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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살 집이 없다! 진짜 ‘행복주택’ 맞나요?
입력 2015.02.10 (13:25) 수정 2015.02.10 (14:22) 취재후
■ 살 집이 없다.

신혼부부 한 쌍을 만났습니다. 결혼 4년차. 3살, 1살. 아기가 두 명. 남편은 택배일을 하고, 아내는 어린이집 보육 도우미로 일을 합니다. 부부는 부모의 도움 없이 처음부터 스스로 시작했습니다.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40만원, 방 두 칸짜리 낡은 신혼집에서 첫째 아기와 함께 세 식구가 살았습니다. 둘째가 생겼습니다. 지난해, 계약기간이 끝난 뒤 전세를 알아보러 나섰습니다. 자금에 맞는 전세집이 없었습니다. 월세는 더욱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올라 있었습니다. 정부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을 알아봤더니, 경쟁률이 어마어마합니다. 보증금이 1억이 넘는 임대주택도 허다합니다. 그나마도 다 외곽에 있습니다.

부부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부동산에서 ‘차라리 대출 끼고 집을 사라’고 권했습니다. 결국 서울 시내 외곽지역에 있는 1억 6천만원 하는 빌라를 사기로 맘먹었습니다. 집값의 절반 넘게 빚을 내야했지만, 도저히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부부는 겨우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정책이요? 잘 안 믿어요.’ 이게 이 부부의 결론이었습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연일 오르고 있습니다. 집 없는 서민들의 고민은 계속 깊어집니다. 주택 평균 가격은 2억 3천여만원. 우리나라 평균 소득을 버는 2030세대가 집을 사려면, 8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만 해야 합니다. 집 없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모순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이 103%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국민 모두가 살 집은 지어져 있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집 없는 서민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너무 많거나, 서민들이 살만한 집은 지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 아닐까요? 정부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 서민을 위한 집- 행복주택?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서민주거안정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행복주택사업입니다. 철도 부지나 유수지 등 도심에 있는 노는 땅들을 활용해 집을 지어, 사회초년생들이나 신혼부부들에게 5평에서 10평 규모의 소규모 임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겁니다. 이제까지의 임대주택들이 도심에서 먼 지역에 있었던 것과 달리, 전철역 주변 땅이나 도심 안 유수지를 이용해 집을 지으면 서민들도 얼마든지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저렴한 가격에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도심 안 노는 땅을 이용하면 땅 값을 절약할 수 있으니, 그만큼 임대료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 ‘땅값만 싸다고 끝인가요?’- 시범지구의 딜레마

지난 2013년, 국토부는 모두 7군데의 행복주택 시범지구를 선정했습니다. 서울 목동, 공릉, 가좌, 송파, 잠실, 오류, 경기도 안산까지. 모두 만여 호의 행복주택을 짓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실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범지구는 가좌지구 한 곳 뿐입니다. 주민반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곳에서부터, 사업 타당성 검토에서 부적합한 곳으로 판단돼 사실상 사업을 포기한 지역까지.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왜 시범지구 행복주택 사업은 아직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을까요?

첫 번째 문제는 시범지구 선정 과정에서 주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공릉동 부지는 옛 경춘선 폐선 부지였습니다. 이 지역은 원래 공원이 만들어지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바뀌면서 공원 예정지는 행복주택 예정지로 바뀌었습니다. 공릉동에서 만난 주민은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지난 십여 년을 기차 소음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이제야 공원이 만들어져서 그 불편함을 보상받나 했더니, 또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 너무한 거 아닌가.’

주민들도 행복주택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릉동 지역은 변변한 공원이나 주민편의시설 없이, 개발이나 문화혜택에서 철저히 소외되어왔다며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어떻게 이런 중요한 결정을 주민과 적절한 상의도 없이 할 수 있느냐며, 정책추진과정에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이 지역은 국토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다음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건설부지의 적합성이나, 공사비용의 규모가 사전에 정밀하게 검토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목동지구를 찾았습니다. 주민들은 유수지 복개공사를 해서 공영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땅을 어떻게 아파트 부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유수지를 매립해 공사를 하면, 인근 지역에 홍수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겁니다.

국토부를 상대로 주민들과 함께 지구지정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양천구청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토부가 한번이라도 이 곳에 와서 실사를 한 뒤에 행복주택 부지를 선정했는지 의심스럽다.’ 구청 측은 유수지 위에 공사를 진행할 경우 평당 3천여만원의 공사비가 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정부가 당초 예측한 금액과는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금액입니다. 유수지 부지를 이용한 잠실과 송파도 일단 공사를 중단한 상태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부지가 기술적으로나, 환경적으로 행복주택이 들어오기에 타당한 지, 조금만 더 면밀하게 실사를 거쳤다면 지금과 잡음은 훨씬 덜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철도 부지를 이용해 건물을 짓는다는 개념 자체가 상당히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시범지구로 선정된 7개부지 가운데 유일하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좌지구를 찾아가봤습니다. 이 곳에 사람이 살 수 있으려면, 소음이나 먼지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고, 거주자들이 반대편 길가로 편리하게 넘어갈 수 있게 돕는 ‘인공데크’도 설치해야 합니다.

이런 시설들을 다 설치해가며 공사를 하다보면 공사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당초 정부는 평당 750여만원에서 900만원 정도 공사비가 들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금은 평당 1100만원까지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땅 값이 저렴한 만큼, 공사비가 비싼 겁니다.

권영순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기술위원장은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짓고 난 뒤가 더 문제다.’ 건물이라는 것은 지어놓는다고 끝이 아니고, 그 이후의 유지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철도 옆에 건물을 지어놓고 쓸모 있는 건물로 만들어가려면, 그 이후에 계속 그 건물을 잘 보듬고 끊임없이 유지 보수를 해 주어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면 애당초 철도부지와 유수지 등 저렴한 땅에 집을 지어, 저렴하게 집을 공급하겠다던 계획은 잘못된 계획이고, 누군가는 이 손해를 떠안아야만 행복주택공급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납니다. 결국 이 손해는 사업시행사인 LH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 부담은 곧 국민 세금으로 메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시범지구의 딜레마는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 착공지구는 여전히 ‘협의 중’

7개의 시범지구 가운데 여섯 곳을 둘러보고 난 뒤, 마지막으로 오류지구를 찾았습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오류지구가 착공에 들어갔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는 덩그러니 빈 컨테이너 건물만 놓여있을 뿐,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현장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나는 3일 전에 와서 아무것도 모른다. 모든 상황은 LH에 물어봐라’ LH는 오류 지구는 철도공사 부지여서 철도 공사 측과 협의를 하는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착공이라는 표현은 시공사가 선정된 시점을 가리킨 것이지, 공사에 들어갔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거짓 보도 자료를 낸 것도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건설 전문가들 상당수는 이 말에 고개를 갸웃 거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착공이라는 말은 당연히 공사를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공사 시작 전에 주변 협의하는 과정을 착공에 들어갔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어찌됐든 정부 표현대로라면, 오류지구는 지난해 11월 ‘착공’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공사는 시작하지 않고, 주변 관계기관과 네 달째 협의를 거치고 있습니다.



■ 행복한 주택이 아닌 ‘행복주택’

이렇게 시범지구 사업이 삐거덕거리는 가운데 국토부는 행복주택 사업을 지방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철도 부지나 유수지 위에 짓는다는 계획이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에는 다양한 지방 국유지와 시유지를 모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철도부지와 유수지 위에 짓는 저렴한 임대주택’ 이라는 정부가 기존에 발표한 행복주택의 개념과는 다른 형태의 주택을, 행복주택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건설하게 된 겁니다. 행복한 주택이 아닌 '행복주택'. 이것이 지금 행복주택사업의 현 주소입니다.

전문가들 가운데 몇몇은 현재의 행복주택사업이 실질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주거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말했습니다. ‘땅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방에 크기가 최소 5평, 최대 10평에 불과한 행복주택을 짓는 것이 주거난 해소에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방은 이미 주택 공급 100%를 넘어섰는데, 도심 한 가운데에나 어울릴법한 도시생활형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 집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한국의 현실에서 어떤 형태로든 임대주택이 늘어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이름과 의미가 기존과 바뀌었든 아니든 간에, 어떤 형태로든 서민들을 위한 양질의 주택이 많이 늘어난다면 반길만한 일이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명래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행복주택의 개념에 얽매이지 말고 더 나은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되, 부지선정에서부터 주민설득과정까지 꼼꼼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와 함께 행복주택의 개념에 국한되기보다는, 보다 보편적인 주거복지측면에서 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정부지원을 더 보충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중앙정부가 현재 목표로 세우는 ‘한 해 10만호 정도의 임대주택 보급 계획’을 최소 2,3배 정도 더 끌어올려야 그나마 서민들의 주거난이 조금은 해소될 것이라는 겁니다.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당초 20만호를 짓겠다던 행복주택을 14만호 짓는 것으로 정책을 수정해서 발표했습니다. 답보상태에 빠진 시범지구 행복주택사업에서부터, 이미 행복주택의 개념을 포기한 지방 사업들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은 정부가 진정 서민들을 위한 주거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이 14만 호의 행복주택이 꼭 필요한 곳에 저렴한 비용으로 잘 건설될 것인지, 오는 2017년까지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다시보기 <취재파일 K> 진짜 행복주택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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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살 집이 없다! 진짜 ‘행복주택’ 맞나요?
    • 입력 2015-02-10 13:25:43
    • 수정2015-02-10 14:22:11
    취재후
■ 살 집이 없다.

신혼부부 한 쌍을 만났습니다. 결혼 4년차. 3살, 1살. 아기가 두 명. 남편은 택배일을 하고, 아내는 어린이집 보육 도우미로 일을 합니다. 부부는 부모의 도움 없이 처음부터 스스로 시작했습니다.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40만원, 방 두 칸짜리 낡은 신혼집에서 첫째 아기와 함께 세 식구가 살았습니다. 둘째가 생겼습니다. 지난해, 계약기간이 끝난 뒤 전세를 알아보러 나섰습니다. 자금에 맞는 전세집이 없었습니다. 월세는 더욱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올라 있었습니다. 정부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을 알아봤더니, 경쟁률이 어마어마합니다. 보증금이 1억이 넘는 임대주택도 허다합니다. 그나마도 다 외곽에 있습니다.

부부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부동산에서 ‘차라리 대출 끼고 집을 사라’고 권했습니다. 결국 서울 시내 외곽지역에 있는 1억 6천만원 하는 빌라를 사기로 맘먹었습니다. 집값의 절반 넘게 빚을 내야했지만, 도저히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부부는 겨우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정부가 말하는 정책이요? 잘 안 믿어요.’ 이게 이 부부의 결론이었습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연일 오르고 있습니다. 집 없는 서민들의 고민은 계속 깊어집니다. 주택 평균 가격은 2억 3천여만원. 우리나라 평균 소득을 버는 2030세대가 집을 사려면, 8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만 해야 합니다. 집 없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모순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이 103%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국민 모두가 살 집은 지어져 있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집 없는 서민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너무 많거나, 서민들이 살만한 집은 지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 아닐까요? 정부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 서민을 위한 집- 행복주택?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서민주거안정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행복주택사업입니다. 철도 부지나 유수지 등 도심에 있는 노는 땅들을 활용해 집을 지어, 사회초년생들이나 신혼부부들에게 5평에서 10평 규모의 소규모 임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겁니다. 이제까지의 임대주택들이 도심에서 먼 지역에 있었던 것과 달리, 전철역 주변 땅이나 도심 안 유수지를 이용해 집을 지으면 서민들도 얼마든지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저렴한 가격에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도심 안 노는 땅을 이용하면 땅 값을 절약할 수 있으니, 그만큼 임대료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 ‘땅값만 싸다고 끝인가요?’- 시범지구의 딜레마

지난 2013년, 국토부는 모두 7군데의 행복주택 시범지구를 선정했습니다. 서울 목동, 공릉, 가좌, 송파, 잠실, 오류, 경기도 안산까지. 모두 만여 호의 행복주택을 짓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실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범지구는 가좌지구 한 곳 뿐입니다. 주민반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곳에서부터, 사업 타당성 검토에서 부적합한 곳으로 판단돼 사실상 사업을 포기한 지역까지.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왜 시범지구 행복주택 사업은 아직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을까요?

첫 번째 문제는 시범지구 선정 과정에서 주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공릉동 부지는 옛 경춘선 폐선 부지였습니다. 이 지역은 원래 공원이 만들어지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바뀌면서 공원 예정지는 행복주택 예정지로 바뀌었습니다. 공릉동에서 만난 주민은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지난 십여 년을 기차 소음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이제야 공원이 만들어져서 그 불편함을 보상받나 했더니, 또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 너무한 거 아닌가.’

주민들도 행복주택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릉동 지역은 변변한 공원이나 주민편의시설 없이, 개발이나 문화혜택에서 철저히 소외되어왔다며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어떻게 이런 중요한 결정을 주민과 적절한 상의도 없이 할 수 있느냐며, 정책추진과정에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이 지역은 국토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다음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건설부지의 적합성이나, 공사비용의 규모가 사전에 정밀하게 검토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목동지구를 찾았습니다. 주민들은 유수지 복개공사를 해서 공영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땅을 어떻게 아파트 부지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유수지를 매립해 공사를 하면, 인근 지역에 홍수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겁니다.

국토부를 상대로 주민들과 함께 지구지정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양천구청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토부가 한번이라도 이 곳에 와서 실사를 한 뒤에 행복주택 부지를 선정했는지 의심스럽다.’ 구청 측은 유수지 위에 공사를 진행할 경우 평당 3천여만원의 공사비가 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정부가 당초 예측한 금액과는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금액입니다. 유수지 부지를 이용한 잠실과 송파도 일단 공사를 중단한 상태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부지가 기술적으로나, 환경적으로 행복주택이 들어오기에 타당한 지, 조금만 더 면밀하게 실사를 거쳤다면 지금과 잡음은 훨씬 덜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철도 부지를 이용해 건물을 짓는다는 개념 자체가 상당히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시범지구로 선정된 7개부지 가운데 유일하게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좌지구를 찾아가봤습니다. 이 곳에 사람이 살 수 있으려면, 소음이나 먼지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고, 거주자들이 반대편 길가로 편리하게 넘어갈 수 있게 돕는 ‘인공데크’도 설치해야 합니다.

이런 시설들을 다 설치해가며 공사를 하다보면 공사비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당초 정부는 평당 750여만원에서 900만원 정도 공사비가 들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금은 평당 1100만원까지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땅 값이 저렴한 만큼, 공사비가 비싼 겁니다.

권영순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기술위원장은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짓고 난 뒤가 더 문제다.’ 건물이라는 것은 지어놓는다고 끝이 아니고, 그 이후의 유지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철도 옆에 건물을 지어놓고 쓸모 있는 건물로 만들어가려면, 그 이후에 계속 그 건물을 잘 보듬고 끊임없이 유지 보수를 해 주어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면 애당초 철도부지와 유수지 등 저렴한 땅에 집을 지어, 저렴하게 집을 공급하겠다던 계획은 잘못된 계획이고, 누군가는 이 손해를 떠안아야만 행복주택공급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납니다. 결국 이 손해는 사업시행사인 LH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고, 그 부담은 곧 국민 세금으로 메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시범지구의 딜레마는 이렇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 착공지구는 여전히 ‘협의 중’

7개의 시범지구 가운데 여섯 곳을 둘러보고 난 뒤, 마지막으로 오류지구를 찾았습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오류지구가 착공에 들어갔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는 덩그러니 빈 컨테이너 건물만 놓여있을 뿐,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현장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나는 3일 전에 와서 아무것도 모른다. 모든 상황은 LH에 물어봐라’ LH는 오류 지구는 철도공사 부지여서 철도 공사 측과 협의를 하는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착공이라는 표현은 시공사가 선정된 시점을 가리킨 것이지, 공사에 들어갔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거짓 보도 자료를 낸 것도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건설 전문가들 상당수는 이 말에 고개를 갸웃 거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착공이라는 말은 당연히 공사를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공사 시작 전에 주변 협의하는 과정을 착공에 들어갔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어찌됐든 정부 표현대로라면, 오류지구는 지난해 11월 ‘착공’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공사는 시작하지 않고, 주변 관계기관과 네 달째 협의를 거치고 있습니다.



■ 행복한 주택이 아닌 ‘행복주택’

이렇게 시범지구 사업이 삐거덕거리는 가운데 국토부는 행복주택 사업을 지방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철도 부지나 유수지 위에 짓는다는 계획이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에는 다양한 지방 국유지와 시유지를 모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철도부지와 유수지 위에 짓는 저렴한 임대주택’ 이라는 정부가 기존에 발표한 행복주택의 개념과는 다른 형태의 주택을, 행복주택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건설하게 된 겁니다. 행복한 주택이 아닌 '행복주택'. 이것이 지금 행복주택사업의 현 주소입니다.

전문가들 가운데 몇몇은 현재의 행복주택사업이 실질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주거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말했습니다. ‘땅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방에 크기가 최소 5평, 최대 10평에 불과한 행복주택을 짓는 것이 주거난 해소에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방은 이미 주택 공급 100%를 넘어섰는데, 도심 한 가운데에나 어울릴법한 도시생활형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 집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한국의 현실에서 어떤 형태로든 임대주택이 늘어나는 것을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이름과 의미가 기존과 바뀌었든 아니든 간에, 어떤 형태로든 서민들을 위한 양질의 주택이 많이 늘어난다면 반길만한 일이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명래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행복주택의 개념에 얽매이지 말고 더 나은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되, 부지선정에서부터 주민설득과정까지 꼼꼼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와 함께 행복주택의 개념에 국한되기보다는, 보다 보편적인 주거복지측면에서 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정부지원을 더 보충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중앙정부가 현재 목표로 세우는 ‘한 해 10만호 정도의 임대주택 보급 계획’을 최소 2,3배 정도 더 끌어올려야 그나마 서민들의 주거난이 조금은 해소될 것이라는 겁니다.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당초 20만호를 짓겠다던 행복주택을 14만호 짓는 것으로 정책을 수정해서 발표했습니다. 답보상태에 빠진 시범지구 행복주택사업에서부터, 이미 행복주택의 개념을 포기한 지방 사업들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은 정부가 진정 서민들을 위한 주거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이 14만 호의 행복주택이 꼭 필요한 곳에 저렴한 비용으로 잘 건설될 것인지, 오는 2017년까지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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