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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랜드걸’을 아십니까?
입력 2015.02.20 (07:09) 취재후


‘랜드걸’? 이게 뭐냐고요? 그럼 랜드맨(landman)은 들어보셨나요?

요즘 미국에서 한창 잘나가는 직종입니다. ‘랜드매니저’(landmanager)라고도 불립니다. 우리말로 풀어쓰면 ’석유지대 토지중개인‘ 정도가 되겠습니다. 석유나 가스가 매장된 토지를 갖고 있는 땅주인을 설득해 개발회사가 채굴할 수 있게 해주는 중개인입니다. ’랜드걸’은 여성 랜드맨을 말합니다.

이번 텍사스 취재과정에서 기자는 한국인 랜드걸을 만났습니다. 이름은 ‘킴벌리 스미스’라고 했습니다. 입양아 출신입니다. 우리말은 전혀 못하더군요. 킴벌리를 통해 우리에겐 생소한 랜드맨의 세계, 그리고 현재 미국 석유산업 돌아가는 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미국의 경제전문 방송 CNN머니와 온라인 임금정보업체 ‘페이 스케일’이 조사했는데 미국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직업은 ‘소프트웨어 설계사’였습니다. 개인 만족도와 재택근무, 낮은 스트레스 등에서 최고였습니다. 그 다음이 ‘비디오게임 디자이너’였고 3등이 ‘랜드맨’이었습니다.

랜드맨은 2012년에는 93위, 2013년 조사에는 100위에도 들지 못했는데 이번에 수직상승했습니다. 요즘 기름값이 많이 떨어지긴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대서양 대륙붕까지 석유시추를 허용하겠다고 나서면서 미국 내 에너지 개발 붐은 여전히 폭발적입니다.

랜드맨이 때를 만난 것이지요. 연봉은 평균 10만 달러, 우리 돈 1억원 정도 한답니다. 오클라호마대, 루이지애나대, 텍사스공대 등에 학사 과정도 개설돼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해당분야 전공을 특별하게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진입 장벽이 낮은 거죠. 부동산에 대한 전문지식, 현지 주민들과의 원만한 스킨십 등 풍부한 현장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석유 개발후 이익‘을 설득하며 땅주인 구워삶는 요령이 가장 중요한 역량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조시 W. 부시 대통령의 첫 직업이 랜드맨이었다네요.

다시 킴벌리 얘기입니다. 윤계상과 한지혜의 광팬이라는 이 여성, 랜드매니저의 삶에 크게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지주들을 설득해 석유개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이 크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랜드매니저를 그린 영화 ‘약속의 땅’(PROMISED LAND)의 주인공 맷 데이먼의 영화 속 이미지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영화 ‘약속의 땅’은 천연가스개발을 둘러싸고 자본논리에 충실한 랜드맨 맷 데이먼이 주인공입니다. 맷 데이먼은 개발사업을 성사시키기위해 지주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현금 살포에 나섭니다.진통 끝에 결국엔 환경보존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러면서 랜드매니저가 기자하고 거의 같다고 하더군요. 법원, 검찰청, 부동산회사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하는 일이 기자들 취재하는 일과 똑같다, 땅주인들 만나 설득하는 것은 기자들이 취재원 관리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입니다. 기자들이 취재 결과물로 기사를 쓴다면 자신이 석유회사를 상대로 보고서 쓰는 것도 비슷하지않냐는 것이지요.

킴벌리가 먹고 사는 미들랜드를 포함해 텍사스주에서만 천 2백여 명의 ’랜드맨‘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요즘 랜드맨 형편이 예전같지 않답니다. 일감이 줄어드는가 하면 석유회사에 고용된 일부 랜드맨들은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바로 저유가 때문입니다. 지난해 배럴당 백 달러 이상갔던 게 반토막나 지금은 50달러 대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요즘 반등조짐이 있죠. 바닥을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낙관론이 있는 반면, 반짝반등일뿐 20달러대까지 떨어질 거라는 비관론까지 전망은 엇갈립니다)



채굴에 따른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석유회사들은 투자를 꺼립니다. 땅을 소유한 지주들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아졌답니다. 랜드맨, 토지중개인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랜드맨의 어려움은 저유가가 몰고 온 여러 단면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저유가는 석유회사들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채굴비용이 비싼 셰일 가스는 유가에 무척 민감합니다. 미국을 석유왕국의 반열에 다시 오르게 한 셰일가스지만 최근의 저유가는 셰일업계 전반에 큰 부담입니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긴해도 배럴당 적게는 40달러, 많게는 75달러가 손익분기점이라고 합니다. 기름값이 이 정도는 돼야 채굴비용을 뽑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셰일가스 후발주자들이 밀집한 미 북부 노스다코다, 사우스다코다 지역의 타격이 큽니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축소와 시설가동 중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앞서 랜드맨의 경우에서처럼 저유가에 비교적 잘 버텨온 미 남부 텍사스에도 파장이 미치기 시작됐습니다.



리그(rig)라고 불리는 셰일가스 채굴장비의 가동률만 해도 지난해 대비 30%나 떨어졌습니다. 리그는 크레인 비슷하게 생긴 철제구조물입니다. 파이프로 땅을 파고 들어가는 장비입니다. ‘리그’ 말고 메뚜기 모양의 채굴펌프도 가동을 멈춘 곳이 적지 않습니다.

(이 채굴펌프, 제임스 딘의 ‘자이언트’ 같은 미국 서부를 그린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에서 보신 분들 있으실 겁니다. pump jack, 혹은 생김새 따문에 ‘메뚜기‘(grasshopper)라는 애칭으로 불립니다. 중대형 채굴펌프가 하루에 뽑아내는 원유는 천 배럴이 넘습니다. 예전 미국 석유산업이 한창 잘 나갈 때, 시커먼 원유가 펑펑 나올 때, 텍사스에는 ‘메뚜기 서너 개만 있으면 팔자 고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관련 업계에서는 저유가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투자규모를 축소하는가 하면 인원감축은 필수입니다. 석유장비, 서비스업체 등을 중심으로 해고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휴스턴 구직센터에서 만난 30대 실직 남성도 석유 채굴현장에서 파이프작업을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지난해 연말에 회사 간부가 보자고 해서 갔더니 ‘내일부터 나오지말라’고 하더라. ‘형편 좋아지면 다시 부를테니 그렇게 알라’고 했다”면서 한숨만 내쉬더군요.

현재의 저유가 추세가 얼마나 갈지는 누구도 모릅니다.(시점을 정확히 알면 유가선물에 투자해 큰 돈을 벌수 있겠죠)미국 석유업계는 저유가 장기화 가능성에 긴장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관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텍사스 현지에서 만난 석유업계 종사자들 대부분이 미래를 비교적 낙관하고 있었습니다. 과거 유가변동 역사에 따르면 이번 저유가의 직접 원인, 공급 과잉은 머지않아 해소될 거란 막연한 기대였습니다.



이 사람들이 뭘 믿고 그럴까요? 바로 셰일가스의 엄청난 잠재력입니다. 이들은 미국 셰일가스의 가능성을 단단히 믿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셰일가스는 현재 채굴가능하다고 확인된 것만 백년치 규모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현지 석유전문가는 거의 없었습니다. 채굴기술 발달을 감안하지 않은, 과소평가된 추정치라는 것입니다.

현재 채굴기술에 따르면 셰일가스 '수율' (지하암반층에서 뽑아내는 셰일가스 비율)은 15% 안팎입니다. 하지만 날로 발전하는 채굴 기술을 감안하면 셰일가스 추출률이 50%를 넘기는 일은 멀지 않아 보입니다.

이 경우 단순 계산만으로도 미국은 최소 3백년치 에너지를 확보하게 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전세계 석유패권 장악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석유패권을 쥐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막강한 석유자본을 무기로 더 이상 중동에 손 벌릴 필요가 없어지겠죠. 모르긴 몰라도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팍스 아메리카나’의 영구 지속을 꿈꿀지도 모릅니다.

앞서 요즘 석유시설 가동중단이 잇따른다고 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텍사스 현지 석유업체 관계자에게서 들은 얘기는 미국 석유업계 분위기를 잘 설명합니다.

"저유가 때문에 채굴장비를 가동할수록 손해라고? 뭘 모르는 소리다. 우리는 셰일가스 수도꼭지를 잠시 잠그면 될 뿐, 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 기름값이 다시 오르면 그때 가서 잠갔던 꼭지를 틀면 된다. 시간은 우리편이니까."

☞ 다시보기 <특파원현장보고> 저유가 충격, ‘셰일 혁명’ 발목 잡다
  • [취재후] ‘랜드걸’을 아십니까?
    • 입력 2015-02-20 07:09:05
    취재후


‘랜드걸’? 이게 뭐냐고요? 그럼 랜드맨(landman)은 들어보셨나요?

요즘 미국에서 한창 잘나가는 직종입니다. ‘랜드매니저’(landmanager)라고도 불립니다. 우리말로 풀어쓰면 ’석유지대 토지중개인‘ 정도가 되겠습니다. 석유나 가스가 매장된 토지를 갖고 있는 땅주인을 설득해 개발회사가 채굴할 수 있게 해주는 중개인입니다. ’랜드걸’은 여성 랜드맨을 말합니다.

이번 텍사스 취재과정에서 기자는 한국인 랜드걸을 만났습니다. 이름은 ‘킴벌리 스미스’라고 했습니다. 입양아 출신입니다. 우리말은 전혀 못하더군요. 킴벌리를 통해 우리에겐 생소한 랜드맨의 세계, 그리고 현재 미국 석유산업 돌아가는 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미국의 경제전문 방송 CNN머니와 온라인 임금정보업체 ‘페이 스케일’이 조사했는데 미국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직업은 ‘소프트웨어 설계사’였습니다. 개인 만족도와 재택근무, 낮은 스트레스 등에서 최고였습니다. 그 다음이 ‘비디오게임 디자이너’였고 3등이 ‘랜드맨’이었습니다.

랜드맨은 2012년에는 93위, 2013년 조사에는 100위에도 들지 못했는데 이번에 수직상승했습니다. 요즘 기름값이 많이 떨어지긴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대서양 대륙붕까지 석유시추를 허용하겠다고 나서면서 미국 내 에너지 개발 붐은 여전히 폭발적입니다.

랜드맨이 때를 만난 것이지요. 연봉은 평균 10만 달러, 우리 돈 1억원 정도 한답니다. 오클라호마대, 루이지애나대, 텍사스공대 등에 학사 과정도 개설돼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해당분야 전공을 특별하게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진입 장벽이 낮은 거죠. 부동산에 대한 전문지식, 현지 주민들과의 원만한 스킨십 등 풍부한 현장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석유 개발후 이익‘을 설득하며 땅주인 구워삶는 요령이 가장 중요한 역량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조시 W. 부시 대통령의 첫 직업이 랜드맨이었다네요.

다시 킴벌리 얘기입니다. 윤계상과 한지혜의 광팬이라는 이 여성, 랜드매니저의 삶에 크게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지주들을 설득해 석유개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이 크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랜드매니저를 그린 영화 ‘약속의 땅’(PROMISED LAND)의 주인공 맷 데이먼의 영화 속 이미지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영화 ‘약속의 땅’은 천연가스개발을 둘러싸고 자본논리에 충실한 랜드맨 맷 데이먼이 주인공입니다. 맷 데이먼은 개발사업을 성사시키기위해 지주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현금 살포에 나섭니다.진통 끝에 결국엔 환경보존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러면서 랜드매니저가 기자하고 거의 같다고 하더군요. 법원, 검찰청, 부동산회사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하는 일이 기자들 취재하는 일과 똑같다, 땅주인들 만나 설득하는 것은 기자들이 취재원 관리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입니다. 기자들이 취재 결과물로 기사를 쓴다면 자신이 석유회사를 상대로 보고서 쓰는 것도 비슷하지않냐는 것이지요.

킴벌리가 먹고 사는 미들랜드를 포함해 텍사스주에서만 천 2백여 명의 ’랜드맨‘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요즘 랜드맨 형편이 예전같지 않답니다. 일감이 줄어드는가 하면 석유회사에 고용된 일부 랜드맨들은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바로 저유가 때문입니다. 지난해 배럴당 백 달러 이상갔던 게 반토막나 지금은 50달러 대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요즘 반등조짐이 있죠. 바닥을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낙관론이 있는 반면, 반짝반등일뿐 20달러대까지 떨어질 거라는 비관론까지 전망은 엇갈립니다)



채굴에 따른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석유회사들은 투자를 꺼립니다. 땅을 소유한 지주들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아졌답니다. 랜드맨, 토지중개인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랜드맨의 어려움은 저유가가 몰고 온 여러 단면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저유가는 석유회사들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채굴비용이 비싼 셰일 가스는 유가에 무척 민감합니다. 미국을 석유왕국의 반열에 다시 오르게 한 셰일가스지만 최근의 저유가는 셰일업계 전반에 큰 부담입니다.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긴해도 배럴당 적게는 40달러, 많게는 75달러가 손익분기점이라고 합니다. 기름값이 이 정도는 돼야 채굴비용을 뽑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셰일가스 후발주자들이 밀집한 미 북부 노스다코다, 사우스다코다 지역의 타격이 큽니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축소와 시설가동 중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앞서 랜드맨의 경우에서처럼 저유가에 비교적 잘 버텨온 미 남부 텍사스에도 파장이 미치기 시작됐습니다.



리그(rig)라고 불리는 셰일가스 채굴장비의 가동률만 해도 지난해 대비 30%나 떨어졌습니다. 리그는 크레인 비슷하게 생긴 철제구조물입니다. 파이프로 땅을 파고 들어가는 장비입니다. ‘리그’ 말고 메뚜기 모양의 채굴펌프도 가동을 멈춘 곳이 적지 않습니다.

(이 채굴펌프, 제임스 딘의 ‘자이언트’ 같은 미국 서부를 그린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에서 보신 분들 있으실 겁니다. pump jack, 혹은 생김새 따문에 ‘메뚜기‘(grasshopper)라는 애칭으로 불립니다. 중대형 채굴펌프가 하루에 뽑아내는 원유는 천 배럴이 넘습니다. 예전 미국 석유산업이 한창 잘 나갈 때, 시커먼 원유가 펑펑 나올 때, 텍사스에는 ‘메뚜기 서너 개만 있으면 팔자 고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관련 업계에서는 저유가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투자규모를 축소하는가 하면 인원감축은 필수입니다. 석유장비, 서비스업체 등을 중심으로 해고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휴스턴 구직센터에서 만난 30대 실직 남성도 석유 채굴현장에서 파이프작업을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지난해 연말에 회사 간부가 보자고 해서 갔더니 ‘내일부터 나오지말라’고 하더라. ‘형편 좋아지면 다시 부를테니 그렇게 알라’고 했다”면서 한숨만 내쉬더군요.

현재의 저유가 추세가 얼마나 갈지는 누구도 모릅니다.(시점을 정확히 알면 유가선물에 투자해 큰 돈을 벌수 있겠죠)미국 석유업계는 저유가 장기화 가능성에 긴장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관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텍사스 현지에서 만난 석유업계 종사자들 대부분이 미래를 비교적 낙관하고 있었습니다. 과거 유가변동 역사에 따르면 이번 저유가의 직접 원인, 공급 과잉은 머지않아 해소될 거란 막연한 기대였습니다.



이 사람들이 뭘 믿고 그럴까요? 바로 셰일가스의 엄청난 잠재력입니다. 이들은 미국 셰일가스의 가능성을 단단히 믿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셰일가스는 현재 채굴가능하다고 확인된 것만 백년치 규모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현지 석유전문가는 거의 없었습니다. 채굴기술 발달을 감안하지 않은, 과소평가된 추정치라는 것입니다.

현재 채굴기술에 따르면 셰일가스 '수율' (지하암반층에서 뽑아내는 셰일가스 비율)은 15% 안팎입니다. 하지만 날로 발전하는 채굴 기술을 감안하면 셰일가스 추출률이 50%를 넘기는 일은 멀지 않아 보입니다.

이 경우 단순 계산만으로도 미국은 최소 3백년치 에너지를 확보하게 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전세계 석유패권 장악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석유패권을 쥐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막강한 석유자본을 무기로 더 이상 중동에 손 벌릴 필요가 없어지겠죠. 모르긴 몰라도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팍스 아메리카나’의 영구 지속을 꿈꿀지도 모릅니다.

앞서 요즘 석유시설 가동중단이 잇따른다고 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텍사스 현지 석유업체 관계자에게서 들은 얘기는 미국 석유업계 분위기를 잘 설명합니다.

"저유가 때문에 채굴장비를 가동할수록 손해라고? 뭘 모르는 소리다. 우리는 셰일가스 수도꼭지를 잠시 잠그면 될 뿐, 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 기름값이 다시 오르면 그때 가서 잠갔던 꼭지를 틀면 된다. 시간은 우리편이니까."

☞ 다시보기 <특파원현장보고> 저유가 충격, ‘셰일 혁명’ 발목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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