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가 장악한 내각…한국은 의원내각제인가?

입력 2015.02.17 (14:59) 수정 2015.02.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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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여성부장관, 게다가 이번엔 해양수산부장관,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이들 6명 국무위원들의 공통점은 바로 현역 국회 의원이라는 점이다.

현역의원들의 장관직 겸직 시대다. 과거에도 현역의원들의 입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개 2~3명을 넘지 않았다. 지금처럼 6명이 무더기 입각한 사례는 없었다.

특히 총리와 부총리 2명 등 내각의 3대 포스트가 모두 새누리당 친박 중진들로 채워졌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 모두 원내대표를 지냈다.


▲(왼쪽부터) 이완구 신임 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완구 신임 총리는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3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11년부터 각각 1년씩 원내대표직을 릴레이로 역임했다. 심지어 이 총리는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차출됐다. 원활한 당정청 관계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유기준 의원, 유일호 의원

여기다 17일 발표된 4개 부처 개각은 이런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에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 그리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는 자신이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으로 썼던 유일호 의원을 지명했다.

◆ 인사청문회 덕보는 현역 의원들

장관직에 현역 의원들의 기용이 늘어나는 것은 날로 까다로워지는 인사청문회와 관련이 깊다. 박근혜 정부 들어 두번 연속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것에서 보듯 인사청문회 문턱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현역의원들의 경우 아직 한번도 청문회에서 낙마한 사례가 없다. 이른바 현역의원 프리미엄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위태위태했던 이완구 국무총리도 결국 청문회를 통과하지 않았냐"면서 "인사 청문회가 까다로워질 수록 인사권자는 현역 의원 기용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의원들의 기용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당내 친박계 의원들은 상종가를 치고 있다. 6명의 의원직 겸직 국무위원(2명은 후보자)중 김희정 여성부 장관를 빼고는 모두 친박계 의원이다.

내각에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친박계 의원들이 포진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있다.

정치권과 소통 부재라는 지적을 받아온 현 정부에 이들이 입법부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집권 중반기를 맞아 느슨해질 수 있는 공직 사회에 긴장감을 형성해 국정 과제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도 이들에게 그만큼의 재량권을 인정함으로써 대통령에게만 몰리는 국정 운영의 부담감을 나눠 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3권 분립 훼손 지적도

하지만 의원 겸직 장관이 늘어나는 것이 대통령 중심제 하의 삼권분립 정신과 맞지 않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영국 등이 채택한 의원내각제와 우리나라가 채택한 대통령제는 뿌리부터 다른 제도다.

의회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수상)가 되고, 소속 의원들이 장관이 되는 제도가 의원내각제다. 즉 입법부와 행정부가 밀접하게 붙어 있다. 총선이라는 한가지 절차를 통해 민의를 반영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행정부와 입법부가 구성된다.

반면 대통령제는 총선과 대통령 선거라는 두개의 선거를 통해 입법부와 행정부(대통령)가 별도로 구성된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상호 협조하지만 엄연히 분리돼 있고, 상호 견제하며 균형을 맞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은 "이완구 총리가 지명을 받았을 때 의원직을 내놔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삼권분립에 따른 행정부의 책임성과 대의회 관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주문이었다"면서 "친박계 의원들로 내각을 채우는 것은 3권분립 차원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 1년여 남은 총선도 문제

문제는 또 있다. 총선이 멀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4월로 다가온 제20대 총선에서 이들 장관들은 대부분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서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는 임명직 공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임기는 앞으로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 현역의원들의 장관 기용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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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박계’가 장악한 내각…한국은 의원내각제인가?
    • 입력 2015-02-17 14:59:58
    • 수정2015-02-17 15:09:19
    정치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 여성부장관, 게다가 이번엔 해양수산부장관,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이들 6명 국무위원들의 공통점은 바로 현역 국회 의원이라는 점이다.

현역의원들의 장관직 겸직 시대다. 과거에도 현역의원들의 입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개 2~3명을 넘지 않았다. 지금처럼 6명이 무더기 입각한 사례는 없었다.

특히 총리와 부총리 2명 등 내각의 3대 포스트가 모두 새누리당 친박 중진들로 채워졌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 모두 원내대표를 지냈다.


▲(왼쪽부터) 이완구 신임 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완구 신임 총리는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3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11년부터 각각 1년씩 원내대표직을 릴레이로 역임했다. 심지어 이 총리는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기도 전에 차출됐다. 원활한 당정청 관계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유기준 의원, 유일호 의원

여기다 17일 발표된 4개 부처 개각은 이런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에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 그리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는 자신이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으로 썼던 유일호 의원을 지명했다.

◆ 인사청문회 덕보는 현역 의원들

장관직에 현역 의원들의 기용이 늘어나는 것은 날로 까다로워지는 인사청문회와 관련이 깊다. 박근혜 정부 들어 두번 연속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것에서 보듯 인사청문회 문턱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현역의원들의 경우 아직 한번도 청문회에서 낙마한 사례가 없다. 이른바 현역의원 프리미엄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위태위태했던 이완구 국무총리도 결국 청문회를 통과하지 않았냐"면서 "인사 청문회가 까다로워질 수록 인사권자는 현역 의원 기용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의원들의 기용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당내 친박계 의원들은 상종가를 치고 있다. 6명의 의원직 겸직 국무위원(2명은 후보자)중 김희정 여성부 장관를 빼고는 모두 친박계 의원이다.

내각에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친박계 의원들이 포진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있다.

정치권과 소통 부재라는 지적을 받아온 현 정부에 이들이 입법부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집권 중반기를 맞아 느슨해질 수 있는 공직 사회에 긴장감을 형성해 국정 과제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도 이들에게 그만큼의 재량권을 인정함으로써 대통령에게만 몰리는 국정 운영의 부담감을 나눠 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3권 분립 훼손 지적도

하지만 의원 겸직 장관이 늘어나는 것이 대통령 중심제 하의 삼권분립 정신과 맞지 않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영국 등이 채택한 의원내각제와 우리나라가 채택한 대통령제는 뿌리부터 다른 제도다.

의회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수상)가 되고, 소속 의원들이 장관이 되는 제도가 의원내각제다. 즉 입법부와 행정부가 밀접하게 붙어 있다. 총선이라는 한가지 절차를 통해 민의를 반영하고, 그 결과에 따라 행정부와 입법부가 구성된다.

반면 대통령제는 총선과 대통령 선거라는 두개의 선거를 통해 입법부와 행정부(대통령)가 별도로 구성된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상호 협조하지만 엄연히 분리돼 있고, 상호 견제하며 균형을 맞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은 "이완구 총리가 지명을 받았을 때 의원직을 내놔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삼권분립에 따른 행정부의 책임성과 대의회 관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주문이었다"면서 "친박계 의원들로 내각을 채우는 것은 3권분립 차원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 1년여 남은 총선도 문제

문제는 또 있다. 총선이 멀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4월로 다가온 제20대 총선에서 이들 장관들은 대부분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서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는 임명직 공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임기는 앞으로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 현역의원들의 장관 기용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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