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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트윗에 내몰린 국정원 사이버심리전단 요원들
입력 2015.02.10 (13:04) 수정 2015.02.10 (13:08) 연합뉴스
인터넷 댓글 달기와 트위터 게시·확산에 내몰린 국정원의 특수 조직 '사이버 심리전단'(이하 심리전단)의 구체적인 활동 내역이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문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을 유죄로 본 1심은 검찰이 제시한 많은 증거들 중 일부만을 제한적으로 인정해 심리전단의 조직적인 활동 내역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판단한 2심은 심리전단의 상명하달식 조직체계와 업무 방식을 생생하게 적시했다.

국정원은 국내 정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심리전단 조직을 대북전략국 산하로 옮기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의 재임 기간 수행한 '심리전' 활동은 국정원 수장의 법정구속이라는 오욕의 역사를 남겼다.

◇ 사이버팀 대폭 확대 = 국정원 심리전단은 애초 북한이 벌이고 있는 대남심리전 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1965년 창설된 '심리전국'을 모태로 한다. 1997년 7월부터 '사이버' 심리전을 시작해 참여정부 때인 2005년 3월 전담팀이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주로 대북방송 및 북한의 대남방송 차단 업무에 치중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심리전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됐고 원세훈씨가 원장으로 취임한 뒤인 2009년 3월부터 본격 확대됐다. 대선이 있던 2012년에는 사이버심리전 수행팀이 4개로 늘었다.

원 전 원장은 "종북좌파 세력들이 점령하다시피 한 인터넷 자체를 청소"해야 한다거나 "젊은층 우군화 강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2012년 들어서는 "금년에 잘못 싸우면 국정원은 없어지는 거야" 같은 극단적인 말로 사이버 활동을 강조했다.

4개팀 중 안보1팀은 대북심리전 사이트 운영 및 대북 사이버 심리전, 안보2팀은 국내 포털사이트상 북한 선전 대응활동, 안보3팀은 국내 포털사이트 등에서의 종북세력에 대한 대응활동, 안보5팀은 트위터에서의 북한 및 종북세력의 선동에 대한 대응활동을 각각 담당했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심리전단의 인원은 안보3팀이 24명, 안보5팀이 23명이었다. 안보4팀은 조직표 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 '오유' '보배드림' '뽐뿌' 등 인기 커뮤니티 공략 = '안보3팀'은 내부에 파트를 나눠 파트별로 담당 사이트를 분담했다. 기존에 알려진 포털사이트들 외에도 인기 블로그들과 '오늘의유머', '보배드림', '뽐뿌' 등 젊은층이 많이 쓰고 인터넷 여론 형성에 영향력이 있는 커뮤니티들을 주로 공략했다.

직원들은 오전에 국정원으로 출근해 그날의 '이슈와 논지'(글을 쓸 주제)를 구두, 메모, 전화 등으로 하달받았다. 직원들은 오전에 받은 이슈와 논지를 중심으로 원내 인트라넷 업무망에 게시된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이나 다른 부서의 보고서, 언론기사 등을 참조해 각자 맡은 온라인 공간의 특성에 맞게 구체적인 글을 만들어냈다.

보안상 내부 문서를 외부로 반출할 수 없기 때문에 직원들 대부분은 외부로 나갈 때 키워드 정도만을 암기하거나 메모해서 가져갔는데, 일부 직원들은 이를 자신의 개인 이메일에 첨부파일 형태로 보냈다.

직원들은 점심시간 무렵 노트북을 들고 국정원 밖으로 나가 카페 등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장소에 머물렀다. 보안을 위해 활동하는 카페나 지역은 수시로 바꿨다.

◇ 트위터 실적 관리·'오늘의 유머' 먹칠하기 = 안보3팀의 경우 매일 각자 글을 작성한 사이트 이름 및 작성한 글의 제목 등을 손으로 써 정해진 함에 넣으면 담당 직원이 이를 취합해 팀장에게 실적을 보고했다.

안보5팀의 경우 비정기적으로 각자 작성한 트윗·리트윗 건수 및 팔로워 수를 파트장에게 보고했다. 파트장이나 팀장은 취합해둔 직원들의 트위터 계정을 이용해 직원들이 실제로 트위터를 올렸는지 수시로 확인했다.

안보3팀이 인기 사이트 '오늘의유머'를 공략한 방법은 '찬반 클릭'이었다. 이 사이트에서는 게시글이 추천 10건 이상, 반대 3건 이하를 받으면 '베스트 게시판'으로 옮겨지고 다시 추천을 100건 이상, 반대를 10건 이하로 받으면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으로 이동한다. 베스트 게시판에 올라가면 조회수가 5천∼1만건,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에 오르면 3만∼10만건의 조회수를 올리기 때문에 국정원은 이 사이트에 집착했다.

안보3팀 직원들은 대선정국인 2012년 8월말부터 파트장의 지시로 클릭 활동에 집중했다. 여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에는 집중적으로 반대 클릭을 해 베스트 게시판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런 활동으로 같은 해 9월 사이트 운영자에게 제재를 받게 되자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은 유머, 연예, 요리 관련 글을 추천 클릭해 야권 정치인을 옹호하는 내용의 글을 베스트 게시판에서 밀어냈다.

◇ 직원들, 내심 걱정하기도 = 이런 노골적인 인터넷 여론 조작 활동이 점점 더 심해지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일부 직원들은 "너무 세게 하는 것 아니냐", "신중한 자세로 자제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상명하복이 어디보다 철저히 지켜지는 국가정보기관의 조직 문화 속에서 직원들이 윗선의 지시사항을 따르지 않기는 어렵다.

이때문에 재판부는 이 모든 것을 지시해 국가기관의 인터넷 여론 조작을 시도한 원 전 원장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9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 댓글·트윗에 내몰린 국정원 사이버심리전단 요원들
    • 입력 2015-02-10 13:04:06
    • 수정2015-02-10 13:08:34
    연합뉴스
인터넷 댓글 달기와 트위터 게시·확산에 내몰린 국정원의 특수 조직 '사이버 심리전단'(이하 심리전단)의 구체적인 활동 내역이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문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을 유죄로 본 1심은 검찰이 제시한 많은 증거들 중 일부만을 제한적으로 인정해 심리전단의 조직적인 활동 내역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판단한 2심은 심리전단의 상명하달식 조직체계와 업무 방식을 생생하게 적시했다.

국정원은 국내 정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심리전단 조직을 대북전략국 산하로 옮기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의 재임 기간 수행한 '심리전' 활동은 국정원 수장의 법정구속이라는 오욕의 역사를 남겼다.

◇ 사이버팀 대폭 확대 = 국정원 심리전단은 애초 북한이 벌이고 있는 대남심리전 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1965년 창설된 '심리전국'을 모태로 한다. 1997년 7월부터 '사이버' 심리전을 시작해 참여정부 때인 2005년 3월 전담팀이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주로 대북방송 및 북한의 대남방송 차단 업무에 치중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심리전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됐고 원세훈씨가 원장으로 취임한 뒤인 2009년 3월부터 본격 확대됐다. 대선이 있던 2012년에는 사이버심리전 수행팀이 4개로 늘었다.

원 전 원장은 "종북좌파 세력들이 점령하다시피 한 인터넷 자체를 청소"해야 한다거나 "젊은층 우군화 강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2012년 들어서는 "금년에 잘못 싸우면 국정원은 없어지는 거야" 같은 극단적인 말로 사이버 활동을 강조했다.

4개팀 중 안보1팀은 대북심리전 사이트 운영 및 대북 사이버 심리전, 안보2팀은 국내 포털사이트상 북한 선전 대응활동, 안보3팀은 국내 포털사이트 등에서의 종북세력에 대한 대응활동, 안보5팀은 트위터에서의 북한 및 종북세력의 선동에 대한 대응활동을 각각 담당했다.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심리전단의 인원은 안보3팀이 24명, 안보5팀이 23명이었다. 안보4팀은 조직표 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 '오유' '보배드림' '뽐뿌' 등 인기 커뮤니티 공략 = '안보3팀'은 내부에 파트를 나눠 파트별로 담당 사이트를 분담했다. 기존에 알려진 포털사이트들 외에도 인기 블로그들과 '오늘의유머', '보배드림', '뽐뿌' 등 젊은층이 많이 쓰고 인터넷 여론 형성에 영향력이 있는 커뮤니티들을 주로 공략했다.

직원들은 오전에 국정원으로 출근해 그날의 '이슈와 논지'(글을 쓸 주제)를 구두, 메모, 전화 등으로 하달받았다. 직원들은 오전에 받은 이슈와 논지를 중심으로 원내 인트라넷 업무망에 게시된 '원장님 지시·강조말씀'이나 다른 부서의 보고서, 언론기사 등을 참조해 각자 맡은 온라인 공간의 특성에 맞게 구체적인 글을 만들어냈다.

보안상 내부 문서를 외부로 반출할 수 없기 때문에 직원들 대부분은 외부로 나갈 때 키워드 정도만을 암기하거나 메모해서 가져갔는데, 일부 직원들은 이를 자신의 개인 이메일에 첨부파일 형태로 보냈다.

직원들은 점심시간 무렵 노트북을 들고 국정원 밖으로 나가 카페 등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장소에 머물렀다. 보안을 위해 활동하는 카페나 지역은 수시로 바꿨다.

◇ 트위터 실적 관리·'오늘의 유머' 먹칠하기 = 안보3팀의 경우 매일 각자 글을 작성한 사이트 이름 및 작성한 글의 제목 등을 손으로 써 정해진 함에 넣으면 담당 직원이 이를 취합해 팀장에게 실적을 보고했다.

안보5팀의 경우 비정기적으로 각자 작성한 트윗·리트윗 건수 및 팔로워 수를 파트장에게 보고했다. 파트장이나 팀장은 취합해둔 직원들의 트위터 계정을 이용해 직원들이 실제로 트위터를 올렸는지 수시로 확인했다.

안보3팀이 인기 사이트 '오늘의유머'를 공략한 방법은 '찬반 클릭'이었다. 이 사이트에서는 게시글이 추천 10건 이상, 반대 3건 이하를 받으면 '베스트 게시판'으로 옮겨지고 다시 추천을 100건 이상, 반대를 10건 이하로 받으면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으로 이동한다. 베스트 게시판에 올라가면 조회수가 5천∼1만건,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에 오르면 3만∼10만건의 조회수를 올리기 때문에 국정원은 이 사이트에 집착했다.

안보3팀 직원들은 대선정국인 2012년 8월말부터 파트장의 지시로 클릭 활동에 집중했다. 여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에는 집중적으로 반대 클릭을 해 베스트 게시판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런 활동으로 같은 해 9월 사이트 운영자에게 제재를 받게 되자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은 유머, 연예, 요리 관련 글을 추천 클릭해 야권 정치인을 옹호하는 내용의 글을 베스트 게시판에서 밀어냈다.

◇ 직원들, 내심 걱정하기도 = 이런 노골적인 인터넷 여론 조작 활동이 점점 더 심해지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일부 직원들은 "너무 세게 하는 것 아니냐", "신중한 자세로 자제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상명하복이 어디보다 철저히 지켜지는 국가정보기관의 조직 문화 속에서 직원들이 윗선의 지시사항을 따르지 않기는 어렵다.

이때문에 재판부는 이 모든 것을 지시해 국가기관의 인터넷 여론 조작을 시도한 원 전 원장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9일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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