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약점 ‘뒷공간’, 키(Key)는 기성용”

입력 2015.01.29 (09:57) 수정 2015.01.2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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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을 앞두고 있다.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27년 만의 결승 진출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더불어 아시안컵 통산 최다(6회) 결승 진출국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결승전 상대는 개최국 호주다. A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한 차례 맞붙어 1-0으로 승리했지만, 경기 내용은 만만치 않았다. 호주는 점유율에서 한국에 2배 이상 앞섰고, 간결하면서도 위협적인 공격으로 한국 수비진을 힘들게 했다.

‘리턴 매치’가 될 결승전은 조별 리그보다 훨씬 버거운 경기가 될 전망이다. 더구나 호주의 안방에서 열리는 경기. 상대 선수는 물론 홈 관중의 일방적 응원도 이겨내야 하는 한국 선수들의 어깨가 무겁다.



● 피파 랭킹·역대 전적? 그런 건 다 잊어라!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편입된 호주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별 순위에서 100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16개 출전국 중 10번째로, 한국(69위)보다 순위가 한참 낮다.

하지만 이란(51위)과 일본(54위)이 8강에서 이라크(114위)와 아랍에미리트(80위)에 잇따라 패한 것처럼, 호주 아시안컵에서 피파랭킹은 경기결과와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이전까지 역대 전적에서 호주에 6승 10무 8패로 뒤져 있다. 최근 치른 3차례 경기에서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2009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3-1로 이긴 게 마지막 승리.

호주 원정경기 결과도 신통치 않아 네 차례 원정에서 1무 3패. 그나마 이번 대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 게 기분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호주는 AFC 편입 이듬해인 2007년 말레이시아 아시안컵에 첫 출전해 8강에 올랐다. 지난 카타르 대회에서는 결승에 진출했지만 연장 끝에 0-1로 일본에 패하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자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은 1956년 제1회 대회부터 지난 대회까지 12차례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했다. 1956년과 1960년 대회에서는 우승컵도 들어 올렸다. 4강에 진출한 횟수만 9번, 하지만 그만큼 우승 기회를 눈 앞에서 자주 놓쳤다는 의미도 된다. ‘55년 만에 아시아 정상’은 한국으로서도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두 나라는 이번 대회를 포함, 아시안컵에서 지금까지 총 2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2011년 카타르 대회 당시 같은 조에 속해 조별리그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A조에 나란히 배정돼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승리했다.

● 약점 없고 밸런스 좋은 호주, 공략법은?

호주는 아시안컵 개막 전부터 강력한 후승 후보로 꼽혔다. 공수 양면에서 밸런스가 좋고, 포지션별로 약점도 가장 적은 팀이라는 평가다.

득점은 측면 크로스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좌우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하거나 페널티지역에서 혼전 상황을 이용해 골로 마무리하는 득점 루트가 중국과의 8강전, 아랍에미리트(UAE)와의 4강전에서도 계속 나왔다. 왼쪽 풀백이 상대 진영 깊숙한 곳까지 빠르게 오버래핑 해 올라오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특히 공격진과 수비진, 좌우 측면 사이 간격이 좁아 공격시 숏패스 연결로 슈팅 기회를 만들어 낸다. 당연히 점유율도 높다. 4강전까지 5경기에서 총 2,838회 패스를 시도해 2,460회를 성공하며 패스 정확도 86.7%를 기록 중이다.

단순히 점유율만 높은 게 아니라 결정력도 좋다. 똑같이 점유율 높은 축구를 하지만 8강에서 탈락한 일본과 가장 구별되는 점도 바로 골 결정력다.

호주는 5경기에서 12골을 넣었는데, 10명의 선수가 골맛을 봤다. 멀티골을 기록 중인 선수는 팀 케이힐(3골, 뉴욕 레드불스) 뿐이다. 그만큼 득점 루트가 다양하고, 어디에서건 골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제공권이 좋은 팀인 만큼 세트 피스에 의한 득점도 많다. 김대길 KBSN 축구해설위원은 "코너킥 같이 정지된 장면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트피스 수비시 곽태휘(알힐랄) 등 중앙 수비수는 물론 이정협(상주상무) 등 키 큰 선수들이 높이를 보태야 하는 이유다.



호주는 수비시 전방에서의 압박이 좋은 팀이다. 수비라인을 높이 끌어올리기 때문에 공격진과 수비라인 사이 간격이 좁고, 특히 중앙 수비수가 미드필드까지 올라와 허리에서의 숫자 싸움에 가담하는 모습도 자주 나타난다.

맷 라이언이 지키는 골문도 빈 틈이 없다. 5경기에서 2실점하며 15개의 세이브를 기록 중인 라이언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될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결승전 승패에 따라 김진현(세레소오사카)과 라이언 중 최우수 골키퍼가 정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호주에게도 약점은 있다. 수비라인을 높이 올리는 만큼 뒷공간에 빈틈을 노출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진영에서 커트한 공을 빠르게 연결해 2선에서의 공간 침투로 호주 수비 뒷공간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이 내 놓은 공략법. 스피드가 좋은 손흥민(레버쿠젠)과 이근호(엘 자이시), 남태희(레크위야) 등이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수비 라인을 높이 올리는 호주는 특히 중앙 수비수의 발이 느려 뒷공간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손흥민 등 빠른 선수가 뒷공간으로 침투해 공격 루트를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지난 17일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보여준 단단한 수비와 집중력 있는 플레이도 다시 한 번 떠 올릴 필요가 있다. 쿠웨이트와 오만을 상대로 4골씩을 몰아넣은 호주의 화력을 침묵시킨 건 결국 협력 수비, 박스 바깥에서부터의 견제, 골문 앞에서의 집중력이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이라크전이 끝난 후 “호주가 강팀인 건 맞지만 대표팀의 현재 조직력과 정신력이라면 호주를 꺾고 충분히 우승 가능하다”며 대표팀 선수들의 집중력을 칭찬하기도 했다.

결승에서 마음이 조금 더 급한 쪽은 호주다.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아시안컵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은 열망이 크다. 더구나 상대는 조별리그에서 패했던 한국.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붙여 확실한 승리를 거두는 전략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을 충분히 활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한준희 위원은 “호주가 한국을 꺾고 홈에서 멋지게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라며 “(호주가) 조급하고 거친 플레이를 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우리 선수들은 절대 먼저 흥분하지 말고,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예상 베스트11 : 포지션별로 비교했더니...

결승전 선발 라인업도 관심을 모은다. 마지막 경기인 만큼 두 팀 모두 ‘가장 잘했던’ 포메이션을 쓰고, ‘가장 컨디션 좋은’ 선수를 투입해야 한다.

한국과 호주는 5경기를 치르는 동안 각각 4-2-3-1과 4-3-3 포메이션을 선발 라인업으로 사용했다.



▶ 공격 : 최전방 호주, 날개는 한국 우세 

최전방에는 이정협과 케이힐이 나설 전망이다. 무게중심은 케이힐 쪽으로 기운다.

이정협이 이번 대회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깜짝 활약하고 있지만, A매치만 80경기 이상 출전한 케이힐의 경험을 무시하기 어렵다. 케이힐은 골 결정력은 물론, 공중볼에도 강점이 있어 한국 수비수들에겐 부담스러운 상대다. 현재 3골을 기록중인 케이힐이 결승전에서 2골 이상을 넣을 경우 대회 득점왕도 가능하다.

좌우 날개에서는 한국의 손흥민·이근호(또는 한교원)와 호주의 로비 크루스(레버쿠젠)·매튜 레키(FC잉골슈타트)가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공격의 무게감에서는 한국이 한수 위. 크루스는 소속팀에서도 손흥민에 밀려 출전 기회가 적은 편이다. 

결승전에 한국 대표팀은 특히 손흥민, 이근호(엘 자이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수비 뒷공간에 약점이 있는 호주를 공략하기 위해 빠르고 활동량이 많은 두 선수가 2선 침투를 통해 공격루트를 만들어야 한다. 이근호 대신 한교원(전북)이 선발 출장한다면 측면 수비에 좀 더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매튜 레키는 측면에서 올려주는 크로스가 무섭다. 맞은편 케이힐이나 마시모 루옹고(스윈든타운)에게 연결되면 실점할 가능성이 커 우리 선수들의 대비가 필요하다.

▶ 미드필드 : 경기 승패 가를 격전지

수비라인을 높게 올려 전방부터 압박하는 호주의 플레이 스타일상 결승전 승패는 사실상 중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기성용(스완지)과 박주호(마인츠)의 어깨가 무겁다. 기성용이 공수를 조율하며 경기를 풀어 나가면, 박주호가 뒤를 받쳐야 한다.

호주는 밀레 예디낵(크리스털팰리스)이 포백 앞쪽에서 경기를 조율한다. 기성용과 비슷한 역할이다. 루옹고와 마크 밀리건(맬버른빅토리)이 예디낵을 지원하는데, 특히 루옹고는 공수에 모두 관여하며 킥 능력도 좋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준결승에서 도움 2개를 기록했다.



▶ 수비 : 김진수-차두리 풀백 최강, 호주 느린 발 공략해야 

한국 대표팀은 김진수(호펜하임)-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곽태휘(알힐랄)-차두리(FC서울)가 포백을 구성할 전망이다. 경험 많은 곽태휘가 수비라인을 이끌고 있는데 특히 제공권이 압도적이다.

 김진수와 차두리 좌우 풀백은 이번 대회 최강의 조합이다. 수비 능력은 기본. 두 선수 모두 빠르고 공격력이 좋아 도움도 2개씩 기록하고 있다.

호주는 매튜 스피라노비치와 트렌트 세인즈버리(즈볼러)가 중앙 수비로 나선다. 몸싸움 능력과 제공권이 좋지만 발이 다소 느린 게 단점이다. 좌우엔 제이슨 데이비슨(웨스트브로미치)과 이반 프란지치(토르페도 모스크바)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경험이 적고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도 드러내고 있다. 4강전 후반 막판에 부상한 프란지치의 출전 여부에 따라 수비 라인에 변동 가능성도 있다.

● 키플레이어 : 기성용 vs 매튜 레키, 승자는?

결승전 경기 흐름을 한 순간에 바꿔 놓을 키 플레이어는 누가 될까.



한국 대표팀에서는 이번에도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이 키(Key)다. 기성용은 이번 대회 5경기에 선발 출장해 총 479분을 뛰었다. 소속팀에서 정규리그 일정을 거의 풀타임 소화하다 대표팀에 합류했다는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살인적인 일정이지만 결승전에서도 100% 선발 출장이 확실한 상황.

기성용은 이번 대회에서 득점·어시스트 등 공격포인트가 없지만 팀내 공헌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중원에서 강한 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며, 대표팀 공격의 상당 부분이 기성용의 발끝에서 시작된다. 4강전까지 패스 성공률은 무려 92.8%(349회 패스, 324회 성공), 크로스 정확도도 25%에 이른다.

결승전에서는 기성용과 주변 선수들의 유기적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호주가 전방 압박이 좋은 팀인만큼 ‘탈압박’을 위해 주변 선수들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며 “박주호는 물론 손흥민, 남태희, 이근호 등 앞선의 선수들도 많이 움직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대표팀 공격의 시작에 기성용이 있다면, 호주 대표팀엔 매튜 레키(FC잉골슈타트)가 있다. 경기를 보는 눈이 좋고 크로스가 정확해 경계해야 할 상대다.

주로 오른쪽 날개 자리에서 뛰는 레키는 상대 진영 측면을 흔든 후 대각선 방향으로 올려주는 크로스가 장기다. 맞은편의 팀 케이힐이나 마시모 루옹고(스윈든타운) 쪽에서 공격 찬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만큼 우리 수비수들의 대비가 필요하다.



● 노란색 응원물결...심리적 부담, 긴장감 떨치야
31일 결승전이 열리는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는 8만 4천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6만 6천석 규모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경기장.

호주는 중국과의 8강전에 이어, 27일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4강전 입장권도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아시안컵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결승전에서도 8만 4천석 경기장이 가득 찰 것으로 보인다.

상대 선수는 물론,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견디며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 대회 내내 일당백의 응원 열기를 보여주고 있는 현지 교민들의 응원이 그마나 선수들에게는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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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 약점 ‘뒷공간’, 키(Key)는 기성용”
    • 입력 2015-01-29 09:57:30
    • 수정2015-01-29 15:14:09
    국가대표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2015 호주 아시안컵 결승을 앞두고 있다.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27년 만의 결승 진출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더불어 아시안컵 통산 최다(6회) 결승 진출국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결승전 상대는 개최국 호주다. A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한 차례 맞붙어 1-0으로 승리했지만, 경기 내용은 만만치 않았다. 호주는 점유율에서 한국에 2배 이상 앞섰고, 간결하면서도 위협적인 공격으로 한국 수비진을 힘들게 했다.

‘리턴 매치’가 될 결승전은 조별 리그보다 훨씬 버거운 경기가 될 전망이다. 더구나 호주의 안방에서 열리는 경기. 상대 선수는 물론 홈 관중의 일방적 응원도 이겨내야 하는 한국 선수들의 어깨가 무겁다.



● 피파 랭킹·역대 전적? 그런 건 다 잊어라!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편입된 호주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별 순위에서 100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16개 출전국 중 10번째로, 한국(69위)보다 순위가 한참 낮다.

하지만 이란(51위)과 일본(54위)이 8강에서 이라크(114위)와 아랍에미리트(80위)에 잇따라 패한 것처럼, 호주 아시안컵에서 피파랭킹은 경기결과와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이전까지 역대 전적에서 호주에 6승 10무 8패로 뒤져 있다. 최근 치른 3차례 경기에서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2009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3-1로 이긴 게 마지막 승리.

호주 원정경기 결과도 신통치 않아 네 차례 원정에서 1무 3패. 그나마 이번 대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 게 기분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호주는 AFC 편입 이듬해인 2007년 말레이시아 아시안컵에 첫 출전해 8강에 올랐다. 지난 카타르 대회에서는 결승에 진출했지만 연장 끝에 0-1로 일본에 패하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자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은 1956년 제1회 대회부터 지난 대회까지 12차례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했다. 1956년과 1960년 대회에서는 우승컵도 들어 올렸다. 4강에 진출한 횟수만 9번, 하지만 그만큼 우승 기회를 눈 앞에서 자주 놓쳤다는 의미도 된다. ‘55년 만에 아시아 정상’은 한국으로서도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두 나라는 이번 대회를 포함, 아시안컵에서 지금까지 총 2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2011년 카타르 대회 당시 같은 조에 속해 조별리그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A조에 나란히 배정돼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승리했다.

● 약점 없고 밸런스 좋은 호주, 공략법은?

호주는 아시안컵 개막 전부터 강력한 후승 후보로 꼽혔다. 공수 양면에서 밸런스가 좋고, 포지션별로 약점도 가장 적은 팀이라는 평가다.

득점은 측면 크로스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좌우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하거나 페널티지역에서 혼전 상황을 이용해 골로 마무리하는 득점 루트가 중국과의 8강전, 아랍에미리트(UAE)와의 4강전에서도 계속 나왔다. 왼쪽 풀백이 상대 진영 깊숙한 곳까지 빠르게 오버래핑 해 올라오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특히 공격진과 수비진, 좌우 측면 사이 간격이 좁아 공격시 숏패스 연결로 슈팅 기회를 만들어 낸다. 당연히 점유율도 높다. 4강전까지 5경기에서 총 2,838회 패스를 시도해 2,460회를 성공하며 패스 정확도 86.7%를 기록 중이다.

단순히 점유율만 높은 게 아니라 결정력도 좋다. 똑같이 점유율 높은 축구를 하지만 8강에서 탈락한 일본과 가장 구별되는 점도 바로 골 결정력다.

호주는 5경기에서 12골을 넣었는데, 10명의 선수가 골맛을 봤다. 멀티골을 기록 중인 선수는 팀 케이힐(3골, 뉴욕 레드불스) 뿐이다. 그만큼 득점 루트가 다양하고, 어디에서건 골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제공권이 좋은 팀인 만큼 세트 피스에 의한 득점도 많다. 김대길 KBSN 축구해설위원은 "코너킥 같이 정지된 장면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트피스 수비시 곽태휘(알힐랄) 등 중앙 수비수는 물론 이정협(상주상무) 등 키 큰 선수들이 높이를 보태야 하는 이유다.



호주는 수비시 전방에서의 압박이 좋은 팀이다. 수비라인을 높이 끌어올리기 때문에 공격진과 수비라인 사이 간격이 좁고, 특히 중앙 수비수가 미드필드까지 올라와 허리에서의 숫자 싸움에 가담하는 모습도 자주 나타난다.

맷 라이언이 지키는 골문도 빈 틈이 없다. 5경기에서 2실점하며 15개의 세이브를 기록 중인 라이언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될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결승전 승패에 따라 김진현(세레소오사카)과 라이언 중 최우수 골키퍼가 정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호주에게도 약점은 있다. 수비라인을 높이 올리는 만큼 뒷공간에 빈틈을 노출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진영에서 커트한 공을 빠르게 연결해 2선에서의 공간 침투로 호주 수비 뒷공간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이 내 놓은 공략법. 스피드가 좋은 손흥민(레버쿠젠)과 이근호(엘 자이시), 남태희(레크위야) 등이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수비 라인을 높이 올리는 호주는 특히 중앙 수비수의 발이 느려 뒷공간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손흥민 등 빠른 선수가 뒷공간으로 침투해 공격 루트를 찾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지난 17일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보여준 단단한 수비와 집중력 있는 플레이도 다시 한 번 떠 올릴 필요가 있다. 쿠웨이트와 오만을 상대로 4골씩을 몰아넣은 호주의 화력을 침묵시킨 건 결국 협력 수비, 박스 바깥에서부터의 견제, 골문 앞에서의 집중력이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이라크전이 끝난 후 “호주가 강팀인 건 맞지만 대표팀의 현재 조직력과 정신력이라면 호주를 꺾고 충분히 우승 가능하다”며 대표팀 선수들의 집중력을 칭찬하기도 했다.

결승에서 마음이 조금 더 급한 쪽은 호주다.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아시안컵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은 열망이 크다. 더구나 상대는 조별리그에서 패했던 한국.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붙여 확실한 승리를 거두는 전략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을 충분히 활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한준희 위원은 “호주가 한국을 꺾고 홈에서 멋지게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라며 “(호주가) 조급하고 거친 플레이를 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우리 선수들은 절대 먼저 흥분하지 말고,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예상 베스트11 : 포지션별로 비교했더니...

결승전 선발 라인업도 관심을 모은다. 마지막 경기인 만큼 두 팀 모두 ‘가장 잘했던’ 포메이션을 쓰고, ‘가장 컨디션 좋은’ 선수를 투입해야 한다.

한국과 호주는 5경기를 치르는 동안 각각 4-2-3-1과 4-3-3 포메이션을 선발 라인업으로 사용했다.



▶ 공격 : 최전방 호주, 날개는 한국 우세 

최전방에는 이정협과 케이힐이 나설 전망이다. 무게중심은 케이힐 쪽으로 기운다.

이정협이 이번 대회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깜짝 활약하고 있지만, A매치만 80경기 이상 출전한 케이힐의 경험을 무시하기 어렵다. 케이힐은 골 결정력은 물론, 공중볼에도 강점이 있어 한국 수비수들에겐 부담스러운 상대다. 현재 3골을 기록중인 케이힐이 결승전에서 2골 이상을 넣을 경우 대회 득점왕도 가능하다.

좌우 날개에서는 한국의 손흥민·이근호(또는 한교원)와 호주의 로비 크루스(레버쿠젠)·매튜 레키(FC잉골슈타트)가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공격의 무게감에서는 한국이 한수 위. 크루스는 소속팀에서도 손흥민에 밀려 출전 기회가 적은 편이다. 

결승전에 한국 대표팀은 특히 손흥민, 이근호(엘 자이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수비 뒷공간에 약점이 있는 호주를 공략하기 위해 빠르고 활동량이 많은 두 선수가 2선 침투를 통해 공격루트를 만들어야 한다. 이근호 대신 한교원(전북)이 선발 출장한다면 측면 수비에 좀 더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매튜 레키는 측면에서 올려주는 크로스가 무섭다. 맞은편 케이힐이나 마시모 루옹고(스윈든타운)에게 연결되면 실점할 가능성이 커 우리 선수들의 대비가 필요하다.

▶ 미드필드 : 경기 승패 가를 격전지

수비라인을 높게 올려 전방부터 압박하는 호주의 플레이 스타일상 결승전 승패는 사실상 중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기성용(스완지)과 박주호(마인츠)의 어깨가 무겁다. 기성용이 공수를 조율하며 경기를 풀어 나가면, 박주호가 뒤를 받쳐야 한다.

호주는 밀레 예디낵(크리스털팰리스)이 포백 앞쪽에서 경기를 조율한다. 기성용과 비슷한 역할이다. 루옹고와 마크 밀리건(맬버른빅토리)이 예디낵을 지원하는데, 특히 루옹고는 공수에 모두 관여하며 킥 능력도 좋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준결승에서 도움 2개를 기록했다.



▶ 수비 : 김진수-차두리 풀백 최강, 호주 느린 발 공략해야 

한국 대표팀은 김진수(호펜하임)-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곽태휘(알힐랄)-차두리(FC서울)가 포백을 구성할 전망이다. 경험 많은 곽태휘가 수비라인을 이끌고 있는데 특히 제공권이 압도적이다.

 김진수와 차두리 좌우 풀백은 이번 대회 최강의 조합이다. 수비 능력은 기본. 두 선수 모두 빠르고 공격력이 좋아 도움도 2개씩 기록하고 있다.

호주는 매튜 스피라노비치와 트렌트 세인즈버리(즈볼러)가 중앙 수비로 나선다. 몸싸움 능력과 제공권이 좋지만 발이 다소 느린 게 단점이다. 좌우엔 제이슨 데이비슨(웨스트브로미치)과 이반 프란지치(토르페도 모스크바)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경험이 적고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도 드러내고 있다. 4강전 후반 막판에 부상한 프란지치의 출전 여부에 따라 수비 라인에 변동 가능성도 있다.

● 키플레이어 : 기성용 vs 매튜 레키, 승자는?

결승전 경기 흐름을 한 순간에 바꿔 놓을 키 플레이어는 누가 될까.



한국 대표팀에서는 이번에도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이 키(Key)다. 기성용은 이번 대회 5경기에 선발 출장해 총 479분을 뛰었다. 소속팀에서 정규리그 일정을 거의 풀타임 소화하다 대표팀에 합류했다는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살인적인 일정이지만 결승전에서도 100% 선발 출장이 확실한 상황.

기성용은 이번 대회에서 득점·어시스트 등 공격포인트가 없지만 팀내 공헌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중원에서 강한 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며, 대표팀 공격의 상당 부분이 기성용의 발끝에서 시작된다. 4강전까지 패스 성공률은 무려 92.8%(349회 패스, 324회 성공), 크로스 정확도도 25%에 이른다.

결승전에서는 기성용과 주변 선수들의 유기적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호주가 전방 압박이 좋은 팀인만큼 ‘탈압박’을 위해 주변 선수들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며 “박주호는 물론 손흥민, 남태희, 이근호 등 앞선의 선수들도 많이 움직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대표팀 공격의 시작에 기성용이 있다면, 호주 대표팀엔 매튜 레키(FC잉골슈타트)가 있다. 경기를 보는 눈이 좋고 크로스가 정확해 경계해야 할 상대다.

주로 오른쪽 날개 자리에서 뛰는 레키는 상대 진영 측면을 흔든 후 대각선 방향으로 올려주는 크로스가 장기다. 맞은편의 팀 케이힐이나 마시모 루옹고(스윈든타운) 쪽에서 공격 찬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만큼 우리 수비수들의 대비가 필요하다.



● 노란색 응원물결...심리적 부담, 긴장감 떨치야
31일 결승전이 열리는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는 8만 4천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6만 6천석 규모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경기장.

호주는 중국과의 8강전에 이어, 27일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4강전 입장권도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아시안컵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결승전에서도 8만 4천석 경기장이 가득 찰 것으로 보인다.

상대 선수는 물론,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견디며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 대회 내내 일당백의 응원 열기를 보여주고 있는 현지 교민들의 응원이 그마나 선수들에게는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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