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해설] 법원이 제대로 나서라

입력 2015.02.14 (07:34) 수정 2015.02.1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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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하도 황당해서 믿기 힘든 일들이 현실에선 종종 벌어집니다. 어쩌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지만 이번은 어떻습니까? 법조계에서도 엘리트 급이라는 한 현직 부장판사의 ‘저질 막말 댓글’ 파동은 우리 사회가 공유하던 상식적인 몇몇 믿음들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렸습니다.

그렇잖아도 법원과 법관을 둘러싼 추문은 끊이질 않았습니다. 사채업자로부터 수억 원을 상납 받은 법관이 현직으론 처음으로 구속된 게 불과 며칠 전이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견 법관은 지난 2008년부터 익명의 인터넷 공간에서 극우성향의 댓글 수천 건을 써왔습니다. 원색적인 표현들로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고문이나 불법까지 용인하는 듯 한 글들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모두의 것이지만 법관들에겐 보다 엄격하고 조심스럽습니다. 사람의 잘잘못을 가려내는 법관이 특정현안들에 대해 공공연히 개인적 생각을 드러낸다면 재판의 공정성을 헤친다는 염려 때문입니다. 법관윤리강령은 그래서 인터넷 공간에서도 법관은 정치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입장을 밝히면 안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면 규정은 물론 사회적 상식까지 배반하는 이런 일들은 왜 생기는 걸까요? 과중한 업무와 남다른 도덕성에 대한 부담에 짓눌려 잠시 일탈을 꿈꾼 걸까요? 특정법관의 돌출행동이라기엔 사안이 너무 중대합니다. 일회성 사건으로 보기엔 그 빈도가 잦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그 치명적인 대가는 바로 법원에 대한 신뢰상실입니다. 법원과 법관이 사회공동체를 유지하는 마지막 보루라는 공동체의 믿음이 사라지는 겁니다. 법원 정체성의 일대 위기 앞에 이제 누가 나서야할까요?

문제를 해결할 책무는 결국 법원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지금의 곤란한 상황을 솜방망이 처벌로 또 넘기려한다면 나중에 더욱 비싼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법원의 존엄과 법관의 권위를 지켜낼 ‘드높은 도덕성의 울타리’를 사법부가 이번에는 꼭 세워줬으면 좋겠습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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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해설] 법원이 제대로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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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5-02-14 07: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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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하도 황당해서 믿기 힘든 일들이 현실에선 종종 벌어집니다. 어쩌다보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지만 이번은 어떻습니까? 법조계에서도 엘리트 급이라는 한 현직 부장판사의 ‘저질 막말 댓글’ 파동은 우리 사회가 공유하던 상식적인 몇몇 믿음들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렸습니다.

그렇잖아도 법원과 법관을 둘러싼 추문은 끊이질 않았습니다. 사채업자로부터 수억 원을 상납 받은 법관이 현직으론 처음으로 구속된 게 불과 며칠 전이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견 법관은 지난 2008년부터 익명의 인터넷 공간에서 극우성향의 댓글 수천 건을 써왔습니다. 원색적인 표현들로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고문이나 불법까지 용인하는 듯 한 글들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표현의 자유는 모두의 것이지만 법관들에겐 보다 엄격하고 조심스럽습니다. 사람의 잘잘못을 가려내는 법관이 특정현안들에 대해 공공연히 개인적 생각을 드러낸다면 재판의 공정성을 헤친다는 염려 때문입니다. 법관윤리강령은 그래서 인터넷 공간에서도 법관은 정치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입장을 밝히면 안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면 규정은 물론 사회적 상식까지 배반하는 이런 일들은 왜 생기는 걸까요? 과중한 업무와 남다른 도덕성에 대한 부담에 짓눌려 잠시 일탈을 꿈꾼 걸까요? 특정법관의 돌출행동이라기엔 사안이 너무 중대합니다. 일회성 사건으로 보기엔 그 빈도가 잦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그 치명적인 대가는 바로 법원에 대한 신뢰상실입니다. 법원과 법관이 사회공동체를 유지하는 마지막 보루라는 공동체의 믿음이 사라지는 겁니다. 법원 정체성의 일대 위기 앞에 이제 누가 나서야할까요?

문제를 해결할 책무는 결국 법원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지금의 곤란한 상황을 솜방망이 처벌로 또 넘기려한다면 나중에 더욱 비싼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법원의 존엄과 법관의 권위를 지켜낼 ‘드높은 도덕성의 울타리’를 사법부가 이번에는 꼭 세워줬으면 좋겠습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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