만 헤세의 독서량은 다양하고 방대했다. 토마스 만은 헤세의 책사랑에 대해 “이것은 봉사이자 숭배, 선별이자 교열, 새로운 발간 등의 작업으로서, 수많은 문필가가 생애를 가득 채울 만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헤세의 시선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의 따뜻한 지성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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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01-25 0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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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날들에 필요한 말들』_앤 라모트 지음, 한유주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오늘도 잘 버텼나요?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에게 가장 현실적인 인사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일상을 굳이 좋은 날과 나쁜 날로 양분해보면, 어떤 날이 더 많을까? 가령 좋은 날이 많다고 해서 더 행복한 인생일까. 저자는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음 단단히 먹으라’며 조금 색다른 위로를 전한다.
인생은 ‘더 나빠질 날의 연속’일지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계획한 일은 틀어졌으며, 노력했지만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이렇게 종종 길을 잃어버릴 때,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온 것일까. 이 고통의 의미는 무엇일까. 결국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거나 시간이 약이니 곧 무뎌질 것이라는 위로는 진실이 아니다.
시련 속에서 우리가 기대할 것은 결과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 아닌,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저자는 혼돈 속에서도 결국 삶을 지탱해 줄 인생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통스러운 현실이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하더라도 고통은 그 자체로 아프고 힘들다. 총기 사고로 자녀를 잃은 부모는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을 겪는다. 가끔은 억지로라도 잊어보려 애쓸 것이다.
저자의 해법은 정 반대다. 고통의 끝에 다다랐을 때야 비로소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우리는 갖은 고생을 다 해가며 비좁은 터널을 간신히 통과하지만, 결국은 반대편 끝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완전히 지쳤지만 다르게 변화한 모습으로.”
삶은 금새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 상실과 파괴 속에 존재하는 인생의 깊은 맛을 안내한다.
▶ 『기억의 집』_토니 주트 지음, 배현 옮김, 열린책들 펴냄
“신체의 감옥에 갇힌 채 오로지 내 생각을 동반자 삼아 나머지 밤 시간을 보낸다.”
『포스트워 1945~2005』,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역사학자 저자 토니 주트(1948~2010)의 유고집이다. 저자는 2008년 근위축성 측색경화증, 즉 루게릭병 판정을 받는다. 그의 몸은 서서히 마비되기 시작했고, 이내 의료장비의 도움 없이는 숨조차 쉴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주트는 자신의 병에 대해 “한 주가 지날 때마다 6인치씩 면적이 줄어드는 감방”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또렷한 정신으로 점차 마비되는 자신의 몸을 지켜봐야 했다. 저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생각에 기대 현실의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주트는 밤새 머릿속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그리곤 스스로 ‘기억의 집’이라 말하는 일종의 저장 장치에 구석구석 보관해 둔다. 날이 밝으면 주트는 지인에게 ‘기억의 집’에 쌓아둔 이야기를 전해주고 기록으로 남겼다.
각각의 글은 저자의 삶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의 런던 거리부터 21세기 뉴욕의 주방을 오가며 과거의 경험과 추억을 떠올린다. 주트는 병상에 누워서도 역사학자로서의 시선과 분석을 놓치지 않는다. 런던의 버스 노선에 대한 기억은 시민 의식과 도시 계획에 대한 이야기로, 청년 시절 돈을 벌기 위해 했던 육체노동은 노동의 의미를 설파하며 실업자들을 부도덕한 사람들로 몰아세운 세태에 대한 풍자로 진화한다.
그의 글에는 자신의 병을 힘겨워하면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놓지 않는 저자의 심상이 느껴진다. 간혹 “차디찬 강철 갑옷에 갇히는 일에 장점 따위는 없다. 상실은 상실일 뿐, 아무리 좋은 이름으로 부른다 한들 마찬가지”라고 낙심하지만, “고통을 겪을 바에는 머릿속이 충만한 편이 낫다”는 위로를 전한다.
침상에 누운 주트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것들을 보고 있었다. 그가 밤새 ‘기억의 집’에 쌓아둔 보물들이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아름답게 다가온다.
▶ 『예술 수업』_오종우 지음, 어크로스 펴냄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를 만난 한 남성이 거칠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왜 그림을 사실적으로 그리지 않는 거요?”
질문을 받은 피카소는 잠시 생각을 한 후 그에게 되물었다.
“사실적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 건지요?”
그 남성은 자신의 지갑에서 아내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이런 것이 사실적입니다.”
사진을 받아 든 피카소는 이리저리 살펴본 후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아내는 매우 납작하군요.”
이 이야기는 미술사학자인 에른스트 곰브리치가 쓴 『서양미술사』에 소개된 피카소와 관련된 일화다. 사실, 피카소의 그림을 보며 “저 정도는 그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근대 화가들의 작품 중 가장 만만해 보일 수도 있다.
여기서 어린 피카소의 작품을 살펴보자. 그가 열다섯 살에 그린 <첫 영성체>는 여느 화가의 정물화처럼 사물을 정확히 묘사했다. 피카소는 무엇이 사물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는 대상의 진실을 그리고자, 차차 사물을 해체하고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을 표현하려 했다. 대상을 무조건 기괴하게 비튼다고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연, 예술은 무엇일까? 예술가들은 어떻게 보고 듣고 생각하는지 근본적인 궁금증이 생긴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은 누구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보고 창조해 내는 능력은 선택받은 몇 명의 전유물이 아니던가.
저자는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예술을 소개한다. 진정한 창의성은 전문성과 애정에서 비롯된다는 기본도 놓치지 않는다. 또 새로운 생각이 탄생하는 과정, 예술 작품 속에서 봐야 할 가치에 대한 소개를 통해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거장의 미술작품과 도스토옙스키와 안톤 체호프의 소설, 베토벤의 교향곡과 피아졸라의 탱고를 만날 수 있다.
▶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_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엮고 옮김, 김영사 펴냄
작가가 쓰는 서평은 어떨까.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한평생 남의 글 읽기에 열정을 쏟았다. 20세기가 사랑한 작가 헤르만 헤세 얘기다.
자타공인 애서가 헤르만 헤세는 ‘창조적 작가’뿐 아니라 ‘문필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동료작가들은 헤세의 서평을 받기 위해 기다렸고, 그는 생전에 3000여 개의 서평과 에세이를 남겼다. 책에서는 그중 73편을 엄선해 소개한다.
J.D. 샐린저, 카프카, 도스토옙스키, 조너선 스위프트 등 당시 헤세가 추천한 작가의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세계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것이 많다.
헤세는 작가에 대한 칭찬과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카프카의 『소송』에 대해 “경이롭고, 마음을 흥분시키는, 그야말로 기쁨을 주는 작품”이라며 “카프카의 독특하고 환상적인 작품에서 구원의 빛이 나온다”고 극찬한다.
또, 함께 늙어가는 당대의 작가에 대한 아쉬움도 진하게 묻어난다. 크누트 함순의 『시대의 자식들』 서평에서는 "함순이 늙을 리가 없다. 그가 실수로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거나 맞아 죽거나 물에 빠져 죽거나 술판을 벌이다가 죽을 수는 있다. 하지만 숲에 앉아 이제 자기는 끝났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고백하는 것, 옛날 내가 숭배하고 사랑하던 이 작가에게 그런 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의 관심은 동양의 철학에까지 닿았다. 공자의 『대화』를 읽은 헤세는 “이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낯선 공기를 숨 쉬는 듯한 느낌을 거듭 받는다”면서도 “대화록을 읽으며 보낸 나날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전한다.
헤르만 헤세의 독서량은 다양하고 방대했다. 토마스 만은 헤세의 책사랑에 대해 “이것은 봉사이자 숭배, 선별이자 교열, 새로운 발간 등의 작업으로서, 수많은 문필가가 생애를 가득 채울 만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헤세의 시선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의 따뜻한 지성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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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혜원 기자 hey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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