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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동거남을 사위 삼은 ‘친엄마의 만행’
입력 2015.02.11 (11:50) 취재후·사건후
15살밖에 안 된 딸을 성폭행한 동거남을 신고조차 하지 않은 엄마, 그것도 모자라 동거남이 처벌 받지 않게 하겠다며 동거남을 딸과 혼인시켜 자신의 '사위'로 만든 엄마, 이런 친엄마가 있다면 믿으실 수 있겠습니까? 믿기 힘들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입니다.

알면 알수록 불쾌감과 짜증, 분노가 밀려드는 이 사건. 하지만 한 번 자세히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다시는 이런 비이성적인 사건이 벌어져선 안 된다는 마음에섭니다.

이혼 뒤 직장을 다니며 홀로 중학생 딸을 키우던 44살 여성 신 모 씨. 2012년 말부터 두 살 아래의 일용직 건설 근로자 42살 김 모 씨와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동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 씨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 김 씨가 신 씨의 딸 A 양을 성폭행한 겁니다. 이후에도 수차례 이어진 성폭행. 신 씨의 딸은 급기야 임신까지 하게 됐고, 결국 지난해 남자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하지만 엄마인 신 씨는 딸의 성폭행범인 김 씨를 신고조차 하지 않았고, 딸과 떨어뜨려 놓지도 않았습니다. 아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A 양 혼자서 아이의 출생 신고를 했을 정도입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막막해하던 A 양. 지난해 8월, 미혼모 지원 상담을 받으러 구청을 찾아갔습니다. 이때 한 구청직원이 A 양이 어떻게 출산을 하게 된 건지 의문을 품었고, 성폭행으로 인한 출산이 의심된다고 신고했습니다. 결국 추한 범행이 드러난 김 씨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신 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구치소에 있는 김 씨를 수차례 면회 가면서 피해자인 딸과 아기를 함께 데리고 갔습니다. 심지어 "아기에게도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딸과 동거남을 혼인신고 시키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는 딸을 김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시켜 "원해서 한 결혼"이라며 선처를 호소하도록 강요했습니다. 가히 엽기적이라고 할 만한 이런 공작에도 불구하고, 1심 법원은 김 씨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김 씨는 "형량이 너무 많다"며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딸에게 저지른 신 씨의 행동을 검찰은 그냥 두고 보지 않았습니다. 신 씨가 엄마로서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A양을 보호 시설로 보내 신 씨와 격리시켰습니다. 그리고 신 씨도 재판에 넘겼습니다. 엄마로서 딸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딸에게 학대라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본 겁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부모가 오히려 처벌을 받게 된 최초의 사례입니다.



검찰이 판단한 딸에 대한 신 씨의 '범죄 사실'은 무엇일까? 신 씨의 단독범행과 김 씨와 공모범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신 씨의 단독 범행입니다. 신 씨는 딸로부터 피해 사실을 듣고도 동거남과 격리하지 않고 계속 동거한 점입니다. 또 김 씨를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는 등 딸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한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딸과 아기를 데리고 구속된 김 씨를 수차례 면회하는 한 것은 딸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친 정서적 학대를 한 것으로 본 것입니다. 모두다 아동복지법 위반인 것입니다. 공모 범행으로는 김 씨를 석방시킬 목적으로 딸로 하여금 김 씨와의 혼인 신고서를 작성에 구청에 제출하게 한 점입니다.

이번 사건은 이해가 잘 되지 않은 부분이 바로 비록 어리지만 A 양은 성폭력 피해자인데 왜 김 씨와의 혼인 신고서를 작성했을까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성폭력 가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인식의 왜곡'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흔히들 가정에서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은 성폭력이 반복될수록 역설적으로 가해자와 신뢰 관계가 형성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해자가 그나마 자신을 계속 돌봐줄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그런 인식의 왜곡 현상이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엄마 신 씨가 이왕 아기가 태어났으니까 김 씨가 보호자가 돼야 한다는 말로 A 양의 판단을 흐리게 했습니다. 결국 신 씨의 집요한 설득에 넘어가 A 양이 혼인 신고까지 덜컥 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인식의 왜곡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문가들은 가정 내 성폭력이 일어나면 가장 중요한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격리 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검찰은 단순히 신 씨에 대한 단죄에 그치지 않고 보다 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았습니다. 아동보호자문단의 자문을 거쳐서, 신 씨의 딸에 대한 친권 상실을 청구하기로 한 것입니다. 또 A 양과 신 씨 동거남의 혼인신고를 무효로 하는 소송에 돌입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유아 인도 청구' 소송도 제기했습니다. 신 씨의 '손자' 즉 A 양의 아기를 내놓으란 겁니다. 딸에게 비인간적 행위를 한 신 씨가 손자를 키울 자격도 없다고 본 겁니다. 소장이 접수된 직후 신 씨는 아기를 내놨고, 아기는 현재 아동기관에서 보호받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복기하다, 어처구니 없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군요. 만약 신 씨와 동거남, A 양, 그리고 A 양이 낳은 아기의 기이한 동거가 계속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A 양은 엄마의 동거남에서 자신의 남편으로 변한 김 씨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게 됐을까? A 양의 아들이 자신의 출생 과정과 엄마·아빠의 관계를 알게 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 등등 말입니다.

그다지 답을 얻고 싶지 않은 의문들은 여기서 이만 멈출까 합니다. 21세기 문명 사회에서, 다시는 이런 비문명적이고 반인륜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말입니다.

☞ 바로가기 <뉴스9> 미성년 자녀도 ‘친권 박탈’ 스스로 청구 가능
  • [취재후] 동거남을 사위 삼은 ‘친엄마의 만행’
    • 입력 2015-02-11 11:50:13
    취재후·사건후
15살밖에 안 된 딸을 성폭행한 동거남을 신고조차 하지 않은 엄마, 그것도 모자라 동거남이 처벌 받지 않게 하겠다며 동거남을 딸과 혼인시켜 자신의 '사위'로 만든 엄마, 이런 친엄마가 있다면 믿으실 수 있겠습니까? 믿기 힘들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입니다.

알면 알수록 불쾌감과 짜증, 분노가 밀려드는 이 사건. 하지만 한 번 자세히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다시는 이런 비이성적인 사건이 벌어져선 안 된다는 마음에섭니다.

이혼 뒤 직장을 다니며 홀로 중학생 딸을 키우던 44살 여성 신 모 씨. 2012년 말부터 두 살 아래의 일용직 건설 근로자 42살 김 모 씨와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동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 씨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 김 씨가 신 씨의 딸 A 양을 성폭행한 겁니다. 이후에도 수차례 이어진 성폭행. 신 씨의 딸은 급기야 임신까지 하게 됐고, 결국 지난해 남자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하지만 엄마인 신 씨는 딸의 성폭행범인 김 씨를 신고조차 하지 않았고, 딸과 떨어뜨려 놓지도 않았습니다. 아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A 양 혼자서 아이의 출생 신고를 했을 정도입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나 막막해하던 A 양. 지난해 8월, 미혼모 지원 상담을 받으러 구청을 찾아갔습니다. 이때 한 구청직원이 A 양이 어떻게 출산을 하게 된 건지 의문을 품었고, 성폭행으로 인한 출산이 의심된다고 신고했습니다. 결국 추한 범행이 드러난 김 씨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신 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구치소에 있는 김 씨를 수차례 면회 가면서 피해자인 딸과 아기를 함께 데리고 갔습니다. 심지어 "아기에게도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딸과 동거남을 혼인신고 시키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는 딸을 김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시켜 "원해서 한 결혼"이라며 선처를 호소하도록 강요했습니다. 가히 엽기적이라고 할 만한 이런 공작에도 불구하고, 1심 법원은 김 씨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김 씨는 "형량이 너무 많다"며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딸에게 저지른 신 씨의 행동을 검찰은 그냥 두고 보지 않았습니다. 신 씨가 엄마로서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A양을 보호 시설로 보내 신 씨와 격리시켰습니다. 그리고 신 씨도 재판에 넘겼습니다. 엄마로서 딸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딸에게 학대라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본 겁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부모가 오히려 처벌을 받게 된 최초의 사례입니다.



검찰이 판단한 딸에 대한 신 씨의 '범죄 사실'은 무엇일까? 신 씨의 단독범행과 김 씨와 공모범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신 씨의 단독 범행입니다. 신 씨는 딸로부터 피해 사실을 듣고도 동거남과 격리하지 않고 계속 동거한 점입니다. 또 김 씨를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는 등 딸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한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딸과 아기를 데리고 구속된 김 씨를 수차례 면회하는 한 것은 딸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친 정서적 학대를 한 것으로 본 것입니다. 모두다 아동복지법 위반인 것입니다. 공모 범행으로는 김 씨를 석방시킬 목적으로 딸로 하여금 김 씨와의 혼인 신고서를 작성에 구청에 제출하게 한 점입니다.

이번 사건은 이해가 잘 되지 않은 부분이 바로 비록 어리지만 A 양은 성폭력 피해자인데 왜 김 씨와의 혼인 신고서를 작성했을까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성폭력 가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인식의 왜곡' 현상이라고 설명합니다. 흔히들 가정에서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은 성폭력이 반복될수록 역설적으로 가해자와 신뢰 관계가 형성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해자가 그나마 자신을 계속 돌봐줄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그런 인식의 왜곡 현상이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엄마 신 씨가 이왕 아기가 태어났으니까 김 씨가 보호자가 돼야 한다는 말로 A 양의 판단을 흐리게 했습니다. 결국 신 씨의 집요한 설득에 넘어가 A 양이 혼인 신고까지 덜컥 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인식의 왜곡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문가들은 가정 내 성폭력이 일어나면 가장 중요한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격리 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검찰은 단순히 신 씨에 대한 단죄에 그치지 않고 보다 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았습니다. 아동보호자문단의 자문을 거쳐서, 신 씨의 딸에 대한 친권 상실을 청구하기로 한 것입니다. 또 A 양과 신 씨 동거남의 혼인신고를 무효로 하는 소송에 돌입했습니다. 사상 초유의 '유아 인도 청구' 소송도 제기했습니다. 신 씨의 '손자' 즉 A 양의 아기를 내놓으란 겁니다. 딸에게 비인간적 행위를 한 신 씨가 손자를 키울 자격도 없다고 본 겁니다. 소장이 접수된 직후 신 씨는 아기를 내놨고, 아기는 현재 아동기관에서 보호받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복기하다, 어처구니 없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군요. 만약 신 씨와 동거남, A 양, 그리고 A 양이 낳은 아기의 기이한 동거가 계속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A 양은 엄마의 동거남에서 자신의 남편으로 변한 김 씨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게 됐을까? A 양의 아들이 자신의 출생 과정과 엄마·아빠의 관계를 알게 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 등등 말입니다.

그다지 답을 얻고 싶지 않은 의문들은 여기서 이만 멈출까 합니다. 21세기 문명 사회에서, 다시는 이런 비문명적이고 반인륜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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