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전세계는 세금앓이 중…각국 증세 논란

입력 2015.01.29 (18:07) 수정 2015.01.2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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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한국은 연말 정산때문에 시끄럽죠.

그동안 연말정산은 일년 동안 더 냈던 세금을 돌려받는 '13월의 보너스'로 불렸는데, 올해는 '13월의 세금폭탄'이란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득세 정산 방식을 바꾸는 세제개편과정에서 세금이 늘어나서 벌어진 일인데요.

그런데 이 '증세' 논란은 한국 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에서도 국가 재정 형편이 나빠지면서 세금을 누구에게 얼마를 어떻게 더 거둬야 하는가 라는 공통의 현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납세자, 기업 등 이해당자자들끼리 팽팽한 줄다리기가 한창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금 논쟁, 그 이유와 배경, 그리고 해법을 알아봅니다. 국제부 서재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먼저, 미국에서도 새해 벽두부터 오바마 대통령가 세금을 더 걷겠다고 공언해 증세 논쟁이 불붙었지요?

<답변>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해 국정 연설에서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중산층을 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소득 최상위 1%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연설을 듣고 자세한 내용 설명드리겠습니다.

<녹취>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지난 21일) : "부자 증세로 상위 1%가 재산 만큼 세금을 내지 않아 커진 불평등의 간격을 메웁시다. 그 돈을 보육과 교육에 써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부부 합산 소득이 1년에 50만달러, 우리돈 5억원이 넘는 경우, 자본 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을 현행 23.8%에서 28%로 올리고, 주식과 부동산 등 상속 재산에서 나오는 자본소득에도 세금을 매긴다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앞으로 10년 동안 340조 원을 더 거둬들여 2년제 대학 학자금 지원 등 '중산층 살리기'에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질문>
국민들 반응은 어땠습니까.

<답변>
오바마의 신년 연설에 대해 미국인의 과반수는 적극 지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CNN의 여론조사를 보면요, '부자증세'가 핵심이었던 이번 신년 연설을 보고 응답자 51%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고요.

'다소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30%나 됐습니다.

신년연설을 긍정적이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80%가 넘어서, 그야말로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셈입니다.

<질문>
특정 계층을 겨냥해 세금을 더 걷을 경우 부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지요?

반대 목소리도 크지고?

<답변>
네, 이른바 시장중심 정책을 추구하는 공화당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부자 증세'를 앞세운 세제 개혁안은 인기만 염두한 '포퓰리즘'이고 계층 전쟁을 조장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공화당의 반응 들어보시죠.

<녹취> 커트 클라우슨(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 "세율을 높여 미국경제에 더 이상 부담을 줘서는 안 됩니다. 재분배가 아니라, 경제자유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부가 창출되면 모든 사람이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공화당 지도부는 특히 부자 증세는 실현될 수 없고, 작은 정부 실현을 통해 세금 낭비를 막는 것이 급선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오바마 행정부가 발표한 이른바 세제 개혁 가운데 거센 반발에 막혀 시행 일주일 만에 폐기된 법안도 있는데요.

이른바 '529 플랜' 개편안이었습니다.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 학자금 관련 투자상품의 수익을 비과세하는 제도인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529 플랜 이용자의 70%가 부유층"이라며 비과세 혜택을 줄이겠다고 했는데요.

중산층에 대한 증세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질문>
증세의 타겟이 누가 되냐에 따라서 큰 지지를 얻기도 하고 반발을 사기도 한 셈이네요.

그런데 이 '부자 증세'는 유럽에서 몇 년 전 먼저 실행되지 않았습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부족한 국고를 채우기 위해 여러가지 증세 정책들을 내놨었죠.

그 가운데 특히 프랑스와 영국이 강력한 '부자 증세안'을 내놓았는데, 조세저항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프랑스는 지난 2013년에 연소득 15만 유로, 우리 돈 약 2억 원 이상의 고소득 개인에게 매기는 세율을 40%에서 45%로 높였습니다.

연소득 100만 유로 이상 소득자에겐 무려 75%의 소득세를 매기려 했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영국도 소득세 최고세율을 2010년부터 50%로 높였지만 2013년엔 경기부양을 위해 45%로 낮추기도 했습니다.

<질문>
조세 저항이 심한 소득세 대신 소비세, 부가세를 올린 나라들도 있죠?

<답변>
네 일본과 유럽 남부의 국가들이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이 세금 부담을 지는 소비세, 부가세 인상을 택했습니다.

문제는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데, 이렇게 소비자의 지출 여력을 줄이는 세금 인상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졌다는 겁니다.

일본은 소비세율이 유럽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5% 수준이었는데요.

지난해 4월 8%로 인상했고 올해 10월엔 10%로 또 인상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위축됨에 따라 인상계획을 연기했습니다.

국가 재정이 어려운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등 유럽 국가 가운데 상당수는 금융위기 이후 부가세율을 높였습니다.

소비심리를 살리려면 서민들의 지갑이 두꺼워져야 하니까 오히려 세금을 깎아줘야 하는데요...

당장, 세수가 줄고 재정 적자가 누적되니까 국민들의 지갑을 짜내야 했던 것이죠.

세금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녹취> 실비에 브리곳(파리 시민) : "우리 소득에 비해 이건 너무 가혹해요. 기업이 긴축해 월급은 적어지는데 세금은 많아져요.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질문>
그런데 서 기자, 세금 걷는 문제는 각 국가의 상황에 따라 방식도 다르고 참 복잡한 문제지만, 그래도 객관적으로 국민들이 얼마나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어떻습니까.

<답변>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끼리 1인당 세금을 비교한 자료를 살펴봤는데요.

201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세금은 2013년 기준 683만 원으로 OECD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하지만 5년 전과 비교해보니, 1인당 세금이 25%나 늘어서 세금 증가율이 평균을 훨씬 웃돌았고 OECD 회원국 29개국에서 4번째로 높았습니다.

물론, 1인당 세금 증가율이 실제 국민 부담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금이 많이 올랐다고 느끼는 게 괜한 불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질문>
또 세금에서 불만이 생기는 중요한 원인이 계층간 형평성 문제 아니겠습니까.

앞서 오바마 대통령이 부자 증세를 내세우면서, 세금을 통해 빈부 격차를 줄여보겠다는 의지를 보였잖습니까.

한국도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데요.

<답변>
그걸 보여주는 다른 조사 결과를 하나 더 살펴볼까요.

지난해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이 OECD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관데요.

조세제도로 빈부격차가 개선되는 효과입니다.

OECD 평균이 35%인데 한국은 9%로 최하위권이었고요.

독일은 무려 42%, 미국도 25%였습니다.

<질문>
조세 제도를 통한 한국의 빈부 격차 개선율은 너무나 미미한 편인 거네요.

<답변>
이번같은 '연말정산' 파동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전 세계 조세 흐름을 보고 조세 정의로 무엇을 실현할 지 정부가 근본적인 것부터 다시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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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전세계는 세금앓이 중…각국 증세 논란
    • 입력 2015-01-29 19:12:34
    • 수정2015-01-29 20:12:35
    글로벌24
<앵커 멘트>

요즘 한국은 연말 정산때문에 시끄럽죠.

그동안 연말정산은 일년 동안 더 냈던 세금을 돌려받는 '13월의 보너스'로 불렸는데, 올해는 '13월의 세금폭탄'이란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득세 정산 방식을 바꾸는 세제개편과정에서 세금이 늘어나서 벌어진 일인데요.

그런데 이 '증세' 논란은 한국 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에서도 국가 재정 형편이 나빠지면서 세금을 누구에게 얼마를 어떻게 더 거둬야 하는가 라는 공통의 현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납세자, 기업 등 이해당자자들끼리 팽팽한 줄다리기가 한창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금 논쟁, 그 이유와 배경, 그리고 해법을 알아봅니다. 국제부 서재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먼저, 미국에서도 새해 벽두부터 오바마 대통령가 세금을 더 걷겠다고 공언해 증세 논쟁이 불붙었지요?

<답변>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해 국정 연설에서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중산층을 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소득 최상위 1%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연설을 듣고 자세한 내용 설명드리겠습니다.

<녹취>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지난 21일) : "부자 증세로 상위 1%가 재산 만큼 세금을 내지 않아 커진 불평등의 간격을 메웁시다. 그 돈을 보육과 교육에 써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부부 합산 소득이 1년에 50만달러, 우리돈 5억원이 넘는 경우, 자본 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을 현행 23.8%에서 28%로 올리고, 주식과 부동산 등 상속 재산에서 나오는 자본소득에도 세금을 매긴다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앞으로 10년 동안 340조 원을 더 거둬들여 2년제 대학 학자금 지원 등 '중산층 살리기'에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질문>
국민들 반응은 어땠습니까.

<답변>
오바마의 신년 연설에 대해 미국인의 과반수는 적극 지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CNN의 여론조사를 보면요, '부자증세'가 핵심이었던 이번 신년 연설을 보고 응답자 51%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고요.

'다소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30%나 됐습니다.

신년연설을 긍정적이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80%가 넘어서, 그야말로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셈입니다.

<질문>
특정 계층을 겨냥해 세금을 더 걷을 경우 부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지요?

반대 목소리도 크지고?

<답변>
네, 이른바 시장중심 정책을 추구하는 공화당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부자 증세'를 앞세운 세제 개혁안은 인기만 염두한 '포퓰리즘'이고 계층 전쟁을 조장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공화당의 반응 들어보시죠.

<녹취> 커트 클라우슨(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 "세율을 높여 미국경제에 더 이상 부담을 줘서는 안 됩니다. 재분배가 아니라, 경제자유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부가 창출되면 모든 사람이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공화당 지도부는 특히 부자 증세는 실현될 수 없고, 작은 정부 실현을 통해 세금 낭비를 막는 것이 급선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오바마 행정부가 발표한 이른바 세제 개혁 가운데 거센 반발에 막혀 시행 일주일 만에 폐기된 법안도 있는데요.

이른바 '529 플랜' 개편안이었습니다.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 학자금 관련 투자상품의 수익을 비과세하는 제도인데요.

오바마 대통령은 "529 플랜 이용자의 70%가 부유층"이라며 비과세 혜택을 줄이겠다고 했는데요.

중산층에 대한 증세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질문>
증세의 타겟이 누가 되냐에 따라서 큰 지지를 얻기도 하고 반발을 사기도 한 셈이네요.

그런데 이 '부자 증세'는 유럽에서 몇 년 전 먼저 실행되지 않았습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부족한 국고를 채우기 위해 여러가지 증세 정책들을 내놨었죠.

그 가운데 특히 프랑스와 영국이 강력한 '부자 증세안'을 내놓았는데, 조세저항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프랑스는 지난 2013년에 연소득 15만 유로, 우리 돈 약 2억 원 이상의 고소득 개인에게 매기는 세율을 40%에서 45%로 높였습니다.

연소득 100만 유로 이상 소득자에겐 무려 75%의 소득세를 매기려 했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영국도 소득세 최고세율을 2010년부터 50%로 높였지만 2013년엔 경기부양을 위해 45%로 낮추기도 했습니다.

<질문>
조세 저항이 심한 소득세 대신 소비세, 부가세를 올린 나라들도 있죠?

<답변>
네 일본과 유럽 남부의 국가들이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이 세금 부담을 지는 소비세, 부가세 인상을 택했습니다.

문제는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데, 이렇게 소비자의 지출 여력을 줄이는 세금 인상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졌다는 겁니다.

일본은 소비세율이 유럽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5% 수준이었는데요.

지난해 4월 8%로 인상했고 올해 10월엔 10%로 또 인상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위축됨에 따라 인상계획을 연기했습니다.

국가 재정이 어려운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등 유럽 국가 가운데 상당수는 금융위기 이후 부가세율을 높였습니다.

소비심리를 살리려면 서민들의 지갑이 두꺼워져야 하니까 오히려 세금을 깎아줘야 하는데요...

당장, 세수가 줄고 재정 적자가 누적되니까 국민들의 지갑을 짜내야 했던 것이죠.

세금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녹취> 실비에 브리곳(파리 시민) : "우리 소득에 비해 이건 너무 가혹해요. 기업이 긴축해 월급은 적어지는데 세금은 많아져요.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질문>
그런데 서 기자, 세금 걷는 문제는 각 국가의 상황에 따라 방식도 다르고 참 복잡한 문제지만, 그래도 객관적으로 국민들이 얼마나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지,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어떻습니까.

<답변>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끼리 1인당 세금을 비교한 자료를 살펴봤는데요.

2013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세금은 2013년 기준 683만 원으로 OECD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하지만 5년 전과 비교해보니, 1인당 세금이 25%나 늘어서 세금 증가율이 평균을 훨씬 웃돌았고 OECD 회원국 29개국에서 4번째로 높았습니다.

물론, 1인당 세금 증가율이 실제 국민 부담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금이 많이 올랐다고 느끼는 게 괜한 불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질문>
또 세금에서 불만이 생기는 중요한 원인이 계층간 형평성 문제 아니겠습니까.

앞서 오바마 대통령이 부자 증세를 내세우면서, 세금을 통해 빈부 격차를 줄여보겠다는 의지를 보였잖습니까.

한국도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데요.

<답변>
그걸 보여주는 다른 조사 결과를 하나 더 살펴볼까요.

지난해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이 OECD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관데요.

조세제도로 빈부격차가 개선되는 효과입니다.

OECD 평균이 35%인데 한국은 9%로 최하위권이었고요.

독일은 무려 42%, 미국도 25%였습니다.

<질문>
조세 제도를 통한 한국의 빈부 격차 개선율은 너무나 미미한 편인 거네요.

<답변>
이번같은 '연말정산' 파동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전 세계 조세 흐름을 보고 조세 정의로 무엇을 실현할 지 정부가 근본적인 것부터 다시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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