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소나무 재선충 피해 3년새 8배…방제 왜 안되나?

입력 2015.02.06 (21:20) 수정 2015.02.0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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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산 중턱 곳곳에 비닐 천막이 보입니다.

재선충병으로 말라죽은 소나무를 베어낸 뒤 방제 처리를 해놓은 겁니다.

재선충은 크기가 1mm 정도에 불과한 작은 벌레로 소나무와 잣나무에 기생하는 데 솔수염하늘소에 붙어 이동하면서 나무를 고사시킵니다.

지난 1988년 부산에서 처음 확인된 재선충병은 급속도로 확산돼 지금은 전국 74개 시군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 추세라면 3년 안에 소나무가 멸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입니다.

날이 풀리면 재선충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방제당국은 지금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먼저 재선충병 확산 현장을 최준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재선충 확산 현장을 가다▼

<리포트>

명승 77호인 제주 산방산입니다.

주상절리와 상록수가 어우러져 빼어난 경치를 뽐내던 산방산이 몇 해 전부터 붉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재선충이 번지면서 소나무들이 말라 죽고 있는 겁니다.

수령 수십 년의 나무들이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해 잘려 나가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인 제주 산천단의 곰솔 군락.

수령 5,6백 년 된 곰솔 8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습니다.

이곳에서 2백여 미터 떨어진 숲에 들어가 봤습니다.

곳곳에 소나무들이 누렇게 말라 죽어 있습니다.

고사목에서 찾아낸 솔수염하늘소의 유충입니다.

이 숲 역시 소나무 재선충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입니다.

솔수염하늘소의 성충 흔적도 발견됩니다.

방치하면 곰솔 군락까지 재선충이 번지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인터뷰> 정상배(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 "이 소나무(곰솔) 밭을 공격을 가할 수도 있고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인데, 예방주사로 지금은 버텨나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로 지정된 경주 양동마을입니다.

5백 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도 재선충에 뒤덮였습니다.

<인터뷰> 권이근(인근 주민) : "(소나무 나이가) 한 100년은 안 되겠나 싶은데 자꾸 죽으니까 안 좋죠. 보기도 안 좋고요. 나무가 건강하게 살아야 사람도 건강할 텐데…."

지난 2011년 26만 그루이던 재선충 피해 나무는 3년 만에 218만 그루로 8배 이상 늘었습니다.

▼통합관리 조차 안되는 방제시스템▼

<기자 멘트>

숲 속 소나무들이 재선충에 감염돼 붉게 물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재선충 때문에 잘라 낸 소나무는 800만 그루에 달합니다.

어떻게 하면 재선충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까요?

방제 방법은 크게 3가지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훈증 처리인데요.

감염된 소나무를 잘라낸 뒤 약품 처리하고, 비닐 천막으로 밀봉하는 겁니다.

나무를 파쇄하거나, 불에 태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재선충은 한 달에 수십 만 마리로 불어날 만큼 번식력이 좋아서 빠르고 철저한 방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방제 여건으론 역부족입니다.

우선 방제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재선충병 확산을 관찰하고 예측하는 능력도 떨어져, 방제 속도가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직까지 재선충병 확산 현황을 전국 단위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터뷰> 이규태(산림청 산림보호국장) : "국가 전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국가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국가차원의 체계적인 관찰과 감시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재선충 확산을 차단해야 할 방제 현장에서 비리까지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방제는 뒷전…비리 복마전▼

<리포트>

지난해 재선충병이 발병했던 울산의 한 야산입니다.

훈증 방식으로 이미 방제 작업을 끝낸 곳이지만 올해도 나무들이 말라죽고 있습니다.

방제 업체의 부실 작업으로 재선충병이 확실히 차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근처엔 감염돼 베어낸 나무와 빈 방제용 약병들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자른 소나무는 약품 처리한 뒤 밀봉해 둬야 하지만, 이렇게 곳곳엔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소나무들이 방치돼 있습니다.

작업량을 부풀리기 위해 방제 작업을 한 나무를 이중으로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당시 방제 작업자(음성 변조) : "이미 작업했던 나무를 위에만 자르고 번호만 새로 붙여 작업한 것처럼 만든 겁니다."

또 다른 재선충 방제 현장입니다.

나무 밑동이 규정보다 높게 잘려 있습니다.

이렇게 밑동이 많이 남으면 매개충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이곳의 방제를 맡았던 업체는 부실 방제를 하거나 아예 작업하지 않고 2억여 원을 챙겼다가 당국에 적발됐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관할 자치단체에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와 공사비 회수를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강우성(국민권익위원회 부패심사과) : "설계 변경이라든가 그런 것을 할 경우에는 현장을 일단 확인해서 적절한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 거죠."

재선충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선 만연해 있는 방제 비리부터 근절돼야 합니다.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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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소나무 재선충 피해 3년새 8배…방제 왜 안되나?
    • 입력 2015-02-06 21:22:03
    • 수정2015-02-07 07:44:13
    뉴스 9
<앵커 멘트>

산 중턱 곳곳에 비닐 천막이 보입니다.

재선충병으로 말라죽은 소나무를 베어낸 뒤 방제 처리를 해놓은 겁니다.

재선충은 크기가 1mm 정도에 불과한 작은 벌레로 소나무와 잣나무에 기생하는 데 솔수염하늘소에 붙어 이동하면서 나무를 고사시킵니다.

지난 1988년 부산에서 처음 확인된 재선충병은 급속도로 확산돼 지금은 전국 74개 시군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 추세라면 3년 안에 소나무가 멸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입니다.

날이 풀리면 재선충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방제당국은 지금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먼저 재선충병 확산 현장을 최준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재선충 확산 현장을 가다▼

<리포트>

명승 77호인 제주 산방산입니다.

주상절리와 상록수가 어우러져 빼어난 경치를 뽐내던 산방산이 몇 해 전부터 붉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재선충이 번지면서 소나무들이 말라 죽고 있는 겁니다.

수령 수십 년의 나무들이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해 잘려 나가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인 제주 산천단의 곰솔 군락.

수령 5,6백 년 된 곰솔 8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습니다.

이곳에서 2백여 미터 떨어진 숲에 들어가 봤습니다.

곳곳에 소나무들이 누렇게 말라 죽어 있습니다.

고사목에서 찾아낸 솔수염하늘소의 유충입니다.

이 숲 역시 소나무 재선충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입니다.

솔수염하늘소의 성충 흔적도 발견됩니다.

방치하면 곰솔 군락까지 재선충이 번지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인터뷰> 정상배(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 "이 소나무(곰솔) 밭을 공격을 가할 수도 있고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인데, 예방주사로 지금은 버텨나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로 지정된 경주 양동마을입니다.

5백 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도 재선충에 뒤덮였습니다.

<인터뷰> 권이근(인근 주민) : "(소나무 나이가) 한 100년은 안 되겠나 싶은데 자꾸 죽으니까 안 좋죠. 보기도 안 좋고요. 나무가 건강하게 살아야 사람도 건강할 텐데…."

지난 2011년 26만 그루이던 재선충 피해 나무는 3년 만에 218만 그루로 8배 이상 늘었습니다.

▼통합관리 조차 안되는 방제시스템▼

<기자 멘트>

숲 속 소나무들이 재선충에 감염돼 붉게 물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재선충 때문에 잘라 낸 소나무는 800만 그루에 달합니다.

어떻게 하면 재선충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까요?

방제 방법은 크게 3가지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훈증 처리인데요.

감염된 소나무를 잘라낸 뒤 약품 처리하고, 비닐 천막으로 밀봉하는 겁니다.

나무를 파쇄하거나, 불에 태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재선충은 한 달에 수십 만 마리로 불어날 만큼 번식력이 좋아서 빠르고 철저한 방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방제 여건으론 역부족입니다.

우선 방제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재선충병 확산을 관찰하고 예측하는 능력도 떨어져, 방제 속도가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직까지 재선충병 확산 현황을 전국 단위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인터뷰> 이규태(산림청 산림보호국장) : "국가 전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국가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국가차원의 체계적인 관찰과 감시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재선충 확산을 차단해야 할 방제 현장에서 비리까지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방제는 뒷전…비리 복마전▼

<리포트>

지난해 재선충병이 발병했던 울산의 한 야산입니다.

훈증 방식으로 이미 방제 작업을 끝낸 곳이지만 올해도 나무들이 말라죽고 있습니다.

방제 업체의 부실 작업으로 재선충병이 확실히 차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근처엔 감염돼 베어낸 나무와 빈 방제용 약병들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자른 소나무는 약품 처리한 뒤 밀봉해 둬야 하지만, 이렇게 곳곳엔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소나무들이 방치돼 있습니다.

작업량을 부풀리기 위해 방제 작업을 한 나무를 이중으로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당시 방제 작업자(음성 변조) : "이미 작업했던 나무를 위에만 자르고 번호만 새로 붙여 작업한 것처럼 만든 겁니다."

또 다른 재선충 방제 현장입니다.

나무 밑동이 규정보다 높게 잘려 있습니다.

이렇게 밑동이 많이 남으면 매개충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이곳의 방제를 맡았던 업체는 부실 방제를 하거나 아예 작업하지 않고 2억여 원을 챙겼다가 당국에 적발됐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관할 자치단체에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와 공사비 회수를 요구했습니다.

<인터뷰> 강우성(국민권익위원회 부패심사과) : "설계 변경이라든가 그런 것을 할 경우에는 현장을 일단 확인해서 적절한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 거죠."

재선충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선 만연해 있는 방제 비리부터 근절돼야 합니다.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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