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등장한 ‘사랑의 자물쇠’ 무장단체가 철거

입력 2015.01.3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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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랑의 다리'로 달려갔을 때, 이슬람 무장대원들은 이미 다리를 부수고 있었다.

이들은 다리 양쪽 자물쇠가 가득한 철조망을 떼어내 강물에 던졌다. 연인들이 하나하나 걸어 놓은 사랑의 징표들은 이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다리는 마치 헐벗은 나무처럼 휑해졌다. 그는 숨이 막혔다. '사랑의 힘은 과연 무장대원의 총칼을 이길 수 없는 것일까'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에 맞서 사랑의 다리를 지키려는 이라크 청년 아이만 카림(26)의 이야기를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카림이 이라크 남부에 있는 고향 바스라에 사랑의 다리를 꾸민 것은 지난해 9월. 여름부터 만난 여자친구와의 사랑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당국 허락을 받아 바스라를 가로지르는 샤텔아라브 강의 한 다리를 보수해 양쪽에 철조망을 달았다. 자물쇠로 가득한 프랑스 파리 '퐁데자르' 다리를 본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는 지역 명소가 됐다. 젊은 연인뿐 아니라 남녀노소가 형제, 자매, 부모를 위해 사랑의 자물쇠를 달러 몰려온 것이다.

이 모습이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며 바스라에서 450㎞ 떨어진 바그다드에서도 발길이 이어졌다. 지역 주민들은 '사랑의 다리'란 별칭을 붙여줬다.

그러나 사랑의 다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남녀 간 애정이라는 '금기'를 공공연히 내보인 점이 이 지역의 실세인 시아파 무장단체의 눈에 거슬렸던 것이다.

무장단체는 카림에게 "다리에서 손을 떼라"며 살해 위협을 가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결국 무력을 동원해 다리의 철조망을 철거해버렸다.

그러나 카림 역시 총칼에 굴복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오는 2월 밸런타인데이에 맞춰 다시 다리에 철조망을 달 계획이라고 WP는 전했다.

카림은 사랑의 다리를 통해 이슬람국가(IS) 등과 전쟁을 벌이는 이라크에도 "사랑과 다정함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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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에 등장한 ‘사랑의 자물쇠’ 무장단체가 철거
    • 입력 2015-01-31 18:21:22
    연합뉴스
그가 '사랑의 다리'로 달려갔을 때, 이슬람 무장대원들은 이미 다리를 부수고 있었다. 이들은 다리 양쪽 자물쇠가 가득한 철조망을 떼어내 강물에 던졌다. 연인들이 하나하나 걸어 놓은 사랑의 징표들은 이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다리는 마치 헐벗은 나무처럼 휑해졌다. 그는 숨이 막혔다. '사랑의 힘은 과연 무장대원의 총칼을 이길 수 없는 것일까'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에 맞서 사랑의 다리를 지키려는 이라크 청년 아이만 카림(26)의 이야기를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카림이 이라크 남부에 있는 고향 바스라에 사랑의 다리를 꾸민 것은 지난해 9월. 여름부터 만난 여자친구와의 사랑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당국 허락을 받아 바스라를 가로지르는 샤텔아라브 강의 한 다리를 보수해 양쪽에 철조망을 달았다. 자물쇠로 가득한 프랑스 파리 '퐁데자르' 다리를 본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는 지역 명소가 됐다. 젊은 연인뿐 아니라 남녀노소가 형제, 자매, 부모를 위해 사랑의 자물쇠를 달러 몰려온 것이다. 이 모습이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며 바스라에서 450㎞ 떨어진 바그다드에서도 발길이 이어졌다. 지역 주민들은 '사랑의 다리'란 별칭을 붙여줬다. 그러나 사랑의 다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남녀 간 애정이라는 '금기'를 공공연히 내보인 점이 이 지역의 실세인 시아파 무장단체의 눈에 거슬렸던 것이다. 무장단체는 카림에게 "다리에서 손을 떼라"며 살해 위협을 가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결국 무력을 동원해 다리의 철조망을 철거해버렸다. 그러나 카림 역시 총칼에 굴복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오는 2월 밸런타인데이에 맞춰 다시 다리에 철조망을 달 계획이라고 WP는 전했다. 카림은 사랑의 다리를 통해 이슬람국가(IS) 등과 전쟁을 벌이는 이라크에도 "사랑과 다정함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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