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30살은 돼야 결혼…출산율 낮아져

입력 2015.02.06 (11:33) 수정 2015.02.0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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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기업에 근무하는 유모(31·여)씨는 설 명절에 친척들로부터 "언제 결혼할거냐"는 잔소리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면 벌써 골치가 아프다. 실제로 최근 1∼2년새 동갑 친구들이 앞다퉈 결혼하고 있지만 결혼 후 달라질 삶을 생각하면 '굳이 결혼을 해야 할까'하는 의문이 든다. 다행히 3년 만난 남자친구도 결혼에 그다지 조급해하지 않는 편이라 결혼관을 둘러싼 갈등도 없다.

#2. 대학교 시간강사인 박모(35)씨도 명절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서른 초반까지 학생 신분이었다보니 '결혼을 전제로' 연애하기가 쉽지 않았고, 박사학위를 딴 뒤에도 아직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해 선뜻 결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선도 보고, 소개팅도 해보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신분과 경제적 상황 때문에 늘 조심스럽다.

이들처럼 자의든, 타의든 결혼을 '유예'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혼외출산의 비율이 극히 미미한 우리나라에서는 만혼이 곧바로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6일 내놓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서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만혼 추세 완화'에 주목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 초혼연령 10년새 2.3세 높아져…혼인건수는 역대 최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펴낸 '초저출산현상 지속의 원인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초혼연령은 10년마다 2.3세씩 늘어났다. 1992년 24.9세에서 1997년 25.7세, 2005년 27.7세, 2013년에는 29.6세로 30세에 육박했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배우자가 있는 인구의 비율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20∼24세 유배우율은 1992년 18.3%에서 2013년 2.8%까지 떨어졌고, 같은 기간 25∼29세는 75.2%에서 25.2%로, 30∼34세는 92.0%에서 63.8%로 낮아졌다. 35∼39세의 경우 유배우율 하락폭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완만하기는 하지만 1992년 92.6%에서 2013년 79.1%까지 낮아졌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결혼과 출산의 적령기로 여겼던 20대 후반 여성 가운데 4분의 1만이 배우자가 있는 것이다.

만혼 현상이 진행되는 동안 전체 혼인 건수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혼인건수는 27만1천300건이었다. 월 평균 2만4천600건 수준이어서, 12월 혼인건수를 합산해도 지난 2003년 30만2천500건에 못 미치는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 '결혼=필수' 인식 옅어져…경제적 이유로 인한 비자발적 유예도

이처럼 초혼연령이 높아지고, 결혼율이 낮아지는 데에는 일단 "결혼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인식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2.1지속가능연구소가 전국 대학생 2천3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결혼은 꼭 해야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여학생의 47%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는 응답 34.5%보다 높은 것이다.

여자 청소년 중에서도 45.6%(통계청·여성가족부 '2014 청소년 통계')만이 '결혼은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주택 마련을 비롯한 경제적인 여건 등 현실적인 이유로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유계숙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의 '청년층 대학생의 소비욕구와 기대결혼비용이 기대결혼연령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부담할 것으로 기대하는 결혼비용이 많을수록, 자신이 기대하는 결혼연령도 늦춰졌다.

지난해 한 결혼정보회사의 설문조사에서도 미혼남녀의 67.9%가 "결혼자금이 부족하면 결혼을 미루겠다"고 응답했다.

◇ 늦은 결혼, 출산율 하락으로 직결…만혼화 억제 시급

이처럼 자발적·비자발적 이유로 결혼이 늦어지는 현상은 합계출산율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가임기 여성의 상당수가 배우자가 없기 때문에 이들에게서 출산을 기대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프랑스, 스웨덴 등 혼외출산 비율이 50%를 넘어 결혼율과 출산율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은 유럽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혼외출산율은 2.1%(2010∼2012년)에 불과해 결혼율이 낮아지면 출산율도 함께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뒤늦게 결혼을 한다고 해도 만혼이 출산연기효과(템포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첫째아 출산연령은 1992년 26.1세에서 2013년 30.7세로, 둘째아 출산연령은 28.4세에서 32.6세로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30대 출산율은 늘어났지만 20대 출산율 하락을 상쇄하기는 역부족이어서 합계출산율은 좀처럼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만혼 경향은 난임비율이나 자연유산율의 상승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본부장은 "만혼화는 여성의 유배우율을 줄여 출산연기 효과를 야기하면서 출산율 상승을 억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초저출산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만혼화 경향을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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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06 11:33:00
    • 수정2015-02-06 11:33:44
    연합뉴스
#1. 대기업에 근무하는 유모(31·여)씨는 설 명절에 친척들로부터 "언제 결혼할거냐"는 잔소리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면 벌써 골치가 아프다. 실제로 최근 1∼2년새 동갑 친구들이 앞다퉈 결혼하고 있지만 결혼 후 달라질 삶을 생각하면 '굳이 결혼을 해야 할까'하는 의문이 든다. 다행히 3년 만난 남자친구도 결혼에 그다지 조급해하지 않는 편이라 결혼관을 둘러싼 갈등도 없다. #2. 대학교 시간강사인 박모(35)씨도 명절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서른 초반까지 학생 신분이었다보니 '결혼을 전제로' 연애하기가 쉽지 않았고, 박사학위를 딴 뒤에도 아직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해 선뜻 결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선도 보고, 소개팅도 해보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신분과 경제적 상황 때문에 늘 조심스럽다. 이들처럼 자의든, 타의든 결혼을 '유예'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혼외출산의 비율이 극히 미미한 우리나라에서는 만혼이 곧바로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6일 내놓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서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만혼 추세 완화'에 주목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 초혼연령 10년새 2.3세 높아져…혼인건수는 역대 최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펴낸 '초저출산현상 지속의 원인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초혼연령은 10년마다 2.3세씩 늘어났다. 1992년 24.9세에서 1997년 25.7세, 2005년 27.7세, 2013년에는 29.6세로 30세에 육박했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배우자가 있는 인구의 비율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20∼24세 유배우율은 1992년 18.3%에서 2013년 2.8%까지 떨어졌고, 같은 기간 25∼29세는 75.2%에서 25.2%로, 30∼34세는 92.0%에서 63.8%로 낮아졌다. 35∼39세의 경우 유배우율 하락폭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완만하기는 하지만 1992년 92.6%에서 2013년 79.1%까지 낮아졌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결혼과 출산의 적령기로 여겼던 20대 후반 여성 가운데 4분의 1만이 배우자가 있는 것이다. 만혼 현상이 진행되는 동안 전체 혼인 건수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혼인건수는 27만1천300건이었다. 월 평균 2만4천600건 수준이어서, 12월 혼인건수를 합산해도 지난 2003년 30만2천500건에 못 미치는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 '결혼=필수' 인식 옅어져…경제적 이유로 인한 비자발적 유예도 이처럼 초혼연령이 높아지고, 결혼율이 낮아지는 데에는 일단 "결혼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인식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2.1지속가능연구소가 전국 대학생 2천3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결혼은 꼭 해야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여학생의 47%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는 응답 34.5%보다 높은 것이다. 여자 청소년 중에서도 45.6%(통계청·여성가족부 '2014 청소년 통계')만이 '결혼은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주택 마련을 비롯한 경제적인 여건 등 현실적인 이유로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유계숙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의 '청년층 대학생의 소비욕구와 기대결혼비용이 기대결혼연령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부담할 것으로 기대하는 결혼비용이 많을수록, 자신이 기대하는 결혼연령도 늦춰졌다. 지난해 한 결혼정보회사의 설문조사에서도 미혼남녀의 67.9%가 "결혼자금이 부족하면 결혼을 미루겠다"고 응답했다. ◇ 늦은 결혼, 출산율 하락으로 직결…만혼화 억제 시급 이처럼 자발적·비자발적 이유로 결혼이 늦어지는 현상은 합계출산율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가임기 여성의 상당수가 배우자가 없기 때문에 이들에게서 출산을 기대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프랑스, 스웨덴 등 혼외출산 비율이 50%를 넘어 결혼율과 출산율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은 유럽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혼외출산율은 2.1%(2010∼2012년)에 불과해 결혼율이 낮아지면 출산율도 함께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뒤늦게 결혼을 한다고 해도 만혼이 출산연기효과(템포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첫째아 출산연령은 1992년 26.1세에서 2013년 30.7세로, 둘째아 출산연령은 28.4세에서 32.6세로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30대 출산율은 늘어났지만 20대 출산율 하락을 상쇄하기는 역부족이어서 합계출산율은 좀처럼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만혼 경향은 난임비율이나 자연유산율의 상승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본부장은 "만혼화는 여성의 유배우율을 줄여 출산연기 효과를 야기하면서 출산율 상승을 억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초저출산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만혼화 경향을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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