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위험천만 ‘저혈당 쇼크’, 사망 사고로

입력 2015.02.05 (08:11) 수정 2015.02.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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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경남 창원에서 시내버스가 신호 대기중이던 화물차를 들이받아 1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승객들 말을 들어보면, 이 버스는 사고가 나기 전에도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고, 또, 정상 운행 노선을 한참 벗어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운행을 했다고 하는데요.

알고 봤더니, 당뇨질환을 앓고 있던 버스 운전 기사가 운전대를 잡은 상태로, 저혈당 쇼크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신은 물론 타인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저혈당 쇼크.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30일 오후 경남 창원시의 한 도로.

중앙선을 넘어 달리던 시내버스가 정차해있던 1톤 화물차를 앞에서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인터뷰> 강동인(소방장/창원소방서 웅남119안전센터) : "버스는 저쪽에서 이쪽 방향으로 진행했고, 트럭은 저기 좌회전하려고 대기 중에 버스가 중앙선을 넘어서 충돌했습니다."

사고는 끔찍했습니다.

화물차 운전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강동인(소방장/창원소방서 웅남119안전센터) : "(구조 당시) 트럭 운전자는 의식이 전혀 없었고, 병원 이송 과정부터 심폐소생술을 하고 했는데......"

시내버스는 왜 갑자기 멈춰서 있던 화물차로 달려든 걸까?

운행 중인 시내버스에 이상이 감지된 건 사고가 나기 10여 분 전부터였습니다.

승객들을 내려주지 않고 그대로 정류장을 지나쳐 버리는 버스.

버스 운전기사는 승객들의 거친 항의를 받고 나서야 길 한편에 멈춰 사람들을 내려줬다고 하는데요,

<녹취> 버스 승객(음성변조) : "정류소를 지났는데, 차를 안 세우니까 기사한테 차 세우라고 난리가 났어요. 그러니까 정류소에서 한 15미터 간 이후에 차를 세우고 내려드렸어요."

하지만 이후로도 시내버스의 이해할 수 없는 운행은 계속됐습니다.

이번에는 정상 노선이 아닌 다른 길로 들어서 달리기 시작하는 버스.

처음에 승객들은 그저 운전기사의 단순한 실수로 생각하고, 원래 노선으로 되돌아가기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녹취> 버스 승객(음성변조) : "그런데 (버스 노선) 그 경로를 이탈하더라고요. 그래서 내 입장에서는 그 위에 가서도 다시 유턴을 할 수도 있고 그래서 참았는데, 차를 안 돌리더라고요."

급기야 정상 운행 구역인 진해구를 넘어, 다른 행정구역으로 접근하게 된 버스.

불안감이 극에 달한 승객들은 버스가 잠깐 멈춰선 순간, 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해 간신히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녹취> 버스탑승 승객(음성변조) : "속도를 내면서 줄이면서 내면서 줄이면서 뭔가 (버스 기사) 저 사람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 그것을 100퍼센트 느꼈죠. 그런데 더 우리가 위협감을 느낀 것은 그 기사가 한마디 말을 안 했어요. 이것은 완전히 납치다."

승객들이 모두 내린 뒤에도 버스기사는 홀로 텅 빈 버스를 운전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앙선을 넘어 신호 대기 중이던 화물차와 충돌 사고를 내고 만겁니다.

도대체 버스기사는 왜 이런 막무가내 식의 운전을 한 걸까?

사고 버스 운전자의 말은 이렇습니다.

<녹취> 사고 버스 기사(음성변조) : "제가 병원에 실려 온 것도 기억을 못 했어요.제가 어떻게 진해에 있는 노선을 벗어나서 다른 동네에 가서 사고가 어떻게 난 것도 정확하게 모르겠고요."

자신이 어떻게 운전을 한 건지, 또 어떻게 사고를 낸 건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버스 기사.

버스기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특이할 만 한건, 사고 직후 측정된 혈당치였습니다.

버스기사는 당시 심각한 저혈당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인터뷰> 강동인(소방장/창원소방서 웅남119안전센터) : "외상은 전혀 없어 보이는데, (운전기사) 의식이 좀 떨어진 것 같아 혹시 다른 원인 때문에 의식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어서 혈당을 측정했습니다. 혈당을 측정하니까 수치가 39mg/dl (정상 혈당 80 ~120mg/dl)가 나왔어요."

의료진이 버스 운전기사에 대해 내린 진단은 ‘저혈당 쇼크’였습니다.

1년 전 당뇨 질환 판정을 받고, 관리를 해오고 있었지만, 운전 중에 갑자기 찾아온 저혈당 쇼크로 일종의 무의식 상태가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사고 버스 기사(음성변조) : "(병원에서) 저혈당 쇼크가 왔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혈당 (쇼크)라는 자체를 제가 그날 처음 알았어요. 그날 회사 출근했을 때 아무 증상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저도 당연히 운전하고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쇼크가 와 버리니까......"

전문가들은 사고 운전기사가 저혈당 혼수상태 직전의 무의식 상태에서, 평소에 하던대로 버스 운전 동작을 계속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인터뷰> 문민경(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 "혼수상태로 가기 이전에 무의식 상태에서 전혀 완전히 쇼크처럼 무의식 상태로 빠지는 것이 아니고 (운전 같은) 하던 행동을 계속 할 수 있고요. 일부 환자의 경우엔 전후 증상 없이 바로 의식소실에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혈당 무감지증’이라고 하는데 아주 위험하죠."

버스 사고가 일어나기 닷새 전인 지난달 25일에는 서울 용산구에서, 역시 저혈당 쇼크에 빠진 택시 운전기사가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동영(구조현장 목격자) : "경찰들 가지고 다니는 삼단봉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것으로 (유리창을) 깬 모양이에요. 그것을 막 깨다가 (경찰이) 피가 나고요."

당뇨를 앓고 있던 택시 운전자는 차안에서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다, 이상한 낌새를 챈 동료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게 간신히 구조됐습니다.

<인터뷰> 정지표(순경/용산경찰서 원효지구대) : "(119대원에게) 저희가 말씀을 해 드렸어요. (택시 기사가) 당뇨병이 있으신 분이다. 119대원이 나중에 저혈당 쇼크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도로 한복판에서 운전자가 갑자기 저혈당 쇼크에 빠지는 아찔한 일도 있었는데요.

경찰이 차 문을 열자, 운전자는 온몸에 힘이 없는 듯 곧바로 바닥에 쓰러지고 차량은 그대로 3차선 도로를 넘어갑니다.

당뇨를 앓고 있던 남성이 운전 중 갑자기 의식을 잃어 벌어진 일입니다.

<인터뷰> 문민경(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 "저혈당이 되면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기운이 빠지고, 몸이 가라앉는 증상이 오게 되고요, 심한 경우에는 의식 소실이 생기게 됩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외출하거나 운동을 하게 되면, 생각보다 운동량이 많아지거나 식사시간이 늦어져서 저혈당이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외출을 할 때에는 사탕을 몇 개씩 가지고 다니시면서 적절히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은 물론, 운전 시에는 타인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저혈당 쇼크.

당뇨 환자의 45%가 6개월마다 저혈당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한 만큼, 각별하고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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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위험천만 ‘저혈당 쇼크’, 사망 사고로
    • 입력 2015-02-05 08:35:36
    • 수정2015-02-05 10: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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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경남 창원에서 시내버스가 신호 대기중이던 화물차를 들이받아 1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승객들 말을 들어보면, 이 버스는 사고가 나기 전에도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고, 또, 정상 운행 노선을 한참 벗어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운행을 했다고 하는데요.

알고 봤더니, 당뇨질환을 앓고 있던 버스 운전 기사가 운전대를 잡은 상태로, 저혈당 쇼크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신은 물론 타인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저혈당 쇼크.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30일 오후 경남 창원시의 한 도로.

중앙선을 넘어 달리던 시내버스가 정차해있던 1톤 화물차를 앞에서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인터뷰> 강동인(소방장/창원소방서 웅남119안전센터) : "버스는 저쪽에서 이쪽 방향으로 진행했고, 트럭은 저기 좌회전하려고 대기 중에 버스가 중앙선을 넘어서 충돌했습니다."

사고는 끔찍했습니다.

화물차 운전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강동인(소방장/창원소방서 웅남119안전센터) : "(구조 당시) 트럭 운전자는 의식이 전혀 없었고, 병원 이송 과정부터 심폐소생술을 하고 했는데......"

시내버스는 왜 갑자기 멈춰서 있던 화물차로 달려든 걸까?

운행 중인 시내버스에 이상이 감지된 건 사고가 나기 10여 분 전부터였습니다.

승객들을 내려주지 않고 그대로 정류장을 지나쳐 버리는 버스.

버스 운전기사는 승객들의 거친 항의를 받고 나서야 길 한편에 멈춰 사람들을 내려줬다고 하는데요,

<녹취> 버스 승객(음성변조) : "정류소를 지났는데, 차를 안 세우니까 기사한테 차 세우라고 난리가 났어요. 그러니까 정류소에서 한 15미터 간 이후에 차를 세우고 내려드렸어요."

하지만 이후로도 시내버스의 이해할 수 없는 운행은 계속됐습니다.

이번에는 정상 노선이 아닌 다른 길로 들어서 달리기 시작하는 버스.

처음에 승객들은 그저 운전기사의 단순한 실수로 생각하고, 원래 노선으로 되돌아가기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녹취> 버스 승객(음성변조) : "그런데 (버스 노선) 그 경로를 이탈하더라고요. 그래서 내 입장에서는 그 위에 가서도 다시 유턴을 할 수도 있고 그래서 참았는데, 차를 안 돌리더라고요."

급기야 정상 운행 구역인 진해구를 넘어, 다른 행정구역으로 접근하게 된 버스.

불안감이 극에 달한 승객들은 버스가 잠깐 멈춰선 순간, 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해 간신히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녹취> 버스탑승 승객(음성변조) : "속도를 내면서 줄이면서 내면서 줄이면서 뭔가 (버스 기사) 저 사람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 그것을 100퍼센트 느꼈죠. 그런데 더 우리가 위협감을 느낀 것은 그 기사가 한마디 말을 안 했어요. 이것은 완전히 납치다."

승객들이 모두 내린 뒤에도 버스기사는 홀로 텅 빈 버스를 운전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앙선을 넘어 신호 대기 중이던 화물차와 충돌 사고를 내고 만겁니다.

도대체 버스기사는 왜 이런 막무가내 식의 운전을 한 걸까?

사고 버스 운전자의 말은 이렇습니다.

<녹취> 사고 버스 기사(음성변조) : "제가 병원에 실려 온 것도 기억을 못 했어요.제가 어떻게 진해에 있는 노선을 벗어나서 다른 동네에 가서 사고가 어떻게 난 것도 정확하게 모르겠고요."

자신이 어떻게 운전을 한 건지, 또 어떻게 사고를 낸 건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버스 기사.

버스기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특이할 만 한건, 사고 직후 측정된 혈당치였습니다.

버스기사는 당시 심각한 저혈당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인터뷰> 강동인(소방장/창원소방서 웅남119안전센터) : "외상은 전혀 없어 보이는데, (운전기사) 의식이 좀 떨어진 것 같아 혹시 다른 원인 때문에 의식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어서 혈당을 측정했습니다. 혈당을 측정하니까 수치가 39mg/dl (정상 혈당 80 ~120mg/dl)가 나왔어요."

의료진이 버스 운전기사에 대해 내린 진단은 ‘저혈당 쇼크’였습니다.

1년 전 당뇨 질환 판정을 받고, 관리를 해오고 있었지만, 운전 중에 갑자기 찾아온 저혈당 쇼크로 일종의 무의식 상태가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사고 버스 기사(음성변조) : "(병원에서) 저혈당 쇼크가 왔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혈당 (쇼크)라는 자체를 제가 그날 처음 알았어요. 그날 회사 출근했을 때 아무 증상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저도 당연히 운전하고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쇼크가 와 버리니까......"

전문가들은 사고 운전기사가 저혈당 혼수상태 직전의 무의식 상태에서, 평소에 하던대로 버스 운전 동작을 계속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인터뷰> 문민경(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 "혼수상태로 가기 이전에 무의식 상태에서 전혀 완전히 쇼크처럼 무의식 상태로 빠지는 것이 아니고 (운전 같은) 하던 행동을 계속 할 수 있고요. 일부 환자의 경우엔 전후 증상 없이 바로 의식소실에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혈당 무감지증’이라고 하는데 아주 위험하죠."

버스 사고가 일어나기 닷새 전인 지난달 25일에는 서울 용산구에서, 역시 저혈당 쇼크에 빠진 택시 운전기사가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동영(구조현장 목격자) : "경찰들 가지고 다니는 삼단봉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것으로 (유리창을) 깬 모양이에요. 그것을 막 깨다가 (경찰이) 피가 나고요."

당뇨를 앓고 있던 택시 운전자는 차안에서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다, 이상한 낌새를 챈 동료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게 간신히 구조됐습니다.

<인터뷰> 정지표(순경/용산경찰서 원효지구대) : "(119대원에게) 저희가 말씀을 해 드렸어요. (택시 기사가) 당뇨병이 있으신 분이다. 119대원이 나중에 저혈당 쇼크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도로 한복판에서 운전자가 갑자기 저혈당 쇼크에 빠지는 아찔한 일도 있었는데요.

경찰이 차 문을 열자, 운전자는 온몸에 힘이 없는 듯 곧바로 바닥에 쓰러지고 차량은 그대로 3차선 도로를 넘어갑니다.

당뇨를 앓고 있던 남성이 운전 중 갑자기 의식을 잃어 벌어진 일입니다.

<인터뷰> 문민경(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 "저혈당이 되면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기운이 빠지고, 몸이 가라앉는 증상이 오게 되고요, 심한 경우에는 의식 소실이 생기게 됩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외출하거나 운동을 하게 되면, 생각보다 운동량이 많아지거나 식사시간이 늦어져서 저혈당이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외출을 할 때에는 사탕을 몇 개씩 가지고 다니시면서 적절히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은 물론, 운전 시에는 타인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저혈당 쇼크.

당뇨 환자의 45%가 6개월마다 저혈당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한 만큼, 각별하고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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