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어린이집 CCTV법’ 부결, 드러난 로비 정황 살펴보니…

입력 2015.03.06 (06:02) 수정 2015.03.0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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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어린이집 연합회라는 곳이 있다.

공식 명칭은 '한국어린이집 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다. 어린이집이라는 것이 설립 형태가 국공립도 있고, 민간 부분도 있고, 여러 형태로 나뉘어 있어서 사실 입장이 제각각인데 이 가운데 순전히 민간 부분만 모여 집단화된 곳이 '민간어린이집 연합회'이다.



전국에 산하 어린이집 숫자만 만 4천개. 이 정도 조직이면 지역에서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할 만 하다. 이번에 국회에서 부결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일명 '어린이집 CCTV법'에 가장 강하게 반대하고, 대 국회 활동에 열심이었던 단체로 알려지고 있다.

◆ 복지위에서 법사위로...설득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치밀한 단체 활동



이 단체는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활동한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로비'라는 말에는 거부감을 표했다. 단지 근거를 가지고 설득 작업을 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과정이 그냥 설득 작업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치밀하다.

우선 1단계로, 단체 이사회에서 관련 사항을 결정한다. 그리고 이를 전국 지회에 전파한다. 그럼 행동에 나서는 것은 지역에 근거를 둔 어린이집들이다. 목표는 지역구 의원 사무실.
찾아가서 이야기하고, 전화하고, 지역구 의원과 약속을 잡고, 또 설득작업을 했다고 했다. 새누리당 모 의원에 의하면 지역에서 집회도 열렸단다. 지역구 의원들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복지위에서 강력한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이번에는 로비 혹은 설득의 대상을 법사위로 옮겼다. 아동학대가 발견된 어린이집은 영구퇴출하고, 실시간으로 CCTV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내용 등이 복지위 원안에 담겼었는데, 이를 완화하도록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실제 법사위에서는 이 조항들이 많이 바뀌었다.

영구퇴출 조항은 20년으로 줄었고,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조항은 아예 삭제됐다. 이 단체 관계자는 설 연휴 이후 법사위에 신경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법이 논의되는 날 법사위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어떤 의원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도 소상히 알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죠" 이 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 이 로비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당시 법사위원회에서 완화를 주도했던 의원들의 말 처럼 '보육 교사의 인권'이 이유가 됐는지는 정확히 알수 없다. 하지만 여하간 그 단체의 주장이 상당히 반영된 것은 사실이다.

◆ 누더기된 법안...고쳐놓고 투표는 불참?

이렇게 누더기(?)가 돼 법사위를 통과한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그런데 법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투표 결과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면이 있다.

본인들이 주장해 상당히 완화된 안이 본회의에 올라갔음에도 15명 가운데, 찬성은 4명 뿐이다. 기권 4명, 반대 1명에, 6명은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실상 11명이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렇게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은 저지 당했다.

새누리당 아동학대근절특위 간사인 신의진 의원은 어제 부결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아동학대 사건은 2009년 67건에서 2013년 213건으로 무려 3.5배 증가했고, 새로운 대책 중 하나로 CCTV 의무화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특위간사로서 논란이 되는 부분을 제가 의원님 한분한분 찾아다니며 설명드리지 못해 결국 개정안 부결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안았습니다."

어찌 부결이 의원들에게 일일히 설명을 못한 한 의원의 책임이겠는가. 의원 1인이 압도적인 이익단체 다수를 극복해 내기란 어렵다. 하지만 이익단체 보다 더 크고 더 무서운 존재는 바로 국민이다. 의원들은 그 사실을 가슴 속에 되새겨야 할 것이다. 

▶ ‘CCTV법’ 반대표 던진 의원들은 누구?…여당 <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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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어린이집 CCTV법’ 부결, 드러난 로비 정황 살펴보니…
    • 입력 2015-03-06 06:02:00
    • 수정2015-03-07 00:27:58
    취재후·사건후
민간어린이집 연합회라는 곳이 있다.

공식 명칭은 '한국어린이집 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다. 어린이집이라는 것이 설립 형태가 국공립도 있고, 민간 부분도 있고, 여러 형태로 나뉘어 있어서 사실 입장이 제각각인데 이 가운데 순전히 민간 부분만 모여 집단화된 곳이 '민간어린이집 연합회'이다.



전국에 산하 어린이집 숫자만 만 4천개. 이 정도 조직이면 지역에서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짐작할 만 하다. 이번에 국회에서 부결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일명 '어린이집 CCTV법'에 가장 강하게 반대하고, 대 국회 활동에 열심이었던 단체로 알려지고 있다.

◆ 복지위에서 법사위로...설득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치밀한 단체 활동



이 단체는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활동한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로비'라는 말에는 거부감을 표했다. 단지 근거를 가지고 설득 작업을 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과정이 그냥 설득 작업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치밀하다.

우선 1단계로, 단체 이사회에서 관련 사항을 결정한다. 그리고 이를 전국 지회에 전파한다. 그럼 행동에 나서는 것은 지역에 근거를 둔 어린이집들이다. 목표는 지역구 의원 사무실.
찾아가서 이야기하고, 전화하고, 지역구 의원과 약속을 잡고, 또 설득작업을 했다고 했다. 새누리당 모 의원에 의하면 지역에서 집회도 열렸단다. 지역구 의원들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복지위에서 강력한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이번에는 로비 혹은 설득의 대상을 법사위로 옮겼다. 아동학대가 발견된 어린이집은 영구퇴출하고, 실시간으로 CCTV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내용 등이 복지위 원안에 담겼었는데, 이를 완화하도록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실제 법사위에서는 이 조항들이 많이 바뀌었다.

영구퇴출 조항은 20년으로 줄었고,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조항은 아예 삭제됐다. 이 단체 관계자는 설 연휴 이후 법사위에 신경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법이 논의되는 날 법사위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어떤 의원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도 소상히 알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죠" 이 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 이 로비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당시 법사위원회에서 완화를 주도했던 의원들의 말 처럼 '보육 교사의 인권'이 이유가 됐는지는 정확히 알수 없다. 하지만 여하간 그 단체의 주장이 상당히 반영된 것은 사실이다.

◆ 누더기된 법안...고쳐놓고 투표는 불참?

이렇게 누더기(?)가 돼 법사위를 통과한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그런데 법사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투표 결과를 보면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면이 있다.

본인들이 주장해 상당히 완화된 안이 본회의에 올라갔음에도 15명 가운데, 찬성은 4명 뿐이다. 기권 4명, 반대 1명에, 6명은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실상 11명이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렇게 '어린이집 CCTV 의무화 법안'은 저지 당했다.

새누리당 아동학대근절특위 간사인 신의진 의원은 어제 부결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아동학대 사건은 2009년 67건에서 2013년 213건으로 무려 3.5배 증가했고, 새로운 대책 중 하나로 CCTV 의무화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특위간사로서 논란이 되는 부분을 제가 의원님 한분한분 찾아다니며 설명드리지 못해 결국 개정안 부결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안았습니다."

어찌 부결이 의원들에게 일일히 설명을 못한 한 의원의 책임이겠는가. 의원 1인이 압도적인 이익단체 다수를 극복해 내기란 어렵다. 하지만 이익단체 보다 더 크고 더 무서운 존재는 바로 국민이다. 의원들은 그 사실을 가슴 속에 되새겨야 할 것이다. 

▶ ‘CCTV법’ 반대표 던진 의원들은 누구?…여당 <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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