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닮은꼴’ 경찰 간부 행세 7년…50대 구속

입력 2015.01.30 (08:13) 수정 2015.01.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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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비슷한 연배와 체구의 경찰 고위 간부 행세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남성이 경찰 간부로 살아온 시간이 무려 7년이나 된다고 하는데요.

현직 경찰서장 행세하면서, 나중에는 결혼까지 하려고 했지만, 주변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부산에서 일어난 황당한 경찰 사칭 사기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9년, 50대 직장인 최 모 씨는 산악회에서 알게 된 한 남성으로부터 솔깃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녹취> 최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좋은 땅이 났는데, 이것을 잠시만 묻어놓으면 배로 불려준다고 그때 3천만 원 갔는데. 그때부터 시작해서......"

상대 남성은 신원이 확실한 사람.

자신을 경찰 고위 간부인 김모 총경이라고 소개 했다고 합니다.

<녹취> 최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당시) 형사과장인가 그렇게 알고, 그 계급이 총경인가 그렇대요. 그래가지고 자꾸 그런 것이 진전이 돼서 예전에 어디 남부경찰서장도 했다."

급격히 가까워진 두 사람.

명의를 대신 제공해, 카드와 통장까지 만들어 주는 사이가 됐습니다.

<녹취> 최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경찰서장이고 총경이다 보니까 (본인 명의로 못한다니까) 내가 만들어줬죠. 통장하고. 말을 하자면."

몇 년 뒤 김 총경은 최 씨에게 자신이 소유한 부산 해운대의 고급 아파트를 헐값에 팔겠다 제안했다고 합니다.

<녹취> 최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방이 작다, 집이 작다 (하더니) 최종적으로 (고급 아파트) 저것도 자기 집인데, 정리해서 넘어갈 때 그때 명의를 바로 (내 앞으로) 해주겠다."

신원이 확실한 김 총경을 믿고, 가족 명의의 대출까지 얻어 아파트 구매 대금을 건넨 피해자.

그런데,

<인터뷰> 박노준(해운대경찰서 강력4팀장) : "사실 그 아파트는 (피의자) 자기가 월세를 지불하고 있는 아파트인데, (최 씨가) 모르고 들어가 살게 된 것이죠."

알고 보니 아파트는 사실 주인이 따로 있었고, 김 총경은 그저 월세로 집을 얻어 살았을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김 총경이 최 씨에게 명의를 빌려 만든 카드에는 수 천만 원의 카드빚이 갚지 않은 상태로 있었습니다.

<녹취> 최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나는 그 카드를 잘 몰라가지고 있는 돈만 쓴다고 하니까 그런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4,800만 원인가 (썼더라고요.)"

법을 수행하는 경찰 고위 간부가 어떻게 이런 사기 행각을 벌일 수 있는 걸까

최 씨의 의구심이 깊어질 때쯤, 경찰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최 씨가 알고 있던 김 총경은 진짜 경찰이 아닌 가짜 인물이라는 얘기. 경찰이 아닌 건 물론, 이름도 성도 완전히 다른 50대 남성 안모 씨였습니다.

<녹취> 최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진짜로 한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어요. 그냥 믿고. 그야말로 100퍼센트. (실체가) 밝혀지는 그날까지도 믿었던 상황이니까요."

경찰에 붙잡힌 안 씨가 처음 경찰 행세를 시작한 건 7년 전인 지난 2008년이라고 합니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김 모 씨에게 접근해 특급호텔 내 운영권을 따주겠다며, 1억 원의 돈을 받아 챙긴 건데요.

<인터뷰> 박노준(해운대경찰서 강력4팀장) : "해운대 특급호텔 사우나 내에 있는 이발소 운영권을 주겠다. 호텔 사장 아들한테 사건이 있었던 것을 잘 처리했다. 그래서 내가 그런 것을 요구하면 거절을 못한다 라고 속여서...... "

한번 성공을 맛본 안 씨는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듭니다.

안 씨가 선택한 인물은 자신과 연배와 체구가 비슷한 실존 인물인 부산 경찰청 간부 김모 총경이었습니다.

산악회와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회원들에게 자신을 김 총경이라 소개한 안 씨.

이를 믿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법을 동원합니다.

<녹취> 최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주위에 지내온 사람들은 수갑도 봤었다고 하고, 한 번씩 경찰 관련된 용품이나 그런 것을 (주는데) 올해 한 개 씩 필통 같은 것 있거든요. 친구들 중에 갖고 있는 사람도 있기는 있을 것이지만요."

문자 메시지를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 안 씨가 회원들에게 실수로 보냈다는 문자메시지인데요.

범죄자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한다거나, 강력팀 직원들과 TV를 시청한다는 등, 경찰로서의 업무 활동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경찰관의 마음가짐 같은 글귀까지 보냈는데요.

<인터뷰> 최창동(경위/해운대경찰서 강력4팀) : "‘오늘 저녁에 영장 보내실 건가요?’ 피해자한테 보내는 거예요. 잘못 보낸 것처럼. 피해자가 보고 ‘이게 무슨 말입니까?’이러면 (피의자가) ‘아 내가 우리 직원한테 보내는 것을 잘못 발송했다.’ 하고 이러니까 경찰관인 줄 믿는 거예요."

안 씨의 연기력은 나날이 향상됐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최창동(경위/해운대경찰서 강력4팀) : "(피의자가) 진급도 하려고 하다가 못 해가지고 우울해 있는 것을 보고 피해자들이 위로주도 사주고 그랬대요. 자기가 그런 행세를 하니까요. (수법이) 기가 찹니다."

이런 식으로 수년 동안 김 총경의 행세를 해온 안 씨.

안 씨는 이렇게 꾸며진 신분을 바탕으로, 부동산 투자나 호텔 내 운영권, 심지어 경찰관 특채 대가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7년 동안 안 씨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이 6명.

피해 금액만 8억 원이 넘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노준(해운대경찰서 강력4팀장) : "(피해자들한테) 자기가 부모한테 물려받은 재산이 많다, 고급 아파트에 사는 모습도 보여주고, 자기 집에 초대해서 식사도 같이하고, 모임도 하면서 모임에 다른 경비도 자기가 내고 하니까 (피해자들이) 전혀 의심을 할 수가 없죠."

대담해진 안 씨는 결혼을 할 상대에게까지도 자신을 김 총경으로 소개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하지만 안 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결혼 상대자의 가족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결국, 덜미를 잡히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경일(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피해자들의 심리가 경찰 간부라는 꾸준히 인간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싶어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과의 신뢰를 내가 스스로 의심하고 확인해 려고 해서 그 관계를 파괴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의 마음 을 사기범들이 굉장히 잘 알고 이용을 합니다."

경찰은 피의자 안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고, 진짜 김 총경은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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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닮은꼴’ 경찰 간부 행세 7년…50대 구속
    • 입력 2015-01-30 08:13:48
    • 수정2015-01-30 10: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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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비슷한 연배와 체구의 경찰 고위 간부 행세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남성이 경찰 간부로 살아온 시간이 무려 7년이나 된다고 하는데요.

현직 경찰서장 행세하면서, 나중에는 결혼까지 하려고 했지만, 주변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부산에서 일어난 황당한 경찰 사칭 사기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09년, 50대 직장인 최 모 씨는 산악회에서 알게 된 한 남성으로부터 솔깃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녹취> 최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좋은 땅이 났는데, 이것을 잠시만 묻어놓으면 배로 불려준다고 그때 3천만 원 갔는데. 그때부터 시작해서......"

상대 남성은 신원이 확실한 사람.

자신을 경찰 고위 간부인 김모 총경이라고 소개 했다고 합니다.

<녹취> 최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당시) 형사과장인가 그렇게 알고, 그 계급이 총경인가 그렇대요. 그래가지고 자꾸 그런 것이 진전이 돼서 예전에 어디 남부경찰서장도 했다."

급격히 가까워진 두 사람.

명의를 대신 제공해, 카드와 통장까지 만들어 주는 사이가 됐습니다.

<녹취> 최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경찰서장이고 총경이다 보니까 (본인 명의로 못한다니까) 내가 만들어줬죠. 통장하고. 말을 하자면."

몇 년 뒤 김 총경은 최 씨에게 자신이 소유한 부산 해운대의 고급 아파트를 헐값에 팔겠다 제안했다고 합니다.

<녹취> 최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방이 작다, 집이 작다 (하더니) 최종적으로 (고급 아파트) 저것도 자기 집인데, 정리해서 넘어갈 때 그때 명의를 바로 (내 앞으로) 해주겠다."

신원이 확실한 김 총경을 믿고, 가족 명의의 대출까지 얻어 아파트 구매 대금을 건넨 피해자.

그런데,

<인터뷰> 박노준(해운대경찰서 강력4팀장) : "사실 그 아파트는 (피의자) 자기가 월세를 지불하고 있는 아파트인데, (최 씨가) 모르고 들어가 살게 된 것이죠."

알고 보니 아파트는 사실 주인이 따로 있었고, 김 총경은 그저 월세로 집을 얻어 살았을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김 총경이 최 씨에게 명의를 빌려 만든 카드에는 수 천만 원의 카드빚이 갚지 않은 상태로 있었습니다.

<녹취> 최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나는 그 카드를 잘 몰라가지고 있는 돈만 쓴다고 하니까 그런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4,800만 원인가 (썼더라고요.)"

법을 수행하는 경찰 고위 간부가 어떻게 이런 사기 행각을 벌일 수 있는 걸까

최 씨의 의구심이 깊어질 때쯤, 경찰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최 씨가 알고 있던 김 총경은 진짜 경찰이 아닌 가짜 인물이라는 얘기. 경찰이 아닌 건 물론, 이름도 성도 완전히 다른 50대 남성 안모 씨였습니다.

<녹취> 최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진짜로 한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어요. 그냥 믿고. 그야말로 100퍼센트. (실체가) 밝혀지는 그날까지도 믿었던 상황이니까요."

경찰에 붙잡힌 안 씨가 처음 경찰 행세를 시작한 건 7년 전인 지난 2008년이라고 합니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김 모 씨에게 접근해 특급호텔 내 운영권을 따주겠다며, 1억 원의 돈을 받아 챙긴 건데요.

<인터뷰> 박노준(해운대경찰서 강력4팀장) : "해운대 특급호텔 사우나 내에 있는 이발소 운영권을 주겠다. 호텔 사장 아들한테 사건이 있었던 것을 잘 처리했다. 그래서 내가 그런 것을 요구하면 거절을 못한다 라고 속여서...... "

한번 성공을 맛본 안 씨는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듭니다.

안 씨가 선택한 인물은 자신과 연배와 체구가 비슷한 실존 인물인 부산 경찰청 간부 김모 총경이었습니다.

산악회와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회원들에게 자신을 김 총경이라 소개한 안 씨.

이를 믿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법을 동원합니다.

<녹취> 최모 씨(피해자/음성변조) : "주위에 지내온 사람들은 수갑도 봤었다고 하고, 한 번씩 경찰 관련된 용품이나 그런 것을 (주는데) 올해 한 개 씩 필통 같은 것 있거든요. 친구들 중에 갖고 있는 사람도 있기는 있을 것이지만요."

문자 메시지를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 안 씨가 회원들에게 실수로 보냈다는 문자메시지인데요.

범죄자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한다거나, 강력팀 직원들과 TV를 시청한다는 등, 경찰로서의 업무 활동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경찰관의 마음가짐 같은 글귀까지 보냈는데요.

<인터뷰> 최창동(경위/해운대경찰서 강력4팀) : "‘오늘 저녁에 영장 보내실 건가요?’ 피해자한테 보내는 거예요. 잘못 보낸 것처럼. 피해자가 보고 ‘이게 무슨 말입니까?’이러면 (피의자가) ‘아 내가 우리 직원한테 보내는 것을 잘못 발송했다.’ 하고 이러니까 경찰관인 줄 믿는 거예요."

안 씨의 연기력은 나날이 향상됐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최창동(경위/해운대경찰서 강력4팀) : "(피의자가) 진급도 하려고 하다가 못 해가지고 우울해 있는 것을 보고 피해자들이 위로주도 사주고 그랬대요. 자기가 그런 행세를 하니까요. (수법이) 기가 찹니다."

이런 식으로 수년 동안 김 총경의 행세를 해온 안 씨.

안 씨는 이렇게 꾸며진 신분을 바탕으로, 부동산 투자나 호텔 내 운영권, 심지어 경찰관 특채 대가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7년 동안 안 씨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이 6명.

피해 금액만 8억 원이 넘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노준(해운대경찰서 강력4팀장) : "(피해자들한테) 자기가 부모한테 물려받은 재산이 많다, 고급 아파트에 사는 모습도 보여주고, 자기 집에 초대해서 식사도 같이하고, 모임도 하면서 모임에 다른 경비도 자기가 내고 하니까 (피해자들이) 전혀 의심을 할 수가 없죠."

대담해진 안 씨는 결혼을 할 상대에게까지도 자신을 김 총경으로 소개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하지만 안 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결혼 상대자의 가족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결국, 덜미를 잡히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경일(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피해자들의 심리가 경찰 간부라는 꾸준히 인간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싶어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과의 신뢰를 내가 스스로 의심하고 확인해 려고 해서 그 관계를 파괴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의 마음 을 사기범들이 굉장히 잘 알고 이용을 합니다."

경찰은 피의자 안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고, 진짜 김 총경은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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