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주인 무는 개’…맹견에 물려 80대 사망

입력 2015.03.04 (08:09) 수정 2015.03.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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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주말, 경남 진주의 한 농촌마을에서 80대 노인이 기르던 개에게 물려 숨지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노인이 개에게 먹이를 주러 다가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어떤 동물보다 사람을 잘 따르는 개가 먹이를 주는 자신의 주인을 공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사람 공격하는 개에 대해 취재해봤습니다.

나흘 전인 지난주 토요일.

경남 진주의 119 구조대.

<인터뷰> 조철호(소방교/진주소방서 구조대) : "08시 24분경에 노모가 개한테 물려서 의식이 없다고 신고가 최초로 들어왔습니다."

신고 현장은 한적한 농촌 주택이었습니다.

출동한 구급대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마당에 쓰러져 있는 80대 할머니였습니다.

<인터뷰> 조철호(소방교/진주소방서 구조대) : "개가 옆에 묶여 있는 상황이고 할머니께서는 바닥에 쓰러져서 의식이 없었습니다."

피를 많이 흘린 할머니는 좀처럼 의식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조철호(소방교/진주소방서 구조대) : "출혈이 있는 상태였었고 의식이 없었습니다. 피가 다 새어 나와서 옷에 묻어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 당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인데요.

할머니는 다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성춘(교수/경상대학병원 응급의학과) : "응급실 도착할 때 이미 심장이 멎은 상태로 내원했고요. 호흡이 없고 양쪽 동공이 다 흔들린 상태로 사망한..."

1차 검안 결과, 할머니의 사인은 과다출혈과 심장기능 저하.

아무래도 피를 많이 흘린 게 사망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안정효(팀장/진주경찰서 형사2팀) : "열창, 출혈 과다, 심부전 이렇게 종합적인 내용으로 사망했다고..."

할머니의 몸 곳곳에서는 짐승에게 물린 듯한 날카로운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도대체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은 즉시 현장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안정효(팀장/진주경찰서 형사2팀) : "과학수사팀과 같이 현장을 갔죠. 가보니까 현장 바닥에도 피가 떨어져 있고..."

의심이 가는 건 마당에 묶여 있던 개 한 마리.

개의 입 주위와 몸 곳곳에는 할머니의 것으로 추정되는 혈흔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인터뷰> 안정효(팀장/진주경찰서 형사2팀) : "옆에 있는 개 목덜미, 등허리하고 입, 머리 위, 이런 데에 피가 묻어 있어요, 혈흔 자국이."

경찰은 숨진 이 할머니의 몸에서 발견된 이빨 자국과 개에게 묻어 있는 혈흔, 그리고 아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할머니가 기르던 개에게 먹이를 주러 다가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잠정 결론 냈습니다.

<녹취> 안정효(팀장/진주경찰서 형사2팀) : "개들 키우는데 옆에 닭 우리도 있고 염소 우리도 있고 그래요. 개밥 주러 간 건지, 염소도 주러 간 거지 그건 몰라, 가서 보니까 자기 어머니가 개집 앞에 그렇게 쓰러져 있거든."

당시 할머니의 집에서 돌보고 있었던 개는 모두 7마리.

5마리는 우리 안에 있었고 우리 밖에서 묶어 기르던 개 가운데 한 마리가 주인을 문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인근주민 : "아이고, 그 개 하면 내가 뭐, 우리 집은 여기 밑에 있고 저기 먼 데에 있는데 내가 도저히 무서워서 그런 개 앞에 가보지도 않았고."

할머니를 공격한 개는 핏불 테리어 종으로, 1년여 전쯤, 이곳으로 데려와 길러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인터뷰> 안정효(팀장/진주경찰서 형사2팀) : "옛날부터 그렇게 해왔답니다. 키워서 팔 때는 팔고 그런 거지. 그래야 뭐 담뱃값이라도 벌 거 아닙니까, 용돈으로."

핏불 테리어는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공격력이 강한 투견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뷰> 이웅종(소장/O 애견훈련소 행동교정전문가) : "핏불 테리어 견종은 투견입니다. 무는 힘이 아주 강한 그런 견종의 특징이고요. 힘 자체가 넘치는 견종이기 때문에 올바르게 운동을 시켜주지 않거나 특정 공간에 가두거나 묶어놨을 때는 개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많게 되면 이런 사고를 낼 수 있습니다."

어느 동물보다 충직한 동물인 개.

하지만, 이렇게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는 산책을 나온 진돗개가 행인과 주인을 공격해, 중상을 입혔고,

<녹취> 양00(개 주인) : "(행인이) ‘강아지 잘 생겼네.’ 하면서 안더니 턱을 한 번 어루만지더라고요. 뺨을 좋다고 탁탁 치는데 개 앞에 가서 딱 그러니까 (개가) 발을 들었다 아닙니까."

그보다 1년 전 충북 청주에서는 50대 남성이 6년 넘게 키른 개에게 물려, 숨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영식(경위/청주 상당경찰서) : "양쪽 팔꿈치 상처가 너무나 심하게 났고 얼굴 부위 이런 데 전신이 물려서..."

<녹취> 인근 주민 : "가만히 있다가도 2m쯤 올라가면 잡아먹을 듯이 짖고..."

그렇다면, 충직한 줄로만 알았던 개가 왜 사람을 그것도 주인까지 사납게 공격하고 있는 걸까?

취재팀은 애견 행동 교정 전문가와 함께 개의 행동 습성을 알아봤는데요.

먼저, 개가 사람을 공격하는 건 환경 부적응에서 비롯된 스트레스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합니다.

<인터뷰> 이웅종(소장/O 애견훈련소 행동교정전문가) : "산책이나 운동을 많이 시켜줌으로써 자기가 갖고 있는 힘을 발산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주셔야 하는데 묶어놓고 가둬서 길렀던 개들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도 못 (알아) 보고 환경이나 소리, 모든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대형 사고를 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주인과의 밀접한 유대 관계가 부족한 상태에서, 흥분을 하거나 위협을 느끼게 되면 주인을 공격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다음의 세 가지 경우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이웅종(소장/O 애견훈련소 행동교정전문가) : "새로운 개를 접했을 때, 먹이 줄 때, 산책할 때 제삼자가 나타날 때, 이럴 때 항상 주의를 해 주시는 것이 기본적인 주의사항입니다."

갑작스러운 개의 공격을 받을때 소리를 지르거나 큰 동작으로 막는 등의 행동은 개를 더 자극 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목 같은 치명적인 부위를 가린채 웅크리는 것이 오히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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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주인 무는 개’…맹견에 물려 80대 사망
    • 입력 2015-03-04 08:13:54
    • 수정2015-03-04 10: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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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주말, 경남 진주의 한 농촌마을에서 80대 노인이 기르던 개에게 물려 숨지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노인이 개에게 먹이를 주러 다가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어떤 동물보다 사람을 잘 따르는 개가 먹이를 주는 자신의 주인을 공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뉴스따라잡기는 사람 공격하는 개에 대해 취재해봤습니다.

나흘 전인 지난주 토요일.

경남 진주의 119 구조대.

<인터뷰> 조철호(소방교/진주소방서 구조대) : "08시 24분경에 노모가 개한테 물려서 의식이 없다고 신고가 최초로 들어왔습니다."

신고 현장은 한적한 농촌 주택이었습니다.

출동한 구급대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마당에 쓰러져 있는 80대 할머니였습니다.

<인터뷰> 조철호(소방교/진주소방서 구조대) : "개가 옆에 묶여 있는 상황이고 할머니께서는 바닥에 쓰러져서 의식이 없었습니다."

피를 많이 흘린 할머니는 좀처럼 의식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조철호(소방교/진주소방서 구조대) : "출혈이 있는 상태였었고 의식이 없었습니다. 피가 다 새어 나와서 옷에 묻어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지금 보시는 건 당시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인데요.

할머니는 다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성춘(교수/경상대학병원 응급의학과) : "응급실 도착할 때 이미 심장이 멎은 상태로 내원했고요. 호흡이 없고 양쪽 동공이 다 흔들린 상태로 사망한..."

1차 검안 결과, 할머니의 사인은 과다출혈과 심장기능 저하.

아무래도 피를 많이 흘린 게 사망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안정효(팀장/진주경찰서 형사2팀) : "열창, 출혈 과다, 심부전 이렇게 종합적인 내용으로 사망했다고..."

할머니의 몸 곳곳에서는 짐승에게 물린 듯한 날카로운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도대체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은 즉시 현장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안정효(팀장/진주경찰서 형사2팀) : "과학수사팀과 같이 현장을 갔죠. 가보니까 현장 바닥에도 피가 떨어져 있고..."

의심이 가는 건 마당에 묶여 있던 개 한 마리.

개의 입 주위와 몸 곳곳에는 할머니의 것으로 추정되는 혈흔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인터뷰> 안정효(팀장/진주경찰서 형사2팀) : "옆에 있는 개 목덜미, 등허리하고 입, 머리 위, 이런 데에 피가 묻어 있어요, 혈흔 자국이."

경찰은 숨진 이 할머니의 몸에서 발견된 이빨 자국과 개에게 묻어 있는 혈흔, 그리고 아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할머니가 기르던 개에게 먹이를 주러 다가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잠정 결론 냈습니다.

<녹취> 안정효(팀장/진주경찰서 형사2팀) : "개들 키우는데 옆에 닭 우리도 있고 염소 우리도 있고 그래요. 개밥 주러 간 건지, 염소도 주러 간 거지 그건 몰라, 가서 보니까 자기 어머니가 개집 앞에 그렇게 쓰러져 있거든."

당시 할머니의 집에서 돌보고 있었던 개는 모두 7마리.

5마리는 우리 안에 있었고 우리 밖에서 묶어 기르던 개 가운데 한 마리가 주인을 문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인근주민 : "아이고, 그 개 하면 내가 뭐, 우리 집은 여기 밑에 있고 저기 먼 데에 있는데 내가 도저히 무서워서 그런 개 앞에 가보지도 않았고."

할머니를 공격한 개는 핏불 테리어 종으로, 1년여 전쯤, 이곳으로 데려와 길러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인터뷰> 안정효(팀장/진주경찰서 형사2팀) : "옛날부터 그렇게 해왔답니다. 키워서 팔 때는 팔고 그런 거지. 그래야 뭐 담뱃값이라도 벌 거 아닙니까, 용돈으로."

핏불 테리어는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공격력이 강한 투견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뷰> 이웅종(소장/O 애견훈련소 행동교정전문가) : "핏불 테리어 견종은 투견입니다. 무는 힘이 아주 강한 그런 견종의 특징이고요. 힘 자체가 넘치는 견종이기 때문에 올바르게 운동을 시켜주지 않거나 특정 공간에 가두거나 묶어놨을 때는 개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많게 되면 이런 사고를 낼 수 있습니다."

어느 동물보다 충직한 동물인 개.

하지만, 이렇게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해 10월 부산에서는 산책을 나온 진돗개가 행인과 주인을 공격해, 중상을 입혔고,

<녹취> 양00(개 주인) : "(행인이) ‘강아지 잘 생겼네.’ 하면서 안더니 턱을 한 번 어루만지더라고요. 뺨을 좋다고 탁탁 치는데 개 앞에 가서 딱 그러니까 (개가) 발을 들었다 아닙니까."

그보다 1년 전 충북 청주에서는 50대 남성이 6년 넘게 키른 개에게 물려, 숨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김영식(경위/청주 상당경찰서) : "양쪽 팔꿈치 상처가 너무나 심하게 났고 얼굴 부위 이런 데 전신이 물려서..."

<녹취> 인근 주민 : "가만히 있다가도 2m쯤 올라가면 잡아먹을 듯이 짖고..."

그렇다면, 충직한 줄로만 알았던 개가 왜 사람을 그것도 주인까지 사납게 공격하고 있는 걸까?

취재팀은 애견 행동 교정 전문가와 함께 개의 행동 습성을 알아봤는데요.

먼저, 개가 사람을 공격하는 건 환경 부적응에서 비롯된 스트레스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합니다.

<인터뷰> 이웅종(소장/O 애견훈련소 행동교정전문가) : "산책이나 운동을 많이 시켜줌으로써 자기가 갖고 있는 힘을 발산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주셔야 하는데 묶어놓고 가둬서 길렀던 개들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도 못 (알아) 보고 환경이나 소리, 모든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대형 사고를 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주인과의 밀접한 유대 관계가 부족한 상태에서, 흥분을 하거나 위협을 느끼게 되면 주인을 공격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다음의 세 가지 경우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이웅종(소장/O 애견훈련소 행동교정전문가) : "새로운 개를 접했을 때, 먹이 줄 때, 산책할 때 제삼자가 나타날 때, 이럴 때 항상 주의를 해 주시는 것이 기본적인 주의사항입니다."

갑작스러운 개의 공격을 받을때 소리를 지르거나 큰 동작으로 막는 등의 행동은 개를 더 자극 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목 같은 치명적인 부위를 가린채 웅크리는 것이 오히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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