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고 수사 반전시킨 댓글 하나

입력 2015.01.29 (22:41) 수정 2015.01.29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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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가 포착되지 않아 안갯속을 맴돌던 청주 '크림빵 아빠' 강모(29)씨 뺑소니 사망 사고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막연하게 BMW로 여겨졌던 용의 차량이 사고 발생 19일 만인 29일 윈스톰으로 특정됐기 때문이다.

흥덕경찰서는 이날 "사고 지점에서 180m가량 떨어진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CCTV를 추가로 확보해 분석한 결과 피해자 강씨가 걸어가는 시간과 용의차량이 (지나는 시간이) 정확히 일치하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차량의 번호까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갈팡질팡하던 수사는 중심을 잡게 됐다.

경찰은 애초 가해 차량이 강씨를 친 뒤 직진해 도주했을 것으로 보고 인근 민간 업소 등의 CCTV를 분석, BMW 승용차를 유력한 용의 차량으로 지목하고, 화질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관련 CCTV 동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것은 목격자도 없고, 인근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에서도 별다른 단서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추정에 불과했다.

경찰의 의뢰를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용의 차량이 BMW 3/5/7시리즈, 렉서스 LS 시리즈, 뉴 제네시스, K7 등 4종과 유사하다는 동영상 분석 결과를 내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BMW의 진행 방향과 반대쪽에 있던 차량등록사업소에서 새로운 '물증'이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차량등록사업소가 경찰에 건넨 CCTV 파일에 윈스톰이 등장한 것이다.

경찰 분석 결과 강씨가 걸어가는 시간과 윈스톰 차량의 통행 시간이 정확히 일치했다. 윈스톰이 사고 현장에서 300m 거리의 골목으로 빠져나가는 장면도 포착됐다. 도주로를 직진에만 초점을 맞춘 경찰의 허를 찌른 대목이다.

BMW에 매달려 헛심을 썼던 경찰은 윈스톰 차주 추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상황이 뒤바뀐 배경에는 차량등록사업소 소속 청주시 공무원의 댓글이 있었다.

차량등록사업소의 A씨는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뺑소니 아빠' 기사를 보고 "우리도 도로변을 촬영하는 CCTV가 있다"는 댓글을 달았다.

차량등록사업소는 많은 차량이 드나드는 특성상 접촉 사고 등 소소한 분쟁에 대비, 건물 내외곽과 주차장에 CCTV를 설치, 24시간 가동하던 터였다.

이 댓글을 본 흥덕경찰서 수사관들이 지난 27일 차량등록사업소를 방문, 관련 CCTV 파일을 가져가 분석한 끝에 용의 차량을 윈스텀으로 특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A씨는 "기존 용의차량을 찍은 화면이 흐려 제대로 판독할 수 없다는 뉴스를 보고 순간적으로 우리 건물 CCTV를 생각했다"며 "범인이 빨리 검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10일 오전 1시 30분께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에서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졌다.

임신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 들고 귀가하던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그를 '크림빵 아빠'로 부르며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자동차에 조예가 깊은 누리꾼들은 공개된 CCTV 동영상을 보고 차종을 압축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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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고 수사 반전시킨 댓글 하나
    • 입력 2015-01-29 22:41:52
    • 수정2015-01-29 22:47:53
    연합뉴스
단서가 포착되지 않아 안갯속을 맴돌던 청주 '크림빵 아빠' 강모(29)씨 뺑소니 사망 사고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막연하게 BMW로 여겨졌던 용의 차량이 사고 발생 19일 만인 29일 윈스톰으로 특정됐기 때문이다. 흥덕경찰서는 이날 "사고 지점에서 180m가량 떨어진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CCTV를 추가로 확보해 분석한 결과 피해자 강씨가 걸어가는 시간과 용의차량이 (지나는 시간이) 정확히 일치하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차량의 번호까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갈팡질팡하던 수사는 중심을 잡게 됐다. 경찰은 애초 가해 차량이 강씨를 친 뒤 직진해 도주했을 것으로 보고 인근 민간 업소 등의 CCTV를 분석, BMW 승용차를 유력한 용의 차량으로 지목하고, 화질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관련 CCTV 동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것은 목격자도 없고, 인근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에서도 별다른 단서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추정에 불과했다. 경찰의 의뢰를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용의 차량이 BMW 3/5/7시리즈, 렉서스 LS 시리즈, 뉴 제네시스, K7 등 4종과 유사하다는 동영상 분석 결과를 내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BMW의 진행 방향과 반대쪽에 있던 차량등록사업소에서 새로운 '물증'이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차량등록사업소가 경찰에 건넨 CCTV 파일에 윈스톰이 등장한 것이다. 경찰 분석 결과 강씨가 걸어가는 시간과 윈스톰 차량의 통행 시간이 정확히 일치했다. 윈스톰이 사고 현장에서 300m 거리의 골목으로 빠져나가는 장면도 포착됐다. 도주로를 직진에만 초점을 맞춘 경찰의 허를 찌른 대목이다. BMW에 매달려 헛심을 썼던 경찰은 윈스톰 차주 추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상황이 뒤바뀐 배경에는 차량등록사업소 소속 청주시 공무원의 댓글이 있었다. 차량등록사업소의 A씨는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뺑소니 아빠' 기사를 보고 "우리도 도로변을 촬영하는 CCTV가 있다"는 댓글을 달았다. 차량등록사업소는 많은 차량이 드나드는 특성상 접촉 사고 등 소소한 분쟁에 대비, 건물 내외곽과 주차장에 CCTV를 설치, 24시간 가동하던 터였다. 이 댓글을 본 흥덕경찰서 수사관들이 지난 27일 차량등록사업소를 방문, 관련 CCTV 파일을 가져가 분석한 끝에 용의 차량을 윈스텀으로 특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A씨는 "기존 용의차량을 찍은 화면이 흐려 제대로 판독할 수 없다는 뉴스를 보고 순간적으로 우리 건물 CCTV를 생각했다"며 "범인이 빨리 검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10일 오전 1시 30분께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에서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졌다. 임신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 들고 귀가하던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그를 '크림빵 아빠'로 부르며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자동차에 조예가 깊은 누리꾼들은 공개된 CCTV 동영상을 보고 차종을 압축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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