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일감 규제 탈출에 안간힘…‘팔고 뭉치고 쪼개고’

입력 2015.02.11 (14: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최대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고, 안 되면 최대한 공정하게 보이도록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오는 14일인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한 재계 관계자가 털어놓은 말이다.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지난해 2월 14일 부로 개정 시행됐지만, 신규 내부거래에만 제동을 걸고 기존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1년간 적용을 미뤄왔다. 대기업들이 '알아서 고칠' 시간적 여유를 준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제 '타임 아웃'이 됐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그룹에서 총수(오너) 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 계열사(비상장 계열사의 경우 20%)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심사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심사 결과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계열사에 부당한 이익을 줬다고 판단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부당한 정도가 심하면 검찰에 고발할 수도 있다.

기업 오너는 징역형(3년 이하)이나 벌금형(2억원 이하)에 처할 수 있다. 3년 평균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얻어맞을 수도 있다. 기업으로선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대기업들은 저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탈출의 '솔루션'을 찾고 있다.

계열사 간 사업구조 재편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거나 '빅딜'로 규제에 걸릴 소지가 있는 계열사를 아예 처분하기도 한다. 지분 블록딜(대량매매)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30% 아래로 떨어뜨리는가 하면 합병·분할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지분율 요건을 맞추려는 해법도 모색하고 있다.

◇ 삼성 구조재편으로 해소…현대차 비상장사 고심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과 삼성석유화학, 가치네트 등 3개사가 규제 대상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삼성석유화학은 지난해 삼성종합화학에 합병시킨 뒤 한화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삼성테크윈 등과 함께 한화에 넘겨주기로 한 계열사라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인 가치네트는 이미 청산 절차를 밟았다.

남은 건 제일모직이다. 제일모직은 사명을 변경하기 전인 2013년 하반기 삼성에버랜드에서 영위하던 급식사업을 삼성웰스토리로 분사하고, 건물관리업은 에스원으로 양도했다.

따라서 현재로선 제일모직 건설 부문만 규제 대상이다. 전체 수주물량에서 내부거래 비중은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외 요건인 긴급성·보안성 등에 해당하는 공사 물량이 있기 때문에 규제 심사에 쉽게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개정법 취지에 부응하기 위해 계열사인 현대엠코와 현대위스코에 이어 현대글로비스까지 총수일가 지분을 30% 미만으로 낮췄다.

그동안 규제 대상으로는 현대위스코와 현대엠코,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이노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현대커머셜 등이 거론돼 왔다.

이 가운데 현대위스코와 현대엠코는 지난해 4월과 11월 각각 현대위아와 현대엔지니어링에 합병돼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이어 이달 6일에는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13.39%(502만2천170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기관 투자자에 매각함으로써 지분율을 30% 밑으로 낮췄다.

그러나 비상장기업인 이노션과 현대오토에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현대커머셜 등은 여전히 규제 제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은 이노션이 50%, 현대오토에버 29.1%,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28%, 현대커머셜 50% 등이다.

시장에서는 이노션의 경우 상장이나 총수일가의 지분을 추가 매각하는 방식으로, 또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는 합병하는 방식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직 대주주 지분을 낮추기 위한 추가적인 방안이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지주회사인 ㈜LG와 ㈜지흥이 규제 대상이 된다.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30.9%의 지분을 가진 ㈜LG는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와 지분 보유에 따른 배당을 받고, 여의도 트윈타워 등의 임대료 수입도 있다.

LG 관계자는 "㈜LG는 부동산 임대 등 계열사와의 거래에 감정평가를 거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규제 심사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흥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아들 형모 씨가 대주주인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 업체이다.

LG 측은 ㈜지흥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크지 않아 규제 기준에 못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 한화 "보안성 예외 고려해야"…SK C&C, SK와 합병 관측

한화그룹에서 규제 대상이 되는 계열사는 현재 5곳이다.

기업 경영 평가기관 CEO스코어에 따르면 오너 일가가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회사는 에스엔에스에이스(100%), 태경화성(100%), 한컴(30.13%), 한화(32.01%), 한화S&C(100%) 등 5곳이다.

에스엔에스에이스는 김승연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경비회사이며, 태경화성은 물류업체다.

한화 S&C는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소유한 시스템통합(SI) 회사다. 장남이 50%, 차남과 삼남이 각각 25%의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이 가운데 내부 거래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화 S&C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 S&C는 IT보안솔루션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로, 내부 보안을 외부에 맡길 수는 없다"면서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이 인정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예외로 인정해주는 만큼 이 조항에 해당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나머지 회사의 경우 거래처 다변화 등을 통해 규제를 벗어난다는 방침이다.

GS그룹에서는 지주회사인 ㈜GS를 비롯해 GS네오텍, 옥산유통, GS ITM 등 작년 말 기준으로 18곳이 규제 대상이다. 주로 방계회사들로 소규모다.

㈜GS는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 수입을 얻고 있고, 본사 사옥 임대 등 내부거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옥산유통은 필립모리스 담배를 독점 수입해 GS25 편의점 등에 납품하는 회사로, 대체 불가능한 사업영역이며, GS ITM은 IT 관련 회사로 내부 보안을 담당해 불가피한 내부거래에 해당된다고 GS그룹 측은 밝혔다.

GS네오텍은 내부거래 대상 거래 가운데 신규거래는 중단하는 등 비중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

GS그룹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GS경영과는 무관한 방계회사들로, 건수는 많지만 실제 내부거래 규모(금액)는 다른 그룹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이라고 항변했다.

SK그룹의 경우 SK C&C와 에이엔티에스(ANTS) 두 곳이 적용 대상이다.

SK C&C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 지분이 43.43%에 달한다. 지주회사인 SK㈜의 대주주로 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SK C&C의 그룹 내부 거래액은 2013년 기준 9천54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1.5%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SK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SK C&C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면서 SK㈜와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 C&C와 SK㈜를 합병한 뒤 사업회사를 자회사로 전환하면 그룹 내 매출 비중이 줄고 일감 몰아주기 이슈도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이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는 점도 합병 매력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현재 총수가 부재중인 만큼 SK C&C와 SK㈜의 합병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지분 30%를 넘으면 반드시 규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개정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는 한국후지필름,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 비상장사 4개사가 규제 대상으로 지정됐다.

그룹 관계자는 "4개사 모두 대상에는 올랐지만 내부 거래 비중이 높지 않아 문제 될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이 지분 22.08%를 소유한 한국후지필름의 내부 거래액은 2013년 기준 전체 매출액(714억원)의 3.5%다.

또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이 최대주주인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는 현재 사업을 거의 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내부거래도 거의 없다는 게 롯데그룹의 설명이다.

한진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이 정석기업,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 등 비상장사 5곳이다.

한진그룹 측은 "공정위의 규제와 관련해 총수 일가의 지분을 파는 등의 준비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싸이버스카이 100%, 유니컨버스 90.0%, 정석기업 41.1% 등으로 높은 편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해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던 정석기업은 부동산 임대·관리업체로 한진빌딩 리노베이션 공사 등을 했다.

SI 사업을 하는 유니컨버스는 한진그룹 계열인 토파스여행정보 고객서비스센터나 진에어 예약콜센터, 인하대병원 콜센터 등의 계약을 따냈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표이사다.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 인터넷 통신판매를 도맡은 업체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이사로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3년 한진그룹의 내부거래액은 1조548억원이다.

◇ 모호한 잣대…불안한 기업들

기업들이 나름의 출구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공정거래법 조항의 모호성이 해당 기업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수 일가를 위해 '정상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한 경우 규제 심사의 대상이 되는데 '7% 이상의 차이'라는 수치를 붙였다. 이때 차이가 사업의 입찰 금액을 말하는 것인지, 부당한 사업으로 인해 취득한 이익인지, 매출액인지 애매한 측면이 있다.

'기업의 효율성을 증대하거나 긴급성, 보안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로 둘 수 있다'는 대목은 더 모호하다.

재계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예로 "삼성전자 R&D센터 구내식당의 운영권을 LG그룹 계열 외식업체 아워홈에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상장기업) 밑으로 내려가기만 하면 무조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탈출 전략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행령에 30%로 돼 있으니까 그 밑으로는 괜찮은 것 아니냐고들 하는데 그렇게 단순하게 보면 안 된다"면서 "조문만 보고 29.9%이니까, 완전히 자유롭다는 건 아니란 뜻이다. 문제가 된 행위의 유형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재계, 일감 규제 탈출에 안간힘…‘팔고 뭉치고 쪼개고’
    • 입력 2015-02-11 14:33:33
    연합뉴스
"최대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고, 안 되면 최대한 공정하게 보이도록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오는 14일인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한 재계 관계자가 털어놓은 말이다.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지난해 2월 14일 부로 개정 시행됐지만, 신규 내부거래에만 제동을 걸고 기존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1년간 적용을 미뤄왔다. 대기업들이 '알아서 고칠' 시간적 여유를 준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제 '타임 아웃'이 됐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그룹에서 총수(오너) 일가의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 계열사(비상장 계열사의 경우 20%)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심사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심사 결과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계열사에 부당한 이익을 줬다고 판단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부당한 정도가 심하면 검찰에 고발할 수도 있다. 기업 오너는 징역형(3년 이하)이나 벌금형(2억원 이하)에 처할 수 있다. 3년 평균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얻어맞을 수도 있다. 기업으로선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대기업들은 저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탈출의 '솔루션'을 찾고 있다. 계열사 간 사업구조 재편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거나 '빅딜'로 규제에 걸릴 소지가 있는 계열사를 아예 처분하기도 한다. 지분 블록딜(대량매매)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30% 아래로 떨어뜨리는가 하면 합병·분할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지분율 요건을 맞추려는 해법도 모색하고 있다. ◇ 삼성 구조재편으로 해소…현대차 비상장사 고심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과 삼성석유화학, 가치네트 등 3개사가 규제 대상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삼성석유화학은 지난해 삼성종합화학에 합병시킨 뒤 한화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삼성테크윈 등과 함께 한화에 넘겨주기로 한 계열사라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인 가치네트는 이미 청산 절차를 밟았다. 남은 건 제일모직이다. 제일모직은 사명을 변경하기 전인 2013년 하반기 삼성에버랜드에서 영위하던 급식사업을 삼성웰스토리로 분사하고, 건물관리업은 에스원으로 양도했다. 따라서 현재로선 제일모직 건설 부문만 규제 대상이다. 전체 수주물량에서 내부거래 비중은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외 요건인 긴급성·보안성 등에 해당하는 공사 물량이 있기 때문에 규제 심사에 쉽게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개정법 취지에 부응하기 위해 계열사인 현대엠코와 현대위스코에 이어 현대글로비스까지 총수일가 지분을 30% 미만으로 낮췄다. 그동안 규제 대상으로는 현대위스코와 현대엠코,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이노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현대커머셜 등이 거론돼 왔다. 이 가운데 현대위스코와 현대엠코는 지난해 4월과 11월 각각 현대위아와 현대엔지니어링에 합병돼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이어 이달 6일에는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13.39%(502만2천170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기관 투자자에 매각함으로써 지분율을 30% 밑으로 낮췄다. 그러나 비상장기업인 이노션과 현대오토에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현대커머셜 등은 여전히 규제 제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은 이노션이 50%, 현대오토에버 29.1%,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28%, 현대커머셜 50% 등이다. 시장에서는 이노션의 경우 상장이나 총수일가의 지분을 추가 매각하는 방식으로, 또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는 합병하는 방식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직 대주주 지분을 낮추기 위한 추가적인 방안이 확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지주회사인 ㈜LG와 ㈜지흥이 규제 대상이 된다.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30.9%의 지분을 가진 ㈜LG는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와 지분 보유에 따른 배당을 받고, 여의도 트윈타워 등의 임대료 수입도 있다. LG 관계자는 "㈜LG는 부동산 임대 등 계열사와의 거래에 감정평가를 거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규제 심사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흥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아들 형모 씨가 대주주인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 업체이다. LG 측은 ㈜지흥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크지 않아 규제 기준에 못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 한화 "보안성 예외 고려해야"…SK C&C, SK와 합병 관측 한화그룹에서 규제 대상이 되는 계열사는 현재 5곳이다. 기업 경영 평가기관 CEO스코어에 따르면 오너 일가가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회사는 에스엔에스에이스(100%), 태경화성(100%), 한컴(30.13%), 한화(32.01%), 한화S&C(100%) 등 5곳이다. 에스엔에스에이스는 김승연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경비회사이며, 태경화성은 물류업체다. 한화 S&C는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소유한 시스템통합(SI) 회사다. 장남이 50%, 차남과 삼남이 각각 25%의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이 가운데 내부 거래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화 S&C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 S&C는 IT보안솔루션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로, 내부 보안을 외부에 맡길 수는 없다"면서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이 인정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예외로 인정해주는 만큼 이 조항에 해당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나머지 회사의 경우 거래처 다변화 등을 통해 규제를 벗어난다는 방침이다. GS그룹에서는 지주회사인 ㈜GS를 비롯해 GS네오텍, 옥산유통, GS ITM 등 작년 말 기준으로 18곳이 규제 대상이다. 주로 방계회사들로 소규모다. ㈜GS는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 수입을 얻고 있고, 본사 사옥 임대 등 내부거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옥산유통은 필립모리스 담배를 독점 수입해 GS25 편의점 등에 납품하는 회사로, 대체 불가능한 사업영역이며, GS ITM은 IT 관련 회사로 내부 보안을 담당해 불가피한 내부거래에 해당된다고 GS그룹 측은 밝혔다. GS네오텍은 내부거래 대상 거래 가운데 신규거래는 중단하는 등 비중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 GS그룹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GS경영과는 무관한 방계회사들로, 건수는 많지만 실제 내부거래 규모(금액)는 다른 그룹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이라고 항변했다. SK그룹의 경우 SK C&C와 에이엔티에스(ANTS) 두 곳이 적용 대상이다. SK C&C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 지분이 43.43%에 달한다. 지주회사인 SK㈜의 대주주로 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SK C&C의 그룹 내부 거래액은 2013년 기준 9천54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1.5%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SK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SK C&C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면서 SK㈜와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 C&C와 SK㈜를 합병한 뒤 사업회사를 자회사로 전환하면 그룹 내 매출 비중이 줄고 일감 몰아주기 이슈도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이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는 점도 합병 매력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현재 총수가 부재중인 만큼 SK C&C와 SK㈜의 합병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지분 30%를 넘으면 반드시 규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개정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는 한국후지필름,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 비상장사 4개사가 규제 대상으로 지정됐다. 그룹 관계자는 "4개사 모두 대상에는 올랐지만 내부 거래 비중이 높지 않아 문제 될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이 지분 22.08%를 소유한 한국후지필름의 내부 거래액은 2013년 기준 전체 매출액(714억원)의 3.5%다. 또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이 최대주주인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는 현재 사업을 거의 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내부거래도 거의 없다는 게 롯데그룹의 설명이다. 한진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이 정석기업,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 등 비상장사 5곳이다. 한진그룹 측은 "공정위의 규제와 관련해 총수 일가의 지분을 파는 등의 준비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싸이버스카이 100%, 유니컨버스 90.0%, 정석기업 41.1% 등으로 높은 편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해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던 정석기업은 부동산 임대·관리업체로 한진빌딩 리노베이션 공사 등을 했다. SI 사업을 하는 유니컨버스는 한진그룹 계열인 토파스여행정보 고객서비스센터나 진에어 예약콜센터, 인하대병원 콜센터 등의 계약을 따냈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표이사다.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기내 면세품 인터넷 통신판매를 도맡은 업체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이사로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3년 한진그룹의 내부거래액은 1조548억원이다. ◇ 모호한 잣대…불안한 기업들 기업들이 나름의 출구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공정거래법 조항의 모호성이 해당 기업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수 일가를 위해 '정상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한 경우 규제 심사의 대상이 되는데 '7% 이상의 차이'라는 수치를 붙였다. 이때 차이가 사업의 입찰 금액을 말하는 것인지, 부당한 사업으로 인해 취득한 이익인지, 매출액인지 애매한 측면이 있다. '기업의 효율성을 증대하거나 긴급성, 보안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로 둘 수 있다'는 대목은 더 모호하다. 재계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예로 "삼성전자 R&D센터 구내식당의 운영권을 LG그룹 계열 외식업체 아워홈에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상장기업) 밑으로 내려가기만 하면 무조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탈출 전략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행령에 30%로 돼 있으니까 그 밑으로는 괜찮은 것 아니냐고들 하는데 그렇게 단순하게 보면 안 된다"면서 "조문만 보고 29.9%이니까, 완전히 자유롭다는 건 아니란 뜻이다. 문제가 된 행위의 유형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