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감히 내가 반대한 결혼을…” 스토킹 어머니 접근금지

입력 2015.02.19 (19:53) 수정 2015.02.1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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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가 원하지 않을 때 연락하지 말 것.
- 집이나 직장으로 찾아가서 생활과 업무를 방해하지 말 것.
-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방해할 때마다 50만 원의 강제금 부과.

법원이 한 남성의 요청을 받아들여 중년 여성에게 내린 접근금지 명령입니다. 여성이 빚이라도 받으려 남성을 괴롭혔을까요? 아니면, 남성을 사랑한 여성의 스토킹이 있었을까요? 배신 당한 사랑 때문이라고 추측하셨다면 조금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 여인의 사랑은 배신한 남자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아들을 향한 '빗나간 모정'이었습니다. 이들 모자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사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들은 만나던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축복이 쏟아진 자리였지만 그 자리에 아들 부모님은 없었습니다. 신랑 측 부모님 자리에 앉은 건 진짜 부모님이 아닌 아들이 고용한 대역들이었습니다. 만나던 여성과의 결혼을 부모님이 극구 반대하자 아들이 부모님께 알리지도 않은 채 결혼해버린 겁니다. 어머니는 분노했습니다.

사실 결혼하기 전까지 아들은 어머니에게 자랑이었습니다. 아들은 우리나라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박사 학위까지 땄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30대에 서울의 유명 사립대 로스쿨 교수가 됐습니다. 흔히 말하는 '엄친아'였습니다.

어머니에게는 자랑이었던 아들이었지만 이 모든게 완벽했던 아들이 어머니가 반대하는 결혼을 했습니다. 연애결혼을 택한 아들, 그것도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 여자와 결혼한 아들에게 어머니는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아들 앞으로 부어놓은 연금보험을 깨 결혼 자금으로 썼으니 어찌보면 분노는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노는 분노로 끝나지 않았고 지독한 괴롭힘으로 변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사는 아파트에 찾아가 아들 부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벽보를 곳곳에 붙였습니다. 심지어 아들 집 아파트 현관문을 부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행동은 아들의 직장인 학교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아들이 교수로 재직하는 학교 앞에서도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대학 총장과 이사회에는 파면을 요구하는 탄원서도 수차례 보냈습니다. 분노로 비뚤어져버린 모정의 지독한 괴롭힘은 도를 넘고 있었습니다.

아들 부부에게 전화해 협박하고 심지어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자살하라”는 메시지를 남기기까지 했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이 계속된 괴롭힘. 아들은 결국 어머니의 접근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호소했습니다.
 
어머니의 접근을 막아달라는 아들의 신청을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어머니의 행위가 헌법상 보장된 아들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자유, 평온한 주거 생활을 보호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법정까지 온 이 황당하고 안타까운 다툼은 이제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어머니가 2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잘 키워놨더니 어머니가 그렇게 반대하는 결혼을 대역 부모까지 쓰면서 했다며 오죽하면 어머니가 저럴까 아들을 비난합니다. 누군가는 며느리가 그리 잘못한 것도 없는데 단순히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아들 부부를 수년 째 지독하게 괴롭힌 비뚤어진 모정이야말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가족의 이 불행한 이야기는 어머니가 아니면 또 아들부부가 아니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다른 사람들은 가늠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대법원에서 내려지는 판결로 이 일이 마무리되기 보다는 부모님과 아들 부부가 함께 노력해 해결할 수 있기를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 2012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투병 중인 아버지를 최근 아들이 찾아가 간병을 시작했다는 소식에서 조그만 희망도 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요.

☞ 바로가기 [뉴스픽] 빗나간 모정 때문에 아들 잃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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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감히 내가 반대한 결혼을…” 스토킹 어머니 접근금지
    • 입력 2015-02-19 19:53:07
    • 수정2015-02-19 20:59:08
    취재후·사건후
- 상대가 원하지 않을 때 연락하지 말 것.
- 집이나 직장으로 찾아가서 생활과 업무를 방해하지 말 것.
-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방해할 때마다 50만 원의 강제금 부과.

법원이 한 남성의 요청을 받아들여 중년 여성에게 내린 접근금지 명령입니다. 여성이 빚이라도 받으려 남성을 괴롭혔을까요? 아니면, 남성을 사랑한 여성의 스토킹이 있었을까요? 배신 당한 사랑 때문이라고 추측하셨다면 조금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 여인의 사랑은 배신한 남자에 대한 '애정'이 아니라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아들을 향한 '빗나간 모정'이었습니다. 이들 모자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사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들은 만나던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축복이 쏟아진 자리였지만 그 자리에 아들 부모님은 없었습니다. 신랑 측 부모님 자리에 앉은 건 진짜 부모님이 아닌 아들이 고용한 대역들이었습니다. 만나던 여성과의 결혼을 부모님이 극구 반대하자 아들이 부모님께 알리지도 않은 채 결혼해버린 겁니다. 어머니는 분노했습니다.

사실 결혼하기 전까지 아들은 어머니에게 자랑이었습니다. 아들은 우리나라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박사 학위까지 땄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30대에 서울의 유명 사립대 로스쿨 교수가 됐습니다. 흔히 말하는 '엄친아'였습니다.

어머니에게는 자랑이었던 아들이었지만 이 모든게 완벽했던 아들이 어머니가 반대하는 결혼을 했습니다. 연애결혼을 택한 아들, 그것도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 여자와 결혼한 아들에게 어머니는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아들 앞으로 부어놓은 연금보험을 깨 결혼 자금으로 썼으니 어찌보면 분노는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노는 분노로 끝나지 않았고 지독한 괴롭힘으로 변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사는 아파트에 찾아가 아들 부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벽보를 곳곳에 붙였습니다. 심지어 아들 집 아파트 현관문을 부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행동은 아들의 직장인 학교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아들이 교수로 재직하는 학교 앞에서도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대학 총장과 이사회에는 파면을 요구하는 탄원서도 수차례 보냈습니다. 분노로 비뚤어져버린 모정의 지독한 괴롭힘은 도를 넘고 있었습니다.

아들 부부에게 전화해 협박하고 심지어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자살하라”는 메시지를 남기기까지 했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이 계속된 괴롭힘. 아들은 결국 어머니의 접근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호소했습니다.
 
어머니의 접근을 막아달라는 아들의 신청을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어머니의 행위가 헌법상 보장된 아들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자유, 평온한 주거 생활을 보호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법정까지 온 이 황당하고 안타까운 다툼은 이제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어머니가 2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잘 키워놨더니 어머니가 그렇게 반대하는 결혼을 대역 부모까지 쓰면서 했다며 오죽하면 어머니가 저럴까 아들을 비난합니다. 누군가는 며느리가 그리 잘못한 것도 없는데 단순히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아들 부부를 수년 째 지독하게 괴롭힌 비뚤어진 모정이야말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가족의 이 불행한 이야기는 어머니가 아니면 또 아들부부가 아니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다른 사람들은 가늠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대법원에서 내려지는 판결로 이 일이 마무리되기 보다는 부모님과 아들 부부가 함께 노력해 해결할 수 있기를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 2012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투병 중인 아버지를 최근 아들이 찾아가 간병을 시작했다는 소식에서 조그만 희망도 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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